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20 회: 11권 -- >
"너 혹시 티모에게 아이템 받은거 있니?"
"어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저렇게 말하는걸 보니 티모에게 뭔가를 받긴 받은모양이다.
나리가 호호 거리며 티모에게 받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나리가 티모에게 받은 선물은 총 2가지였다.
한가지는 티모의 망원경이었고, 나머지 한가지는 티모의 모자였다.
티모의 모자를 쓰고 있으면 저절로 은신이 되는 신비로운 능력이 깃들어있었다. 티모의 망원경은 탐색과 동일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거리가 무려 10km나 되었다.
"망원경이랑 모자를 받았는데, 신기하더라구요."
문득 레오의 얼굴이 급격히 사나워졌다.
눈앞에 있는 망원경과 모자만 해도 수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아이템이다.
지금 저 초보를 죽인다면 운이 좋을경우 모자나 망원경중 한가지를 득템할수도 있다.
그순간, 살기를 미연에 눈치챈 티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벌리곤레오를 막아섰다.
죽이지 말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거지? 요들족이 왜 저 초보자를 감싸고 도는거야?'
오우거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눈앞에 있는 카오틱 플레이어에게 죽는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티모는 사력을 다해서 레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생명의 은일을 죽게 할순 없어서 스스로 나선것이다.
'쳇!'
요들족의 심기를 거스려봤자 좋을게 없다.
특히나 눈앞에 있는 티모는 요들족의 아이뻘되는 NPC다.
요레이와의 친밀도가 맥시멈인 레오가, 어찌 요들족의 아이를 죽일수있겠는가?
"응? 왜그러니 티모야?"
티모가 나리의 손을 잡아끌었다.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듯한 뉘앙스였다.
이에 나리는 하는수 없이 티모를 따라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곳은 12구역인데?'
티모가 이끈곳은 레오가 들어가려고 했던 제12구역이었다.
칠흑같은 어둠 때문에 더이상의 이동은 무리였다.
티모는 자신의 마법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들더니 그것을 12구역 앞으로 비췄다. 바로 손전등이었다.
요들족이 사용하는 손전등은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랜턴보다 그 효과가 10배나 더 뛰어났다. 손전등의 여파로 12구역의 초입지역이 금세 환해졌다.
티모의 아이템을 보던 레오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여지껏 2년동안 넘버원을 했지만, 저렇게 성능이 좋은 손전등은 난생처음 이었다.
'역시 요들족은 대단해. 정말 신비로워!'
넘버원에 대해 잘 아는 레오와는 달리 넘버원에 대해 거의 무뇌한 수준인나리는 극과극의 반응을 보였다.
나리는 조용히 티모를 따라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대략 20분정도를 거닐었을까?
문득 티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티모는 껑충껑충 뛰면서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이건!?"
놀랍게도 눈앞에서 마법진 하나가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자줏빛 광체의 마법진에 육각형 모양의 도형이 새겨져 있었는데, 티모가 망설임없이 육각형 모형진에 올라섰다.
나리와 레오는 쭈뼜거리기만 할뿐 마법진에 올라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티모가 레오와 나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끌기 시작했다.
마법진에 올라서자는 티모의 의사표현이었다.
나리는 티모 자신을 구해줬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레오까지 올라오게 하려는걸 보니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에 레오와 나리는 하는수없이 티모의 요구대로 마법진위에 올라섰다.
/
티모가 데려온 이곳은 새로운 지상낙원의 세계였다.
레오와 나리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었다.
하나의 마을 수채화를 그려낸것처럼 매우 아름다웠고, 줄기차게 뿜어져 내리는 폭포수와, 푸르른 하늘, 그리고 밝게 내려쬐고 있는 햇볕과 아름다운 구름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더 눈부시게 빛내주고 있었다.
티모는 두 남녀의 바짓가랑이를 다시한번 세게 잡아당겼다.
이에 레오와 나리는 티모를 따라 마을 한편으로 들어섰다.
거기에는 수많은 요들족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는데 모두가 NPC였다.
이처럼 많은 요들족을 난생 처음보는 터라 레오의 놀라움은 한층더 커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리는 그저 귀여운 햄스터(?)들을 보며 비명만 내지를 뿐이었다.
티모가 둘을 데려간곳은 바로 족장 요레이가 머물고 있는 집터였다.
덩치가 작은 요들족이라서 집의 크기가 미어캣의 그것마냥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볼품은 있어보였다.
티모는 잠시 레오와 나리를 세워두곤 요레이의 집터로 모습을 감췄다.
대략 5분정도 지나고 티모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뒤를 따라 제법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요들족이 나타났다.
그가 바로 요들족의 족장 요레이였다.
요레이가 지팡이를 짊어지면서 앞으로 다가왔다.
거진 40cm에 달하는 작달만한 키.
요레이가 레오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허허, 레오 자네를 이곳에서 또 보게 될줄이야. 정말 반갑군."
족장 요레이는 다른 요들족과는 달리 인간의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줄아는 NPC였다. 요레이가 아는척을 하자 레오가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족장님."
"정말 오랜만이군. 거진 1년만인가??
"하하 1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시군요. 오히려 회춘하신듯 합니다??"
"예끼 이사람아! 핫핫!"
그래도 듣기 싫은말은 아니라서 요레이가 방긋 웃었다.
이윽고 요레이의 시선이 곁에 있던 나리에게로 향했다.
요레이가 대뜸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이에 질세라 나리도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내새끼 티모를 구해주어 정말 감사하구려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아.. 티모가 족장님의 자식이었군요?"
"하하 그렇지요. 그나저나 오우거를 때려눕히셨다고 했는데 정말 대단하신 플레이어군요. 내 이럴게 아니라, 아들을 살려준 은의에 보답을 하고 싶은데…"
"호호 아니에요 족장님. 저는 티모에게 이미 두개의 아이템을 받았어요.
그것에 만족할게요."
그말에 레오가 한심하다는듯 혀를 끌끌 찼다.
요레이가 주는 아이템은 최소한 몇천만원이나 호가하는 초특급아이템이다.
굴러들어온 복을 제발로 걷어차니 그렇게 멍청해보일수가 없었다.
"허허 마음씨까지 고운 처자로군. 그럼 다음에 나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면 뭐든지 한가지만 말해보도록 하게나. 내 언제든 그대의 부탁을 들어줄것이니."
"호호 감사합니다 족장님."
족장 요레이가 레오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티모 이녀석이 자네를 알아보고 이곳에 데리고 올줄은 몰랐군."
"예? 그건 무슨말씀이시죠?"
"티모가 그러더군. 자네의 몸에서 아버지인 나의 진한 향기가 느껴진다고.
그래서 이곳에 데리고 왔다고 하더군."
"아?? 그랬군요?"
"원래는 요기 눈앞에 있는 나리라는 플레이어만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자네의 몸에서 나의 향기가 느껴져서 같이 데리고 왔다는것이 티모의 말이었다네. 뭐, 좌우지간 우리의 새로운 거처에 온걸 환영하는바일세푹 쉬게나. 종종 나를 찾아와 이벤트도 좀 치르고."
"하하 알겠습니다 요레이 족장님."
"에구구. 요즘 나잇살을 먹어서인지 삭신이 쑤셔 죽겠구먼.
나는 좀 쉬고 있겠네. 혹 용무가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게나."
족장 요레이가 집터로 들어가자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리가 레오에게 물어왔다.
"이벤트라뇨? 지금 이벤트 중이에요?"
"하여간 초보들은 이래서 곤란하다니까?
공지사항 보면 될거 아냐? 공지에 요들족 이벤트 한다고 어필을 그렇게 많이 해놨는데 그것도 몰랐어??"
"아… 그랬구나…"
"멍청하기는 ㅉㅉ.."
계속되는 하대에 혀까지 끌끌 차는 모습을 보자 나리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