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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군이 온다고 해도 문제인게, 놈이 또다시 도주스킬을 쓴다면 답이 없습니다. 와드를 박아도 안되는데 무슨 방도로 놈을 없앤단 말입니까?"
이번에는 족장 요레이가 나섰다.
"프시케님에게 들으니 내 아들 티모가 이곳에 온다고 했네.
그러니 그점은 염려말게나."
"티모가 이곳에 말입니까??"
"그렇네. 내 아들 티모는 폭발버섯을 심을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네.
그 버섯을 놈의 퇴로에 촘촘히 박아두면 놈도 쉽게 도망치지 못하지.
게다가 이동속도 90퍼센트 저하 효과가 있어서 10초의 시간도 금세벌수 있다네. 우리가 해야할일은 티모가 죽지 않게 보호를 하면서 녀석이 버섯을 심을수 있도록 시간을 끄는것이지."
어차피 여섯시간동안 레이드를 하다보니 시간적 요소는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남음이 있었다.
헨리 일행이 한창 크라켄의 젠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정체불명의동굴] 저 너머에서 한때의 반가운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가 자세히 살펴보니 레드 드래곤 일라익과,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
그리고 신녀 신드라와, 나가족의 족장, 요들족의 티모 총 다섯명이 어둠의 동굴에 모습을 드러냈다.
티모는 아버지 요레이를 보자마자 폴짝 뛰어올라 애정표현을 일삼았고, 레드 드래곤 일라익은 같은 레드일족 프시케의 인사도 뿌리치고 화이트드래곤 이리우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손을 내밀며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넸다. 블랙 드래곤 아르키우스는 어둠의 동굴이 신기한듯 연신 주위를 살필뿐이었고, 신녀 신드라는 헨리에게 다가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아는척을 해왔다.
일행은 급기야 열한명으로 늘어나 버렸다.
제국의 용사 헨리는 족장 요레이에게 간간히 삼파전 양상에 대해서 물어볼 뿐이었고, 다른 이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크라켄이 나타나기만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응?'
'요들족이 지금 뭐하는거람?'
'왜 갑자기 땅을 파는거야?'
'뭘 하려고 저러는 거지?'
모두의 시선이 티모와 요레이가 있는 크라켄의 퇴로 쪽으로 향했다.
티모와 요레이는 요들족의 전용삽을 이용해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앙증맞아서 깨물어 주고 싶은 충동이 들정도였다.
헨리가 불쑥 고개를 내밀며 땅을 열심히 파고 있는 요레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뭐하고 계십니까?"
남들은 젠이 되는걸 기다리고 있는데 요레이와 티모는 쉬는시간에 삽질을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으니 궁금한게 사실이었다.
요레이가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티모가 찾아낸 버섯을 심기 위해서 땅을 파고 있는 중이라네."
"예? 버섯을요?"
"그렇다네. 이 버섯을 밟게 되면 이동속도가 자그마치 90퍼센트나 저하되고 독 데미지를 받게 되지. 지금부터 미리 박아둬야 나중에 요긴하게 써먹을것이 아닌가?"
"아하 그렇군요?"
푹.
요레이가 삽을 땅속에 파묻은후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손으로 스윽 닦아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헨리가 양팔을 걷어부치고 앞으로 나섰다.
요들족의 삽이 너무 작아서 손에 쥐기에는 힘들었지만, 마법배낭 속에 야전용 삽과, 채취용 삽 두개가 있었던 터라 땅을 파는 도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헨리는 채취용 삽을 꺼내든뒤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덩치가 작은 요들족이 땅을 파는것보다 무려 다섯배나 더큰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요레이가 피식 거리며 웃었다.
"이렇게 깊게 파지 않아도 되네. 버섯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가 않아."
"아하 그렇습니까?"
괜시리 뻘쭘해진 헨리가 뒤통수를 벅벅 긁어댔다. 요레이는 요들족의 삽을 재차 부여잡은뒤 다시금 삽질에 열을 올리려 했다. 하지만 아들인 티모가 요레이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티모는 요들족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아버지에게 쉬기를 간곡히 요청했다. 나이가 든 아버지가 삽질하는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헨리는 왠지 모르게 티모에게 정이갔다. 하는 짓도 귀여웠고 착했다. 효성도 지극했고, 무엇보다 자신이 세컨아이디로 삼고 있는 레오와 뭔가 동질감이 느껴졌다. 활과 화살을 쏘는것도 그랬고, 버섯을 심어 이동속도를 늦추는것 또한 매우 비슷했다. 티모와는 달리 레오도 버섯을 심을순 있지만 효과가 그렇게 뛰어나진 않다. 그저 이동속도 50퍼센트 절감효과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티모는 무려 이동속도 저하 효과가 90퍼센트에 달했다. 이동속도 저하 효과만 놓고 본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응? 저게 버섯인가?'
티모가 꺼내든것은 초코송이만한 아주 작은 버섯이었다. 티모가 버섯을 꺼내들곤 파놓은 땅에다가 고이 심어두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땅이 요동치더니 급기야 30센치미터에 달하는 버섯으로 무럭무럭 자라났다. 놀라운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솟아 올랐던 버섯이 갑자기 은신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버섯이 자취를 감추자 티모가 마법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자세히 보니 팻말이었다. 티모는 앙증맞은 두 손가락으로 팻말 하나를 꺼내들곤 은신상태에 놓인 버섯 옆에 고이 꽂아 두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스윽 닦아냈다.
티모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헨리가 요레이에게 물었다.
"지금 티모가 뭘 하는겁니까?"
요레이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해 주었다.
"방금 자네가 본것처럼 버섯을 심게 되면 30센치 정도로 자라나다가 모습을 감추는 특징이 있네. 팻말을 심어두는건 버섯이 그곳에 있다는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지."
"버섯의 위치를요?"
"사실 폭발버섯은 아군에게도 영향이 미치는 단점이 있다네.
즉 아군과 적군 가릴것 없이 모두에게 영향이 전해진다는 것이지.
아군을 방호하려면 저렇게 작달만한 팻말을 심어두고 경고를 해줘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아군 적군 모두 버섯을 밟고 쓰러질수가 있어."
그제서야 헨리가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헨리와 요레이는 다시 티모가 하는양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티모는 마법배낭에서 폭발버섯 2개를 더 꺼내들곤 그것들을 크라켄의 퇴로 쪽에 다시 심어두었다. 그리곤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싶더니 10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땅을 파고 버섯 심기를 반복했다. 헨리는 또다시 궁금증이 치밀어 올라 요레이에게 물어보았다.
"10분마다 한번씩 버섯을 심는군요? 저러지 말고 차라리 한번에 파바박심어두는것이 낫지 않을까요?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에요."
"하하 그건 자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네. 티모가 가지고 있는 버섯의 최대갯수는 단 3개라네. 버섯이 없어지면 10분마다 자동적으로 버섯 하나가 생겨나게 되지. 그래서 티모가 10분마다 하나씩 버섯을 심고 있는 것일세"
요들족은 참으로 신기한 종족이었다. 가진바 힘은 별볼일 없었지만지닌 능력은 무엇하나 신비롭지 않은것이 없을 정도였다.
어지간한 헨리도 넘버원을 2년간 하면서 모든 정보들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요들족의 기술과 능력만큼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하여간 요들족은 참 대단해.'
마음같아선 눈앞에 있는 티모를 자신의 소환수로 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넘버원의 특성상 [요들족은 절대로 소환수가 될수 없다]라는 규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헨리는 아쉬운대로 티모가 하는 양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크라켄이 젠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었다.
티모가 한창 열을 올리면서 폭발버섯을 열심히 심고 있었을 때였다.
갑자기 어둠의 동굴이 크게 요동치면서 넘버원 내부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띵!! < 어둠의 동굴의 보스 몬스터 [크라켄]이 등장합니다!! >
"전원 전투위치로!!"
크라켄의 등장과 함께 헨리의 명령아래 원정대원 모두가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블랙드래곤 아르키우스는 화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물리 공격력이 2배나 뛰어 올랐고, 레드 드래곤 일라익 또한 토속성을 지니고 있어 레드HP가 두배 증가되었다. 일라익과 프시케가 선두에 서서 크라켄의 다리를 하나씩 움켜쥐며 어그로를 끌었다. 헨리는 제일먼저 크라켄의 속성을 확인해 보았다. 크라켄의 속성은 이번에도 [일]속성이었다.
속성 몬스터를 잡지 못하고 퇴각만 시켰기 때문에 계속해서 일속성이 나타나는듯 싶었다. 헨리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히려 잘됐다. 일속성이 라면 전투에 대한 영향력이 뒤떨어진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폭발 버섯들도 많이 심어두었기 때문에 퇴각하는 놈의 발을 쉽게 묶을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