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카앙 -! 카앙 -!
"어휴 시발.."
단순히 하프 엘프라는 이유로 엘프 사회에서 구박받으며 살아왔다.
각종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잡일까지.
엘프 사회의 계급은 하이 엘프 - 엘프 - 하프 엘프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하프 엘프는 인원으로 치기는커녕 노예로 부려진다.
실리안이라고 불리는 하프 엘프는 노예로 생활하고 있지만, 그는 모든 엘프들 중에서 꽤 특별했다.
왜냐하면 한때 실리안의 외모 때문에 엘프 사회가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실리안은 하이 엘프와 엘프의 관심을 이끌어서 수많은 질투를 받았다.
미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엘프 사회에서도 화자가 됐던 실리안의 외모를 보러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흰색의 머리. 오뚝한 코. 높은 콧대와 앵두 같은 입술.
처음에는 동글동글한 선한 눈이었지만 지금은 날카롭게 세워져 버린 눈매.
키는 182cm에 탄탄한 상체와 하체는 가히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국은 하프 엘프.
역대급으로 잘생긴 외모를 가져도 종족의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지금의 실리안은 현재 광산에 처박혀 있는 탓에 예전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어이! 실리안 제대로 일 안 하냐!"
찰싹 -! 찰싹 -!
"끄읍!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는 광산의 재 때문에 점점 검해지는 머리와 엘프는 잘 나지도 않는 수염이 점점 실리안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
한때 모두의 시선을 가로챈 하프 엘프지만 현재는 거적때기를 입고 열심히 광산에서 곡괭이를 휘두르는 자가 바로.
지금의 실리안이다.
"끄윽.."
과거의 영광을 생각할 틈도 없다. 뒤에서는 노예 감시관이 채찍을 들고 눈을 부릅뜬 상태니까 말이다.
실리안이 하는 일은 광산에서 곡괭이로 광물을 캐는 일.
간단해 보이지만, 하루에 15시간 일하고 점심 시간은 겨우 20분 남짓이다.
15시간을 좆뺑이 치고 얻는 것도 있다.
점심시간이 주어지는 감자 하나. 그것도 어린이 주먹만한 감자다.
'시발새끼들..'
일하는 환경도 구려. 복지혜택도 구려.
무엇하나 좋은 게 없는 일.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하루에 버는 일당은 고작 10 쿠퍼. 밥 한번 먹는데 2 쿠퍼, 숙박하는데 5 쿠퍼가 들어간다.
하루에 밥 세 번은커녕 한 번 먹으면서 일해야지 겨우 3 쿠퍼 씩 버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병신같지.'
내가 돈을 벌고 있는 건가 아니면 봉사를 하러 여기에 온 건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아마 우리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절반은 저 노예 감시관이 쪽쪽 빨아먹고 있지 않을까.
'그나마 공짜 음식을 하나 더 먹는다는 게 다행인가..'
대충 주머니에 쑤셔놓았던 어린이 감자.
조금씩 야금야금 베어 물며 침과 함께 꿀꺽 삼키는 것.
놀랍게도 15년 동안 일하면서 배운 꿀팁이다.
카앙 -! 카앙 -!
곡괭이를 휘두르는 게 점점 익숙해지는 이 좆같은 기분.
하프 엘프로 태어나 고된 노동을 시작한 지 이 땅에 발붙이고 15년.
현재 내 나이는 23살이니까 8살 때부터 이런 병신같은 짓거리를 맡아왔다.
어렸을 때에는 무예면 무예, 마나면 마나, 그리고 특출난 외모까지.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던 시안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변해버리고 만건지.
누가 그의 과거사를 들었을 때 말로만 듣던 '용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지금은 성검을 드는 용사는커녕 곡괭이만 높이 드는 광부 한 마리다.
'시발.. 여기서 곡괭이만 휘두르다가 뒤질 수는 없지."
나라고 해서 이런 지옥 같은 환경에 거주하려고 하지 않았다.
당연히 탈출하기 위해 별별 짓거리를 다 했다.
경비병에게 뇌물을 먹여 본다든가 정말 뒤진 것처럼 시체 연기도 하기도 하고 울고불고 빌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하나같이 비웃고 나를 조롱거리로 삼으면서 술안주로 씹어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역시 탈출밖에 없나...'
사실 탈출 시도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엘프다.
나무 꼭대기에 서서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수백 미터는 될법한 거리를 꿰뚫는 눈.
극도로 발달한 청각인 귀는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도 탐지한다.
매우 발달한 귀는 대부분의 엘프가 귀를 성감대로 가질 수 있었다.
눈과 귀가 좋은 엘프. 당연히 추적에도 능한 전문적인 사냥꾼들이다.
탈출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화살이 날아와 내 뒤통수에 무자비하게 화살이 꽂힐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라면 괜찮다. 아니 탈출하기 위해서는 괜찮아야만 한다.
'분명히 이 시기에는 엘프의 대족장이 방문한다고 했지..'
하프 엘프 경력 23년. 곡괭이질만 한 게 아니다. 대가리도 열심히 굴렸다.
'오늘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웠는지.. 오늘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나도 차별받지 않는 도시로 가서 나를 사랑하는 예쁜 아내와 아내 닮은 딸 아이 하나 키워서 오순도순 살고..'
실리안이 원하는 것은 남들이 보기엔 하찮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이런 노예 생활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더욱 나았다.
그리고 곡괭이질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
"흐읏.. 밖에서는 만지지 말라니깐.."
"미안.. 하지만 이렇게 쫑긋 세우면 만질 수밖에 없잖아."
껄떡 -
하프 엘프라는 이름과 달리 거대한 성욕 덩어리인 아랫도리가 맥동치는 것을 느꼈다.
풀 발기 19cm.
자랑스러운 두께와 함께 단단함까지.
자랑스러운 내 아들은 그 크기에 걸맞게 알맞은 성욕을 품고 있었지만.. 풀어 줄 여자 하나 없어서 아름다운 풀숲에 흩뿌리는 신세다.
하루 최소 5번. 내가 대자연에게 신세를 지는 횟수다. 솔직히 5번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성욕이지만 그 이상하는건 대자연에 대한 실례다.
하지만 더는 대자연이 아닌 나를 위한 여자를, 나만을 봐라줄 여자에게 뿌릴 것이다.
오늘을 위해 5년 동안 박박 이를 갈며 준비한 탈출 계획.
'오늘은 100년 만에 대족장이 오는 날.. 경비가 그만큼 대족장에게 몰리고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극도로 치솟는 날이기도 하지.'
즉 나한테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거다.
그렇게 탈출에 대한 계획을 머리 속으로 짜고 있는 중.
"이 멍청한 자식아! 오늘따라 왜 그래! 대족장님에게 미움받고 싶어서 그런 거냐? 엉?"
찰싹 -! 찰싹 -!
"크읏!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자꾸만 옆에서 채찍질하는 노예 감시관.
카앙 -! 카앙 -!
대충대충 일하는 애들만 집요하게 패자 그 모습이 무서워 나머지 노예들은 더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나는 내 곡괭이를 하늘 높이 올려 철광석을 찍는 게 아니라 노예 감시관의 머리를 찍고 싶었지만 참았다.
좆같지만 어쩔 수 없다. 저 새끼도 오늘은 대족장이 오기 때문에 예민한 날일 테니까.
그것을 알기에 오늘의 노예 감시관의 예민함이 피부를 찌른다. 아니 실제로 찌르고 있다. 채찍으로.
탈출 계획을 이행하는 것은 오늘 저녁. 대족장이 저녁 식사에 술을 마실 때 난동을 피우는 그때가 기회다.
그때를 위해 다시 잡생각을 지우며 체력을 위해 노예 감시관 눈을 피하며 일하기 시작했다.
*
"위대한 엘프, 지혜의 대족장 데이브루크님께서 입장하십니다! "
저 멀리서 대족장이 들어온다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왔나..'
대족장이 왔다는 소리에 노예 감시관이 고개를 틀었다.
"오, 100년 만의 대족장님의 귀환인 건가..! 됐다! 어이 노예 놈들! 오늘 일은 여기까지다. 각자 마무리 짓고 내일 6시까지 집합이다!"
노예 감시관은 기운이 넘치는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알렸다.
그리고 내일 보자는 좆같은 말만 남기고 도망치듯이 빠져나간다.
나는 그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탱글탱글하고 예쁜 여자도 아니고 다 늙어빠진 늙은 노인 하나 보겠다고 저리 달려가는 건지..'
투욱-
나와 같은 노예들이 땀을 뻘뻘 흘려대며 죽을 것처럼 숨을 내몰았다.
실제로 그들은 한계까지 몰려 있을 것이다.
대족장을 만나겠다고 일을 최대한 빨리 끝 맞추기 위해 달달 볶고 볶아서 원래 일을 끝내는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하지만 나는 오늘 탈출하기 위해 아껴놓은 체력이 있다.
'사실은 이것도 간당간당 하지만.. 밖으로 탈출하기 위한 체력쯤이야.. 이 정도면 충분하다.'
초반에 집중적으로 맞다가 정신 차렸다는 제스처를 하듯 중간까지 빡세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자 혀를 차고 다른 노예들을 패러 간 노예 감시관.
물론 나는 그 뒤로 존나 설렁설렁 일을 했다.
다른 노예들은 자기 곡괭이를 잘 수거해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신분은 노예다.
그들에게 있어 곡괭이 또한 재산의 일부이며 잃어버리면 곡괭이의 값어치만큼 더 거세게 일을 시키고 그만큼 일당에서 깐다.
곡괭이의 가격은.. 내가 알던 곡괭이가 맞는 의심될 정도로 올려쳐 버리더라.
그렇게 하나둘 곡괭이를 가지고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곡괭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밖에 나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곡괭이 하나 달고 밖에서 대가리 찍을 것도 아닌데 들고 다닐 필요는 없지.'
체력을 아끼기 위해 곡괭이를 버리고 달아나는 것이 더 편하리라.
'좋아 이 상태로 외곽 쪽 경비가 허술한 곳을 중점으로 눈치를 보자.'
이날을 위한 탈출 계획을 무려 5년을 갈아 넣었다.
한 번밖에 없는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열심히 몸을 놀려 주위를 경계하며 경비가 허술한 지역으로 간다.
그늘지고 좁은 골목길 사이를 지나 외곽으로 간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츄릅.. 츄르릅..."
"하아.. 멜리나.. 츄릅.."
여기가 가장 경비가 허술한 지역이다.
이 둘은 경비병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연애하고 있다.
추잡한 소리를 내며 키스를 하는 둘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아주 눈에서 꿀이 떨어지겠구만..'
둘의 애정행각을 잠시 지켜보다가 그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쪽으로 은밀하게 발을 옮겼다.
여기서 잠시 대기하다가 대족장이 술주정 부리는 그때.
그리고 저 둘의 애정행각 중 서로 귀를 매만지는 그 순간이 가장 탈출하기 좋은 시간이다.
엘프의 애정 행각에는 당연 귀를 빼먹을 수 없다.
엘프의 가장 민감한 부위기도 한 귀는 서로 매만져 주는 것으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난 당연히 엘프는커녕 하프 엘프의 귀도 못 만져 봤고..'
15시간 씩 일하며 곡괭이질을 하는 광산에서 일하는 여자 하프 엘프가 어딨겠는가.
그냥 누워서 다리만 벌리면 되는 일하면 되는 것을.
'하.. 진짜 나도 서러워서 밖에 나가면 꼭 나를 사랑해 주는 여자와 결혼할 거야.. 절대로..'
이런저런 잡생각과 각오를 다짐하는 그때.
쨍그랑 -
"좋구나! 술! 이 술을 더 가져오너라! 하하하!"
엘프는커녕 드워프인지 헷갈리는 말을 들으며 지금이 적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한참 연애 중인 경비병들은 서로 몸을 겹치며 나무에 기댄 채 서로의 귀를 매만져 주며 눈을 감고 키스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조심스럽게 발을 놀리며 살금살금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무에 교묘하게 가려진 사각지대를 지나 그들이 눈을 반개한다면 반드시 마주칠 거리.
두근 - 두근 -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길 위해 고생하며 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츄릅.. 츄르릅.."
"카닐.. 읏.. 여기서 하게..?"
그들도 오늘 순찰하는 경비보다 대족장을 지키는 경비원들이 더 많은 것을 아는지 진도를 더 빼고 있었다.
사사삭 ㅡ
조심스럽게 자리를 빠져나가고 있는 그때.
팍!
"읏!"
내 뒤통수를 교묘하게 가려주는 나무에 화살이 박힌 소리가 들렸다.
'시발, 좆됐다.'
팍!
나는 들켰음을 안 순간 바로 자리를 박차 달려가기 시작했다.
"멜리나! 탈출! 하프 엘프가 탈출한다!!"
"어..어? 탈..탈출?"
아직도 키스의 여운에 정신이 어벙한 여자 엘프 경비원을 뒤로한 채 나무에 올라가기 시작한 남자 엘프 경비원.
'젠장.. 너무 성급했나? 분명 두 명 다 눈을 감고 귀를 매만지고 있었을 텐데."
슛 슈슛-!
뒤에서 잇따라 화살이 날아오는 걸 넘어지듯이 피하며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내서 달려갔다.
하지만 15시간씩 일하며 지쳐 있는 그는 아무리 광산에서 일해 늘어난 체력이라도 속도가 점점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슛-!
"큭..!"
위협적으로 얼굴을 스치며 날아오는 화살에 하나 둘씩 상처가 생겨났다.
어느새 정신 차리고 뒤따라온 건지 여자 엘프 경비원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정면에서 화살을 쏘고 있었다.
단숨에 죽이겠다는 의지의 표출인지 특히 내 얼굴에는 피가 나기 시작해 두 눈이 붉게 변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곡괭이질만 하다 여자 한 명 안지 못하고 뒤지는 인생이라고? 시발 그건 억울해서 못 뒤져.'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초인적인 의지를 내보이며 붉게 물든 눈으로 사방을 훑으며 탈출구를 찾아다녔다.
우웅 -
슛 -!
'뭐지..? 방금 화살 날아오는 소리 말고 뭔가가..'
극도로 예민해진 내 청각은 무언가를 감지했지만 차마 신경 쓸 여유 없이 무작정 달리길 시작했다.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숨을 뱉고 마실 때마다 폐가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투욱.. 툭..
이제는 뛴다는 것보단 걷는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나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채 피로 물들어진 얼굴과 몸을 이끌었다.
털썩 -
더는 걸을 힘도 없다.
사실 그의 몸은 이미 걷는다는 행위가 힘들 정도의 체력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봤다면 대체 어떻게 서 있는 건지 경악할 정도였다.
나는 실패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미친 듯이 뛰고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사방에서 오는 화살에 경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건 너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힘들었다.
"젠장.."
터벅터벅
"에이.. 한창 좋았을 때에 웬 노예가 탈출을 해. 주제를 모르는 건가?"
"그니까 말이야. 이제 재미도 다 봤으니까 죽일까? 나 빨리 다시 하고 싶어.. 자기랑.."
나는 분명 내가 신경 써서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시선에는 내 움직임이 형편없었나 보다. 일부러 죽이지 않고 재미를 봤다는 건 여유를 뒀다는 뜻이니까.
'어쩐지 중간부터 화살이 날아오지 않더니..'
"츕.. 하.. 사랑해 멜리나"
"나도 사랑해 자기야..♡"
뒤질 때도 남의 애정행각을 지켜보면서 뒤져야 하는 인생인가.
그냥 이렇게 뒤질 바에 저 남자 경비원 자지를 쓰지 못하게 물어뜯기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우웅 -
다시 한번 들리는 소리.
"자기야. 이제 빨리 죽이고 돌아가자. 이러다가 늦겠어."
"그래. 돌아갈 때쯤이면 아마 다들 술을 먹거나 대족장님을 보느라.."
그들이 뭐라 뭐라 말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내 귀에는 우웅 거리는 소리만 점점 커졌다
그 순간 -
번쩍 -!
"읏, 뭐야!"
내 눈앞에는 번쩍이며 푸른색 빛을 내뿜는 광활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기에게 들어오라는 듯이 빙글빙글 돌며 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지만 나는 무언가 홀린 것처럼 그 포탈에 천천히 손을 들어내 손을 그 안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아직도 눈을 가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두 경비원을 뒤로한 채 나는.
그렇게 남녀역전 세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