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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언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혹 녀석들이 드래곤볼을 노리고 있는건가?"
"오딘은 잘 모르겠지만, 릴리스는 확실히 드래곤볼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레오를 하면서 릴리스와 친해졌고, 친밀도 100을 손쉽게 올렸다.
그리고 릴리스와 관련된 정보들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녀의 장점과 단점등도 상세히 파악했을 정도였다.
드래곤볼을 왜 모으고 있는지 잘 몰랐지만, 드래곤볼을 모으고 있다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드라이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드래곤볼이 머릿속에서 떠오른 까닭이었다.
드라이언이 고개를 내저으며 상념을 떨쳐 버렸다.
"아무튼 그 건은 이제 되었고, 이후가 문제군.
릴리스와 오딘이 상잔했다는것은 틀림없이 우리들에게 좋은소식으로 작용할터. 이 기회에 오딘의 거점을 한번 들이쳐보는것이 나을듯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직까지 정면대결은 좀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이렇게 해보시는게 어떠시겠습니까?"
"뭘 어떻게 말인가?"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에 혼자 남게 된 릴리스는 조용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한점의 마나도 끌어모을수가 없게된 그녀는 이내 허탈 어린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인간 따위에게 생포될줄이야…'
지하에 계신 어머니 페르니에가 알면 기절초풍할 희대의 대사건이었다.
릴리스는 전신의 감각을 끌어 올려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다행히 마나를 컨트롤 하지 않고도 일정거리의 기운을 탐지할수 있었던 탓에 문앞에 누가 있는지, 그리고 경비병은 몇이 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릴수 있었다.
'경비병만 수십명이군. 레벨은 대부분 575.
상당히 높은 녀석들을 배치시켜놨어.'
현재 그녀의 몸상태는 마나가 전부 소진되면서 본체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지만 한점의 힘도 끌어모을수가 없는 상태였고, 강철보다 단단한 다이아몬드의 재질로 만든 사슬로 인해서 온몸이 꽁꽁 묶여 있어 손가락하나까딱하기 힘들 정도였다.
릴리스의 본체는 무려 35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거구다.
지하감옥도 무척이나 컸다.
만에하나의 사태에 대비해서 경비병을 무려 백여명이나 배치해두었다.
아티팩트를 수백개나 몸속에 심어두었고, 다이아몬드 재질의 사슬이 온몸을 속박하고 있기 때문에 릴리스는 그야말로 옴싹달짝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오딘이 왜 날 살려두는걸까?'
아공간 속에 들어있는 금은보화만 해도 수백억에 달할정도로 많이 쌓여있었다.
릴리스가 죽게 되면 아공간의 봉인이 풀리면서 릴리스를 죽인 플레이어의 손에 귀속된다. 운이 좋을경우 드래곤 하트까지 손에 넣을수 있다.
'응?'
한창 상념에 빠져 있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많은 숫자였다.
끼이익.
철컥.
지하의 철문이 열리면서 일단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오딘의 수하들이었다.
오딘의 수하들은 횃불을 밝히면서 시야를 비추었다.
큼지막한 마룡의 동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룡 릴리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제이든이로군."
제이든은 오딘의 머리를 담당하고 있는 고위급 수뇌부다.
그런 그가 이곳에 수하들을 이끌고 왔다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평소부터 제이든은 릴리스를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미리부터 그녀를 척살하자고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릴리스가 그같은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나를 죽이려고 왔나?"
릴리스의 물음에 제이든이 냉랭하게 대꾸했다.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오딘 마스터께서 아직은 살려 두라는군."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그리고 왜 나를 살려두는거지?"
제이든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수하들에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기사들 틈에 섞여있던 정체모를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릴리스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서,설마?"
"그 설마가 맞을것이다. 소개하지. 이쪽은 우리 오딘길드, 아니넘버원 내에서 제일 뛰어난 흑마법사 다오 라고 한다.
이제부터 너는 우리 오딘길드의 수호룡이 되어 넘버원 전역을 장악하는데 앞장서게 될것이다.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거라."
"이,이놈들!! 감히 위대한 드래곤 종족… 캬아악!!"
릴리스의 말은 채 이어지질 못했다.
드래곤 슬레이어 군단 소속의 기사 하나가 오러블레이드로 가차없이 릴리스의 허벅지를 베어버린 까닭이었다.
제이든이 짐짓 인상을 쓰며 기사를 나무랐다.
"어허! 우리의 최종병기를 함부로 다루면 쓰나?"
"죄송합니다 총수님. 저도 모르게 그만…"
쉴드를 펼쳐도 오러블레이드를 당해낼수 없다.
그런데 쉴드도 펼치지 않고 맨살에 오러블레이드가 격중했으니 릴리스가 느끼는 고통은 실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릴리스가 두눈을 부릅뜨고 제이든을 꾸짖자 제이든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귀를 후비적 거렸다.
"원래 드래곤 종족원들이 이렇게 말이 많았나?"
"최후의 발악을 하는듯 싶습니다 총수님."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봐주겠군."
제이든이 흑마법사 다오에게 눈짓을 건네자, 다오가 마법단원들을 이끌고 공중으로 붕 떠오르더니 릴리스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릴리스가 크게 호통을 내질렀지만, 흑마법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듯자신의 할일만 할뿐이었다.
잠시후, 릴리스의 눈이 감기면서 그녀의 의식이 끊겨 버렸다.
흑마법사들이 단체로 슬립을 건 까닭에 깊은 잠에 빠지고 만 것이다.
릴리스가 잠에 빠진것을 확인한 제이든이 다오를 쳐다보며 뒤에 있는 상자를 가리켰다. 기사들이 들고온 100여개의 상자들이었다.
"각종 개조 아티팩트들이 들어있네. 그러니 자네가 오딘 마스터의 명에 따를수 있게끔 릴리스를 개조하도록 하게나. 힘이 들면 언제든 말하게.
내 성심성의껏 도움세."
"알겠습니다 총수님."
막 지하감옥을 빠져나가려던 제이든이 멈칫하면서 고개를 릴리스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다시 다오에게 향했다.
"개조가 끝나려면 얼마정도 걸릴것 같나?"
"글쎄요. 많은 몬스터들을 개조해봤지만, 드래곤은 처음이고, 워낙 마법 저항력이 뛰어난터라 쉽게 장담할수가 없겠군요.
최소한 일주일. 최대 보름정도는 걸릴거라 생각되니 그렇게 아십시오."
"좋아. 그럼 믿고 자네에게 맡기지. 우리는 가볼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일이 잘만 이루어 진다면 자네들에게 수억금을 내린다고 약속을 했으니 말이야. 알겠나?"
"그야 이를말이겠습니까? 밤을 꼬박 세워서라도 반드시 개조를 완성시켜 보이겠습니다."
다오가 큰소리를 뻥뻥치며 말하자 제이든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선지하감옥을 빠져나가 버렸다.
이제는 오딘에게 보고를 올릴 차례였다.
"최소한 일주일이라고 했나?"
"최소 일주일. 최대 보름이라고 했습니다 마스터."
생각보다 시일이 꽤나 걸리는게 좀 불만이었지만 마룡 릴리스만 손에 넣을수 있다면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과 드래곤 일족들도 이젠 두려울게 못된다.
그야말로 넘버원 제국을 수중에 넣을수 있게 된다 이 소리였다.
제이든이 말했다.
"릴리스를 개조하실 생각을 다하시고…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우연찮게 넘버원 사이트에서 고급정보를 본것이 기회가 되었지.
나도 설마하니 개조가 될줄은 꿈에도 몰랐네."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순순히 우리들의 요구를 따라줄까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경비병들을 많이 배치해둔것이 아닌가?
허튼짓을 하면 모조리 죽여버리라고 했으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 같네"
"그래도 저는 흑마법사들이 NPC라는것이 마음에 좀 걸리는군요.
혹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건 아닐런지…"
오딘이 염려말라는듯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봤자 NPC네. 돈을 많이 주기로 했으니 절대 배신을 하진 않을 걸세.
막말로 흑마법사들이 마룡을 도와서 무슨 이득을 취하겠나?
마룡도 드래곤일족의 하나야. 예전부터 드래곤과 흑마법사들은 철천지 원수들이 아니었던가? 마치 엘프와 오크족처럼 말이야."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다 잘될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