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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309화 (30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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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레오가 신비의 활을 대지에 박아넣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NPC 나이트가 다시한번 놀란눈을 치켜뜨며 감탄을 토해냈다.

상대방에게서 끓어오르는 진지함과 투지로 인해 몸에서 열이 날 정도로 뜨거운 기운이 전해져왔다.

"정말 대단하군."

"후후 이정도는 개나소나 다 하는거지."

여지껏 수많은 카오틱 플레이어를 상대해봤지만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만큼대단한 위력을 지닌 자는 없었다.

NPC 나이트는 저도 모르게 한발자국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상대의 독기어린 눈빛에 절로 위축이 된 까닭이었다.

지독하고, 괴랄한 눈빛.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무언의 눈빛이 데스나이트를 공포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하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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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입니다. 저자가 틀림없습니다!"

데스나이트가 가리킨 방향에는 붉은기운을 스멀스멀 내뿜고 있는 카오틱 유저하나와, 나이트 NPC가 한창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결투는 오래지 않아 종결되었다.

지구력과 스태미너에서 밀린 나머지 카오틱 플레이어가 NPC 나이트에게 무릎을 꿇은것이다.

마룡 릴리스는 눈앞에 있는 카오틱 플레이어를 보며 앞으로 껑충 뛰쳐나갔다.

친밀도가 맥시멈 상태이기 때문에 카오틱 플레이어의 머리위에 [레오]라는 닉네임을 확인할수 있었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레오를 확인하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쳐나간 것이다.

하지만 레오의 상태는 생각보다 엄중했다.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고, HP는 고작해야 5퍼센트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하로 있는 NPC 나이트가 지인을 거진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은것이다.

화가난 마룡 릴리스가 매서운 눈빛으로 NPC 나이트를 쏘아보았다.

나이트 NPC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감히! 감히 내 지인을 죽이려 들다니!!"

자신이 내린 명령을 수행했을뿐인데 마룡이 펄쩍 뛰면서 마법구 하나를 생성해내니 나이트 NPC는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그가 무어라 해명을 하려던찰나. 등뒤에 있던 사내가 릴리스의 팔목을 얼른 잡아챘다.

릴리스의 고개가 등뒤로 향했다.

그녀의 마법을 저지한것은 다름아닌 레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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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고마워 릴리스."

릴리스가 시전한 힐을 받고 레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룡답게 그녀의 힐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고, 레오의 HP를 고작 10초만에 풀게이지로 채울수 있었다.

마룡 릴리스가 환하게 웃으며 레오에게 폴짝 달려들었다.

넘버원을 뒤흔들고 있는 마룡답지 않은 작태에 데스나이트와 그녀를 수호하고 있는 흑마법사 다오는 순간적으로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위엄이라곤 도저히 찾아볼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오가 그녀를 보며 엄중하게 말했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릴리스 여왕님. 일단 집무실로 들어가시지요.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좋겠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오의 말대로 마족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릴리스를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상황파악을 끝낸 릴리스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릴리스는 다오와 함께 레오와 나이트 NPC를 데리로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큰일이군…'

집무실로 이동하던 레오의 표정이 썩 좋질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머릿속에 표기된 표식 때문이었다.

릴리스의 머리 위에는 금속성을 띄는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그말인즉슨 릴리스는 이번패치로 인해 금속성을 부여받았다는 말이 된다.

금속성은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을 두배 증가시킬수 있는 특수능력을 지니고있다. 마룡이 금속성을 부여받았으니, 이는 범에게 날개를 달아준것과 진배없었다. 큰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마룡 릴리스를 감당할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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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올라섬에 위치하고 있는 드라이언의 레어안에는 수많은 드래곤들과 종족의 수장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매우 어두웠다.

헨리가 보내온 보고서를 보고 나니 앞이 깜깜할 지경이었다.

"마룡 릴리스의 속성이 금속성으로 밝혀졌네.

그말인즉 릴리스의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두배 더 강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바. 이제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

드라이언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좌중은 조용했고, 누구하나 입을 열려는 자가 없었다.

그만큼 마룡 릴리스의 속성 부여치 때문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은 모습들이었다.

사실 드래곤들 중에서도 금속성과 토속성을 부여받은 드래곤을 비롯해화속성을 부여받은 드래곤들도 있었다.

하지만 화속성을 부여받은 드래곤이 골드 드래곤과 그린 드래곤이라는것이 문제였다.

골드와 그린은 지능이 뛰어날뿐 공격력 방면에선 다른 드래곤과 비교할 대상이 못된다. 그런 그들이 화속성을 부여받았다고 해서 마룡 릴리스에게 치명타를 먹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레드 드래곤이나 블랙 드래곤이 화속성을 부여받았다면 이같은 걱정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금속성을 부여받다니… 운이 좋은 녀석이군."

어찌보면 토속성보다 금속성이 더 좋게 작용할수도 있다.

토속성은 체력만 두배로 올려줄뿐이다.

금속성은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을 두배로 올려준다.

현재 넘버원 시스템에 방어력 무시 아이템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공격력만 올려야 하는 불상사가 생겨나고 있는데, 그렇게 될경우 방어력이 높은 상대를 죽이려면 주구장창 칼질을 하면서 Hp를 깎아내야만 한다.

계산을 한번 해보자.

방어력이 100 이고, 체력이 2천이다. 플레이어의 공격력은 200이다.

몬스터를 죽이려면 총 20번의 칼질을 해야 죽일수 있다.

왜냐하면 공격력 200에서 방어력 100을 빼면 100의 데미지를 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2천이니, 100의 데미지가 20번 가해져야만 2천의 몬스터를 죽일수 있다. 즉 스무번을 때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예로 다시 계산을 해보자.

방어력이 200이고, 체력이 1천이다. 플레이어의 공격력은 200이다.

200-200=0이 되지만, 넘버원은 최소데미지가 1로 작용하기 때문에 1의 데미지를 가할수 있다. 그말인즉 체력이 1천인 상대에게 1천번의 칼질을 해야 죽일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체력보다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여줄수 있기 때문에 드라이언과 드래곤들이 걱정을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혹시 방어력 무시 아이템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말을 좀 해보게나."

마룡 릴리스를 죽이려면 방어력 무시 아이템이 필수였기에 드라이언이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전무했고, 좌중은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도 모르는 고급정보를, 어찌 다른 종족원들이 알고 있겠는가?

드라이언이 한가닥 기대를 걸면서 곁에 있던 신드라와 리엔을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들도 방어력 무시 아이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눈초리였다.

"대천사 카이오님과 대천사 루시엘라님이라면 알고 있지 않겠소?"

신드라가 드라이언의 말에 대꾸했다.

"지금 당장 천상계에 올라가서 그 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녀님만 믿겠소."

신드라와 리엔이 천상계로 급히 올라갔다.

드라이언은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잠자코 드라이언의 말을 듣고만 있던 엘프의 수호성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주계열 마법인 커스와 독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HP를 깎는것이 어떻겠습니까? 특히나 커스는 상대의 마법저항력과 방어력을 낮추는것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수호성자님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것참 좋은 생각이군요."

모든 종족원들이 수호성자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지만, 유독 드라이언과 드래곤들의 표정이 썩 밝지 못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드래곤들은 마법저항력과 방어력이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높다오. 드래곤 스케일은 강철보다 단단하지.

더군다나 상대는 마룡이라오. 마룡의 비늘은 우리들보다 1.5배의 강도를 지니고 있으며 마법 저항력도 그 두배에 달한다오.

현재 금속성을 부여받은 릴리스는 마법 저항력이 두배로 총 네배나 오른 상태.

커스 또한 마법이니 커스가 쉽게 걸리겠소?

게다가 상대는 마계에서 생활하는 마룡인만큼 흑마법과는 뗄레야 뗄수가 없는 사이이고, 내성력 또한 매우 높을 것이오.

저주가 걸리는것은 바라지 않는것이 좋을것 같소.

게다가 독 데미지 또한 소용없을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오.

독을 걸어봤자 해독스킬 한번이면 말끔히 정화가 될테니 말이오."

드라이언의 말대로 마룡 릴리스의 마법저항력은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고, 무엇보다 마족이다 보니 흑마법에 대한 내성력이 거진 100을 향하고 있었다.

그말인즉 흑마법은 마룡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드라이언의 호언에 모든 종족원들의 얼굴이 더욱더 어두워졌다.

"마룡을 처리할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

방어력 무시 아이템을 찾아 그것으로 마룡을 처치하는 방법뿐이오.

여러 족장들께선 방어력 무시. 마법저항력 무시 아이템을 수소문해보록 하시오.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소."

"알겠습니다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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