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57 회: 12권 -- >
"그게 정말인가? 한치의 틀림도 없는게야?"
"제가 어느 안전이라고 마스터께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틀림없습니다. 멀리서 봐서 플레이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이트 드래곤 두마리와 레드 드래곤 한마리가 작달만한 요들족들을 모조리 태우고 그곳을 빠져나가는걸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예전 같았다면 멀리서 플레이어의 닉네임이 표기되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알수 있었지만, 패치로 인해 친구추가가 되지 않거나 친밀도가 높지 않으면 닉네임이 표시되지 않게끔 바뀌어서 제국의 용사 헨리인줄은 몰랐다. 다만 드래곤들은 그 모습이 워낙 거대했기에 쉽게 알아볼수 있었던 것이다. 막말로 레벨 550짜리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드래곤들을 모른다는건 말도 되지 않았다.
"마스터. 제가 생각하건데 드래곤들이 셋정도 뭉쳐서 다닐정도라면 무언가 계략을 꾸미고 있는것이 틀림없습니다.
차라리 이번기회에 놈들에게 빼앗겼던 영지를 탈환하시는것도 나쁜판단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수면기에서 깨어난 드래곤은 총 15마리다.
그중 5분의 1인 세마리가 빠졌다면 엄청난 전력손실이 빚어진다.
이참에 총공격을 가한다면 틀림없이 한군데의 땅은 빼앗을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마룡 릴리스였다. 마룡도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자리를 쉽게 비울수 없었다.
자리를 비웠다가 뒤치기를 당해서 바이올라 꼴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일단 상황을 조금더 지켜보도록 하지. 이참에 요들족이 건넨 망원경을 이용해서 놈들의 동태를 세밀하게 살펴보도록."
"알겠습니다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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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이 스멀스멀 피어 오르면서 한줄기 붉은것들을 모조리 게워내기 시작했다. 활화산이 폭발을 일으키면서 토해내는 불줄기였다.
그 활화산 주위에는 대략 40여명의 인파들이 몰려서 한창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헨리 원정대원들이었다.
헨리와 대천사 카이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와 에레니아, 레드 드래곤 프시케, 마지막으로 요들족 30여마리까지.
10초만 서있어도 사우나를 한것마냥 무척이나 더운 곳이었다.
화이트 드래곤들을 얼음덩어리를 소환해내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기에 바빴고, 요들족 또한 혀를 쭉쭉 내밀며 더위를 달래는데 여념이 없었다. 헨리와 카이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레드 드래곤 프시케만이 물만난 고기처럼 팔딱팔딱 거리면서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프시케가 구하는 것은 화염의 정기라는 아이템으로, 활화산이 토해내는 불줄기에 간간히 섞여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을 10개를 모서 조합하면 화염의 숨결이 만들어지고, 화염의 숨결일곱개만 만들면 이곳에서의 생활도 청산할수 있었다.
"더,더는 못해! 아니 안해!!"
결국 참다 못한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가 제일 먼저 포기해버렸다.
그로써는 도무지 이 더워빠진 활화산 곁에 있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치 북극에 갔던 프시케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추우면 뭐라도 껴입어서 몸을 보존할수 있지만, 더운것은 어떻게 해결이 안된다 해결이 어휴!"
그렇다고 살갗을 도려낼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리우스는 마나를 형성하더니 커다란 빙하들을 여러개 소환해 내곤그것들을 거울삼아 몸을 비춰보았다. 이건뭐 화이트 드래곤인지, 실버 드래곤인지 ,아니면 블랙드래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수십시간동안 이곳에 짱박혀서 화염의 정기를 골라내다 보니 검게 그을려버린 것이다.
이리우스 뿐만이 아니었다.
화이트 드래곤 에레니아 또한 거의 블랙드래곤에 가깝도록 온통 그을렸다.
이리우스가 포기하고 얼마후, 결국 그녀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리우스가 만들어낸 얼음 기둥 쪽으로 몸을 돌렸고, 헨리와 카이오도 그곳으로 슬금슬금 걸어갔다. 오로지 레드 드래곤 프시케와 30여마리의 요들족만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놀라운것은 요들족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얼음덩어리가 되었다는 소식 때문에 서둘러 화염의 정기를 걸러내야 했다. 형과 아버지를 살리려면 그 방법이 최선책이었다.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돼서인지 더운것도 잊은채 계속 작업에 몰두했고, 결국 화염의 정기 10개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현재 헨리의 수중에 있는 화염의 숨결은 총 여섯개였다.
무려 24시간을 지새워서 만든 갯수였다.
나머지 한개만 남았다. 한개가 완성되면 이 지긋지긋한 노가다도 끝이었다.
요들족의 베이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염의 정기 열개를 늘여뜨렸다.
헨리와 다른 NPC들도 조합을 할수 있지만, 손기술과 제작술이 뛰어난 요들족이 조합을 하면 성공률이 10퍼센트가 훌쩍 오르기 때문에 조합은 전적으로 요들족에게 맡겨야만 했다.
베이가가 고른 숨을 내리쉬고선 얍!하는 소리와 함께 정기를 조합했다.
하늘위로 찬란한 빛무리가 그려지면서 노란색 별모양을 그렸다.
화염의 정기 10개가 사라지고 그곳에 화염의 숨결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염의 숨결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화염의 숨결 일곱개를 만드는데 성공한 헨리는 그동안 고생한 요들족과 프시케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 공을 치하했다.
요들족과 프시케도 서로 얼싸안으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처음에는 프시케를 경계하던 요들족이었지만, 24시간 내내 작업을 같이 하다보니 어느덧 친밀도가 많이 올라 거의 친구처럼 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베이가 NPC가 헨리에게 화염의 숨결 일곱개를 건네면서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에레니아가 번역해 주었다.
"자기들도 북극지방으로 따라가고 싶다는걸? 아버지를 직접 구하고 싶다고 하는군. 어쩔거지?"
"여기있는 요들족 전부 말입니까?"
"그렇다는걸?"
헨리는 순간 고민했다. 30여마리의 요들족을 북극으로 데려가는건 어렵지않다. 하지만 이녀석들을 모조리 데려가면 아이스트롤의 가죽을 입혀야 해서 돈이 왕창 깨지고 말것이다. 헨리가 망설이는 빛을 띄자 베이가와 딩거가 여러 요들족에게 수근수근 거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땅밑에 처박으며 넙죽 절을 하더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헨리를 향해 간절하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에레니아가 다시 해석을 해주었다.
"꼭 데려가 달라는군. 아버지를 꼭 자기손으로 구하고 싶다고 하는걸?
내 생각에는 데려가 주는것이 좋을것 같은데."
헨리는 엎드려 절하고 있는 요들족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아,알았어. 알았어. 데려가줄테니 어서 일어나."
아버지와 형을 구하겠다는 그 마음가짐에 결국 헨리가 두손 두발을 들고 말았다. 헨리는 2시간정도 휴식을 취한뒤 마나와 기력을 전부 회복시키고 세마리의 드래곤과 함께 다시금 북극지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북극에는 금세 당도했다. 헨리는 북극에 도착하자마자 루드비어 마을에 들려 덜덜덜 떨고 있는 요들족을 위해 아이스 트롤의 가죽들을 사들였고 다시한번 핫패드 NPC를 찾아 가죽옷을 만들어 달라고 청했다.
체격이 작다곤 하지만 요들족 30마리를 입히려면 돈이 왕창 깨질것이다.
예상했던것보단 더 많은 액수에 헨리의 표정이 아주 살짝 일그러졌다.
물론 드러내 놓고 불만을 표출한게 아니라서 그 표정을 읽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드는걸?'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깨지고 말았지만, 요레이와 티모, 일렌시아를 구하고 오성구를 구할수 있다면 이정도의 손실은 감수할수 있었다.
"자 이제 다 되었으니 슬슬 아이스 왕국의 빙설마인을 퇴치하러 가볼까!?"
헨리의 말에 일행들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번은 당했지만 두번은 절대 당하지 않을거라 단단히 작심을 한 상태였다.
그들은 보무도 당당히 아이스 왕국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