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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습니다 레오님. 큰 신세를 졌습니다."
데스나이트 군단장 NPC로 있는 나이트 NPC가 고개를 조아리며 레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레오를 죽음직전까지 몰고 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릴리스는 나이트 NPC를 죽여 없애려 했고, 헬파이어까지 생성해냈다.
마족 최강의 기사라고 하나 마룡의 헬파이어를 견딜수 있는 존재는 없다.
막 릴리스가 헬파이어를 쏘아붙히려던 찰나, 그때 레오가 개입했다.
레오는 릴리스를 막아서고 나이트 NPC를 구했고, 그 덕분에 나이트 NPC는 목숨을 부지할수 있게 된 것이다.
레오와 릴리스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부 인간에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호기심이 많은 드래곤답게 릴리스는 레오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고, 레오는 질의에 맞춰서 답변을 해주었다. 무려 2시간동안 대화가 이어졌지만, 나이트 NPC는 바깥에서 레오를 기다렸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릴리스를 제외하고 마족 NPC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던 레오였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마족 NPC들. 특히나 데스나이트 NPC 같은 경우는 지성을 겸비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살아생전 인간 기사로 활약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말인즉 인간에 대한 정보들과, 고대의 정보들을 알고 있을 공산이 매우높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좋아. 이참에 마족 NPC들과도 좀 친해져보자.'
그렇게 생각한 레오는 마침 인사를 건네오고 있는 나이트 NPC에게 마주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차렸다.
눈앞에 있는 카오틱 플레이어. 나아가 마룡 릴리스의 오빠되는 사람이 예를 차려주자 나이트 NPC는 역시나 눈앞에 있는 카오틱 플레이어가 보통이 아님을 짐작했다.
사실 카오틱 플레이어들은 대개가 무례하기 짝이 없다.
자신이 가장 잘난것 마냥 허세를 떨기 일쑤였고, 막상 전쟁이 발발하면 득과 실을 따지기만 할뿐 최전방에 나서서 싸움을 걸지 않는다. 혹여 죽게 된다면 아이템을 드랍당할 공산이 컸기 때문에 뒤에서 알짱알짱 거리다가, 승리가 눈앞에 닥치면 그제서야 합류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는 달랐다.
카오틱 플레이어인데도 불구하고 최전방에 나서서 인간들을 말살했으며, 마족의 사기를 고무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나이트 NPC는 레오의 활약상을 익히들어 알고 있었다.
같이 전투를 치뤄본적은 없었지만, 간간히 전해져 오는 소문 덕분에 그의 활약상을 알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다 믿지는 않았다.
소문이라는것이 허풍이 조금씩 가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직접 레오와 싸워보고서야 깨달을수 있었다.
그 소문은 절대 허풍이 아니라는것을 말이다.
'역상성인데도 불구하고 나와 호각지세를 이뤘다.'
스태미너의 제약만 없었다면 레오가 이겼을 싸움이다.
언데드 종족의 이점 때문에 대련에서 이긴만큼 나이트 NPC도 레오를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본래 기사NPC였다는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듯 나이트 NPC는 강인한 레오에게 친밀감을 표시했다.
예나 지금이나 기사들은 강한자를 병적으로 받드는 경향이 짙다.
나이트 NPC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꼬박꼬박 존칭을 하면서 레오를 대했다.
레오는 그게 조금 불편했다.
"나이가 저보다 한창 위이신것 같은데 말을 편하게 해주시지요."
"아닙니다 대공. 제가 어찌 감히 대공께 말을 편하게 한단 말입니까?"
"대,대공이라고요?"
대공.
즉 여왕의 남편을 일컫는 말이다.
마족의 수뇌부들은 이미 릴리스가 레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와 혼인을 맺을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항상 붙어 다니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겨난 오해였다.
레오가 당치도 않다는듯 손사래를 치면서 웃었다.
"대공이라뇨? 그말 듣기 거북하니 그냥 레오라고 불러주십시오."
"아,알겠습니다 레오님. 저기 근데…"
나이트 NPC가 무슨 할말이 있는듯 싶어서 레오가 그를 쳐다보았다.
나이트 NPC는 전형적인 남성답게 말을 돌려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내뱉었다.
"저와 대련을 한번 해주실수 있겠습니까? 정식으로 대련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대련이라…"
사실 역상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련을 해봤자 좋을건 없었지만, 나이트 NPC가 대련을 너무 원하는것 같아서 레오는 친밀도나 올릴겸나이트 NPC의 요구를 선선히 수락해 주었다.
그러자 넘버원 내부에서 반가운 메세지가 울려퍼졌다.
띵!
[데스나이트 군단장 나이트 NPC와의 친밀도가 10 상승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레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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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구나 신드라야. 그리고 리엔아."
신드라와 리엔이 고개를 조아리며 루시엘라 NPC에게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서열상 루시엘라의 직책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건네는 일종의 예의였다.
신드라와 리엔은 곁에 있던 카이오에게도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갑자기 너희들이 이곳에 찾아올 줄은 몰랐구나.
그런데 어찌된 일이냐? 인간계를 지켜야할 너희들이 왜 이곳에 온게야?"
신드라와 리엔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난 루시엘라와 카이오의 표정이 대번에 벌레씹은 표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룡 릴리스가 금속성을 부여받았구나…"
"그 때문에 이곳에 찾아온 것입니다.
혹시 루시엘라님과 카이오님께서 방어력 무시 아이템에 관련해서 혹 알고 계시는 정보가 있나 싶어서 말입니다."
리엔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지만, 루시엘라와 카이오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방어력 무시 아이템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것이 없구나."
"나도 그렇단다."
그말에 두 신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혹 천상계의 대천사라면 알고 있을거라 생각해서 온 것인데 그 두사람도 모른다고 하니 앞길이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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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챙챙챙!
검과 검이 부딪히면서 커다란 불똥을 일으켰고, 불똥이 일으킨 자리에서 검의 파편이 이리저리 튀기 시작했다.
데스나이트가 내뿜는 데스 블레이드의 여파로 생겨난 현상이었다.
레오는 날이 상한 검을 집어 던지고 자신의 장기인 궁을 이용해살을 매겼다. 그리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데스나이트에게 쏘아붙혔다.
하지만 화살은 데스나이트의 몸에 박히기도 전에 데스나이트가 내민검날에 걸려서 반토막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데스나이트는 그 기세를 몰아 데스 블레이드가 깃든 장검을 레오의 목덜미에 내밀었다.
레오가 피식 거리며 웃었다.
"제가 졌습니다."
"……"
나이트 NPC가 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전 생사를 넘나들때만 해도 자신을 궁지에 몰아부친 레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 맥없이 항복을 선언하는 것이다.
상대가 항복했기 때문에 계속 검을 내밀고 있을순 없는 노릇이라나이트 NPC는 검을 거두고 칼집에 검을 꽂아 넣었다.
레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 내기에서 졌으니 제가 소원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기에서 진사람이 이긴사람에게 소원을 말하자고 했습니까?
그리고 소원을 무조건 들어준다는 것으로요??]
[예 그렇습니다. 어떻습니까?]
통상 내기에서 이긴 사람이 진사람에게 소원을 비는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상대는 무슨 꿍꿍이인지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었다.
들어주지 않는다면 대련을 하지 않을것 같아서 나이트 NPC는 속는셈치고 내기를 수락했다.
레오가 빙긋 웃자 나이트 NPC는 그제서야 레오의 의중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제 소원은 나이트 NPC께서 저에게 하대를 하는것입니다.
약속이니 들어주시겠지요?"
역시나 예상했던 소원이었다. 나이트 NPC가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거기까지 계산하고 대련에 임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그래도…"
"설마 명예를 중시하는 기사분께서 약속을 저버리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시진 않으시겠지요?"
저렇게 말하니 딱히 할말이 없는게 사실이었다.
나이트 NPC가 쓴웃음을 지으며 레오에게 말했다.
"자네 생각보다 교활한 구석이 있는걸? 이거 원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군…"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계속 하대하시는겁니까?"
척보기에도 나이가 들어보이는 중년기사가 데스나이트로 변모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편하게 말을 놨으면 하는것이 레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