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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바이올라 국경과 이어져 있는 12구역 광산입니다.
현재 바이올라 왕국은 마룡 릴리스의 거점하에 놓여져 있으며 마족들이 득시글 거리고 있습니다. 조심해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12구역 언저리에 당도했을때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나리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현재 나리의 레벨은 기껏해야 30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12구역에 존재하고 있는 마족들의 레벨은 최소 레벨이 50이었다.
35짜리 숲속 오우거도 간신히 처치한 마당인데 레벨 50짜리 선공형 마족 몬스터들이 12구역에 득시글 거리고 있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냥 확 달려나가서 말만 걸어보고 도망칠까?'
장로 카르스의 부탁으로 야명주를 전달해주는 퀘스트를 받고 왔다.
다행히 지척에 야명주 NPC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문제는 야명주 NPC 사이에 마족 몬스터들 수십마리가 진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당장 달려나간다면 선공형 마족 몬스터들이 포위하고 들이칠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죽고 만다.
이렇게 된 이상 마족 몬스터들이 야명주 NPC에게 멀찌감치 떨어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마족 몬스터들은 NPC에게 떨어지기는 커녕 오히려더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리는 애가 탔다.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고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현실은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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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구역에 직접 가보신단 말씀이십니까?"
리치의 물음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는 마족들과는 달리 언데드 종족이 아니라 인간종족원이다.
야명주를 만드는것은 물론이고 설치까지 할수 있기 때문에 직접 야명주를 설치하고 12구역을 살펴볼 요량이었다.
레오가 12구역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요들족 때문이었다.
아영이가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요들족이 드워프 광산에 출몰했었다고 했다.
넘버원 고급사이트에서 거금을 주고 확인한 정보이니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1구역과 11구역을 모조리 둘러봤음에도 불구하고 요들족은 커녕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그저 일만하고 있는 스켈레톤과 좀비들만 광산에 빼곡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제 남아있는곳은 제12구역 한군데다.
"포로로 잡아둔 인간들을 이용해서 야명주를 제작하도록 해.
난 그동안 12구역을 좀 둘러보고 올테니까"
"알겠습니다 레오님."
11구역과 12구역은 제법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이동하는데 큰어려움은 없었다. 왼쪽길을 빠져나온뒤 갈림길에서 오른쪽길로 이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12구역 초입지역에 당도한 레오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는 광산 초입부를 지켜보았다. 암흑천지였다. 불빛이 없으면 도저히 앞을 분간할수 없을 정도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빛의눈 스킬을 미리 배워둘껄 했지만, 후회를 해봤자 이미 때는 늦었다.
'응? 저 NPC는 뭐지?'
불을 밝힐 도구를 찾기 위해서 헤매던중 마침 12구역 광산앞에 야명주 NPC를 발견할수 있었다.
닉네임이 야명주인것으로 보아 저 NPC가 야명주를 제작해주는 NPC가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레오는 야명주 NPC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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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에도 사람이 있네?'
숲에서 마족 몬스터들이 야명주 NPC에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나리였다.
나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마족 몬스터들은 모두 선공형 몬스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에겐 공격을 하지 않았다.
분명히 선공형 몬스터인데, 왜공격을 하지 않는걸까?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상대는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말인즉 인간 플레이어가 틀림없다는 소리였다.
NPC들은 저렇게 유동적이지 못하다.
상대가 인간이라는데 힘을 얻은 나리가 숲을 벗어나 대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 때문에 인간 플레이어도 그제서야 나리를 발견할수 있었다
'뭐야? 레벨 30의 초보잖아?'
빛의 주문서로 상대방의 레벨을 확인한 레오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곳은 레벨 50구간이 놀수 있는 사냥터다.
하지만 레벨 50도 섣불리 제 12구역으로 오진 못한다.
12구역에 배치된 마족 몬스터들이 전부 선공형 몬스터라서 다구리가 매우 심하다. 최소 레벨 60은 되어야 사냥이 할만하다.
그런데 레벨 30짜리 꼬마가 혼자서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보아하니 초보녀석이 돌아다니다가 우연찮에 이곳으로 휩쓸려 온것 같아 보였다.
레오가 성큼성큼 초보에게 다가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여긴 너같은 초보가 올곳이 못된다.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가라."
상대가 하대를 하는게 못마땅했지만, 지금은 눈앞에 있는 플에이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나리는 상대의 하대를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퀘스트를 수행중이라서 그럴순 없어요."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그래요. 저기 있는 야명주 NPC에게 볼일이 있거든요."
레오의 시선이 야명주 NPC에게 돌아갔다.
보아하니 초보자 녀석이 야명주 NPC 근처에 있는 마족 몬스터들 때문에 여기서 서성인듯 싶었다.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마족 몬스터 때문에 이러고 있었구나?"
"네."
"녀석 솔직해서 좋군. 그렇다면 내가 한번 도와주마.
그러니까 빨리 퀘스트 클리어하고 이곳을 벗어나라."
"우와 정말요!? 정말 도와주시는거에요??"
"이녀석이 속고만 살았나? 아무튼 잠시 기다려라."
레오는 마족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몬스터들을 전부 야명주 NPC가 있는 반대방향으로 몰아세운뒤눈앞에 있는 초보자에게 손짓을 건넸다.
초보자가 폴짝 뛰면서 재빨리 야명주 NPC에게 달려갔다.
잠시후, 퀘스트를 마치고 야명주를 건네주는데 성공한 초보자가 레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레오가 손을 휘저으며 초보자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됐으니 얼른 가봐라."
지금 중요한것은 12구역에 있을지 모르는 요들족을 찾는것이다.
만에하나 초보자의 눈에 요들족이 보인다면 초보자 녀석이 요들족 출몰정보를 고가에 팔아넘길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요들족의 위치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요들족에게 얻을수 있는 아이템이 적어진다. 그것을 방지하려면 일단 혼자서 12구역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초보자를 서둘러 내쫓는 것이었다.
마음같아선 죽여버리고 싶은게 사실이었으나, 레벨 30짜리.
그것도 생짜 초보를 죽이기엔 조금 그래서 최대한 말로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그리고 캐릭터를 보아하니 현실의 여자친구를 너무 많이 닮아서 차마 죽이기도 뭐한게 사실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요. 사례금으로 좋은거 하나 줄게요."
레오가 헛웃음을 지었다. 레벨 30짜리 녀석이 무슨 아이템이 있다고 사례금을 준다는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안받으면 절대로 안갈 기세라서 레오는 한번쯤 동조해 주는셈 치고 그녀를 주시했다.
그때였다. 마침 그녀가 배낭을 뒤적이던 찰나였다.
배낭속에 있던 조그마한 새끼 너구리가 바닥으로 폴짝 뛰어 내리더니 레오를 물끄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레오는 눈앞에 있는 새끼 너구리를 보자마자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새끼 너구리의 정체가 바로 요들족의 티모 NPC였기 때문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초보자의 배낭속에서 티모 NPC가 튀어나왔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레오가 초보자에게 물음을 던졌다.
"너 티모와는 어떤 사이지?"
"티모? 아?? 이 새끼 너구리요?"
초보자는 방금전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전부 레오에게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레오가 믿을수 없다는듯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
초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요들족의 티모 NPC가 초보자의 소환수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상하군. 요들족은 절대 소환수가 될수 없다고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