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8 회: 11권 -- >
"네놈이 레오라고?!"
"네놈이라고? 이놈이 미쳤나 감히 누구에게 놈이라는거야!??"
레오라고 정체를 밝힌다면 의당 허리를 직각으로 꺾고 황급히 릴리스 앞으로 안내할줄 알았던 레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데스나이트들이 코웃음을 치면서 오히려 검을 빼어드는것이 아닌가?
의문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레오님을 사칭한 놈만 해도 벌써 오십명째다.
네놈이 오십한번째 사칭범이지!"
이번 패치로 인해서 친밀도를 기록하거나, 친구 등록을 하지 않으면 닉네임이 보여지지 않게끔 변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NPC들에게도 레오의 닉네임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고, 그로인해 레오를 사칭한 사칭범들이 기승을 부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레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된이상 힘을 보여주어 레오라는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좀 애매한건 마찬가지였다.
상대방 데스나이트는 여지껏 봐왔던 데스나이트와는 달리 레벨이 무려 600이다뿐만 아니라 곁에는 십여구의 데스나이트들이 더 있었고, 그들고 레벨이 무려 530을 형성하고 있었다.
레오의 레벨은 고작해야 580.
600짜리 데스나이트돠 530짜리 데스나이트 아홉구가 협공을 해온다면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수 없다.
이유인즉 레오가 사용하는 주력스킬이 독과 화살이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화살과 독은 언데드 종족을 상대로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50퍼센트의 반감 패널티까지 받기 때문이었다.
불이 나무에 강하고, 물이 불에 강하듯, 언데드는 독과 화살에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인다.
'젠장 이일을 어쩌면 좋지?'
설마하니 NPC들이 자신을 믿지 못하고 호전적으로 나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된이상 이판사판 합이 육판이다.
/
하이얀 백골들이 수놓아져 있는 이상하고 섬뜩한 방안이었다.
방안에서 한 여인과 한 중년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인의 정체는 넘버원을 뜨겁게 달구어 놓고 있는 마룡 릴리스였고, 중년인은 릴리스의 책사를 자처하는 흑마법사 다오였다.
릴리스의 표정은 썩 좋질 못했다.
벌써 이틀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레오의 행방을 전혀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탐색마법을 펼치느라 심신이 지쳐있던 까닭에 릴리스는 탐색마법을 거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툭.
보고서를 책상머리에 집어던진 릴리스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다오에게 물었다.
"이게 다야?"
보고서에 적힌내용은 그간 레오를 사칭했던 플레이어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과, 오딘길드, 그리고 드라이언의 행보가 적혀 있는 내용이 전부였다.
레오에 관련된 정보는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릴리스의 표정은 썩 밝질 못했다. 지금 중요한것은 레오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레오는 인간들의 생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존재이며 무려 2년간 넘버원을 플레이한 고레벨 유저다.
PVP 실력도 인간들중 단연 으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잡아두어야만 하는 제1의 인물이었다.
더군다나 친밀도도 맥시멈을 유지하고 있는상태였고, 드래곤볼에 관련된정보도 몇가지 알고 있다.
릴리스에겐 없어서는 안될 아주 귀중한 존재가 바로 레오였던 것이다.
그런데 들려온 보고에 의하면 레오를 사칭하는 인사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보고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만 벌써 오십명째다.
릴리스가 풀이죽어 있자 다오가 좋은말로 릴리스를 어르기 시작했다.
"곧 나타나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보시지요."
막 다오의 말이 끝나던 찰나.
갑자기 데스나이트 한구가 문을 박차고 모습을 드러냈다.
데스나이트가 급히 부복하면서 릴리스에게 말을 이었다.
"지금 국경지대에서 레오님으로 보이는 카오틱 플레이어와 데스나이트군단장 나이트님이 결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길 릴리스 여왕님을 만나뵙고 싶다면서 이것을 건네주라고 하셨습니다."
데스나이트가 내민것은 하나의 편지였다.
편지에는 오딘길드에서 머물면서 서재를 뒤지고, 서재에서 찾는 정보들에 관련된 내용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것은 레오와 릴리스 둘만이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릴리스는 그 편지를 보낸것이 레오라고 확신을 했다.
"나이트랑 레오오빠랑 싸우고 있다고 했어? 그게 정말이야?"
"그,그렇습니다만?"
큰일이었다.
레오는 릴리스도 잘 알다시피 독과 화살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존재다.
독과 화살은 언데드에게는 아무런 데미지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레오라고 한들 데스나이트 군단장 나이트를 상대로 이길순없다. 자칫 잘못했다간 나이트가 레오를 죽여버리는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어서 릴리스는 다오와 데스나이트를 이끌고 싸움이 벌어지는 국경지대 쪽으로 급히 몸을 날렸다.
/
"우웩!"
살아있는 생명체라는것을 증명이나 하듯 레오는 붉은 선혈을 왈칵 토해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곁에는 아홉구의 데스나이트 시신이 즐비하게 깔려 있었다.
레벨 530에 달하는 데스나이트 아홉구를 모조리 쓰러뜨리는데는 성공했지만, 눈앞에 있는 레벨 600의 군단장 나이트NPC는 상대하기가 매우 벅찼다.
무엇보다 레벨이 자신보다 20이나 더 높아서 능력치가 월등히 높았고, 독과 화살을 아무리 많이 꽂아넣어도 체력 재생력이 워낙 뛰어난터라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실명화살을 박아넣어도 실명 패널티가 적용되지 않다보니 레오는 나이트NPC의 공격을 막기에도 벅찰 지경이었다.
애시당초 독 데미지는 0퍼센트였고, 그렇다고 화살데미지가 그리 강력한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레오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움직이면 움직일수록스태미너가 줄어들게 된다.
반면 데스나이트는 이미 죽어있는 육신에 영혼만 불어넣은터라 아무리 많이 움직여도 스태미너의 제약사항이 전혀 없다.
그러한 격차가 점점더 크게 벌어지면서 레오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몰리는 형세에 놓여지고 말았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레오님이라고 해도 믿겠어."
나이트 NPC가 감탄을 토해냈다.
그도그럴것이 상대방은 여타의 사칭범들과는 달리 뛰어난 컨트롤 실력을 바탕으로 수하의 530 데스나이트 아홉구를 혼자 처리해 버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스태미너와 체력 재생량이 급격히 떨어진 덕분에 지금은 NPC 나이트가 우세를 점치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1:1 대결을 펼쳤다면 승부를 장담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망할녀석! 내가 레오라고 몇번을 말하느냐!"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너를 죽이지 않고 내버려두는것도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니 잠시만 기다리거라."
레오가 건넨 편지가 릴리스에게 당도했을 것이다.
만약 릴리스에게 보낸 편지가 거짓이라면 눈앞에 있는 레오를 죽여버릴심산이었다. 사실이라면 그때 부복해도 늦지 않는다.
"제법 시간이 걸리는군. 움직일수 있다면 다시한번 덤벼보아라."
실로 오랜만에 상대다운 상대를 만나서인지 나이트 NPC는 환희에 찬 얼굴이었다. 마계에서도 상대할만한 적수가 없었던 그였다.
그런 그가 고작 인간따위에게, 그것도 역상성을 지니고 있는 상대 인간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낀것이다.
'이녀석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마음한편에서는 이미 상대방 플레이어를 인정하고 있는 나이트 NPC였다.
마음같아선 직접 릴리스 앞에 데려다가 수하로 삼아줄것을 간청하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젠장. 역시 역상성은 무척 힘들다.'
레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반감데미지 덕분에 실명화살과 독화살의 데미지가 고작 50퍼센트밖에 들어가지 않았고, 날리는 화살 데미지도 50퍼센트에 제한되었다.
그것도 최대치가 50퍼센트로 작용된만큼, 평균적으로 삼사십퍼센트만 박힐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이렇게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도 오랜만이었다여지껏 상대가 없어서 1:1을 등한시 해왔던 레오였지만, 데스나이트의 강력함과, 레벨의 차이를 극복하고 이처럼 치고 박아 보는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데스나이트의 공격력은 실로 막강했다.
한번 피격당할때마다 HP가 거진 3분의 1가량이 빠졌고, 몸놀림이 워낙 빨라 연환공격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DEX에 많이 투자한 덕분에 몸놀림 측면에서는 호각지세를 이루어 있어서 피하는것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지만, 문제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떨어지는 스태미너 때문에 점차 움직임이 느려졌고 굼뜨기 시작했다.
결국 일격을 허용한 레오는 데스나이트 발치에 떡하니 엎드리는 신세에 놓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