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30 회: 11권 -- >
"시간을 벌기 위한 계략이라고요?"
리나의 물음에 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래. 그래서 어쩔수 없이 동맹을 맺은 척만 한거지.
대대적인 공세는 펼치지 않을거야. 그저 펼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끄는것이 목적이지."
"그런데 마계의 정기는 마계의 마탑 상층부에 위치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거기에는 대마왕 루시퍼가 부활을 준비중에 있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들이 대마왕 루시퍼를 무찌르고 마계의 정기를 손에 넣을수 있을까요?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돼요? 그냥 마룡 릴리스와 손잡고 오딘을 처없앤뒤 마룡 릴리스를 마계로 보내면 되는거 아녜요?"
번거로운걸 싫어하는 페이였기에 일을 배배 꼬아서 하는 헨리가 이해되지 않았다.
사실 페이가 말한것처럼 일을 쉽게 해결해 보기 위해서 레오로 접속한뒤마룡 릴리스를 만나 설득을 해보기도 했다.
드라이언과 손을 잡고 오딘을 먼저 처없애자고 말이다.
하지만 마룡 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거부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내 적은 마족과, 오딘 모두다!]
애시당초 누구와 동맹을 맺고 관계를 청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마룡 릴리스의 머릿속에 든것은 오직 두가지뿐이었다.
인간계를 크립으로 뒤덮어 마계화시키고, 드래곤볼로 어머니 페르니에를 부활시키는 일 뿐이었다.
동맹제의가 무산으로 돌아가자 레오는 어쩔수 없이 다시금 헨리로 접속했고 이같은 계책을 꾸미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지금당장 오딘과 손을 잡고 마룡 릴리스를 쳐없앨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룡이 없어진다면 힘의 균형이 깨어지고 만다.
지금당장 오딘의 세가 막강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오딘을 견제해야하는 처지였다그러려면 마룡은 반드시 살려두어야 했다.
"우리의 적은 오딘이야. 마룡 릴리스는 몬스터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죽게 되어있어. "
"그래서 결국 드래곤볼 카드를 꺼내든거에요?"
"그런셈이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레이더를 고쳐야 하고, 마계의 정기를 구해야해. 나머지 여섯개의 정기는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이 구해준다고 했으니 우리들이 나서서 마계의 정기만 구하면 되는거지.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해. 나는 그 시간을 벌고, 오딘이 비어있는 우리들의 거점을 공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임시적인 동맹을 맺었을 뿐이야"
그제서야 헨리의 의중을 알아차린 넘버원 길드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영의 표정은 썩 밝질 못했다.
무엇보다 오딘을 잘알고 있는 아영은 오딘이 동맹을 파기하고 곧바로 뒤를 후려칠까가 걱정이었다.
"오딘은 동맹건을 스스럼없이 파기하는 인물중 하나야.
혹 오딘이 네가 마계로 떠난걸 알고 이곳 휴이라트로 쳐들어올지가 걱정이야."
"그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 드래곤 로드가 마룡 릴리스에게 사신을 파견했어.
아마 지금쯤 마룡에게 당도했을거야."
헨리가 걱정말라는듯 아영에게 말했다.
문득 아영의 얼굴에 궁금증이 떠올랐다.
"사신이라고?"
/
"고위급 엘프가 나를 찾아왔다고?"
마룡 릴리스의 물음에 흑마법사 다오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이 보내서 왔다고 합니다."
"드라이언이 무슨용무로 나에게 사신을 파견한거지?"
"그것까진 잘 모르겠으나, 여왕님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왔다고 했습니다.
일단 만나보시는것이 어떻습니까?"
좋은 조건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마룡 릴리스가 못이기는척 고위급엘프를 데리고 오라 일렀다.
고위급 엘프의 정체는 바로 2계급 센티널 일렌시아였다.
헨리와 레오를 알고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 레오에게도 많은 빚을 진 그 엘프가 이곳을 찾은 까닭은 드라이언과 엘프족의 수호성자의 명을 받들기 위해서다.
일렌시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리자 여왕 릴리스가 자리를 권했다.
"그래 드라이언이 왜 너를 나에게 보냈단 말이냐?"
그것이 제일 궁금했다. 여지껏 왕래가 없었던 드라이언이 갑자기 사신을 파견한것이 미심쩍었다. 고위급 엘프를 통해 정보들을 캐물어볼 요량이었다.
"저희 족장님과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님께서는 마룡 릴리스님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저를 파견하시었습니다."
"한가지 제안이라고?"
"그렇습니다 여왕님."
"그 제안이라는것이 무엇이지?"
일렌시아는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내뱉었다.
"현재 파루스 왕국에 머물러 있는 오딘을 공격해 주십시오."
"나더러 오딘을 공격해 달라고?"
"그렇습니다 여왕님."
파루스 왕국에 진을치고 있는 오딘은 방어에 최적화된 요새를 만들어방어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마왕군단이 강력하다곤 하나 방어에 몰두하고 있는 적을 상대로 전투에서 승리한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오딘의 세력이 점점더 커지고 있는 시점이 아니던가?
릴리스가 출진한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데 마왕군단을 사지로 내몰라니?
릴리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하려고 나에게 왔단 말이야? 내가 움직여주리라 생각해? 네년도 알다시피 파루스는 요새화가 되어 있어서 쉽사리 공략하기 힘든 난공불락의 성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 나더러 마족들을 모조리 죽이라는 말이야 지금? 너라면 그렇게 할수 있겠어?"
적의 본진을 치는것은 아군의 병력이 10배에 달했을때나 가능한 일이다.
현재 마족의 숫자보다 오딘이 거느리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다. 즉 본진을 총공격하게 된다면 마족들이 되례 당할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릴리스가 성질을 내었지만, 일렌시아는 기죽지 않고 제 할말만 다하고 있었다.
"저는 파루스 왕국을 공격해 달라고 했지. 함락시켜 달라고 한적은 없습니다."
"그게 그거 아냐!?"
"공격하는 시늉만 해주십시오 여왕님. 적어도 보름. 아니 한달간의 시간동안 오딘의 발만 묶어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여왕님께서 원하시는것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흥! 나는 천금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하지 않을것이야. 그러니 썩 물러가!"
릴리스가 손짓하자 다오와 흑마법사들이 일렌시아를 끌어내려 했다.
차마 사신으로 온터라 죽이진 못하고 쫓아낼 요량이었다.
릴리스는 끌려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드라이언님께서 릴리스님에게 드래곤볼을 드리겠다는데도 거절하실 겁니까?"
"!!"
현재 드라이언은 오딘이 건넨 제 2성구를 가지고 있었다.
오딘은 대대적인 소집령을 내리면서 소속된 길드마스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총수 제이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도출된 결론에서 드라이언을 선봉대로 삼는 조건에 드래곤볼 하나를 드라이언에게 건네자는 의견이 튀어나왔다. 사실 드래곤볼은 7개가 전부 있어야지 효력을 발휘하는 아이템중 하나다.
6개를 모으더라도 7개가 되지 않는 이상은 그저 평범한 돌덩이에 불과했다.
지금 중요한것은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을 선봉대로 내세우고 그들의 피해를 가중화 시키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마룡 릴리스를 없애고 나서 드라이언도 쉽게 없앨수 있다. 드래곤볼은 그때 다시 회수하면 그만이었다.
이에 오딘은 제이든의 계략대로 제2성구를 드라이언에게 진상하면서 선봉대에 서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드라이언은 오딘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2성구를 받아챙길수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언은 선봉대를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움직이진 않았다.
드래곤들이 수면기에 접어들었고, 마나를 보충하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시일을 질질 끌고 있었던 것이다.
헨리가 마계의 정기를 모으는데 필요한 시간을 드라이언이 그런식으로 벌어주었다.
드라이언과 헨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굴러들어온 2성구를 이용해시간을 더 벌 요량으로 마룡 릴리스까지 끌어들였다.
마룡 릴리스는 처음에는 미심쩍어 했지만, 수정구를 통해 드래곤볼 2성구를 확인하자마자 두 눈이 뒤집혀 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드라이언의 요구조건을 수락했다.
"좋아! 대신 공격은 하지 않고 공격하는척을 하면서 시일만 끌어주겠어!
기간은 한달이야!"
"좋다. 그럼 2성구를 너에게 넘겨주도록 하겠다. 혹 거짓말을 하는건 아니겠지?"
"마룡의 명예와 어머니 페르니에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나도 드래곤이니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아! 벨제부로 신의 이름도 걸겠어!"
"좋다 그럼 너에게 2성구를 넘겨주마. 한달의 시간동안 오딘의 이목을 끌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