4화 - 새롭게 태어나다.
거무죽죽한 얼굴에 검은색인지 흰색인지 잘 모를 머리카락.
코트 아래로는 종아리가 보였는데 매끈한 다리가 시선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내 몸의 대부분은 가려져 있어 괜찮지만, 내 체구가 여성인지 남성인지 혼동을 불러일으키나 보다.
나는 유난히 발달한 내 청각으로 들려오는 수군거림을 들으며 소혜한테 말을 걸었다.
"그 일단, 나한테 맞는 치수의 옷을 구매해야 할 것 같아."
받고만 있는 신세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사람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항상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닐 수 없지 않은가.
"음.. 그 일단 오빠 옷은 제가 보기엔 이 세계에 맞는 남성의 옷이 없을 것 같아요. 아마 여성 쪽 옷을 구매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여성의 옷이라 해봤자 어차피 흰색 옷에 검은색 반바지만 입어도 괜찮다는 계산이 섰다.
"응. 괜찮아. 최대한 남성적인 이미지를 띄는 옷으로 부탁할게."
"큭큭, 기대하세요."
나는 소혜의 불안한 웃음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소진과 소혜가 어느 한 지점에 멈췄다.
나는 그녀들이 멈춰선 자리를 보고 내 앞에 있는 건물을 확인했다.
저게 몇 층인가. 나는 아주 높게 치솟은 건물을 보고 턱을 높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멍하니 보는 걸 소혜와 소진이 옆에서 큭큭 웃더니 나한테 말했다.
"그렇게 보기만 하시지 말고,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홀린 듯이 그녀들을 쫓아 다가갔다.
그렇게 또 몇 걸음 옮기면서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소혜와 진소진이 어느 한 작은 공간에 들어갔다. 막다른 길이었다.
"음? 얼른 들어와."
내가 멈칫거리는 것을 느낀 소진은 왜 그러냐는 듯이 물어봤다.
"그.. 거기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 아냐? 왜 거길 들어가?"
엘리베이터.
엘프 사회에는커녕 엘프의 마을을 벗어나 인간의 도시로 가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시안은 그것을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러더니 잠시 소진과 소혜가 큭큭 웃더니 내 양팔을 훅 잡아 끌어당겼다.
"어?"
나도 눈 깜짝할 새에 잡아당겨 져서 깜짝 놀랐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우웅 -
무언가 몸이 붕 뜨는 느낌.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느낌에 이게 뭔가하고 소진을 바라봤다.
"앞으로 여기서 생활할 거면 익숙해져야 할 거야. 이건 높은 층수 때문에 계단으로 올라가기 힘든 곳까지 올라가게 해주는 엘리베이터라고 하는 기계고."
"큭큭, 오빠 저희한테만 그런 모습 보여주셔야 해요?"
소진과 소혜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멍하니 올라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땡 -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앞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이 열리자 자연스럽게 나가는 그녀들을 보고 나도 뒤따라 나갔다.
그러더니 어느 한 지점에 멈추더니 문고리같이 생긴 것에 손을 올려놓았다.
문고리를 돌리지 않고 가만히 손을 올려두는 모습에 뭘 하나 싶었더니.
철컥 -
안에서 무언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와 여기가 우리가 생활하는 집이야."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나를 환영해 주는 진소혜와 진소진.
나는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남의 집에 들어갔다.
*
"소혜야 난 방에 들어가서 시안의 몸에 맞는 옷 좀 고르고 있을게. 집 좀 소개해주고 있어."
"응 알겠어! 오빠, 음.. 여기가 거실이고.. 이쪽 방이 내 방이고 저쪽 방이 소진 언니 방이에요."
"오빠는 저기 원래 창고 용도로 쓰고 있는 방이 있으니 거길 비우고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비우는 건 저희가 할게요."
나는 밝은 얼굴로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가르키는 소혜를 보며 방을 구경했다. 밖의 풍경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발코니도 있었다.
나는 잠시 밖의 풍경을 보며 정말 내가 위로 올라와 있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다.
넓은 거실을 빙 둘러 부엌, 화장실, 소혜의 방과 소진의 방, 그리고 내가 들어가야 하는 창고 방을 둘러봤다.
딱 여자 두 명이 살기에 적당한 집.
나는 그 집을 보고 소혜에게 물어봤다.
"혹시 부모님과 따로 사는 거야?"
"네, 저희 부모님은 유명한 헌터시거든요. 그래서 매우 바쁘세요."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럼 이 집에는 나, 소혜, 소진밖에 없는 건가.'
생각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 만족할 때쯤 소혜가 말을 걸었다.
"일단 오빠 저기 방이 화장실이에요. 저기서 씻고 있어요. 깨끗하게 씻어야.. 아 오빠는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시겠구나."
그렇게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소혜가 결심이 선 듯 말했다.
"오빠. 제가 어떻게 쓰는지 알려 드릴게요. 잘 보고 배우세요."
그렇게 딱딱한 자세로 거실에 연결된 회장실 방을 들어간 소혜.
그녀가 뒤를 돌며 나한테 말했다.
"일단 그, 코트부터 벗어 주시겠어요? 어.. 물! 그래 물.. 묻으면 안 되니까요."
고개를 푹 숙이며 수줍게 말하는 소혜였지만, 나는 그녀의 눈에 가득 담긴 사심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여긴 남녀의 성욕까지 뒤바뀐 건가. 저 반응은 아무리 봐도 일반 여성한테서는 보일 수 없는 것이니까. 오히려 남성의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잠시 내가 침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소혜가 급하게 다시 말을 붙였다.
"아! 혹시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릴게요. 저희 세계에서는 이렇게 몸소 직접 알려 드리는 편을 선호해서.."
"아, 괜찮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랬던 거야."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코트를 훌렁 벗었다.
그러자 나는 봤다.
순간적으로 보이는 성욕을.
나는 엘프 사회에서부터 지금까지 내 두 눈을 믿었다. 정확히 말하면 두 눈에 빛나는 성욕을 탐지하는 것을.
이것은 꽤 정확했는데 엘프 사회에서도 서로 친구 관계라던 엘프 남녀 두 명이 있었는데, 두 명의 눈에는 서로를 바라볼 때 성욕이 조그맣게 불피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사귀겠구나 싶은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봤을 때는 이미 연인 관계까지 도달해 있었다.
소혜는 다시 한번 봐도 놀라운 몸인지 대놓고 보려고 하진 않지만, 눈을 피하는 시간보다 쳐다보는 시간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 소혜야?"
나는 기쁜 마음을 숨기고 온종일 내 몸을 훑을 기세인 소혜를 불러 정신 차리게 했다.
"아..아! 아 네, 오빠 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듯 연신 말을 더듬는 그녀를 뒤로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오?"
하얀색 타일과 하얀색 벽. 은은하게 밝은 빛을 내뿜는 조명과 그 밑으로 처음 보는 형식의 의자와 벽에 달려 있는 무언가.
그 위로는 거울이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탄탄한 상체가 살색과 검은색으로 혼합되어 있었고 얼굴의 대부분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회색의 머리카락과 수염이 나 있었다.
'이게 현재 나의 모습인가..'
엘프 사회에서도 거울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선명하지는 않아 나의 모습을 이렇게 자세하게 또 선명하게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나의 모습을 관람하는 차.
"일단 오빠. 이게 변기고.. 이게 세면대.. "
처음 보는 형식의 의자는 변기라고 부르고, 벽에 달린 걸 세면대라 하면서 소개한다.
그렇게 나한테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주는 소혜를 뒤로하고 나는 그녀의 몸을 감상했다.
소진의 동생이라 그런지 상당히 예쁜 얼굴에 강아지 상을 가진 그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호 욕구를 일으켰다.
허리까지 오는 갈색 머리였지만 그녀의 골반까지 가려주지 못했다. 허리까지 잘록 하게 파여 있으면서도 골반은 급격하게 양옆으로 퍼져있다.
골반 아래에는 풍만한 엉덩이가 있었다.
소혜가 가끔 고개를 숙이며 엉덩이를 뒤로 쭉 빼는 모습은 뒤에서 박아달라는 것 같았다.
그곳을 상당히 의식해서 보니 그녀가 상당한 엉덩이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언니는 가슴.. 동생은 엉덩이인가!'
그렇게 소혜의 엉덩이를 힐끔힐끔 보며 점점 부풀어 오는 나의 자지는 작게 항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게.. 음? 오빠 잘 듣고 있나요?"
"아, 응 잘 듣고 있지. 이게 그 샤워기라고?"
나는 점점 부푸는 내 자지를 숨기기 위해 소혜에게 살짝 밀착했다.
"흐읏.. 네 맞아요. 그, 샤워기 온수 조절도 알려 드렸으니 혼자 씻고 나오세요!"
탁!
살짝 밀착했다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혜.
당황한 듯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빠르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피식 웃다가 이제 제대로 씻기 위해 나머지 팬티도 벗었다.
껄떡 -
오랜만의 밖이라는 듯 힘차게 기지개를 피며 일어나는 내 성기.
언제봐도 자랑스러운 내 자식이다. 앞으로 쓸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오늘부터 특별관리를 더 빡세게 할 예정이다.
일단 나는 소혜까 샤워기라고 알려준 것부터 켰다.
"이걸.. 이렇게 하면"
끼릭 -
처음에는 차가운 물이 나오던 것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
평소 물을 퍼서 차가운 물로 씻던 그에게는 뜨거운 물이든 차가운 물이든 상관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뜨거운 물로 온몸을 씻으며 생각했다.
'아직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거는 멀었지만.. 갑자기 난 왜 이 세상에 떨어진 걸까?"
예고도 없이 찾아온 푸른색 게이트. 그것은 죽을 뻔한 나를 데리고 이 세계에 데려왔다.
'이 세계에선 던전에 들어가 다른 세계로 갔다는 사람은 못 봤으니 지금 당장은 괜찮겠지만..'
그것이 언제 또 나를 찾아와 본래 세계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하프 엘프를 노예 취급하며 곡괭이 질을 하는 그곳보다 이렇게 뜨거운 물을 받으며 몸을 씻는 지금.
어느 세계가 더 가치가 높은지 안 물어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몸을 빡빡 닦으며 몸을 타고 흐르는 물에는 검은 색깔이었다.
흐르는 물에 검은색이 늘면 늘수록 그의 몸은 반대로 점점 뽀얀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20분을 몸을 닦는 데 소비했을 때.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피부를 덮었던 거뭇거뭇한 피부는 모두 씻겨 내려가 하얀 속살을 내비치며 전과 대조적인 모습을 띄웠으며,
머리카락 역시 검은색깔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이 하얀색으로 도배되어 마치 천사가 구름 위에 얹은 듯했다.
나는 소혜가 가져다준 면도 도구의 사용법을 확인하며 거울을 마주 보고 수염을 깨끗이 깎기 시작했다.
사각 - 사각 -
점점 흰 색깔 수염이 사라지면서 등장하는 그의 턱.
인중에 조그맣게 자라나던 수염을 마저 깎았다.
그렇게 모든 수염을 깎고 머리카락은 손으로 한번 훅 올렸다.
그러자 완벽한 얼굴이 드러났다.
조금은 날카롭게 변한 눈매는 순둥순둥하던 그의 인상을 더욱 매력적으로 바뀌었고 높은 콧대나 수염 때문에 잘 알 수 없었던 빨간 입술까지.
시안 자신도 오랜만에 확인하는 자기 모습에 어렸을 때보다 훨씬 잘생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인들이라면 샤워 후 항상 거울을 확인하며 자기 턱선을 한 손으로 이리저리 흔들며 확인하는 필수 행동을 시안도 했다.
물론 까먹지 않고 내는 말 한마디.
"요놈 참 잘생겼네."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나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 정말로 이게 나인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사르륵 - 내려오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외모에 추가 포인트가 되었다.
자기 몸이 정말로 깨끗해졌다는 것을 확인한 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저기 오빠 다 씻었나요?"
"아, 다 씻었어."
샤워기가 나는 소리가 끝나자 귀신같이 찾아온 소혜.
"그럼 이거 가지고 몸을 닦으세요."
끼익 -
조그맣게 열린 틈으로 손만 딸랑 나와 수건을 건네주는 소혜.
난 그 손을 보고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륵 -
스치듯이 손을 약간 훑으며 수건을 잡고 말했다.
"아 고마워."
흠칫 떨면서 손을 빠르게 빼낸 소혜는 빠르게 문을 탁- 하고 닫았다. 그런 모습이 매우 귀여웠다.
아마 그녀로서는 이 문 건너편에 알몸으로 서 있는 남성의 나신을 무심코 생각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하고 있는데, 밖에서 문득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다녀올게!"
소혜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소혜가 밖으로 나간 건가?'
나는 그렇게 몸을 수건으로 쓱쓱 훑으며 머리도 대충 털털 말린 다음 허리에 수건을 묶고 화장실에서 나갔다.
회장실 밖으로 나가자 거실의 시원한 바람이 밀려들어 왔다.
나는 주변을 슥 훑어보고 소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 ..."
소진의 방 쪽에 느껴지는 기척.
아마 내 옷에 맞는 것을 고르느라 고민하는 듯했다.
"흠.."
솔직히 이 상태로 소파에 기대 가만히 있어도 되지만..
여긴 남녀역전 세계.
지금 내 상태는 상의와 하의에 아무것도 입지 않는 상태로 겨우 내 성기만 가리는 수건만 애처롭게 묶여있는 상태다.
'대충 내가 있던 세계라 생각하면 초특급미녀가 상의엔 브레지어만 하고 하반신엔 수건만 걸치고 거실에 있는 상황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라도 꼴리는 상황에 자신감이 미친 듯이 솟는 것을 느끼며 난 소진에게 특별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슬금슬금 발을 옮기며 소진의 방으로 향한 나는.
덜컥 -
빠르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소진아 옷.."
"..."
그러자 나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뇌가 정지된 듯 들고 있는 옷을 툭 떨어뜨리며 내 얼굴을 확인하는 소진.
그러면서 점점 아래를 빠르게 훑더니 다시 나의 얼굴로 되돌아왔다.
소진은 '누구세요?'라고 물어볼 만큼 달라진 나를 확인하면서도 이 세계에는 볼 수 없었던 알짜배기 근육이 꽉꽉 채워진 나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말이 없어진 것은 나도 마찬가지.
소진의 목 이래로 있어야 할 옷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무지막지한 계곡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두 방울을 바치고 있는 E컵 브래지어만을 제외하면 그녀의 상의는.
아무것도 없었다.
뽀얀 속살과 미친 듯이 큰 그 가슴을 보자 나는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홀린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꿀꺽-
침이 목을 크게 넘기는 듯한 소리는 누가 낸 것인가.
나는 침을 넘기면서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둘 모두 침을 삼켰다고.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아직 들어오라고 말하지 않은 소진을 뒤로한 채.
허락도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