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5 회: 7권 -- >
"릴리스 그녀석이 요즘 서재관에 틀어박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마스터."
"흐음… 조금 의외인걸?"
"뭐가 말입니까?"
"드래곤들은 태어날때부터 많은 정보들을 숙지하고 있다고 들었지.
헨리의 이리우스 또한 마찬가지였고 말야.
그런데 릴리스가 정보조사를 위해서 서재에 틀어박혀 있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흐음…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서재에 들어간게 아닐까요?
마스터께서도 아시다시피 드래곤들은 호기심이 매우 강한 종족이지 않습니까?
막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생각이 짧습니다.
호기심도 한창 많을 나잇대죠. 제가 보기에는 그저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것 같습니다."
"하긴 그럴수도 있겠군. 그나저나 릴리스는 지금 어디에 있다고 하던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식당으로 이동했다더군요.
마나량과 체력을 비축해 두려는것 같습니다."
"그렇군. 아무튼 릴리스 그녀석을 잘 감시하게나.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시각 릴리스는 길드내의 식당에서 육식을 하며 포만감을 채우고 있는 중이었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주방장 NPC가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그도 그럴것이 눈깜짝할 사이 소 한마리를 뚝딱 해치웠기 때문이었다.
"드래곤들은 마나를 먹이로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꼭 그렇진 않은것 같군"
" 정말 놀라운 일이야"
"그러게 말이야. 소 한마리를 뚝딱 해치우다니. 으으… 저 핏물좀 보게나징그러워서 미치겠군."
넘버원의 그래픽은 대한민국 게임계를 통틀어서 역대 최강이다.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이 현실의 그것과 다름없이 묘사되었고, 비위가 약한 플레이어들 몇몇은 고개를 돌리거나 식당을 빠져나가기에 이르렀다.
마룡 릴리스는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소의 간을 꺼내 입속으로 털어넣었다.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꺼윽! 잘먹었다."
교양과 매너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릴리스의 모습에 플레이어들이 혀를 내둘렀다.
처음에는 아리따운 릴리스를 보고 가슴을 설렌 남성 NPC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괴팍한 성격과 너무 털털한 이미지 때문에 이건뭐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릴리스는 입가를 스윽 닦고선 식당을 빠져나갔다.
이제 배도 채웠겠다.
다시금 서재에 들려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만 한다.
그래야 뜻한바를 이룰수 있다.
'어? 이 기운은?"
기운 탐지에 민감한 드래곤답게 릴리스는 대번에 새로운 기운을 포착했다.
기운은 등 뒤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릴리스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닉네임이 빨갛다.
그말인즉 카오틱 플레이어란 소리였다.
호기심이 돈 릴리스가 탐색마법을 시전한뒤 그 남자를 요목조목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머?'
레벨과 카오틱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릴리스의 눈동자가 급격히 커졌다.
놀랍게도 상대의 카오틱 수치는 100만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그말인즉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게다가 닉네임도 여타의 카오틱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매우 짙었고 강렬하게 빛났다.
영롱한 루비가 번쩍 번쩍 거리듯 닉네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릴리스는 저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남자의 손을 덥석 잡아 버렸다.
"저기 당신 말이에요 나랑 얘기좀 해요!"
곁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마스터 오딘에게도 반말을 찍찍 내뱉는 릴리스다.
그런데 놀랍게도 눈앞에 있는 남성에게는 극존칭을 써가면서 고개를 꾸벅숙이고 있는 것이다.
남성은 부끄럽다는듯 얼굴을 살짝 붉혔지만 싫지는 않은듯 마지못해릴리스를 따라 나서기 시작했다.
'크윽, 무슨 계집애가 말이 이렇게 많아?
그리고 목소리는 왜이렇게 큰거야? 진짜 드래곤 맞아?'
릴리스가 데리고 온 인사는 바로 레오였다.
레오가 오딘길드에 가입한 이유는 릴리스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함이었다.
1차 목표를 달성한 레오는 먼저 릴리스를 만나보기 위해서 릴리스가 있는 서재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경비병에게 릴리스의 존재유무에 대해 물었지만, 릴리스는 마침 식당으로 이동한 뒤였다.
그래서 레오는 식당에서 릴리스를 만나볼 요량으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 과정에서 릴리스를 보게 된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릴리스는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보여왔다.
집까지 데려왔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를 말이다.
처음에는 릴리스의 관심을 끌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레오의 표정은 굳어져만 갔다.
아니 무슨 드래곤이 이렇게 말이 많단 말인가?
거의 30분동안 쉬지 않고 재잘거리는 릴리스의 행동 때문에 머리가 띵할 지경이었다.
결국 참다 못한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릴리스가 알수 없다는 눈길로 물었다.
"어디가세요??"
"우리 좀 떨어져서 이야기 하자. 골이 흔들려서 미칠것 같아."
"호호 제가 좀 말이 많아요. 그러니까 레오님이 이해좀 해요."
놀라운건 릴리스가 존칭을 쓰고, 손님인 레오가 하대를 하는 모습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레오로 예의를 차리려 노력 했지만, 평소부터 건방진 말투를 계속 해오던터라저도 모르게 반말을 찍찍 내뱉고 말았다.
릴리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아뿔싸 했지만, 놀랍게도 릴리스는 당연하다는듯이 하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되례 그녀가 레오에게 극존칭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확실한건 모르지만 카오틱 수치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듯 싶었다.
'릴리스의 카오틱 수치는 고작해야 20만.'
레오보다 5배나 낮은수치다.
레오의 예상대로 릴리스의 말투는 상대방의 카오틱 수치에 따라 변형이 되게끔설정되어 있었다.
그말인즉 자신보다 카오틱 수치가 낮으면 하대를 하고, 수치가 높으면 존칭을 쓰게끔 변하는 것이다.
물론 친밀도에 따라서 하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현재 둘의 친밀도는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다보니 기본 설정대로 존칭을 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사악한 녀석 같진 않은데?'
마룡 릴리스라고 해서 처음에는 좀 무섭고 험상궂게 생긴줄 알았다.
성격도 무척 까다로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었고 말투도 나긋나긋했다. 신지와 좀 비슷한 이미지랄까?
아무튼 그랬다.
말이 많아서 골이 아픈게 문제였지만 적응하면 괜찮아 질것 같긴 했다.
"레오님 우리 친구할래요?"
"친구를 하자고? 너와 내가??"
"네! 어때요? 우리 친구하지 않을래요??"
'이녀석이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지?'
만난지 30분밖에 안ㅤㄷㅚㅆ는데 대뜸 친구를 하자고 제안하니 어이가 없는게 사실이다.
상대는 마룡이다. 무슨 음흉한 계책을 품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레오는 릴리스의 성격을 조금더 파악해볼 요량으로 시간을 끌면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데 주력했다.
수다는 거진 한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녀석 생각이 무척 어리잖아? 아직 성장을 덜해서 그런건가?'
레오는 헨리를 하면서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과 여러종류의 드래곤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들과 전략전술을 상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낀것은 드래곤들의 지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릴리스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생각하는건 거의 1차원적이었고, 단순히 자신의 마음에 들면 친구.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 이라고 결론짓고 있었다.
하는 행동도 거의 중학생, 고등학생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레오는 릴리스의 제안대로 친구가 되는것을 찬성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렇게 사악한 녀석 같지도 않았고, 잘만 한다면 대전쟁의 참사를 막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문제는 마룡 릴리스와 친밀도를 올리는 것뿐이었다.
한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찰나였다.
마침 릴리스가 레오의 손을 덥석 잡더니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레오가 물었다.
"왜그래?"
"오빠 나 부탁이 있어요."
"응? 부탁이라니?"
그순간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창이 흘러나왔다.
띵!
비밀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마룡 릴리스의 부탁>이 발동합니다.
마룡 릴리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부탁입니다.
처음 수행하는 퀘스트인만큼 퀘스트를 완료한다면 많은 친밀도를 쌓을수 있습니다.
-비밀퀘스트는 카오틱 플레이어들만 수행할수 있는 고급 퀘스트입니다!--퀘스트 보상은 랜덤이며, 운이 좋을 경우 마룡 릴리스에게 좋은 아이템을
건네 받을수도 있습니다.-
-퀘스트 난이도: Ra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