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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맨날 게임에 빠져서 너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녜요 오빠. 오빠가 바쁜거 다 이해해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헨리의 여자친구 나리가 빙긋 웃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게임에 미쳐 넘버원만 하는게 못마땅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넘버원을 접하면서 남자친구의 직위를 알게 되었고, 넘버원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될존재로 성장했다는 사실도 깨달을수 있었다. 휴이라트 초보자 던전에서 사냥을 할때에도, 파티원들은 항상 헨리의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 정도였다.
칭찬이 자자했다. 헨리 덕분에 초보자 던전의 몬스터 특성을 쉽게 파악할수 있었다. 팻말을 붙혀놓으면서 거기에 몬스터들의 상세한 정보들을 전부 기입해놓은 까닭이었다. 드랍하는 아이템까지 기입해 놨을 정도라서, 초보자들은 손쉽게 구하고자 하는 아이템들을 구했고, 적정레벨에 따른 사냥터를 마음껏 활보하면서 손쉽게 레벨을 올릴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퀘스트 정보들을 모조리 공유하면서 어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잠재능력을 받을수 있는지도 휴이라트 정보게시판에 기입해 놓았다. 이같은 선행 덕분에 휴이라트를 찾는 영지민들과 초보 플레이어들이 많이 생겨났고, 휴이라트는 번창에 번창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여진아."
"그런데 시일이 얼마정도 걸릴거 같아요?"
"확실한건 몰라. 대충 한달전까지는 끝내려고 생각중이야.
우리 그때부터 찐하게 데이트 하고 놀자. 뜨거운 밤도 보내고 말야."
나리의 얼굴이 잘익은 홍시마냥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운 것이다.
"아잉 몰라요 오빠"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할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달.
한달동안 집구석에 처박혀 마계의 정기를 구할생각이었다.
헨리는 여자친구를 혼자 남겨두곤 원정대원들이 모여있는 중앙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연무장에는 수십명의 플에이어들과 드래곤들이 모여있었다.
이번 원정대에 속한 드래곤은 총 세마리였다.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와, 에레니아, 블루 드래곤 워러가 그들이었다.
화이트 드래곤들은 빛과 성계열의 마법을 다른 드래곤들보다 효율적으로 구사할수 있다. 그래서 마족을 상대로는 그 효력이 배에 달하기 때문에 헨리가 둘을 데리고 간 것이었다. 더욱이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는
[수]속성을 부여받아 마나량이 두배로 껑충 뛰었다.
이리우스만 있다면 마나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블루 드래곤 워러는 [금]속성을 부여받아서 방어력이 두배로 뛰어 탱커로 삼기 위해 데려가는 것이고, 화이트 드래곤 에레니아도 [월]속성을 부여받아마법 공격력이 2배나 강해졌다. 셋을 조합하면 제법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것이다. 헨리는 셋을 원정대원으로 삼은 이유였다.
헨리를 따르는 인간 NPC는 베르니카 3세가 붙혀준 레벨 600에 달하는 기사단원들이었다. 총 다섯명이었다. 헨리는 넘버원 길드 다섯을 대동했다.
그밖에 천상계의 인물인 신드라와, 리엔도 헨리를 따라 나서게 되었다.
신지도 데려가려 했지만, 한번 죽으면 두번다시 살아날수 없는 특성 때문에 휴이라트에 남겨두기로 했다.
일행은 총 15명으로 구성되었다. 마계의 정기를 구하기 위해서 선출된 최고의 용사들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병력을 이끌고 가려 했지만, 그렇게 될경우 본진을 수비하는 수비병력이 적어짐과 동시에 오딘과 마룡 릴리스에게 의심을 살수가 있다. 이에 헨리는 소수정예를 꾸렸다. 비록 열다섯에 불과한 원정대원들의 숫자지만, 내노라하는 최정예들만 모였기 때문에 힘을 비축하고 있는 대마왕 루시퍼 정도는 어찌어찌 상대할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한것도 사실이라서 헨리는 힘을 2배나 증가시켜주는 각성의 비약을 대량으로 사들고 포션도 넉넉히 구비하고 천상계로 향했다. 그들이 천상계로 향하는 이유는 마족던전으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마족던전으로 향하는 길은 2갈래가 있었다. 하나는 마르셀루 왕국을 통해서 마계 초입지역으로 향하는 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천상계를 통해서 마계 후방지역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마르셀루 왕국을 지나가려면 오딘이 통치하고 있는 영지를 지나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작전이 모조리 들통나기 때문에 마르셀루 왕국으로 가는것은 무리였다.
남은것은 후방지역으로 빠지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에 헨리는 일행들을 모조리 이끌고 천상계로 이동했다. 천상계에 당도하자 천계의 대천사 루시엘라와 카이 오가 그들을 마중나왔다. 그들도 엄연히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을 돕고 있기 때문에 일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이오가 한발짝 걸어나오며 헨리에게 말했다.
"나도 너의 원정대에 합류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감사합니다 카이오님"
"조심해서 다녀와요 카이오."
"걱정 붙들어 매시오. 루시엘라."
현재 마족과 천상계의 전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대천사 루시엘라 혼자서도 천상계를 넉넉히 지켜나갈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카이오는 헨리의 원정대에 가입했고 손수 길잡이가 되어서 마계 후방지역까지 그들을 안내했다.
저멀리 마계의 후방지역으로 향하는 연홍빛의 다크 포탈이 눈부시게 일렁이고 있었다.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는 일행들이 전부 포탈위에 올라서자 워프를 시전했다. [수]속성을 부여받은 덕분에 마나량이 기존보다 두배나 높아져서 워프는 전적으로 이리우스의 몫이었다. 잠시후, 이리우스의 주문이 외워지자 그들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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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하게 지어진 성이었다. 요새화가 되어있어 요새속에 성이 자리하고 있는 기형적인 외곽구조를 띄고 있었지만 저 성이 매우 단단해 보일것이라는건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였다. 성은 오딘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파루스 왕성이었다. 그 성을 에워싸고 있는 한 무리가 있었다.
바로 마계종족원들이었다. 데스나이트와 리치, 듀라한, 좀비, 스켈레톤.
그 종류만해도 수십가지에 달하는 마족 몬스터들이 파루스 왕국을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마룡 릴리스는 드래곤과의 맹세를 어기지 않고 마족들을 대거 투입시키면서 파루스 왕국에 위협을 가했다. 정면대결은 무리이기 때문에 그녀는 기습전을 생각해냈고, 야밤을 이용해서 파루스 왕국을 포위하는데 성공했다.
마족 몬스터들의 특성상 밤이 되면 능력치 30퍼센트 버프 효과를 받기 때문에 인간들도 쉬이 마족 몬스터들을 상대할수 없었다.
오딘은 오히려 잘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룡을 들이치려고 작정을 했다.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마족들이 공성전을 펼치기 되어 오딘측의 피해가 커진다. 그런데 상대방이 알아서 쳐들어와주니 이토록 고마울데가 어디있단 말인가? 흔히 공성전을 펼치는 상대를 깨뜨리기 위해선 거진 열배에 달하는 병력이 필요한 법이다. 마족들의 숫자를 보니 넉넉잡아 계산해도 대략5만에 달했다. 오딘을 따르고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와 비슷한 수치였다.
정면으로 치고 나가면 이길것도 같았지만, 그렇게 되면 비교적 희생이 커진다.
이에 오딘은 마족들이 공성전을 펼치면서 성에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드라이언에게 원군을 요청했다. 군대를 나눠서 적을 막고 마룡 릴리스의 거점인 바이올라 왕국을 치자고 전서를 보낸것이다.
지금 중요한것은 헨리에게 시간을 벌어다 주는 일이었다. 그 기간은 한달이다.
한달만 버티면 헨리가 마계의 정기를 구해올것이다. 그 기간동안 드라이언은 마룡과 오딘의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려놔야했다.
드라이언은 고심끝에 오딘의 요구를 수락하는척 하면서 군대를 마룡이 진을 치고 있는 반대편에 대거 투입시켰다. 그리곤 사신을 보내 뒤를 공격하는척만 할뿐 전쟁은 치르지 않겠다고 단단히 표명한뒤 마룡 릴리스를 안심시켰다.
지금은 전쟁을 치뤄서는 절대 안된다. 헨리를 비롯해 주축 간부들이 모두 마계로 이동을 했기 때문에 전쟁을 치른다면 반드시 패하고 말것이다.
전력을 고스란히 감추고 한달을 버텨야했다. 지금은 그 방법이 최선책이었다.
'한달이다. 한달을 버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