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28 회: 11권 -- >
요레이의 집터에 도착한 헨리는 또다른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요들족 티모가 앞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요레이와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티모는 레오와 친밀도가 제법 높은편이다. 그래서 레오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티모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그로인해 헨리의 말을 해석할수 없게 되었다.
어쩔수 없어진 헨리는 곁에 있던 판니 NPC를 비롯해 레오캔디를 먹였던 NPC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판니 NPC는 눈치가 제법 빨랐다.
레오캔디를 준 플레이어가 한없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가 티모 NPC에게 다가갔다. 둘은 무언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잠시후 티모 NPC가 아버지의 집터로 훌쩍 뛰어 들어갔다.
"새로운 인간이 우리 거점에 들어왔다고 했느냐??"
요레이의 물음에 아들 티모 NPC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요들족의 언어를 십분활용해서 아버지에게 만나볼것인지를 물었다.
호기심 강한 요들족답게 요레이는 인간이 거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매우놀라웠고, 한편으로는 그 인간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아들이 경계를 했다는건 요들족과의 친밀도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거점에 들어왔다는것은 예사일이 아니었다.
이에 요들족의 족장 요레이는 인간을 한번 만나볼 생각으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티모 NPC는 아버지를 호위하는 경비병 마냥그 뒤를 따랐다.
"오오!"
티모 NPC가 집터에 들어간지 10분이 지났을때, 마침내 요레이 NPC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에게 전후사정을 다 들은터라 요레이는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의 특징들을 제법 잘 알고 있었다.
옷차림과, 생김새등을 보아하니 아들의 말과 일치했다.
요레이는 능숙한 인간언어로 인사를 건넸다.
놀라운건 인간 플레이어의 반응이었다.
"저 못알아보시겠습니까? 저 레오입니다 족장님."
레오라면 요레이가 모를수 없는 인물 중 한명이었다.
그 옛날 숲속 몬스터에게 쫓겨 생사가 위태로울때 레오에게 큰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요레이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생전 처음보는 플레이어가 자신이 레오라고 들먹이자 요레이는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말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잠시후 생각을 정리한 요레이가 더듬더듬 물음을 던졌다.
"자네 이름이 뭔가?"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닉네임 표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요레이도 헨리의 닉네임은 알지 못했다. 헨리가 공손히 대꾸했다.
"전 헨리라고 합니다. 제국의 용사 칭호를 가지고 있죠."
헨리는 의도적으로 제국의 용사 칭호를 강조했다.
모든 NPC들이라면 제국의 황제 베르니카 3세를 잘 알고 있고 요들족의 족장요레이도 베르니카 3세의 후원아래 넘버원 전역을 돌아다닐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기도 했다.
"오호? 자네가 그 유명한 제국의 용사란 말인가?
드래곤종족과의 상잔을 막고 베르니카를 도와준 그 열혈청년?
허허 자네를 이곳에서 만나보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군.
그런데 자네가 레오라고? 그걸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 소리인가?"
제국의 용사라면 철저한 선을 상징하고 있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현재 드래곤로드 드라이언의 진영에서 제 2인자로 군림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자신이 알고 있는 레오라는 플레이어는 동족인 인간들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인간들과의 관계가 매우 안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헨리가 자신이 레오라고 칭하니 요들족의 족장 요레이도 혼란스러울수밖에 없었다.
그같은 반응은 헨리도 어느정도 예상 했었다.
요레이가 대관절 어떤 안전이라고 말한마디에 홀라당 넘어간단 말인가?
이에 헨리는 미리 준비해왔던 요레이의 망원경을 꺼내들고 그것을 요레이에게 내밀었다.
요레이에게 자신이 레오라는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미리 옮긴 것이다.
요레이의 망원경은 넘버원 전역에 몇개 존재하고 있었지만, 헨리가 가지고 있는 요레이의 망원경은 유니크라는 점이 매우 희귀한 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레오로 요레이의 망원경을 지급받았을때는 유니크 등급이 최상이었다.
이후 패치로 인해 레전드리 등급이 나오면서 요레이는 몇몇 인사들에게 레전드리급 요레이의 망원경을 지급한적이 있었다.
즉, 유니크 등급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레오가 유일하다는 말과 일치했다.
요레이는 헨리가 건넨 요레이의 망원경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자신이 건네준 그 망원경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레이는 헨리를 100퍼센트 믿지 않았다.
사실 헨리가 레오에게 거금을 들여 망원경을 사고 거짓말을 할수도 있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 것이다.
이에 헨리는 다시한번 레오를 증명할수 있는 물품들과, 요레이와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등을 몇가지 들려주었다.
그리고 방금전 레오로 접속해서 제물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말했다.
"허허 놀랍군. 그럼 자네가 정말로 레오라는 말인가??"
요레이는 그제서야 헨리를 믿는 눈초리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헨리가 레오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헨리는 개당 수십만원이나 하는 고가의 아이템 레오캔디를 요레이에게 진상했다. 요레이는 헨리가 건넨 진상품을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넘버원 내부에서 반가운 메세지가 흘러나왔다.
띵!
<요들족의 족장 요레이가 플레이어 헨리님의 진가를 알아보셨습니다!>
<요들족의 족장 요레이와의 친밀도가 MAX가 됩니다! 축하합니다!>
헨리는 요레이가 이끄는대로 그의 집터로 걸음을 옮겼다.
몸집이 작아서 집 내부도 매우 작을줄 알았는데, 인간들이 사용하는 집마냥규모가 컸고 또 넓었다. 대략 20여평 정도 되어보이는 공간이었다.
"자 앉게."
요레이가 자리를 권했다. 헨리가 자리에 앉자 요레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레오로 오지않고 헨리로 이곳을 찾은 연유가 뭔가?"
번거롭게 행동하지 말고 그냥 레오로 접속하면 쉽게 만날수 있는데 굳이 헨리로 이곳을 찾아온 연유가 궁금했다.
"사실 요레이님께 한가지 청이 있어서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청이라고? 나에게 말인가?"
"저는 지금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님을 보필하면서 오딘과 마룡 릴리스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드라이언님에게 퀘스트를 받았기 때문이지요. 사실 드라이언님은 제가 레오라는 것을 모르십니다."
"그럼 드라이언에게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말인가?"
"레오로 저지른 악행이 많아 발설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발설해봤자 좋을것도 없고 말이죠."
"그랬군. 그런거였어. 그런데 그거랑 이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
"드라이언님에게 퀘스트를 받았는데, 퀘스트 아이템이 교환이 되지 않아서 본의 아니게 헨리로 찾아뵙게 된 것입니다."
"흠. 그래? 그런데 자네가 말하는 퀘스트의 내용이란 뭔가?"
헨리는 마법배낭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들었다.
바로 드라이언이 건넸던 고장난 드래곤볼 탐지기였다.
드래곤볼 탐지기를 확인한 요레이는 그제서야 헨리가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수 있었다.
"드라이언님과 함께 드래곤볼 탐지기를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요레이가 살며시 미소를 띄었다.
오래전 드라이언의 부탁을 받아 드래곤볼을 만드는데 일조했고, 탐지기까지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데 앞장섰다.
그것이 바로 수천년 전의 일이었다.
드래곤볼 탐지기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음. 그러니까 자네는 드라이언에게 드래곤볼 탐지기를 고쳐달라는 퀘스트를 받고 나를 찾아온 것이군?"
"바로 그렇습니다 요레이님. 제가 이렇게 부탁드리니 옛정을 봐서라도 이 탐지기를 꼭 고쳐주십시오. 드래곤볼을 모아 마룡 릴리스와 오딘을 무찌르고 싶습니다."
"고쳐주는건 그리 어렵지 않네. 다만 고치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는게 더 어렵지."
"재료 말입니까?"
"그렇네. 내가 재료들을 알려줄테니 그것을 가지고 오게나.
그럼 옛정을 생각해서 말끔히 고쳐주겠네."
헨리가 반색하며 물었다.
"재료가 뭔지 알려주십시오."
"재료는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