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50 회: 12권 -- >
"꺄아아악!!"
"으아아악!!"
거칠게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바란마을의 NPC들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대지에 널브러졌다. 흐르는 피가 냇가를 이루고, 육신이 짖이겨져그 형체를 알아보기가 매우 힘이들 정도였다.
바란마을에 한떼의 무리가 쳐들어와 닥치는대로 인간들을 살육했다.
그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마룡 릴리스가 파견보낸 마족 군단이었다.
선두에 있는 데스나이트들은 좀비와 구울들을 통솔해 마을을 점령케 한뒤네크로맨서 쟈이라의 보고대로 촌장의 집에 들이닥쳤다.
마을 사람들이 전멸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촌장 골드런은 일이 이상하게 꼬이자 덜컥 겁부터 났다.
저 멀리 성큼성큼 다가오는 어둠의 기사 데스나이트.
기세가 너무나 흉흉했다. 골드런은 그만 오줌을 지려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수효는 대략 1천에 가까운 대규모 병력이었다. 그에 반해 촌장 골드런이 데리고 있는 병사는 고작해야 2백에 불과했다.
2백의 병력으로는 마족을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아 도망을 치려 했지만, 이미 마왕군단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촌장의 저택을 포위한지 오래였다. 동서남북 어디하나 길이 보이질 않았다.
사면초가가 따로없었다. 이에 촌장 골드런은 사병들을 모조리동원해서 전투를 치뤘다.
극칠점사의 독이 발린 장검으로 마왕군단에게 저항을 했지만, 애시당초 독따위가 언데드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힐순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에 드래곤볼이 있다고 들었다. 사실이냐?"
촌장 골드런은 그제서야 마왕군단이 왜 이곳 바란 영지를 침범했는지 알것 같았다. 촌장이 말이없자 데스나이트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다시한번 물었다.
"드래곤볼은 어디있느냐!"
"이,이놈들! 여기에 드래곤볼 따위는 없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드래곤볼은 어디있느냐!"
"ㅤㅌㅞㅅ!!"
죽으면 죽었지 절대 드래곤볼의 위치를 알려줄수 없었다.
촌장이 계속 저항을 하자 데스나이트는 급기야 촌장에게 검을 치켜들고 성큼성큼 다가가기에 이르렀다.
"아.안돼! 안돼에에에!!!"
촌장 골드런이 손을 휘저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지만, 결국 데스나이트의 검에 의해 목이 댕강 잘려버렸고, 잘린 목은 춤을 추면서 마당앞에 굴러 떨어졌다. 촌장을 죽인 데스나이트는 제일먼저 촌장을 보필하고 있는 부촌장들에게 검을 겨누며 으르렁거렸다.
"그것만 말해라. 드래곤볼이 있느냐? 없느냐?"
겁에 질린 부촌장 하나가 결국 이실직고를 하고 말았다.
"드,드래곤볼이 있는것은 사실이나, 어디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저,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흐음 그으래애?? "
어찌되었건 네크로맨서 쟈이라의 말이 사실로 판명이 된 셈이었다.
"흥 버러지 같은것들!"
드래곤볼의 위치는 촌장 골드런만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촌장은 한사코드래곤볼의 위치를 말하지 않았다. 그로인해 그는 데스나이트의 손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고 데스나이트는 부촌장들과 사로잡은 포로들을 모조리 이끌고 그들을 리치에게 떠맡겼다.
리치는 포로 수백명을 마룡 릴리스가 있는 바이올라로 이동시켰다. 인간 포로들은 생체실험에 쓰일 것이다.
그리고 마룡 릴리스의 생명력을 높히는 재료가 될 것이다.
"그게 정말이냐? 정말로 드래곤볼이 그곳에 있었어?"
마룡 릴리스가 미소를 띄며 흑마법사 다오에게 물었다.
하지만 다오의 표정은 그렇게 썩 밝지 못했다.
"바란 마을의 부촌장과 몇몇 마을 사람들이 드래곤볼이 있다고 토설했습니다. 하지만 드래곤볼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어째서?"
"촌장 골드런이라는 자가 드래곤볼을 숨겨두었는데, 아가리에 자물쇠를 채 워 놓았는지 끝끝내 발설하지 않더군요. 놈을 고문할까도 싶었지만 결국토설하지 않을것 같아 죽여버렸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지?"
"마을 곳곳을 수색하면서 드래곤볼을 찾고 있는중입니다. 1천여 마족들이 이동했으니 조만간 좋은소식이 날아올 것입니다."
"그래도 죽이는것은 너무 이른 처사였어. 차라리 녀석을 살려서 좋은말로 회유했더라면 쉽게 드래곤볼을 손에 넣을수 있었을텐데 말야."
"데스나이트가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한것 같습니다. 일단 수색작업을 돕기 위해서 리치들과 데스나이트의 숫자를 보강할 생각입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해."
어차피 소강상태에 접어든터라 오딘과 드라이언도 선제공격을 해오지 못하고 있다. 데스나이트 몇몇 이탈시킨다고 해도 그렇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릴리스 여왕님."
"뭐지?"
"네크로맨서 쟈이라는 어쩌실 겁니까? 이대로 그녀를 돌려보낼 요량이십니까?"
생각보다 많은 재물을 던져준터라 다오는 그게 영 못마땅했다.
마족들도 재물이 있어야 좋은 무기를 만들수 있고, 좋은 방어구를 착용할수 있는법이다. 쟈이라에게 던져준 재물을 무기로 환산하면 족히 500여자루의 마계장검을 만들수 있었다.
마룡 릴리스는 대수롭지 않게 다오의 말을 받았다.
"비록 내가 마룡이지만 나도 드래곤 종족의 일원.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자는것이 내 원칙이야. 약속은 약속이니 지키는 수밖에 없어."
"아,알겠습니다 릴리스님."
"좌우지간 빨리 4성구를 내앞에 가져오도록해. 알겠어?"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염려 놓으십시오."
"호호호 그래. 그래야지!"
/
"이 망할 네크로맨서 새끼는 도대체 언제 젠이 되는거야!?"
참다 못한 헨리가 급기야 폭발하고 말았다. 무려 12시간! 하루의 반을 기다렸는데 망할 네크로맨서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스켈레톤의 뼈를 모으다보니 어느덧 1만 2천개나 모으게 되었고, 이제 이 동굴에서 대기를 타는것도 지긋지긋해질 노릇이었다. 헨리에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자고 말했던 대천사 카이오와 고위급 엘프 일렌시아도 일이 이지경까지 놓여지자 더는 못참겠다는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마땅한 방책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려면 네크로맨서를 반드시 잡아야만 했기에 또다시 기다려야 한다.
12시간동안 기다렸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잡을 생각이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이 망할 네크로맨서 새끼!!"
헨리는 팔짱을 낀채 엉덩이를 동굴에 내려놓고 연신 이를 갈았다.
네크로맨서를 곱게 죽일 생각이 없었다. 고통에 고통을 안겨서 아주 잔인하게 죽여버릴 요량이었다. 막 헨리가 씩씩 거리면서 화를 삭히고 있던 찰나였다. 갑자기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바란마을의 골드런 촌장의 퀘스트>
[스켈레톤의 뼈 1만개와 네크로맨서 증표 모으기가 일괄삭제 됩니다.]
<촌장 골드런이 죽으면서 퀘스트가 소멸해 버렸습니다.>
퀘스트가 강제 종료됩니다.
"에엥!!?"
헨리가 벌떡 일어나며 두눈을 치켜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티모와 요레이를 비롯한 NPC 일행들이 헨리에게 다가갔다. 카이오와 이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왜그러나 주인? 무슨일이라도 있는건가?"
헨리의 표정을 보니 벌레를 씹다 못해 꿀꺽 삼킨 표정이었다.
기분이 더러울때 나오는 그 표정이라서 ㅤㅂㅞㄺ구는 헨리의 기분이 지금 매우더럽다는것을 눈치챌수 있었다.
"퀘스트가 사라졌어! 퀘스트가 사라졌다구!"
"뭐라고!?"
간혹 NPC에게 퀘스트를 받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NPC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게 되면 퀘스트가 강제 종료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강혁은 헨리와 레오를 하면서 그런일을 겪어보지 못해 그냥 뜬소문이라고 치부했는데, 그 일이 헨리에게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1만개의 스켈레톤 뼈를 구했고, 무려 12시간동안 대기하면서 네크로맨서를 기다렸다. 그런데 재수없게도 골드런이 뒈지면서 퀘스트가 강제 종료된것이다. 처음에는 화가났지만 곰곰히 생각 해보니 뭔가가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진것 같았다.
퀘스트를 받을때만 해도 촌장의 모습은 매우 건강해 보였다. 얼굴에는 윤기가 반들반들했고, 체격도 탱커의 체격마냥 매우 좋았다.
근육진 몸매도 노인의 그것이라고는 믿을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12시간도 채 되지않아 죽고 말았다??
이리우스도 헨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캔을 통해 촌장을 살펴보았지만 그렇게 쉽게갈 인사가 아니었다.
대천사 카이오와 일렌시아도 같은말을 반복했다.
ㅤㅂㅞㄺ구가 헨리를 보며 말했다. ㅤㅂㅞㄺ구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주인 아무래도 마을에 무슨일이 발생한것 같다. 먼저 마을로 돌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