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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376화 (37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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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니에가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건 드라이언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침을 질질 흘리면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뱃속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것으로 보아 안에서 뭔가와 싸우고 있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설마 싶어 드라이언은 스캔을 통해서 페르니에의 몸속을 한번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페르니에의 몸속에서 630레벨의 한 플레이어가 감지되었다.

"서,설마?!"

"아무래도 그 설마가 맞는것 같습니다 로드!"

곁에 있던 이리우스도 스캔을 통해 뱃속에 있는 사내의 정체를 파악할수있었다. 630레벨을 달성한 이는 넘버원 내에서 헨리밖에 없다.

게다가 뱃속에 빨려들어간것도 헨리 혼자였다.

"주인이 뱃속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좋다! 이 기회에 페르니에를 죽여 없애자!"

이리우스가 위축되어 있는 인간들을 보며 소리를 고래고래 내질렀다.

"제국의 용사 헨리는 죽지 않았다. 페르니에의 몸속에 잠입해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페르니에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것도 다 그때문이다!

모두 총공격을 해라! 그렇다면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수 있다!!"

"제,제국의 용사가 잡아 먹힌거 아니었어!?"

"서,설마!?"

"이보게들 드래곤들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게다가 눈앞에서 페르니에게 저렇게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지 않나?

아무래도 그말이 사실인것 같아!"

"와아아!!! 용사가 살아있다!!"

"페르니에를 무찌르자 와아아!!!"

용사가 살아있다는 말에 사기가 오른 인간들은 누워서 골골 거리고 있는 페르니에를 향해 총 돌격을 감행했고,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도 드래곤들과 합세해 그녀에게 마법을 발사했다. 페르니에가 막아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안에서 계속 공격해오는 헨리 때문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드래곤 스케일은 단단하다. 강철보다 단단하고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강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페르니에의 내장기관은 인간들의 그것만큼이나 야들야들하다. 그런 기관들을 오러블레이드가 파괴하고 있으니 실로 죽을 맛이었다.

그 시각 페르니에의 위장속에 있던 헨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Hp가 지속되는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가지고 왔던 물약들을 이미 모두 소진한 상태다.

HP는 계속 줄어들어만 갔다. 앞으로는 1분도 버티기 힘들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태미너가 바닥이 날때까지 검을 휘둘렀다.

조금이라도 더 그녀에게 데미지를 줄 요량이었다.

헨리 본인은 살아날수 없다.

부활을 익힌다면 모를까, 아직 부활스킬을 익히지도 못했다.

마지막 싸움. 마지막 전투다. 자신이 죽더라도 페르니에만큼은 같이 저승길로 데려가야만 했다.

이윽고,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괴룡 페르니에의 위산이 흘러 내리면서 플레이어 헨리님의 HP가 지속적으로 들어듭니다.]

[HP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독데미지로 인해 HP가 지속적으로 감소됩니다.]

[HP가 1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위험하니…]

안내멘트가 채 이어지기도 전이었다.

[괴룡 <페르니에>에게 격살당하셨습니다.]

[아이템 <카이오의 장검>을 드랍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00퍼센트 잃으셨습니다.]

[사망패널티로 인해 영구적으로 계정이 제한 됩니다.]

[사망한 캐릭터는 [성황당]으로 이동됩니다.]

[사망한 캐릭터는 성황당에서만 활동하실수 있습니다.]

[성황당에서 부활 사용시 다시 플레이 하실수 있습니다.]

[계정 24시간 이용 불가능해집니다. 세컨아이디도 24시간뒤에 사용가능해집니다.]

세컨 패널티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것만 없었더라도 레오로 가서 다시 전쟁에 참여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어쩔수 없었다. 조용히 캡슐을 빠져나갔다.

카톡으로 전황을 묻고 싶었지만, 한창 전쟁중인 녀석들이 카톡을 볼리만무했다. 이제는 전쟁이 어떻게 지속되고,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기다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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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모든 소식을 들을수 있었다. 역시나 가장 먼저 연락을 해주는 녀석은 페이였다. 녀석이 기뻐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이어 윤지와 윤정이 넘버원 길드원들과 아영이에게도 연락이 왔다. 들려온 소식은 하나같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간추린 소식뿐.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르며 죽기 직전까지 크나큰 상처를 입힌 헨리 덕분에 괴룡 페르니에는 거진 초죽음이 되어버렸고, 그틈에 드래곤 로드 드라이 언이 총공세를 펼쳤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들과 드래곤 종족, 나아가 종족의 수장들의 연합에 의해 페르니에가 죽었다는것이 마지막 말이었다약간은 허무하기도 했고, 헨리를 플레이 하다가 죽어서 그 끝을 못봤다는게 조금 아쉽기도 했다.

뭐랄까..? 많이 허무하다고 해야할까? 마지막 스테이지를 남겨놓고 주인공이 죽은 그런 느낌이 물씬 들었다. 아무래도 난 주인공이 아닌듯 싶다.

주인공이었다면 마지막까지 장렬하게 싸우다가 승리 했을텐데 말이다.

2년동안 넘버원 세상을 지배했던 오딘과, 한때나마 강력한 세력을 구축해넘버원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릴리스도 모두 죽어버렸다. 그리고 새로 등장한 끝판왕 페르니에도 죽었다. 전쟁의 여파로 블랙드래곤을 비롯해수많은 드래곤들이 죽었고, 대천사 카이오도 죽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헨리를 플레이한 나도 죽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자친구와 못다했던 데이트도 즐길수 있게 되었고, 마침 기일이 얼마남지 않은 부모님의 산소에도 다녀갈 시간적 여유가 생겨났기 때문이다정든 NPC들이 죽었기 때문에 두번다시 볼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슬프거나 그렇진 않았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뒤엔 다신 만남이 있을테니까.. 아마도.. 다음번에는 또다른 NPC들과 만나서 친목을 다지고 또다시 헤어지고를 반복할것 같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템을 드랍당해서 슬프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대천사 카이오의 장검은 수억원에 가치가 있는 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온갖 욕을 했을텐데.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2년동안 넘버원을 하면서 조그마한 변화가 생긴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해본다.

//

한달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어느덧 내일이 벌써 개강날이 되었다.

이젠 2학년이 되는 셈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위해 막 침대에 누우려고 할때였다.

난데없이 핸드폰 소리가 울린다.

[형!! 형형형형!!]

페이에게 연락이 왔다. 뭐가 그리 급한지 형소리만 다섯번을 지껄이고 있는 페이녀석..

[왜 그렇게 재촉하고 난리야 임마!?]

[형 아영이 누나가 부활스킬 배웠대요! 부활말이에요 부활!!

이제 더이상 레오로 하지 않아도 돼요! 내일부터 제국의 용사 헨리로 다시 플레이할수 있다고요!]

한달동안 레오로 헨리역할을 대신했다.

레드 길드마스터 유레카와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까지 알고 있는 사실이라소문은 기세좋게 넘버원 유저들에게 번져버렸다. 몇몇 인사들은 믿을수 없다는듯 고개를 도리질치기 일쑤였고, 개중에는 그런 사악한놈과 같이 할 뜻이 없다며 전쟁을 선포하는 길드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이 비호를 해주는 몸이었다.

그들은 곧바로 태도를 바꾸고 말았다. 그렇게, 레오의 해프닝은 거기에서 일단락이 되었다. 그리고 한달동안 부활스킬을 배우기 위해서 의술을 연마하던중 의술레벨이 가장 높았던 아영이가 의술 레벨 100을 찍는데 성공했다아마도 이같은 소식을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페이가 연락을 한 모양이다아! 참고로 말하자면 현재 페이와 아영이는 사귀고 있는 중이다.

정확히 보름전에 고백하면서 사귀게 된건데, 자세한건 잘 모르겠다.

헨리로 오랜만에 넘버원에 접속해보았다.

접속을 하자마자 어두컴컴한 성황당의 모습이 보였는데 거기에서 하얀빛무리와 함께 생명수가 떨어지면서 화면이 밝게 비춰졌다.

아영이가 시전한 부활스킬 덕분에 다시금 살아나는데 성공한 것이다.

헨리가 일어서자 주위에 있던 길드원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좋아라 했고, 곁에 있던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과 종족의 수장들도 한결같이 기뻐하며 미소지었다. 거기에는 그동안 헨리와 동고동락했던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도 함께 있었다.

녀석은 오랜만에 본 헨리가 반가웠던지 많은 이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덥석 헨리를 껴안았다.

"야 챙피하게 왜 이지랄이야?"

"흑 주인 너무 보고 싶었다!"

"레오로 많이 봐놓고 왜이래? 징그러!"

이토록 ㅤㅂㅞㄺ구가 꼴값을 떠는걸 보면...레오와 헨리의 느낌이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

"예? 절더러 라이올라를 비롯해 로드께서 운영하는 영지를 모두 다스리라는 소립니까?"

"그렇네."

"어,어째서입니까? 그리고 저에게 이런 부탁을 하시는 연유가 도대체.."

"사실 나를 비롯해 드래곤종족원들은 그동안 많은 전쟁을 치뤄왔다네.

자네들과는 달리 드래곤들은 마나를 많이 소모하면 또다시 마나를 채워야하고 일정기간동안 수면상태에 들어가야하지. 그렇게 해야 몸을 유지할수가 있기 때문일세. 우리들은 지쳤네. 솔직히 말해서 쉬고 싶은것이 사실일세. 마침 괴룡 페르니에와 마룡 릴리스, 그리고 자네를 위협한 마스터 오딘도 죽어있는 상태가 아닌가? 더군다나 오딘길드원의 대부분이 오딘을 버리고 자네에게 붙어버린만큼 자네를 위협할만한 대상은 그 누구도 없다네. 넘버원의 황제 베르니카 3세와 각 종족의 수장들도 모두 자네를 존경하고 있지. 그러니 자네는 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게나.

부디 나대신 영지를 지켜주게. 넘버원 전역을 말일세."

"부탁하네 헨리!"

"용사님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넘버원 세계는 용사님이 다스려야 합니다!"

종족의 수장들은 한명도 반대하지 않고 헨리에게 수장자리를 맡기는데 찬동했다. 천계의 여신들도 마찬가지였고, 수호룡 이리우스 또한 헨리에게 넘버원 전역을 위임하면서 맡아줄것을 간곡히 청했고, 헨리는 마지못해그들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명실상부 넘버원 세계의 1인자가 되었다.

그는 1인자 자리에 오르자마자 부활 스킬을 모두 익히는데 주력했다.

죽은 오딘과 그 일파도 살릴 생각이었다. 몇몇 간부들이 반대했지만, 그들도 엄연히 넘버원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다.

게다가 넘버원을 완전히 장악한만큼 이제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때였다.

언제까지 독하게 살순 없다. 그렇게만 한다면 정치에 반대하는 반대파들이 나타날것이고, 또다시 전쟁으로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자명했다.

"자네가, 나를 살려주다니. 정말 뜻밖이로군.."

오딘을 살려낸 이는 다름아닌 헨리였다.

의술을 통해 부활스킬을 배우고 직접 오딘을 살려낸 것이다.

오딘은 한편으로는 심사가 매우 복잡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욕심을 부렸던 과거를 반성할수 있게 되어 기분이 상쾌하기도 했다.

만약 보스레이드에 욕심을 내지 않고, 길드원들에게 더 잘했다면 이런 불상사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살겠네. 아주 조용히 은둔하면서 때론 장사나 하며 조용히 살겠네. 그러니 날 경계하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원하는대로 하십시오 오딘님."

그말과 함께 오딘은 엠틀란트 성을 떠나버렸고, 헨리는 그 이후 두번 다시 오딘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오딘의 오른팔이던 오스카는 완전히 넘버원을 떠나버렸다.

그의 군사 제이든은 헨리의 권유아래 헨리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헨리는 제이든 뿐만 아니라 기존 오딘 길드에서 이름을 날렸던 마스터들과 간부들, 그리고 군사들을 대대적으로 소집하여 각각의 성에 배치시켰다.

다스릴 땅은 많은데 간부들이 부족하니 그렇게 해서라도 간부들을 충당시킬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넘버원 세계는 7개월간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고 새로운 지도자 헨리의 아래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바야흐로 헨리의 세상이었다. 넘버원 헨리의 세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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