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286화 (28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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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아침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가볍게 아침식사를 차려먹은뒤 학교로 향했다.

벌써 10시다. 오전 수업이 9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미 1시간정도 지각을 한 상황이다.

이미 점수가 까인 상태라서 서둘러봤자 좋을것도 없었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학교로 향했다.

'흐암~~'

하품이 절로 나온다.

가끔 아주 가끔, 대학교 생활을 후회할때가 있다.

지금처럼 월요일을 맞이하는 아침일때면 더더욱 그렇다.

백수일때는 하고싶은대로 하고, 놀고 싶을때 놀고 게임하고 싶으면 게임하면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철컥.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시는 김문영 교수님.

임폴턴트 정보학 2 를 가리키는 이론 선생님이시다.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고, 인사를 건넨뒤 맨 앞자리로 이동했다.

아니 이동하려 했다.

"이봐 지강혁."

나를 부르는 김문영 교수님.

안동 하회탈에 빙의한것 마냥 씨익 웃으면서 살며시 고갤 들어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하하 네?"

"지금 시간이 몇시인가?"

10시 40분이다.

원래 수업이 9시에 시작하고 12시에 끝난다.

즉 1시간 40분 초과했다는 소리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어제 늦잠을 좀 자버려서…"

"밤늦게까지 넘버원을 했나??"

"하하 그건…"

여기서 예라고 한다면 의심을 살게 뻔하다.

어젯밤 헨리를 플레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친구들을 만나서 놀았다고 발뺌했다.

얼굴이 싹 굳어지는 교수님이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넘버원을 하지 않고 술을 먹다니…

팔자 한번 편하군. 아무튼 자리에 앉게나."

'젠장.'

표정을 보니 영 안좋다.

아무래도 찍혀도 단단히 찍힌듯 싶다.

지랄났군.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다. 모두 식사 잘하도록."

"수고하셨습니다!"

김문영 교수의 수업이 끝나고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임폴턴트 정보학 2를 듣는 넘버원 길드원들 수십명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하더니 거침없이 입을 놀려댔다.

제일 먼저 침을 튀기는건 역시나 페이와 윤정이였다.

"형 도대체 어제 뭐하신거에요?"

"오빠 어제 드라이언이랑 오딘이랑 전투를 펼친거 모르시죠?"

"헐. 드라이언이 마족이랑 전투를 펼쳤어??"

"하아… 오빠 진짜 왜그래요?"

"응? 뭐가?"

"오빠가 넘버원 길드의 수장이잖아요.

게다가 오딘 길드원들이 계속 신지를 죽이려고 기회를 옅보는 중이라구요!

더불어 라덴 영지의 치안도 무척 나빠졌구요!

헨리를 안하시고 친구들이랑 술먹고 놀면 저희들도 정말 일할맛 안난다구요.

벌써 일주일째에요. 일주일 동안 오빠가 헨리로 접속한 시간이 고작3시간 밖에 안된다구요."

"맞아요 형. 요즘 너무 접속을 안하셨어요."

"형 길드 버릴거에요?"

녀석들이 한마디씩 내뱉는걸 보니 불만이 쌓여도 단단히 쌓인듯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직설적으로 내뱉을리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논건 아니다.

일주일동안 잠도 자지않고 불철주야 노력해서 릴리스의 정보들을 파헤쳤다.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친밀도도 곧잘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녀석들에게 말해줄수 없는 문제와도 같았다.

만에하나 이 사실을 녀석들에게 말한다면 더욱더 큰 파장이 미칠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니, 넘버원 전체가 대혼란에 빠지고 말것이다.

차마 말을 할수가 없었다.

그저 미안하다고 밖에는.

"아무튼 미안하다.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니까 이해좀 해주라."

"오늘은 꼭 들어오세요. 드라이언도 오빠를 계속 찾고 있다구요."

"하하 오,오늘 말이니?"

"뭐에요? 또 안들어오게요!?"

(젠장 지랄났네!)

릴리스와 약속을 잡아놨기 때문에 오늘은 릴리스와 함께 퀘스트를 해야한다.

하지만 헨리로 접속하게 된다면 릴리스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말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간 올려놨던 친밀도가 다시금 하락이 될터.

"오늘은 좀 무리고 내일 들어가면 안될까? 응??"

"드라이언이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니까요?

게다가 이리우스도 오빠의 명령이 아니면 우리들 말을 듣질 않아요.

오빠 꼭 오셔야돼요. 무조건 와요!"

"형 오늘 꼭오세요 아셨죠!?"

페이를 비롯해 윤정이와 다른 패거리들은 그렇게 엄포(?)를 놓으면서 사라져 버렸다. 나와는 달리 녀석들은 오늘 수업이 이걸로 끝이다.

2시부터 5시까지 교양수업이 없다면 같이 밥이라도 먹겠지만, 오늘은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할 팔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후우. 제기랄.'

"오빠."

등뒤에서 낯익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갤 돌렸다.

윤지였다.

"어? 윤지야 넌 집에 안가니?"

내가 알기론 윤지도 오늘 더이상 수업이 없는걸로 알고 있다.

언니를 따라서 집에 가야 정상인데 이곳에 왜 남아있는 걸까?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강의실에서 단둘이 앉아 있는것도 조금 어색했기 때문이다.

윤지가 좋아하는 고급 돈까스 두개를 시켰다.

"제 입맛을 잘 아시네요 오빠??"

"너랑 밥먹는게 한두번이 아니잖아?"

"하긴 그렇기도 하네요."

"에휴. 그나저나 정말 큰일이다.

일은 산더미 처럼 많은데 넘버원 하랴. 시험 공부하랴.

여진이랑 데이트하랴. 정말 바빠 죽겠네."

"……"

"아무튼 윤지야 너한테 정말 미안하다.

매번 비서일만 시켜놓고 혼자 멋대로 행동해서…"

"뭐… 그건 괜찮아요. 어차피 다 알고 한 일이니까…

저기 그런데 오빠…"

"응??"

"있잖아요… 예전에 봤던 강여진이라는 아이 말이에요.

고기 같이 먹었던 그 여고생…"

"응. 왜??"

"혹시 걔랑 사귀세요?"

초롱 초롱 눈을 빛내면서 나에게 물음을 던져오는 윤지.

솔직하게 말해줬다.

숨겨봤자 좋을것도 없기 때문이다.

"음 사귀는건 아니고, 그냥 친한 정도랄까??

이번에 수능 시험을 잘봐서 S대 온다고 그러더라구.

S대 오면 내가 고백을 해볼까 생각중이야.

그래도 여자 존심이 있지. 어떻게 남자한테 먼저 고백하길 기다리겠어??그치?"

"아.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왜물어?"

"호호 아니에요. 그냥 페이가 요즘 오빠 만나는 여자 있다고 하도 떠들어대서 궁금해서 물어본거에요"

"하여튼 페이 그놈은 입이 싸서 문제라니까 어휴…"

"그런데 오빠. 오늘은 넘버원 못들어오세요??"

"아 정말 미안해. 오늘은 내가 일이좀 있어서 힘들거 같아."

그말에 대번에 안면이 굳어지는 윤지다.

윤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뿐이다.

갑자기 한숨을 길게 한번 내쉬는 윤지.

"사실 저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요즘 생각이 많아요.

오빠가 넘버원을 접으려는건지, 아니면 싫증이 나신건지, 분간하기가 여간 까다로워요. 내가 왜 주인없는 길드의 비서가 된걸까…

이런 생각을 조금 하기도 하구요."

윤지의 입에서 저정도의 말이 흘러나올 정도라면 참을 만큼 참았다는 소리였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윤지는 말을 아끼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성격이다.

철도 빨리 들었고, 생각이 깊다.

그런 아이가 저런 말을 했다는건 진짜 억지로 참고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그래도 차마 레오 이야기를 윤지에게 할수가 없었다.

만약 레오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윤지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설득을 하는수밖에 없다.

"많은거 안바랄게. 그저 한달정도만 기다려주면 안돼?"

"한달…씩이나요…?"

"그,그게 말야. 요즘 하는일이 너무 바쁜이이라서…

부탁하는 나도 조금 미안해. 아니 많이 미안하지.

길드장이라는 놈이 한달간 자리를 비운다니까 말야.

그래도 좀 이해해주라. 정말 시급한 문제라서 그래"

"그 급한 문제라는게…도대체 뭔데요?"

"음 그건 말이지… 말을 해줄수가 없어. 미안…"

윤지가 어이없다는듯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막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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