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8 회: 7권 -- >
한편 그시각 오딘은 드라이언이 일으킨 전쟁을 승리로 장식한 연후길드마스터들을 대거 소집해 대대적인 회의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길드마스터만 해도 100명이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회의에서 도출된 내용은 바로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에 대한 보복이었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것은 엄연히 드라이언쪽이다.
그에 맞게 복수전을 감행할 생각이었다.
이에 오딘은 제법 고강한 길드원들을 선별하면서 드래곤 슬레이어 군단을 만들어냈고, 그 모든것을 오스카에게 위임시켰다.
오스카는 오래전부터 오딘길드에 충성을 바쳐온 사람이다.
오딘과도 막연한 사이이며, 현실에서도 형님 아우하는 인물이었다.
수뇌부들은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신규 길드마스터들은 오스카의 진가를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 말단 길드원의 통솔을 따를수 없다고 강경하게 대꾸했다.
"오스카는 그대들이 얕볼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전사다.
그러니 그대들은 내말을 따라서 오스카의 명령을 들어라."
랭킹 8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지만, 그저 오딘의 백을 믿고 설치는 한낱 전사라고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실력이 되고 힘이 있다면 길드 마스터같은 요직에 앉았을텐데, 일반 길드원으로 있었다.
그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킬법도 했다.
가만히 있던 오스카가 반발하는 길드원들을 두루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해야 날 인정하겠습니까?"
"간단하지. 나와 대결을 펼쳐서 이기면 된다."
상대는 레벨 600의 고위급 전사.
몬스터 사냥과는 달리 PVP는 많은 컨트롤이 요하는 싸움이다.
때문에 레벨만 높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컨트롤 실력도 보고, 얼마나 PVP를 잘하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런 제안을 했고 둘은 서로의 방어구를 모조리 벗은뒤 비무장에서 대결을 펼쳤다. 아이템의 능력치가 변수로 작용할수 있기 때문에 변수를 차단하고자 함이었다.
"져,졌다!"
대결은 생각외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단 30초만에 오스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몇몇 길드 마스터들이 오스카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시나 오스카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적으로 오스카의 컨트롤 실력과 PVP 실력이 마스터들을 상회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오스카는 날렵한 몸놀림을 십분 활용해 마스터들의 뒤를 너무나도 쉽게 점해버렸고, [등뒤에서 공격시 치명타 100퍼센트]라는 크리티컬을 이용해마스터들의 HP를 깎아냈다.
무작정 힘만 올린 덕분에(?) DEX가 낮았던 터라 전사들은 여지없이 오스카에게 등뒤를 허용하고 말았다.
길드 마스터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오스카에게 물었다.
"저,전사인데 어떻게 덱스가 그렇게 높단 말입니까?"
"많은 퀘스트를 통해서 새로운 능력치를 얻었고, 잠재능력을 끌어 올렸습니다그포인트를 덱스에 투자했고, 몸놀림을 비약적으로 늘려나갔지요.
제 레벨이 610이라곤 하나, 여러분들이 생각한것 이상으로 스탯이 높습니다.
아마도 오딘 형님이 그점을 생각해서 저를 드래곤 슬레이어 단장으로 삼은듯 싶으니, 마스터들께서도 더는 저를 시험하려 하지 마시고 제 통솔에 따라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레이드를 통해서 얻은 아이템들을 제 몫까지 나눠드리지요."
"오,오스카님은 아이템을 드시지 않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애시당초 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저 신기한 아이템을 보고 수집하며, 퀘스트를 깨는것으로 게임을 했던 오스카다. 그점을 신기하게 여겨 오딘이 그를 영입했고, 지금의 오스카가 있게 된 것이었다.
"오스카 녀석 스탯을 엄청나게 올린 모양이군."
"아마도 오딘 마스터를 제외하곤 오스카보다 스탯이 높은 자는 없을겁니다.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레이드를 주구장창 할때도 오스카 저녀석은 잠재능력을 깨우치기 위해서 퀘스트를 했을 정도니까요."
"하긴 그럴만도 하겠지. 좌우지간 드래곤 슬레이어 일은 정리가 된것 같구만, 이제 문제는 릴리스인데…"
"요즘따라 릴리스가 밖으로 출타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오딘 마스터께서 따끔하게 혼을좀 내셔야 할것 같습니다."
그말에 오딘이 헛웃음을 지으며 혀를 끌끌찼다.
"그녀석이 내말을 듣기나 하겠는가?
그저 카오틱 플레이어들과 어울리면서 놀고 먹기에 바쁜 그녀석이?
게다가 심기를 거스린다면 또다시 내 수하들을 죽일텐데 그점은 또 어찌하나?"
아직 나이가 어려서인지 릴리스는 제 멋대로였고,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했다.
심기를 거스르면 오딘이라고 할지라도 공격을 감행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오딘은 어쩔수 없이 릴리스가 하는양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더이상 방치를 해두었다간 녀석이 오딘 마스터를 완전히 깔보고 말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버릇을 고쳐놔야 합니다."
"방법이 없지 않은가? 방법이?"
"오딘 마스터께서 카오가 되시는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그렇게 될경우 자칫 명성에 누를 끼칠수 있습니다.
다른 쪽으로 생각해서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게 먹힐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말에 오딘의 눈이 번쩍 트였다.
"방법이 있다고? 그게 뭔가?"
"바로 레오를 이용하는 겁니다."
"레오라고? 악의 대명사 레오를 말인가?"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스는 절대 악으로 군림하고 있는 마룡입니다.
마룡이라서 카오틱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카오틱 수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호감을 표시하는 이상한 녀석이지요.
그것을 적절히 이용하자는 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마룡 릴리스와는 달리 레오는 플레이어가 매개체입니다.
즉 레오를 잘 어르고 달래 릴리스에 통솔하게끔 하십시오.
카오틱 수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으니 릴리스도 레오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를것입니다.
게다가 레오는 욕심이 많고 돈을 무척 밝히는 인물입니다.
드래곤 로드를 상대하게 하면서 로드를 잡고 난 연후, 천상계의 인물도 쓸어버렸다가, 나중에 레오를 처리하면 됩니다.
그런 연후 마룡 릴리스를 도모하시는게 나을듯 합니다."
"마룡 릴리스를 내손으로 죽이라는 말인가?"
"릴리스는 절대로 오딘 마스터의 말을 따르지 않을 녀석입니다.
더군다나…"
"그만하게. 나는 릴리스는 절대 죽이지 않을것이야."
"하,하지만."
"게다가 자네의 생각에 몇군데 헛점이 있어.
레오는 내가 잘알아.
아주 간사하고 악날한 놈이지.
자칫 릴리스가 레오의 꾐에 빠져 나를 적대시 하는날에는 우리 모두가 위험해질수 있음이야.
레오에게 릴리스를 맡긴다는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것과 진배없는것이지. 내말 이해하나?"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지금의 릴리스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스터께서 카오가 되어 릴리스를 통제하는것도 무리이지 않습니까?"
"일단 릴리스의 횡포가 그렇게 심한건 아니니 좀더 지켜보도록 하세나.
나중에 생각해보면 길이 나오겠지."
"그,그래도…"
"오늘은 전쟁을 치르고 대책회의까지 마련하느라 몸이 노곤하군.
집에서 좀 쉬고 싶으니 그만하지."
"아,알겠습니다 마스터."
마스터 오딘이 넘버원을 종료해버렸다.
제이든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난감함을 표시했다.
'늑대를 잡으려고 했다가 범을 들인건 아닌지 모르겠군.
그렇다고 우리들이 카오가 될수도 없는 입장이고……'
릴리스를 통제하려면 카오가 되는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또다른 문제가 생겨버린다.
릴리스가 카오틱 유저에게 관심을 보이긴 하지만, 카오틱 수치가 낮으면 관심을 금세 끊어버린다.
즉 카오틱 수치가 높아야지만 릴리스와 친밀도를 쌓을수 있다는 소리였다.
오딘과 여러 마스터들이 카오가 된다고 해도, 카오틱 수치를 레오만큼올리려면 최소한 6개월간은 주구장창 사람만 죽여야 할 정도다.
그 시간동안 사람을 죽이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비되고 만다.
그래서 섣불리 카오 유저가 될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번 카오가 되면 카오틀 푸는데 엄청난 제약사항에 걸리고 만다.
카오를 풀려면 악의 대명사인 마족들을 죽여 없애야 하는데, 카오틱은 마족과의 친밀도를 올리는 수단이 되어버리고 마니, 상황이 애매해지는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