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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367화 (36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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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견고한 요새였다. 높이만 해도 대략 30여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요새의 이름은 베이른 요새로, 현재 오딘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유레카라는 길드마스터가 그 주인이었다.

유레카는 그 옛날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 원정대를 이끈 장본인중 한사람이었다. 풍월길드의 길드마스터를 비롯해 몇몇길드와 연합하여 아르키우스 레이드를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아르키우스의 힘에 밀려 패퇴를 하고 말았고, 설상가상으로 레오의 뒤치기까지 이어져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는 그 이후 길드연합에서 탈퇴한뒤 카오틱 수치를 풀면서 오딘길드에 몸을 옮겼다. 다행히 오딘이 그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그는 쉽게 오딘길드에 들어갈수 있었고, 오딘의 총애를 받으며 꾸준히 성장을 해나갔다.

공도 많이 세웠다. 대마왕 루시퍼전쟁에서 수많은 마족들을 때려잡았고, 마룡 릴리스와의 전투,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과의 전투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워 그 공로로 이곳 베이른 요새의 주인이 될수 있었다.

베이른 요새는 오로지 방어만을 목적으로 세워둔 요새였다.

거점으로 삼고 있는 엠틀란트는 엘프의 숲과 매우 가까워 시도때도 없이 드라이언의 군사들과 마주치곤 했는데 오딘은 엠틀란트가 엘프의 숲과 가까운것이 사뭇 걱정이 되어 요새를 쌓은뒤 그 요새를 유레카에게 맡겼다.

제법 머리가 뛰어나고 판세를 읽는 능력이 있었기에 유레카는 비교적 수월하게 베이른 요새의 방어를 잘 이행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도 그는 한창 회의를 거듭하면서 어떻게 하면 방어를 더 효과적으로 해내고, 드라이언의 공격을 무력화 시킬수 있을지 의논 하는 중이었다.

소운과 레오나를 비롯해 넘버원 초창기부터 그를 따라온 그들도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요새 주변에 호를 넓게 파서 놈들이 근접전을 펼치지 못하게끔 만반의 대비를 갖추었어요."

"목책도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접근 못할겁니다.

문제는 드래곤들의 고공폭격인데, 하늘을 나는 드래곤들을 저격하기 위해강철 화살을 장전할수 있는 석궁과 연노를 많이 준비해뒀습니다.

드래곤 스케일을 꿰뚫지는 못하겠지만 상처를 입힐수는 있을겁니다."

연노와 석궁은 벌목술의 레벨과 목공술의 레벨이 마스터가 되어야 사용할수있는 고급 능력들이다. 그 능력을 마스터하려면 최소 3개월간은 꼬박 목공과 벌목만 해야했기에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잘알수 있는 대목이었다. 유레카가 싱긋 웃으며 그들을 격려했다.

"그래 정말 수고했다. 오딘 마스터께서도 우리들의 고생을 잘 알아 주실것이다."

나름대로 격려를 하고자 그렇게 말을 한거였지만, 오딘의 이름이 오르자 곁에 있던 레오나와 소운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 둘은 초창기부터 유레카를 따라온 지인중에 지인이었다.

며칠전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의술이라는 새로운 능력이 생겼다.

오딘은 몇몇 길드 마스터들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의술레벨을 마스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중이었다. 사실상 의술이 등장하면서 부활이라는 신규 기술이 도입되었다. 부활만 있다면 일종의 보험효과를 가져올수 있는 지라, 모든 길드원들은 의술 레벨을 마스터하길 갈망했다.

유레카와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딘은 유레카에게 이곳 베이른 요새를 덜컥 맡겨 버렸다.

말이 좋아서 총애를 한다는것 뿐이지. 사실 오딘은 유레카의 호전적인 성격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신규가입을 했을때는 넘버원 세계가 전쟁의 여파속에 미치고 있어 그의 호전적인 성깔머리가 무척이나 필요했지만지금은 아니었다.

잦은 의견 충돌로 인해 오딘은 그를 한껏 경계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유레카는 한때 카오틱 길드를 운영했던 전례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존부터 오딘을 보필하던 몇몇 길드마스터들은 그의 옛전과를 거론하면서 오딘과 이간질을 시키기도 했고, 오딘은 그때마다 유레카를 경계하는 빛을 띄었다. 말이 동맹관계일 뿐이었고, 허울좋은 요새의 주인일뿐이지. 사실상 수도인 엠틀란트에서 쫓겨난것과 다름없는 처사였다.

2년동안 넘버원을 하면서 잔뼈가 굵어있던 소운과 레오나가 그것을 모를리없었다.

"오딘 얘기가 나와서 하는말인데 우리도 이참에 의술을 시작해봐요 오빠.

막말로 오딘 그놈이 의술을 익힐동안 우리더러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을 방어하라는 속셈이잖아요?"

"오딘은 매우 간사하고 영악한 인물입니다. 혹 부활 스킬을 배우고 나면 우리들을 제거하려 할수도 있습니다 마스터."

"오딘과 마스터의 관계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오딘의 개처럼 움직이지 마십시오"

유레카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오딘이 자신을 마뜩치 않아 한다는것을.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할래야 할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패치전이었다면 생각할것도 없이 발을 뺐을것이다.

하지만 패치가 이루어지고 죽음 패널티가 생겨 버렸기 때문에 회색자리는 들어설 공간 자체가 없게 되었다.

회색.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색깔이다. 즉 중립을 의미하는 말인데, 한창 삼파전이 발발하고 있는 이 마당에 중립선언을 했다가는 어느 한쪽의 침공을 받기 딱 좋다.

"차라리 제국의 용사 편에 드는건 어떻습니까 마스터?"

"지금와서 오딘을 배신할수도 없다."

유레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딘을 배신하고 제국의 용사 헨리에게 갈만한 명분이 없었다.

제국의 용사 헨리를 적대시하면서 드라이언의 부하들을 수없이 많이 죽인그였다. 항복을 하러 갔다가 되례 죽임을 당할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움직일수 없었다.

무엇보다 현재 추세는 오딘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방향이었다. NPC들과 달리 오딘은 대부분 플레이어로 구상되어 있어 왠만하면 모두 부활 스킬을 익힐수 있다.

지금 중요한것은 시간을 버는일 뿐이다.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오딘이 넘버원을 통일할수 있게 된다.

"오딘을 배신하고 제국의 용사 진영으로 간다고 해도, 나와 제국의 용사힘만으로는 절대 오딘을 깨부술수 없다."

"마룡 릴리스가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요. 그것 때문에 드라이언도 쉽게 선제공격을 하진 못할겁니다. 뒤치기가 무서워서라도 말입니다."

"혹 마룡과 드라이언이 손을 잡고 오딘을 적대시한다면 모를까.

독단적으로 공격한다면 오딘에게 되례 역공을 당할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에요. 만약에. 정말 만약에 오딘과 드라이언이 동맹을 맺고 오딘을 쳐 없앤다면, 그땐 오빠 어떻게 할거에요?"

"그렇다면 굳이 오딘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겠어?

하지만 그럴일은 절대 없을거야. 마룡 릴리스의 어머니 페르니에가 드라이 언이 이끄는 드래곤들에게 죽음을 당했는데 철천지 원수 녀석과 동맹을 맺을 자식이 어디있겠어? 안그래?"

"하긴 그렇기도 하겠군요."

똑똑.

한창 길드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문득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그와동시에 문이 열리면 전령 하나가 급히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령이 숨을 헐떡이며 보고를 올렸다.

"마스터. 요새밖에서 레오라는 인물이 마스터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뭣이!? 레오가?"

레오라는 말에 좌중이 술렁거렸다.

레오가 어떤 인물인가? 넘버원 제일의 카오틱 플레이어며 그에게 걸린 현상금만 해도 수억에 달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그가 단신으로 이곳베이른 요새에 찾아왔다는것이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유레카가 더듬거리며 다시한번 물어보았지만, 전령은 틀림없이 레오라고 말했다. 유레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이 도대체 무슨 용무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얼른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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