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2 회: 7권 -- >
헨리가 사냥에 치중하지 않고 그 시간동안 엘프들을 돕고 있다면 레벨 차이가 조금더 났을 것이다.
현재 오딘의 레벨은 어느새 630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에 반해 헨리의 레벨은 아직까지도 604에 불과했다.
26레벨 차이라면 엄청난 수치다.
하지만 방심할순 없다.
헨리에겐 반신반요와 드래곤 이리우스가 있기 때문이다.
"젠장. 나에게도 드래곤이 있었다면 1위 자리를 이토록 걱정하진 않았을텐데 말이야."
"정령석에서 좋은 소환수가 잘 안걸리십니까?"
"잘 걸렸다면 내가 이렇게 한탄이나 하고 있겠는가?"
제이든이 찔끔했다.
오딘이 물었다.
"사둔 정령석은 몇개나 있나?"
"요즘 드랍율이 많이 낮아져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창고에 모여 있는건 고작해야 100개 남짓입니다."
"기력이나 보충할겸 정령석이나 까봐야겠군.
100개를 할란드 마을 소환수 NPC 앞으로 가져오게나."
"고작 100개입니다. 많이 모아두었다가 한번에 개봉하는것이 더 확률이 높을텐데요?"
오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1만개도 까봤고, 5천개도 까봤고 3천개도 까봤어.
안나올땐 안나오더군. 그냥 시간이 날때, 심심할때 한번씩 즐기면서 까려고 생각중이니 잔말말고 가지고 할란드 마을로 오게"
"알겠습니다 마스터."
제이든은 길드창고의 문을 개봉한뒤 정령석 100개를 가지고 할란드 마을 소환수 NPC 앞으로 걸어나갔다.
오딘이 정령석을 받아들며 말했다.
"난 이걸 개봉하고 다시 사냥하러 가볼테니 자넨 업무에 치중하고 있게나.
요원들에게 명령해서 정보조사를 좀더 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이봐 오딘이 또 할란드 마을에서 정령석을 개봉한다던데??"
"마땅히 할것도 없는데 구경이나 가봐야겠군."
"나도 한번 가봐야겠어!"
"과연 어떤소환수가 나올까나!??"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여러 넘버원 플레이어들이 오딘의 축제(?)를 보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 수가 자그마치 천명에 달할 정도였다.
"또 오셨군요."
할란드 마을의 소환수 NPC 스루나가 먼저 오딘에게 아는척을 했지만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그동안 오딘에게 버림받은 소환수가 무려 수만마리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소환수 NPC로써 소환수가 버림받으면 속상한게 사실이다.
소환수도 엄연히 생명일진데, 마음에 안드는 소환수가 나왔다고 해서 무참하게 버려버리는 오딘이 너무나 밉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은 NPC고 상대는 플레이어다.
플레이어가 하고 싶다는데 간섭하기도 뭐한게 사실이었다.
오딘은 소환수를 하나하나 개봉하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소문을 듣고 달려온 넘버원 기자단도 그 자리에 몇몇 끼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소환수도 나왔고, 눈에 익는 소환수도 제법 많이 나왔다.
'젠장 오늘도 안나올 참이군.'
벌써 80여개를 개봉했지만, 쓸만한 소환수는 단 한마리도 없었다.
오딘은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81번째 정령석을 깠다.
어두운 빛과 함께 나타난 소환수는 그냥 검은색 강아지였다.
'이게 뭐지?'
오딘으로써는 생전 처음보는 소환수였다.
그동안 나타났던 소환수와는 달리 많은것이 달랐다.
눈매가 가늘었고, 빨간 눈망울이 조금 무서운 느낌을 주었지만 오딘은 생전 처음보는 소환수 때문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환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었다.
마침 소환수도 오딘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오딘은 재빨리 정보창을 열어 소환수의 특징을 확인해 보았다.
1만년전 동족인 드래곤들을 잡아먹고 마룡 반열에 올라선 <페르니에>의 딸 마룡 <릴리스> 입니다.
마룡 릴리스는 모든 드래곤들의 능력과, 브레스들을 통틀어 사용할수 있습니다. 주로 화속성의 마법을 구사하지만 드래곤 종족의 특성상 모든 마법을 소화할수 있으므로 성향(속성)을 TOTAL에 가깝습니다.
나이가 어리지만 생각이 깊고,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이점이 있으나 마룡답게 매우 간악하고 사악한 존재입니다.
<혹 주인을 배신할수도 있으니 이점에 대해 유의하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모든 능력이 급격히 상승되며, 능력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족:마룡 <드래곤> 용족.
레벨:1
속성:TOTAL
등급:5(성장능력치에 따라 수시로 변함)
생명력: 3000
마나력: 5000
충성도: 0 (MAX:100)
힘:1
민첩:1
체력:1
지혜:50
지능:50
'후 드디어 다 모은건가?'
꼬박 하룻동안 식인목을 잡으면서 묘목을 다 모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퀘스트가 끝난게 아니다.
죽어있는 묘목을 구했으니 이제 이 묘목들을 살아있는 묘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고 퀘스트만 완료하면 이젠 해방이다.
헨리는 ㅤㅂㅞㄺ구와 윤지를 데리고 다시 엘프의 숲으로 걸어갔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나무에게 속삭임 스킬을 시전했다.
"죽은 묘목을 살아있는 묘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초신수]가 필요하다.
초신수를 뿌린다면 다시금 살아날 것이다."
"고마워 엔트!"
"부디 엘프들을 도와 우리들을 오크 무리들로부터 구원해다오."
엔트는 그말을 끝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윤지랑 ㅤㅂㅞㄺ구 둘다 정말 수고 많았어."
"비서니까 이정도는 해야죠. 오빠도 정말 수고했어요."
"뭘 이정도 가지고! 좌우지간 빨리 퀘스트를 클리어하도록 하자."
ㅤㅂㅞㄺ구가 본체로 변신하면서 날개 하나를 아래로 쓸어내렸다.
헨리와 윤지는 태연하게 ㅤㅂㅞㄺ구의 등에 올라탔다.
일행들은 천상계로 이동했다.
초신수를 얻으려면 카이오와 루시엘라에게 부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2시간의 비행끝에 천상계에 도착한 헨리는 곧바로 루시엘라가 있는 성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헨리를 알아본 가드리안이 일행들을 맞이했다.
"루시엘라님과 카이오님은 현재 지상에 내려가신 상태입니다.
조금 기다리셔야 할것 같군요.
아쉽게도 루시엘라는 부재중이었다.
카이오도 마찬가지였다.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두 대천사가 자리를 비운게 여간 이상했다.
그도 그럴것이 대천사 한명은 천계를 보살피기 위해서 꼭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둘다 부재중이라니?
"대천사 두명이 하계에 내려가다뇨? 혹 무슨일이 벌어진겁니까?"
가드리안이 조금 의외라는듯 말을 이었다.
"용사님께서는 아직 [그 일]을 모르시는겁니까?"
"그일 이라뇨?"
"잘 모르시는것 같은데 제가 간략히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만년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당시 페르니에라는 고룡 반열에 들어선 드래곤이 있었다.
그는 성격이 불같고 호전성을 강하게 띄고 있는 레드드래곤이었다.
드래곤들은 종족의 특성상 지능이 높은 드래곤이 있는반면 지능이 조금 부족하지만 강한드래곤이 있었고, 또한 성격이 유들유들한 드래곤도 존재했다.
레드일족은 강한 드래곤으로 분류되었고, 골드 드래곤은 지능이 뛰어난드래곤으로 분류되었다.
전쟁이 나면 레드드래곤들은 항시 선봉에 섰다.
그만큼 그들의 화력은 실로 막강했다.
하지만 명령체계는 엄연히 골드드래곤들이 쥐고 있었다.
전쟁은 힘만으로 하는게 아니다.
적절하게 전략전술을 구상하면서 싸워야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피해를 입힐수 있다.
그래서 지능이 뛰어난 골드 드래곤들이 지휘계통을 잡았고, 레드 드래곤들을 그 지휘를 받들어 전쟁에 임하는게 보편적이었다.
페르니에는 고룡반열에 오른 레드 드래곤이었다.
마침 전대 드래곤 로드직을 맡고 있던 골드드래곤 야오스가 죽으면서 드래곤 로드를 추대하는 추대식이 벌어졌다.
페르니에는 당연히 자신이 드래곤 로드가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고룡 반열에 올라선 드래곤이 그녀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페르니에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골드 드래곤과 다른 여타의 드래곤들이 골드 드래곤 막시우스를 로드로 추대했기 때문이다.
막시우스는 9천년을 살아온 골드 드래곤.
따라서 1천년만 더 산다면 고룡 반열에 오르는 드래곤이기도 했다.
페르니에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이가 한참 위인 자신을 두고 고작 골드 드래곤 따위가 로드 자리에 올라서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쟁이 터지고, 많은 종족들에게 징벌을 내릴때도 매번 골드 드래곤의 명령에 따라야 했던만큼 골드드래곤들에게 반감마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골드 드래곤 막시무스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며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막시우스는 나이가 한참 어린 골드드래곤.
비록 로드로 추앙되었다곤 하나 페르니에에게 함부로 할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러다보니 파발이 생겨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