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43 회: 12권 -- >
그시각 헨리는 크라켄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크라켄의 위압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100여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다리가 무려 10개나 돋아 있었고, 본체의 길이만 해도 자그마치 50여미터에 달했다.
26미터의 거대한 동체를 자랑하는 드래곤들이 아이처럼 보일 정도였다.
헨리는 제일먼저 크라켄의 속성을 확인해보았다. 천만다행스럽게도 일속성을 띄고 있었다.
'생각보다 쉽게 잡을수 있겠어.'
다른 속성과 달리 제일 효율이 떨어지는것이 바로 일속성이다. 일속성은 운의 요소를 두배로 올려주기 때문에 전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덕분에 헨리와 일행들은 비교적 쉽게 크라켄을 몰아부칠수있게 되었다. 크라켄은 덩치만 클뿐, 가하는 공격력은 그렇게 쌔지 않았다.
다만 다리의 힘이 무척이나 강했고, 다리에 달린 빨판으로 생명력을 흡수하기 때문에 다리만 조심하면 될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다리를 자르는 방향으로 작전을 구상했다. 전면에 나선것은 레드 드래곤 프시케였다. 금속성을 부여 받은터라 그녀의 마법저항력과 방어력은 두배로 훌쩍 뛴 상태였다.
방어력만 놓고 보면 에인션트급 드래곤 이리우스도 월등히 뛰어넘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켄을 죽이려면 방어만 가지고는 어불성설이었다.
공격을 해야 HP를 깎고, HP를 깎아야 크라켄을 무찌를수 있는법.
제대로된 공격을 하는 인물은 카이오와 헨리 단 둘밖에 없었다.
고위급 엘프 일렌시아가 활을 쏘아 붙혔지만, 조금 따끔한 수준일뿐크라켄에게 데미지를 가하는것 조차 힘들었다. 요들족의 요레이 족장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전투를 관망만 하고 있을뿐이었고,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는 어그로를 끌면서 방어를 하고 있는 레드 드래곤 프시케에게 마법쉴드를 걸어주기 바빴다. 금속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공격하는 다리가 10개라서 데미지가 10배로 들어온다. 마법쉴드를 펼쳐주지 않으면 프시케가 비명에 갈수 있기 때문에 이리우스는 공격은 하지 못하고 주구장창 실드만 걸어줄 뿐이었다. 다행히 수속성을 부여받은터라 마나상태는 양호했다.
다섯시간의 전투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크라켄에게 맹공을 퍼붓던 제국의 용사 헨리와 대천사 카이오가 크라켄의 다리를 하나하나 잘라내는데 성공하면서 전세가 확 뒤집혔다.
크라켄의 다리 10개를 전부 잘라내는데 성공하자 프시케와 이리우스도 본격적으로 전장에 합류했다. 본체의 HP가 워낙 많아서 쉽게 잡을순 없었지만,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으니 크라켄의 HP가 어느새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크라켄은 Hp가 10분의 1로 떨어지자 퇴화한 두눈을 빛내며 갑작스럽게 스킬을 구사했다. 넘버원 내부에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띵!
<어둠의 동굴 보스 몬스터 크라켄이 스킬 [어둠]을 시전 하였습니다!>
<크라켄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들과 NPC들이 5초간 실명상태에 빠져
듭니다!>
띵!
<[일]속성 크리티컬 효과가 적용됩니다!
운이 두배 상승되어 크라켄이 구사한 어둠의 시전 시간이 곱절로 증가
합니다!
<크라켄이 시전한 스킬 [어둠]의 시간이 10초로 늘어납니다!
10초
9초.
8초
그말이 끝남과 동시에 넘버원 내부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설마하니 실명스킬을 쓸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진즉에 안약을 가져왔을 것이다.
문득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실명상태에 놓여져 있다가 공격이라도 받는 날에는 꼼짝없이 놈에게 당하고 만다.
"크윽."
10초가 지났다. 어렵사리 눈을 뜨는데 성공한 헨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격을 하면 어쩔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놈은 그냥 도주만한듯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둠의 동굴이 이렇게 휑할 이유가 없다.
"젠장! 다잡아놓은 고기를 놓치고 말았군!"
"그러게나 말이에요"
"녀석이 어둠 스킬을 사용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장장 일곱시간동안 놈과의 사투를 그려냈지만, 아쉽게도 놈의 도주스킬에 당해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다리까지 다 잘라냈고, 본체를 공격하고 10분지 1의 체력만 남겨놓았는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헨리는 잠자코 다음젠을 기다렸다.
잠시후 어둠의 동굴 보스 크라켄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속성은 [일]속성의 크라켄이었다.
용궁에 들려 안약과 물약을 넉넉히 사온터라 이제는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한번 싸워본 덕분에 크라켄의 패턴을 쉽게 파악할수 있었고, 전과 마찬가지로, 여섯시간의 사투끝에 놈의 팔다리를 모조리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본체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프시케와 이리우스가 시선을 끌고 헨리와 카이오는 프리가 되어 검을 크라켄의 머리를 향해 내질렀다. 일렌시아는 간간히 화살을 날리며 놈의 눈알을 명중시켰고, 시야를 방해하는데 혁혁한 역할을 수행해냈다.
요레이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스킬을 구사하면서 일행들을 도왔다.
요레이가 구사하는 스킬은 요들족이 배울수 있는 신비한 기술들이었다.
요레이는 시야를 쉽게 확보 할수 있는 요들족의 아이템 [와드]를 구비한뒤그것을 퇴로 곳곳에 뿌려두었다. 1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것보다는 훨씬나은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일행들에게 도움이 돼고자 와드를 주구장창 박아댔다.
시야가 밝아지자 크라켄도 쉽사리 도주스킬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가 10분의 1이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이대로는 원정대원들에게 죽을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크라켄이 다시금스킬 [어둠]을 시전하며 줄행랑을 쳤다.
띵!
<어둠의 동굴 보스 몬스터 크라켄이 스킬 [어둠]을 시전 하였습니다!>
<크라켄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들과 NPC들이 5초간 실명상태에 빠져
듭니다!>
띵!
<[일]속성 크리티컬 효과가 적용됩니다!
운이 두배 상승되어 크라켄이 구사한 어둠의 시전 시간이 곱절로 증가
합니다!
<크라켄이 시전한 스킬 [어둠]의 시간이 10초로 늘어납니다!
헨리는 스킬이 구사되자마자 곧바로 안약을 복용했다.
안약만 복용한다면 실명상태가 해제되기 때문에 곧바로 추격에 임할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안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넘버원 내부가 지극히 어두웠다.
넘버원 내부에서 또다시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띵! < 크라켄이 시전한 [어둠]은 안약으로 극복할수 없습니다! >
콱!!
성질이 났는지 헨리가 카이오의 장검을 땅바닥 깊숙히 꽂으며 시끈 거렸다.
무려 열두시간이다. 크라켄 두마리를 상대하면서 꼬박 하루의 반을 소진하고 말았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지도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크라켄의 증표를 가지고 용왕을 찾아봐야 하는게 정상이었는데, 아직까지도 크라켄에게 발목을 잡히고 있으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수 없어요. 작전을 바꾸던지, 아니면 원군이 올때까지 기다리던지."
헨리를 일렌시아 쳐다보며 대꾸했다.
"이곳까지 오는데만 해도 하루는 족히 걸릴겁니다.
그 시간이라면 우리가 크라켄을 잡을것 같군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시케가 불쑥 끼어들었다.
"사실 제가 이곳에 당도하기전에 드라이언님에게 서신을 보냈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용궁에 당도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프시케님이 서신을 보냈다고요?"
한편으로는 반가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헨리는 썩 기분이 좋질 않았다. 고작 크라켄 따위 때문에 원군을 요청하는 모양새가 좀 그랬던 것이다. 프시케도 헨리의 의중을 알아차렸는지 좋은말로 헨리를 위로했다.
"헨리씨가 강하다는 사실은 여기 있는 누구나가 다 알아요.
하지만 크라켄을 퇴치하는데는 무리가 있어요. 여럿이서 안전하게 잡으면 더 좋으니까 이번만큼은 원군의 힘을 빌려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