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66 회: 12권 -- >
"릴리스가 꽤나 고심을 하고 있겠군."
레어안에서 헨리와 단둘이 마주하고 있던 드라이언이 조용히 뇌까렸다.
헨리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마계로 돌아가는일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아마 골치꽤나 썩고 있겠지요
"자네도 참 어지간하군. 릴리스는 아무나 쉽게 만나주지 않는데 어떻게 릴리스를 만나고 그러한 협상을 갖은건가?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군허허허."
레오의 정체를 까발릴까도 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헨리는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대충 둘러대기만 했다.
"운이좋게 만날수 있었지요. 좌우지간 곧 릴리스에게 답변이 올겁니다.
오늘이 바로 약속한 마지막날이니까요."
릴리스에게 삼일의 시간을 주었다. 수뇌부들과 회의할 시간을 양보해준것이다. 이에 릴리스는 3일간 생각을 해보고 드라이언에게 답장을 보내겠다고 손수 말했다.
"과연 릴리스가 우리들의 제안을 들어줄지 모르겠군."
"대마왕 루시퍼와는 달리 마룡 릴리스는 인간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눈초리였습니다. 단지 어머니 페르니에를 살리기 위해 저런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이죠. 아마도 구미가 당길겁니다."
헨리는 릴리스에게 이러한 제안을 건넸다.
첫째. 드래곤볼을 모조리 건네주면 마룡 페르니에를 살려주는 대신 마왕군단을 모조리 이끌고 마계로 돌아가줄것.
둘째. 마계로 돌아간다면 이후 500년동안 절대 인간계에 침공하지 않을것셋째. 오딘을 함께 공격해 전멸시켜줄것.
이 세가지만 들어준다면 드래곤볼 여섯개를 전부 넘겨줄 생각이었다.
헨리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남은시간은 기껏해야 3시간.
이제 세시간 안에 릴리스의 답변이 날아올것이다.
릴리스가 어떻게 행동해주느냐에 따라 넘버원의 판세가 확연히 달라지기에 헨리도 적잖이 긴장한듯 했다.
한편 그시각 마룡 릴리스는 여러 수뇌부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왠만한 일들은 혼자서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그녀였지만 이번일만큼은 사안이 사안인터라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것이 무리였다.
마음같아선 단박에 드래곤볼을 받고 어머니를 살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만약이란게 있었다.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이 딴마음을 품고 계책을 베풀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달전에도 오딘이 파루스 왕국을 빼앗을때 계책을 베푼적이 있었던터라마룡 릴리스는 드라이언이 생각보다 교묘하고 치밀하다는것을 단박에 파악할수 있었다.
"제가 헤아려보건데 아무래도 계략 같지는 않습니다 여왕님."
제일먼저 입을 연것은 흑마법사 다오였다. 마룡 릴리스의 오른팔이자 그의 머리역할을 맡고 있는 그가 계략이 아니라고 하니 마룡 릴리스는 문득 궁금증이 치밀었다.
"넌 어째서 그렇게 확신을 하는거지?"
"현재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플레이어 오딘이 이끌고 있는 세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합니다. 더욱이 새로나온 의술이라는 능력 때문에 그것을 배우는데 혈안이 되어있지요. 의술을 마스터하게 되면 부활능력이 새로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그건 알고 있어. 그런데 의술이랑 드라이언이랑 무슨관계인데?"
"오딘이 데리고 있는 병력은 거진 플레이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이언이 데리고 있는 병력은 거의가 NPC들. 종족의 수장들입니다플레이어들은 의술을 배울수 있으나 NPC들은 의술을 배울수가 없지요.
의술을 익혀 부활을 배운 적과 싸운다면 제 아무리 드라이언이라고 해도 어찌 오딘을 이길수 있겠습니까?"
들어보니 백번 옳은말이라 릴리스도 어느정도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그렇다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선제공격을 취해야한다?? 이말이구나?"
"바로 그렇습니다. 시간을 주면 줄수록 유리해지는건 오딘일테니까요.
드라이언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여왕님께 동맹을 청한 겁니다.
자신의 군대로 싸운다면 피해가 막심해질것을 우려한것이지요."
"흐음."
"여왕님 생각을 잘하셔야 합니다. 우리들도 드라이언과 마찬가지로 거진 NPC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오딘에게 잡아먹히고 말게 됩니다. 차라리 못이기는척 드라이언과 함께 오딘을 정벌하도록 하시지요."
"조건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나쁜 조건도 아닙니다."
"지속되는 전쟁의 여파로 인해 마족의 구성원들도 수없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못이기는척 거래를 맺은후 5백년 뒤를 바라보시는게 백번나을것 같습니다. "
"여왕님의 어머님을 되살리시고 500년동안 병력을 충당한뒤 인간계를 들이 친다면 인간계 정벌도 꿈만은 아니게 됩니다. 그러니 차라리 이참에 조건을 수락하고 먼 훗날을 생각하십시오."
"대마왕 루시퍼도 마계의 정기 사건으로 말미암아 치명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차라리 마계를 먼저 정벌하시고 훗날 인간계를 정벌하십시오.
그것이 제일 탁월한 선택입니다."
모든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말하니 마룡 릴리스도 비로소 마음을 정할수있었다.
"다오."
"예 여왕님."
"네가 직접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의 레어로 가라. 가서 나의 의지를 전달하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는 약조를 받아내고 돌아와라.
그리고 드래곤볼도 모조리 받아와라."
"알겠습니다 여왕님!"
흑마법사 다오는 그길로 집무실을 빠져나온뒤 유령군마 하나를 소환해내곤라이올라 섬으로 이동했다. 라이올라 섬에 이르자 많은 경비병사들이 다오에게 무기들을 겨누었지만, 그때마다 다오는 마룡 릴리스의 사신으로 왔다고 내뱉었다.
경비병들도 마룡 릴리스와 드라이언이 모종의 거래를 맺고 있다는 소식을 짐짓 보고받은터라 사신을 함부로 대할수가 없었다.
"뭐라고? 마룡 릴리스의 군사가 직접 이곳을 찾아왔다고?"
한창 회의에 나누고 있던중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다.
마룡의 군사가 찾아왔다는 소식이었다.
드라이언은 급히 회의를 중단한뒤 얼른 마룡의 사신을 레어안으로 맞아들였다. 레어안에 흑마법사가 들어서자 드래곤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성지인 로드의 레어안에 한낱 흑마법사 따위가 들어왔다는것이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드라이언은 짐짓 경거망동 하지 말라 주의를 주고선 흑마법사를 안쪽으로 이끌었다. 흑마법사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
"저는 릴리스 여왕님을 받들어 모시고 있는 흑마법사 다오라고 합니다.
위대한 드래곤 종족의 로드 드라이언님을 뵙게 되어 필생의 영광입니다."
그래도 흑마법사가 짐짓 예를 갖추자 드라이언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그래 잘 오시었소. 보아하니 마룡 릴리스의 전갈을 받고 온모양인데 그래 어떻게 되었소?"
다오가 빙긋 웃으며 말을 받았다.
"릴리스 여왕님께서는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님과의 동맹을 수락하셨습니다"
그말에 회의장에 모여있던 모든이들이 반색했다. 헨리와 그를 따르는 넘버원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드래곤볼은 언제쯤 넘겨주실수 있겠습니까?"
다오가 조심스레 물었다.
사실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이가 선행조건을 반드시 이행해 줘야만 한다. 드라이언이 선행조건을 이행하려면 그는 릴리스에게 드래곤볼을 먼저넘겨 줘야 했고, 릴리스가 선행조건을 이행하려면 오딘을 쳐 없애야했다.
드라이언입장에서는 먼저 오딘을 쳐 없애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마룡 릴리스는 드래곤볼을 먼저 받기를 원했다.
다오가 마룡 릴리스의 의사를 전달하자 드라이언이 좋은말로 다오를 설득하려 했다.
"나는 드래곤 로드의 직책을 맡고 있네. 그리고 드래곤들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종족이니 나를 믿고 먼저 선제공격을 감행해 주게나.
그렇게만 해준다면 오딘을 무찌른 연후 반드시 드래곤볼을 넘겨주겠네.
원한다면 마룡 페르니에를 부활시켜 주도록 하지."
"릴리스여왕님께서도 마룡의 명예를 걸고 약조하겠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먼저 드래곤볼을 주시는것이 어떨런지요?"
"예전에도 밀약을 맺었을때 내가 먼저 드래곤볼 2성구를 넘겨주지 않았나?
그러니 이번에는 릴리스 여왕에게 잘좀 말해주게나. 내 이렇게 부탁함세."
드라이언이 옛일을 들춰가면서 너무나도 간곡히 부탁하자 다오가 어쩔수가 없었다. 결국 다오는 드라이언의 말만 듣고는 마룡이 있는 바이올라 성으로 걸음을 다시 옮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