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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정도 잠정적인 휴전이 이어지면서 넘버원 세계는 오랜만에 평화를 맞이한듯 싶어보였다.
하지만 그 평화는 마룡 릴리스의 의해서 완전히 깨져 버리고 말았다.
마룡 릴리스가 드워프 광산을 공격하면서 오딘과의 악명이 더욱더 높아져버렸고, 근래에는 오딘 길드와 마룡이 이끄는 마족 사이에서 싸움이 좀더잦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에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은 양쪽이 싸우는 틈을타 오딘 길드가 다스리고 있는 트룬하운트에 총 공세를 펼쳤고, 사흘간의 공방끝에 교역도시 트룬하운트를 점령하는데 성공할수 있게 되었다. 이에 오딘길드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오딘은 대대적인 전투병력을 이끌고 휴이라트에 총공세를 펼쳤다. 다행히 블루 드래곤들의 끈질긴 방어 덕분에 휴이라트령을 사수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인명 피해가 자그마치 3만이나 발생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휴이라트령의 국왕 자리에 올라있는 헨리가 레오로 플레이 하고 있는것이다.
페이의 상식에서는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강혁오빠가 광산에 간건 두가지 이유때문이야."
"두가지 이유?"
"하나는 바로 무기제조 때문이야.
첩보에 의하면 마족들이 무기를 공수하기 위해서 드워프 광산을 점령했다고 해마족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그곳에 간 거야."
페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족들은 생체병기들 아니었어? 놈들이 무기도 사용했었나?"
"데스나이트는 무기의 공격력 수치에 따라 능력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데스나이트를 강화 시키려면 마룡 릴리스가 광산을 점령한듯싶어. 그렇게 해야 재료들을 모으고, 검을 만들수 있을테니까."
"흠. 그렇구나. 그럼 두번째 이유는 뭐야?"
"드워프 광산에서 요들족을 봤다는 정보가 들어왔어."
"뭐,뭐라고!? 요들족?? 그게 정말이야 윤지야?"
윤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영이 언니가 알아낸 정보를 분석해봤는데 요들족과 드워프족이 모종의 거래를 한것 같아. 이벤트 내용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요들족은 새로운터전을 찾기 위해서 넘버원 전역을 떠돌아 다니고 있고 좋은 터를 물색하고 있다고 했어. 드워프들은 풍수지리에 능하고, 제작기술이 뛰어나니아마도 요들족이 드워프족을 만나서 조언을 얻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해."
"그럼 강혁이형은 두가지 정보를 알아내려고 광산으로 이동한거야?"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강혁이 형이 휴이라트를 비웠으니 우리가 할일이 월등히 많아졌다는 거잖아?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이 뭐야?"
"오딘이 쳐들어와서 3만명의 영지민들이 죽고 말았잖아?
강혁 오빠가 영지를 잘 보살펴 달라고 했으니까, 페이 너는 치안유지에 힘을좀 써줘."
치안유지라면 어쌔신인 본인의 특기중 특기였다.
페이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받았다.
"당분간은 스케쥴도 없고, 여동생의 꼬장도 없을테니 이참에 치안유지에 힘좀 써봐야겠네 마침 잘됐어."
윤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동생의 꼬장??"
"아 그게말야. 며칠전부터 여동생이 넘버원을 시작했거든.
아직 모르는게 많아서 나한테 계속 물어보고 있는데 계속 물어보니까 짜증이 나더라고.
지금도 막 편지 보내면서 물어보고 있는중이라 귀찮아 죽겠어."
페이에게 여동생이 있다는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윤지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차라리 이곳 휴이라트령으로 오라고 하는게 어때?
여긴 초보 사냥터도 많고, 모르는게 있으면 우리 길드원이 알려주면 되잖아?"
"오? 정말?? 정말 그래도돼??"
"그야 물론이지. 너의 여동생인데."
페이가 느닷없이 윤지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넘버원 길드원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몇번 생각해보긴 했지만 여동생의 레벨은 고작해야 20에 불과했다.
다른 길드원들의 평균 레벨은 자그마치 500에 달한다.
20짜리를 돌보기 위해서 500짜리가 희생할수는 없었다.
치안유지하랴, 영지 지키랴, 공격해 오는 적들을 막으랴.
그렇지 않아도 바쁜 마당이다.
그 누가 여동생을 도와주려고 하겠는가?
게다가 한창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이라 자칫 잘못하다간여동생이 길드원들의 발목을 잡을수가 있었다.
그래서 눈치만 보고 있었던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넘버원 길드의 제 2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윤지가 직접 데려 오라고 하니 이처럼 기쁜 소식이 어디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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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캐릭터들 중에서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오는 캐릭터가 마을 내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의 닉네임은 [나리]였다.
나리는 넘버원을 즐기고 있는 여성플레이어였다.
흔히 여성플레이어들은 넘버원을 시작하기 앞서 캐릭터를 생성해낼때 성형 시스템을 적극 이용. [개조작업](?)에 몰두하는 경향이 짙었다.
자신의 캐릭터를 예쁘게 꾸미고, 뭇 남성 플레이어들에게 미모를 어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리는 개조작업을 하나도 거치지 않고 본연의 모습그대로를 스캔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덕분에 다른 여성 플레이어와는 달리 캐릭터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사실 여성 캐릭터를 자세히 살펴 보면 어디를 성형하고, 또 어디를 고쳤는지 제법 티가 난다. 하지만 그런것을 입밖에 내봤자 여성 플레이어들에게 좋은소리 못듣기 때문에 일부러 모른는척하고 조용히 게임을 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나리는 캐릭터 자체가 매우 자연스러웠고, 또한 매우 예뻤다.
지나가던 남정네들도 나리의 모습을 보며 연신 신기해할 정도였다.
개중에는 용기내어 나리에게 접근하는 이들도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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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갑옷 사이로 울긋불긋한 근육 모습을 드러냈다.
척보기에도 전사 계열의 탱커 직업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틀림없었다.
'캐릭터를 보아하니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구현화 한거 같아.
정말 예쁜걸? 완전히 내 스타일이잖아??"
넘버원은 스캔기능을 통해 몸매와 얼굴을 감지하고 그것을 구현화 시키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말인즉, 넘버원의 모습 그대로를 감지해서 넘버원에 형상화 시킬수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캐릭터를 보니 매우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있었다.
필시 평소의 모습 그대로를 캐릭터로 구현화 시킨 것이리라.
탱커가 용기있게 나리에게 다가갔다.
마침 물어볼게 있었던터라 나리는 밝게 미소를 띄며 탱커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휴이라트에 가시려고 하는겁니까?"
"네. 그래요. 휴이라트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미모의 여성이 질문을 해오는데 씹는것은 예의가 아니다.
마초남이 성심성의껏 질의에 답변을 해주었다.
"휴이라트는 이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걸어서 가기에는 그쪽의 레벨이 낮아 보이니 무리일것 같은데……
혹 레벨이 어떻게 되십니까?"
"20이에요."
탱커가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레벨이 이렇게 낮을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였다.
"레벨이 20이면 그냥 이곳 바이스 왕국에서 사냥을 하시는것이 나을텐데 왜 휴이라트에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군요.
혹 휴이라트에 가야할만한 이유라도 있으신지??"
"거기에 남자친구랑 오빠가 있거든요."
남자친구라는 말에 얼굴이 급격히 굳어지는 탱커였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리는 방긋이 미소만 지을뿐이었다.
"지금으로선 걸어서 이동하기엔 무립니다.
레벨이 낮아서 이동하다가 몬스터들의 밥이될수 있기 때문이죠.
차라리 캐쉬 상점에 들르셔서 캐쉬를 사고 이동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아 캐쉬요? 그런게 있었어요?"
캐쉬상점도 모르는걸 보니 기초적인 지식도 전혀 없어뵈는 여성 유저였다. 마초남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인터페이스 하단에 캐쉬샵이 있으니 한번 보십시오."
나리는 도움을준 마초남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뒤 그의 말대로 캐쉬샵을 한번 클릭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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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무슨 주문서가 이렇게 비싸담??'
캐쉬상점을 둘러보던 나리가 다시금 넘버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생각보다 캐쉬아이템들이 너무나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이라트 귀환 주문서가 자그마치 100만원이나 하고 있었다.
넘버원은 골드가 원화로 통일되기 때문에 캐쉬가 100만원이면 현금 100만원과 똑같다.
그말인즉 휴이라트에 가려면 현금 100만원을 내고 가야한다는 소리였다.
현재 나리의 레벨은 고작해야 20에 불과했다.
레벨 20을 찍으면서 모은돈은 꼴랑 1만2천골드.
그것도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이었다.
물약을 사고, 방어구와 무기를 수리하면 땡전한푼 남지 않는다.
결국 나리는 또다시 오빠에게 편지를 날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