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6 회: 7권 -- >
어둠이 짙게 내리 깔린 지하감옥 속에서 램프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빛을 만들어냈다. 빛속에서 커다란 동체의 마룡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룡 릴리스였다.
릴리스는 눈꺼풀을 굳게 내린채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미세한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그녀는 요지부동 그 자체였다.
'후우… 드디어 막바지인가?'
흑마법사의 수장 다오가 흘러내리는 땀을 쓸어내리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다오의 시선이 경비병들이 있는 문쪽으로 향했다.
슬그머니 경비병들이 있는곳을 쳐다보는척 하다가 경계하는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처음과는 달리 경비병들의 경계태세가 매우 느슨해져 있었다.
'다행히 하늘이 우릴 도우시는 모양이구나.'
오딘이 이곳 바이올라 영지에서 거주하고 있을때만 해도 그리고 마룡 릴리스가 생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만 해도 일이 글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늘의 도우심이 있어 마룡 릴리스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했고 흑마법사들은 본격적으로 그녀의 마력을 통제하고 있는 아티팩트를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아티팩트의 갯수는 총 100개.
대략 1시간 정도면 무난하게 제거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연후 마룡 릴리스를 잠에서 깨우기만 한다면 바이올라 성은 단숨에 마룡에게 장악당하고 말 것이다.
흑마법사 다오는 마룡 릴리스에게 크나큰 신세를 진 흑마법사였다.
마룡 릴리스가 전장에 나서면서부터 마인들이 대거 그녀를 따라 나섰고, 그 과정에서 마룡을 도와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학살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마룡 릴리스는 노획한 물품들을 흑마법사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해 주었다.
같은 마족이기 때문에 상성수치가 [친밀]을 표기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들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오딘에게 빼앗은 물품을 흑마법사들에게 포상으로 내리기까지했다. 흔히 마법사들은 마법을 연구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실험을 하기 마련이다. 실험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재료가 필요하고, 재료를 구하려면 무엇보다 돈이 가장 중요시 된다.
마룡 릴리스가 건네준것은 막대한 자금과 더불어 엄청난 양의 생체 실험물들이었다. 드래곤에게 지배를 당하던 오우거들과 트롤 그리고 전장에서 사로잡은 나가족의 전사와 여성엘프까지.
릴리스는 전장에 나갈때마다 수많은 포로들을 잡아서 흑마법사들에게 내밀었고 흑마법사들은 그녀의 도움 아래에서 마법실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나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녀의 도움아래에서 살던 흑마법사.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한창 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찰나, 다오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마룡 릴리스가 오딘과의 전투에서 패해 생포를 당했다는 믿지 못할 소식이었다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이대로 릴리스님이 당하는것을 가만히 두고볼순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실 요량이십니까?
오딘을 상대로 정면대결은 무리입니다!"
"그래도 릴리스님을 구해야 한다!
우리가 누구덕분에 이런자리에까지 오를수 있었단 말이냐!"
"하,하지만 지금당장은…"
"방법을 구해라 방법을! 방법을 모색하란 말이다!"
다오의 명령에 흑마법사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머리를 쥐어짜내기 시작했고, 비로소 한가지의 계책을 선상에 올려놓을수 있었다.
"개조술을 이용해서 꼬드기자고?"
"오딘은 욕심이 많고 넘버원을 수중에 넣으려고 하는 야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릴리스님을 개조시킨다고 말을 흘려보십시오."
"좋은 생각입니다. 마침 릴리스님이 건네준 재료들의 정신을 조작해서 개조술을 성공한 전례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군.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이에 흑마법사들은 개조술을 내세워 오딘에게 접근했고, 마침 오딘이 넘버원 사이트에서 개조술을 보게 되어 양측은 서로의 합의하에 거래를 맺게 되었다.
오딘은 릴리스를 개조시켜서 자신의 명령에 절대복종을 할수 있도록 요구했다.
흑마법사들은 상당량의 거금을 선금으로 받고 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그 작업은 릴리스의 몸속에 박혀 있는 아티팩트를 제거하는 작업으로 변형이 되었지만 말이다.
곁에 있는 흑마법사 하나가 다오에게 슬그머니 다가가더니 귀엣말로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고난 다오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그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제 할일만 하면서 마룡의 복부쪽으로 슬그머니 이동했다. 복부에 박혀 있는 아티팩트의 수가 무척이나 많기 때문에 제거하려면 서둘러야만 한다.
"흐아암~~ 정말 지루하군. 안그래 로엔?"
동료 기사의 물음에 로엔이라는 기사 하나가 기지개를 활짝펴며 말을 받았다.
그 또한 하루종일 경비만 서려니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마음같아선 전쟁을 치르면서 레벨업을 하고 싶었지만 오딘의 명령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곳에서 경비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이봐 바터. 우리가 근무를 선지 몇시간이 지났지?"
"대충 11시간이 지난것 같군."
바터의 대답에 로엔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
근무교대 시간이 곧 다가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1시간이나 남은 까닭이다.
"정말 이짓도 못해먹겠군.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줘도 그렇지.
허구한날 경비만 세우게 하고, 보스레이드도 못하게 하니 이거원!"
"하하 나는 자네와 생각이 좀 달라. 가만히 앉아서 경계만 서면 연봉이 저절로 수중에 들어오는데 뭘 그리 조급해 하나? 응?"
"그래도 이왕 시작한 일이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 즐겁게 게임을 하고 싶었어. 이건 내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야"
"원… 불만하고는… 좌우지간 한시간만 기다리게나.
한시간 뒤면 근무교대 시간이니까 말이야."
"근무 교대를 하면 보스레이드나 좀 해야겠군.
마침 휴이라트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하니 보스레이드에는 사람이 없겠어. 정말 땡잡았군."
"그나저나 휴이라트의 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자네 생각은 어때?"
"보나마나 우리쪽이 이기고 있지 않겠나?"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저쪽이 선제공격을 취해왔으니 우리가 방어를 하는쪽일세.
전쟁은 방어를 하는쪽이 조금더 유리한법이지.
그정도는 상식이야 상식."
"하하 자네는 참으로 단순하군."
"이 기회에 드래곤들을 모조리 때려 잡았으면 좋겠군.
난 애시당초 드래곤에게 죽으면 아이템을 100퍼센트 드랍당하는 패털티가 맘에 들지 않았다네.
드래곤들이 되살아난다고는 하지만 한달의 유예기간이 있으니 한달동안은 좀 마음편하게 여행을 하고 싶구만."
"드래곤들이 전부 죽으면 여행도 할수 있겠지."
바터가 슬그머니 등뒤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흑마법사들이 한창 릴리스의 몸에 달라붙어서 개조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딘 마스터가 릴리스를 손에 넣으려고 마룡을 개조하는것 같은데, 글쎄… 그게 잘 될까?"
"넘버원 고급사이트에서 개조가 가능하다고 정보를 올렸지 않은가?
허위 정보를 올리면 정보료의 1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되니 결코 허위정보가 아닐것일세."
"그렇다면 정말로 개조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오딘 마스터가 바보가 아닌이상 불가능한 일을 흑마법사들에게 맡겼다곤 생각되지 않는다네. 뭐… 우리가 신경쓸건 없네.
그저 시키는대로 하면서 경비를 서라면 서고, 지원을 해달라고 하면 지원을 하는것이 전부일뿐이지.
을이 뭐 하는게 있나? 그냥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만 하면 되지."
"하긴… 넘버원을 이끌고 온 오딘 마스터가 아무런 생각없이 움직이진 않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