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3 회: 7권 -- >
"레오인가?"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퍼뜩 고갤 돌려 보니 오딘을 비롯해 오딘 길드의 수뇌부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지하감옥이 있는 방향이었다.
레오는 예의상 고개를 숙여 오딘에게 예를 표했다.
오딘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제 더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돼. 레오."
눈치빠른 레오는 그제서야 일이 어그러졌음을 깨달았다.
언제 그랬냐는듯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오딘에게 물었다.
"릴리스는 어디있지?"
"후후 곧 죽을 놈이 그걸 알아 뭣에 쓰려고 그러지?"
"크큭.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거라 생각하나?"
"네놈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이 많은 인원을 상대로 살아 돌아갈것이라생각하나 어이가 없군 흐흐흐"
"물론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하지만 혼자서 죽을순 없지 않은가?"
레오가 작정을 하고 신비의 화살을 꺼내들었다.
그 모습을 본 오딘 길드원들이 바싹 긴장하며 검을 빼들었다.
"네놈이 릴리스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는것은 진즉에 파악했다.
나와 릴리스를 이간질하고 네놈이 무사할성 싶었더냐?"
"네놈의 무능함을 왜 나에게 하소연 하는건지 모르겠군.
잔말 말고 얼른 덤벼라. 나이가 들어서인지 노친네가 말이 참 많군?"
노친네라는 말에 오딘이 꿈틀했다.
"그럼 소원대로 죽여주지. 모두들 레오를 향해 돌격하라!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버려!!"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걸까..?"
집에 돌아온 강여진은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다.
침대에 누워 어젯밤 있었던 일들을 곱씹어 보았다.
남자친구라는 작자는 카톡을 받자마자 게임에 들어가 봐야 한다면서 설득을 하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가지는 남자친구와의 소중한 데이트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결국 남자친구는 게임에 접속해버렸고, 3시간동안 깜깜 무소식이었다.
그냥 자버렸다. 아무것도 안하고 눈을 감고 잤다.
다음날 아침에 식사를 손수 해주면서 미안하다고 빌었지만, 너무 화가났다.
오빠에게 게임이 그렇게 좋냐고 다그치기도 했지만, 오빠는 아무런 말없이 미안하다고만 말할뿐이었다.
괜시리 다그친 내 자신에게 후회가 되었고, 오빠에게도 미안해서 사과의 말을 건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남자친구가 배웅까지 해줘서 어제의 일을 씻은듯이 잊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어제 보니까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진 않던데, 왜 그런걸까…? 혹시 나때문에?'
레오를 플레이 하면서 오딘 길드원들에게 죽임을 당해 버렸고, 그로인해 3천만원을 주고 산 신비한 화살을 드랍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강혁은 내색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온화하게 대해주었다.
사실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으면 여자친구와 지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그는 여자친구를 대하기는커녕 게임을 했다.
물론 일이 있어서 그런거지만, 그건 여자친구에게 대하는 예의가 아니었다.
그래서 3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날리고서도 여자친구에게 화풀이 하지 않고 사과의 말을 건넸던 것이다.
강여진은 지금 지강혁의 상황을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지강혁의 기분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는 것이다.
걱정이 되어 카톡을 날리고 갖은 아양을 떨어보기도 했지만, 지강혁은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었다. 옆에 있는 1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카톡을 안보고 있다는 증거다.
아마도, 또 게임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카톡 답장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절대 없다.
한편 그시각 지강혁은 헨리로 플레이 하면서 이를 갈고 있었다.
안그래도 라덴 영지를 잃어서 열이 받아 죽겠는데, 레오를 하면서 죽임까지 당했고, 3천만원 짜리 아이템을 드랍 당하고 말았다.
전에도 이리우스에게 죽으면서 드랍당한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새롭게 레전드리 아이템을 샀는데, 또다시 무기를 드랍당하니 기분이 안좋은게 사실이었다.
애꿎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화풀이만 하고 있는데, 페이가 방송일을 마치고 넘버원에 들어왔다.
페이도 어제 오딘 길드원들에게 죽어서 12시간 패널티를 받은 입장이다.
패널티가 풀리지마자 접속했고, 들어오자마자 신경질을 내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렇다고 해서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현재 전황은 오딘측이 유리하게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오딘은 플레이어들을 위주로 팀을 꾸린 집단이다.
잠재능력이 새롭게 나오면서 인간들의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레벨에 관계없이 잠재능력을 얻고, 잠재능력을 능력치로 변환시키면서 레벨이 100인데 능력치가 500이 넘는(계산대로라면 레벨당 3스탯이 부여되므로 300이 되어야 정상) 이상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헨리가 소속되어 있는 용족은 NPC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NPC들은 성장에 따른 맥시멈 수치가 판이하게 다르고, 맥시멈에 도달하면 성장을 멈추면서 몬스터의 역할을 수행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맥시멈 수치에서 더이상 공격력과 방어력이 오르지 않았고 스탯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성장을 계속하면서 점차적으로 강해지고 있는데 드래곤들은 성장을 멈춰버렸으니 전쟁이 인간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지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수 있겠다.
'그렇다고 ㅤㅂㅞㄺ구를 키울수도 없고 큰일이군.'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가 각성을 하면서 에인션트급에 올라선것은 사실이나, 레벨이 MAX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레벨업은 불가능하다.
인간들과는 달리 드래곤들은 1레벨업당 50의 스탯을 얻는다.
인간들이 3의 스탯을 얻는것을 생각하면 실로 많은 양의 스탯을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MAX가 되면 더이상 성장이 되지 않는다.
이리우스 같은 드래곤 종족들은 나이가 곧 공격력과 방어력 수치로 계산되기 때문에 하루하루 시간을 할애하는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봤자 기껏해야 하루에 0.5정도의 스탯수치가 오를뿐이다.
인간들이 잠재능력을 개방시키면서 많게는 10. 적게는 1부터 5까지.
다양하게 능력을 각성시키고 있는 중이고 그로 인해서 인간들의 힘이 비약적으로 상승해버렸다. 반면 드래곤들의 힘은 거의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더욱 큰 문제점은 레벨에 관련된 것이다.
드래곤은 맥시멈에 도달하기까지 거진 세달이면 충분하다.
넘버원의 특성상 몬스터들의 레벨이 1천에 달하면 TOTAL로 표기한다.
즉, 1천이 되면 더이상 레벨업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반면 몬스터에게 주어진 1천이라는 레벨제한과는 달리 넘버원 플레이어에게는 레벨에 따른 제약사항이 전혀 없다.
레벨이 천이든 이천이든 마음껏 성장시키면 되는 것이다.
물론 레벨업 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더 어려워지겠지만 제약이 없다는것은 드래곤과의 스탯 격차를 좀더 줄일수 있다는것을 뜻한다.
드라이언의 레어안.
수많은 드래곤들돠 여러 종족원들의 수장이 자리에 앉아 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헨리는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모조리 일러주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헨리??"
드라이언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곁에 있던 여러 드래곤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종족원들의 수장들도 드라이언과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그만큼 헨리가 건넨 정보는 충격 그 자체였다.
여지껏 헨리의 정보는 100퍼센트 맞아 떨어졌다.
드라이언은 헨리를 믿고 그의 정보를 신용했다.
"릴리스가 오딘을 배신했고, 오딘이 미연에 그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릴리스를 지하감옥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그건 좀 의외로군?
어찌하여 바로 죽이지 않고 릴리스를 가두어 놨단 말인가?"
"그것까지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왜 녀석이 오딘을 배신한거지?"
"아무래도 드래곤볼 문제로 인해 커다란 다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드래곤볼? 지금 드래곤볼이라고 했나!?"
드라이언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드래곤볼은 자신을 비롯해 일곱마리의 고룡이 만든 희대의 보물이다.
인간들과의 상잔에 대비해서 인간들을 꾀고자 만든것인데, 지금 이 상황에서 드래곤볼이 거론될줄은 생각치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