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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311화 (31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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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땀을 흘렸더니 제법 허기가 지는군요.

식사를 좀 하시겠습니까?"

마계에도 엄연히 식당은 존재한다.

인간들이 먹을수 있는 음식은 없었지만, 릴리스가 레오를 배려한 덕분에 인간들이 운영하는 잡화상점을 들여놓았고, 레오는 잡화상점에서 포만감을 채울수 있는 몇가지의 아이템을 고를수 있게 되었다.

레오는 포만감을 채울수 있는 아이템을 데스나이트에게 내밀었다.

나이트 NPC가 헛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어엿한 마족일세.

그것도 데스나이트로 변모한 터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수 있게 되었지.

포만감이라는 요소는 나에게 없으니 자네나 실컷 먹게나."

레오는 빙그레 미소짓더니 빵을 한입 배어문뒤 우유를 입속에 털어넣었다.

대련후에 먹어서인지 그 맛이 일품이었다.

곁에서 레오가 음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이트 NPC는 문득 인간이었을때가 새삼 떠올랐다.

그때에는 레오처럼 맛있게 음식을 먹고, 땀도 흘렸었는데…

"자네는 보니 문득 옛날이 떠오르는군."

"그러고보니 궁금한게 있었는데요. 나이트 NPC님은 옛날에 어느 왕국소속의 기사셨나요?"

"하하 여태 그것이 궁금했었는가?"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치뤘을때도 그랬고, 방금전 대련을 펼쳤을때도 그랬고 이상하게 낯이 익은 검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물어본 거였다.

나이트 NPC가 문득 옛일을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말일세…제국… 그러니까 아레아 제국의 근위기사단장직을 맡고 있었던 기사단장이었네."

"우와! 근위기사단장님이셨다고요!?"

다른 데스나이트와는 달리 검술의 조예가 깊어서 예사 인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설마하니 제국의 근위기사단장이었을줄은 꿈에도 몰랐던 레오였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걸요? 제국의 근위기사단장께서 어떻게 데스나이트가 되려고 하신건지 저로써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사실 제국에 속한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의 기사들도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저주받은 데스나이트를 증오하기 때문에 죽어서도 데스나이트가 되려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간혹 질나쁜 네크로맨서에게 걸려서 억지로 데스나이트가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제국의 근위기사단장직을 역임했을 정도라면 그의 정신력은 보통이 넘어선다는것을 말해준다. 그말인즉 네크로맨서들의 힘을 빌어 자신 스스로가 데스나이트가 되었다는 말과 진배없다.

제국의 근위기사단장직을 맡고 있던 나이트 NPC가 왜 스스로 데스나이트가 되었던 것일까? 레오는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나이트 NPC가 한동안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가 이내 결심을 굳힌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이트는 베르니카 2세 황제를 보필하고 그에게 충서서약을 했던 기사였다.

베르니카 2세는 제국을 잘 통솔했고, 귀족들의 화합을 추진해 귀족들 모두의 규합을 위해서 힘을 썼다.

베르니카2세는 외적인 부분보다는 내적인 부분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바로 내정이었다.

베르니카 2세는 내정을 돌보는데 있어 소홀함이 없었으며, 혹 내정을 돌보는데 소홀함을 보이는 귀족이 있으면 최고귀족인 공작이라고 해도 과감하게 그를 내쳐버렸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왕권강화에도 힘을 썼다.

그렇게 한동안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날.

정정하던 베르니카 2세가 갑자기 병에 걸리고 말았다.

많은 신관들이 나서서 베르니카 2세 황제를 치료하는데 힘썼지만, 나이 때문에 병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위독해 졌고, 황제의 병세가 악화됨에 따라, 황궁은 후계자 문제 때문에 내적인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다. 황제에게는 아들이 총 일곱명이 있었는데, 그중 첫째와 셋째가 파벌을 띄면서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첫째와 둘째는 황후의 배에서 나온 자식들이었고, 셋째부터 일곱째까지 후궁들이 나은 자식들이었다.

즉, 황후의 아들들과, 후궁들의 아들들이 파벌을 띄면서 서로에게 검을 겨눈 것이었다.

형세는 황후파와 후궁파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칠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다.

고위급 귀족들은 대부분 황후파에 속한 첫째 황자에게 힘을 실어주었지만지방 귀족들과 지방 영주들은 대개가 셋째를 지지했다.

첫째와는 달리 셋째 황자는 지방 영주들에게도 중앙진출의 기반을 마련해주겠다고 호언을 했고, 그 덕분에 지방 귀족들의 지지를 전부 얻을수 있게된것이었다. 공작들의 위세가 대단하다곤 하나, 물고 늘어지는 지방 귀족들의 숫자가 너무나 많아서 형세는 어느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5:5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내전은 3개월동안 지속되었고, 그때까지도 황제의 자리는 공석이었다.

내전에 종지부를 찍고, 황제 자리를 꿰차기 위해서 첫째 황자는 근위기사단장 나이트를 찾아가기에 이르렀다.

근위기사단장 나이트는 아레아 제국 내에서도 신망이 두텁기로 소문난인사였다. 그만 휘하에 넣을수 있다면 근위기사단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도 단숨에 장악할수 있게 된다.

첫째가 근위기사단장에게 접근한다는 소식은 오래지 않아 셋째황자의 귀에도 전해졌다. 그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첫째가 그랬던것처럼 사람을 파견해 나이트 근위기사단장을 포섭하려 했다.

졸지에 검을 틀어쥐게된 나이트 근위기사단장은 한없이 난감해졌다.

차후 황제폐하가 될 인사에게 충성서약을 하고 지금은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포했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첫째 황자 사람들과 셋째 황자 사람들로 인해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저는 차기 황제 폐하에게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더이상 저를 찾아오지 마십시오!]

첫째와 셋째가 끊임없이 사람을 보냈지만, 나이트 기사단장은 아예 황자들이 보낸 사람들을 만나 보려고 하지도 않고 내쫓아 버렸다.

이에 앙심을 품은 셋째 황자는 교묘한 계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스텔리가 이끄는 이글스 기사단의 제복을 똑같이 맞추어 30여벌 정도를 구해오너라."

"그것을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다 생각이 있다. 그러니 너는 시키는대로만 하라."

셋째 황자는 계책을 발설하지 않고 시키는대로 제복만 구해오라고 명을 내렸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수하들이 첫째가 이끄는 기사단의 제복 30여벌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에 셋째황자 스판은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30여명의 기사들을 뽑아그들에게 제복을 입혔다.

가짜 이글스 기사단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스판 황자는 부관에게 명해 편지 한장을 가지고 적진인 스텔리 황자 진영으로 보낸뒤, 또다른 부관에게 편지 한장을 전달하며 명을 내렸다.

"너는 지금 당장가서 나의 초대장을 나이트 기사단장에게 전해라."

부관에게 초대장을 전달했지만 부관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나이트의 저택을 찾아가기만 해도 곧바로 쫓아내기 때문이었다.

부관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과연 만나주겠습니까?"

"정 안되면 집사에게라도 전해주어라."

명을 받든 부관은 곧장 나이트의 저택으로 향했다.

예상했던대로 집사가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삼가시켰다.

내전이 끝나면 그때 출사하겠다는 말 한마디만 남길뿐이었다.

부관은 품에서 셋째 황자 스판이 건넨 편지를 꺼내들고 그것을 집사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나에게 전해주라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기사단장님."

자세히보니 평범한 편지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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