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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패널티로 한동안 대혼란에 빠져있던 넘버원 플레이어들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약초채집성과 약재성을 익히기 위해 마을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헨리를 비롯해 넘버원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두가지의 기술을 익히고 의술만 레벨 100을 만든다면 한달에 한번은 부활이 가능하다.
막말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의술을 배울것이다. 죽는다고 해도 거금을 주고 나좀 부활시켜 주시오! 라고 말한다면 틀림없이 부활을 시켜줄 것이다한달이라는 패널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에 플레이어들은 무조건 의술을 배우고자 득달같이 마을 중앙광장으로 향했고, 새로 생겨난 약재술 NPC와 의술 NPC는 많은 사람들의 몸에 깔려 거의 실신하기 일보직전에까지 놓여지고 말았다.
"그러니까, 현재 인간들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 모두 성안에 진을 치고있다?? 이 소리냐 프시케?"
"그렇습니다 로드"
이제 남아있는 드래곤볼은 단 한개에 불과했다. 마룡 릴리스가 가지고 있는 2성구만 손에 넣을수 있다면 넘버원을 장악하는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헨리가 드래곤볼을 모으기 보다 의술을 터득하기 위해 두손두발을 걷어부치고 있으니 드라이언은 그게 영 못마땅했다.
헨리를 한번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했지만, 프시케의 보고 때문에 헨리를 부르는것도 조금 뭐했다.
현재 헨리는 중앙광장에서 NPC에게 의술을 배운뒤, 의술을 연마하고자 약초를 채집하고 약재술의 레벨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다.
캐쉬템 마법의 호미를 사들고 약초들을 캐고 있는중이니 지금 부른다면 헨리의 일을 방해하는 셈이 된다.
여지껏 자신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준 헨리였다. 이번만큼은 헨리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일단 전쟁은 보류하도록 하지. 헨리가 의술을 연마하면 그때 차근차근히 생각해봐야겠어."
어차피 마룡 릴리스도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었고, 오딘도 의술을 익히기 전까지 계속 몸만 사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거망동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나 컸다. 지금은 사태를 좀더 관망하는것이 나아보였다.
한편 그시각 헨리는 의술 레벨을 100까지 올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의 곁에는 넘버원 간부들을 비롯해 여자친구인 나리도 같이 있었다.
ㅤㅂㅞㄺ구또한 하얀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맨채 호미를 들고 열심히 약초를 캐고 있는 중이었다. 위대한 드래곤이 한낱 농부마냥 호미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 마음에 안들어 이짓을 왜 해야하냐고 투정을 부려보기도 했지만 헨리가 나서서 내가 죽으면 좋겠냐? 라고 말하니 딱히 할말이 없는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ㅤㅂㅞㄺ구는 어쩔수 없이 호미질에 박차를 가해야만 했다.
다행히 소환수를 이용해서 약초를 캐는것도 가능했다. 헨리는 ㅤㅂㅞㄺ구 덕분에 제법 많은 양의 약초들을 모을수 있었다.
헨리가 모은 약초의 갯수는 무려 2천개였다. 사흘밤낮을 새면서 꼬박 모은 숫자였다.
약초채집레벨이 고작 3밖에 되지 않았지만, 3치고는 제법 많은 숫자가 모였다. 마침 약초채집장의 시간이 다 되어서 헨리는 채집장에서 퇴장당해 버렸다.
오히려 잘됐다. 마침 나가려고 했는데 자동적으로 퇴장시켜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헨리는 약초 2천개를 들고 약재상 NPC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약재상 NPC에게 도움을 받아 약재를 만들었고, 그 약재들을 가지고 촌장에게 걸음을 옮겼다.
촌장이 급히 헨리를 안으로 맞아들였다.
제국의 용사 칭호 덕분에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헨리를 우선시 대했고 그 여파 덕분에 제법 편하게 퀘스트를 수행할수 있었다.
촌장이 헨리에게 말했다.
"지금 병사NPC들이 많이 다쳐서 바르는 금창약재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치료하려면 금창약재<소>가 100여개 정도 필요한데 구하실수있겠습니까?"
헨리는 잠시 대답을 미루곤 마법배낭을 훑어보았다.
방금전 막 지어놓은 따뜻한 금창약재가 무려 200개나 있었다.
퀘스트를 통해서 약을 만들고 촌장의 부탁을 들어주면 의술경험치를 획득할수 있다.
약초를 캐고, 약재상에게 가서 약재를 만든뒤, 촌장에게 퀘스트를 부여받아클리어 하는 순서로 의술 레벨을 올릴수 있게 된다. 다행히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가지고 있는 약재를 요구해왔다. 헨리는 금창약재<소>짜리를 200개를 거침없이 촌장에게 내밀었다.
촌장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약이 없어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금창약재 200개를 선선히 내어주니 이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용사님."
"하하 별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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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최대 3시간만 이용할수 있다는 패널티 때문에 헨리는 약초를 더이상캘수가 없었다. 넘버원 길드원들과 헨리를 따르는 무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헨리는 먼저 길드원들을 불러세운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의논을 해나갔다.
제일먼저 나온 이야기는 약초술과 드래곤볼에 대한 이야기였다.
현재 2성구를 제외하곤 모든 드래곤볼들을 모은 상태라서 2성구만 손에 넣는다면 오딘과 마룡 릴리스를 일거에 무찌를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공격을 할수도 없는것이, 죽음 패널티 때문이었다.
만약 공격을 하다가 죽기라도 하는날엔 그 피해가 막심해진다.
아직까지 의술 100레벨 찍은 인간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헨리도 3일동안 밤낮을 불사르면서 레벨을 올렸지만, 겨우 18레벨에 달성하는데 불과했다. 아마 레벨 100을 달성하려면 최소 한달 정도는 계속 약초채집만 해야할것 같은 느낌이다.
만약 3시간 패널티만 없었더라면 계속 약초를 캐낼수 있었겠지만 패널티제한 때문에 계속 있질 못하니 어쩔수가 없었다.
오딘과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약초를 전문적으로 사들이고 100레벨을 급히 찍는건 어때요?"
가만히 있던 윤지가 의견을 제시했다. 듣고보니 그 의견이 제법 괜찮아보였다.
"먼저 100레벨을 찍고 부활 스탯을 올린후에 2성구를 구하는 거에요.
그렇게만 할수 있다면 오딘과 마룡을 안전하게 무찌를수 있고, 넘버원도 쉽게 평정할수 있을거예요."
"맞아요 형. 차라리 그렇게 해요."
듣고보니 좋은생각이었다. 이에 헨리는 일행들을 모조리 이끌고 파루스중앙광장으로 걸어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또 많은 사람들이 기회는 이때다 하고 약초를 대거 팔고 있었다.
하지만 약초의 값을 확인하자마자 헨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져버리고 말았다.
채집을 통해서 가장 쉽게 구할수 있는 약초는 삼백초라는 약초다.
삼백초 10개와 삼천초 10개를 조합하면 방금전 헨리가 촌장에게 조공했던 금창약재<소> 10개가 만들어진다.
상인들을 보니 삼백초 하나를 무려 1만원에 팔고 있었다.
한타임에 1시간이고, 1시간동안 마법의 호미를 사용하면 최소 500개의 삼백초를 캘수 있다. 그런데 삼백초를 무려 1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고 있는것이다. 물론 헨리정도의 부자라면 그정도 가격이라고 해봤자 얼마든지 살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가랑비에 옷젖는다고, 계속해서 사들이기에는 절대 무리였다.
가지고 있는 그렇게 많이 없었고, 무엇보다 영지를 운영하면서 치안을 유지하랴, 기술력에 투자하랴.
금고에 쌓아두었던 재산도 텅텅 빈지 오래였다.
"형 차라리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에게 부탁을 해보는게 어떨까요?"
가만히 있던 페이가 불쑥 드라이언의 이름을 끄집어 냈다.
"드라이언을?"
"사실 형이 드래곤볼을 전부 모아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드래곤볼 탐지기도 형이 고쳤고, 3,4,5,6,7성구도 전부 형이 구한건데 그 보상을 드라이언에게 요구하라 이말이죠.
지금 중요한건 의술 100레벨을 찍고 보험을 들어두는 일이에요.
그렇게만 할수 있다면 마룡이든 오딘이든 단박에 박살 낼수 있잖아요?"
"에이 그렇다고 나혼자 100레벨 찍고 전쟁을 일으키는건 좀 오바지.
최소한 넘버원 길드원 전부가 100레벨을 찍어야 전쟁을 시도해볼만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것을 형이 부탁해 보란 말이에요."
헨리가 말도 안된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현재 바친 약재만 해도 무려 500개가 넘어간다.
방금전 바친 금창약재200개를 포함하면 700개에 달했다.
700개를 바치면서 사용한 돈이 자그마치 4천 500만원이었다.
그러면서 고작 의술 레벨 18을 올렸을 뿐이다.
레벨을 올리면 올릴수록 경험치가 많이 드니, 앞으로 깨질돈은 최소한 10억원어치는 될것이다. 계산을 해보니 그정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