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7 회: 7권 -- >
아리따운 여인 하나가 오딘길드 바이올라 본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닉네임은 세일러.
그녀는 오딘길드의 지부에서 사무직을 담당하고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제법 직책이 높은 여자였다.
지금은 세일러가 오딘을 대신해서 바이올라 영지를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자 다들 준비하도록 하세요.
근무 교대 시간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예 아가씨."
후속 교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근무를 서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커지기 때문에 왠만하면 시간에 맞춰서 미리미리 교체를 해줘야한다.
세일러는 교대작업을 마친 기사 백명을 이끌고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일러가 검지 손가락을 살짝 튕기자 그것이 무슨 신호였는지 가지런히 놓여져 있던 램프들이 하나하나씩 켜지면서 감옥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훤히 밝혔다.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지나면서 끝자락에 당도하자 큼지막한 지하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비를 서고 있던 기사들이 세일러를 알아보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면서 예를 표했다.
"교대를 하기 위해서 왔어요. 문을 열고 교대작업을 서두르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크나큰 철문을 열어제끼기 위해서 철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쿠콰쾅!!콰콰쾅!!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듯한 엄청난 충격파가 전해지면서 지하감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인해 백여명의 기사와 세일러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개중에는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인사도 더러 있었다.
잠시후 충격파의 여파속에서 엄청난 양의 먼지구름들이 피어올랐고, 먼지구름들은 순식간에 그녀와 백명의 기사들을 덮쳐버리고 말았다.
기사들은 먼지구름에 질식당해서 모조리 의식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기사들과는 달리 세일러는 무사했다.
찰나의 순간 재빨리 실드를 펼친 덕분이었다.
고레벨이라는것을 입증하듯 그녀는 무척이나 신속한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무슨일이지!?"
지하감옥에서 전해져 오는 생생한 충격파.
이정도의 충격이라면……
"서,설마!?"
콰콰쾅!!!쿠콰쾅!!
"꺄악!"
다시한번 커다랗게 울려퍼지는 충격파로 인해 그녀의 실드가 순식간에 해제되어 버렸고, 그녀는 볼썽사납게 지하 벽돌 구석탱이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녀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충격의 여파로 내상을 입어서 생겨난 현상이었다.
"크윽!"
세일러는 정신을 가다듬고 이틀전에 600레벨을 달성하면서 새롭게 배운 스캔 마법을 펼쳐보았다.
마나 소모가 무척 심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형편이 못되었다.
잠시후, 녹색의 빛무리가 퍼지면서 범위지정창이 나타났고, 세일러는 최대한의 범위를 구축하면서 감지되는 모든것들을 모조리 스캔했다.
"마,말도 안돼!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거야!?
스캔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도저히 믿을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세일러는 경악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도 잊고선 마치 거지가 부자에게 구걸을 하듯이 슬금슬금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그리곤 최대한 지하감옥에서 멀찍이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다리가 저절로 후들거렸고, 지나치게 겁을 먹은 까닭에 걸음걸이도 제대로 떼질 못하고 있었다.
내상까지 입은터라 생명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버텼다.
우여곡절끝에 플라이 마법을 시현하는데 성공한 그녀는 무사히 지하감옥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집무실에 돌아오자마자 통신용 수정구슬을 꺼내든뒤남은 마력을 쥐어 짜냈다.
다행히 수정구슬에 마나가 유입되었고, 오딘을 보필하고 있는 제이든과 수정통신을 연결시키는데 성공할수 있었다.
수정구슬 너머에서 본 세일러의 모습은 거의 거지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짖이겨진 로브와, 짧게 깎인 스태프. 그리고 연탄불에 그을린것 마냥검게 탄 세일러의 얼굴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제이든이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일인가 세일러? 몰골은 또 왜그래?]
세일러가 버럭 소릴 질렀다.
[마룡이!! 마룡이 부활했어요 총수님!!]
[응?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마룡이 부활했다니?]
[마룡 릴리스가 부활했다고요!! 얼른 귀환을 하도록 하세요!!!얼른!!!!]
콰콰쾅! 쿠콰쾅!!
쌔까만 먼지들이 바이올라 성에서 속속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인간들이 비명을 토해내면서 도주에 도주를 거듭했다.
마룡과 그녀를 따르는 흑마법사들은 인간들을 놓치지 않겠다는듯 도주로 구석구석에 역장을 펼치면서 도주로를 차단했다.
이어진것은 대학살이었다.
마룡과 흑마법사들은 인간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면서 마족의 잔혹함을 만천하에 다시한번 뽐내기 시작했다.
산자락에서 마룡의 횡포를 지켜보고 있던 레오와 그의 일행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릴리스가 저렇게 강력했었나?'
오딘과는 달리 레오 본인에게는 사글사글하게 대하면서 앙탈을 부리기도 한 그녀였다. 그런데 본체로 변신하자마자 그러한 귀여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고, 피를 갈망하는 악귀마냥 닥치는대로 인간들을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릴리스를 탈출시킨뒤 릴리스와 오딘을 상잔시키려 했다.
오딘을 휴이라트로 끌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릴리스를 구출하는데 별다른 애로사항이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수비하고 있는 경비병들과 흑마법사들이 많아서 일이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임무를 수행할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찰나.
갑자기 대지를 뒤흔드는듯한 엄청난 폭발음과 동시에 땅이 쩍쩍 갈라지면서, 마룡 릴리스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간들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남아있는 경비병들과 소서리스들이 릴리스를 막아보려 했지만, 어림반푼어치 없는 소리였다. 그들은 릴리스가 시현한 익스플로전(대폭발) 한방에 모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폭주 버프까지 받고 있는 릴리스를 고작 인간따위가 막을순 없는 노릇이었다.
수호경비대를 모조리 죽여없앤 릴리스는 죄없는 바이올라 영지민들에게까지 마수를 뻗쳤고, 바이올라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릴리스 곁에 흑마법사들이 있는것을 보니, 아무래도 흑마법사들이 릴리스의 구해준 모양입니다."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수호성자가 말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레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행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곳에 있어봤자 화만 미칠뿐입니다. 저는 헨리로 들어올테니그때 드라이언님과 합류 하도록 합시다."
릴리스의 이목에 사로 잡혔다간 한줌 재가될 공산이 크다.
일행들은 레오의 말을 적극 수용하면서 산자락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한편 그시각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은 갑작스럽게 퇴각하는 오딘과 그 수하들을 보면서 헨리의 성동격서가 성공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흑마법사들이 릴리스를 구출하고, 바이올라 왕국을 단숨에 점령했다고 했나?
틀림없는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로드."
엘프의 수호성자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는것 같진 않아보였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큰일이었다.
오딘 하나만으로도 벅차 죽겠는데, 마룡 릴리스까지 다시 부활하고 말았으니 전투가 힘들어질거라는건 자명한 이치였다.
"헨리는 어디있나? 왜 여지껏 안보이는건가?"
드라이언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헨리가 다급하게 레어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라이언은 모든것을 제쳐두고 헨리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