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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이걸 언제 모으냐!"
"그러게나 말이다 주인.
벌써 한시간째인데 15개밖에 못모았다. 이건 불가능한 퀘스트다!"
"5만개라 했죠……? 정말 큰일이네요. 이러다간 몇개월, 아니 몇년이 걸려도 못모을것 같아요."
매사에 긍정적인 윤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만큼 나무들 사이에서 묘목을 걸러내고 수집하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묘목을 사기 위해서 상인들이 밀집해 있는 트룬하운트로 이동했다.
거기에서 묘목 5만개를 공수해 엘프족장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묘목을 파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헨리처럼 묘목심기 퀘스트를 수행해본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묘목이라것 자체가 시장통에 나오지도 않았다.
헨리가 최초로 진행하는 만큼 무리도 아니었다.
수호성자에게 묻고 물어 나무들 사이에서 흠짓난 나무를 보면 묘목 하나정도는 구할수 있다는 정보를 얻어냈고, 윤지와 ㅤㅂㅞㄺ구를 데리고 다시금 엘프의 숲으로 이동했다.
그나마 엘프의 숲에 나무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서 묘목을 구하기 위해서 이동한 것이다. 족장의 말대로 나무들 사이에서(천그루중 한그루꼴) 흠집난나무를 발견했고 묘목을 한개 수확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것도 엄연히 한계에 달했다. 무엇보다 열다섯개를 구하는데 1시간이나 소모되고 말았다. ㅤㅂㅞㄺ구의 탐색을 통해서 흠집난 나무를 찾으려 했지만 탐색은 애시당초 가능하지도 않았다.
신경질이 나서 나무들을 박살낸 다음 묘목으로 만들까도 생각해봤지만, 퀘스트창에 [살아있는 나무들의 생명을 절대 앗아가서는 안된다] 라는 말이 끼어 있어서 이것도 불가능했다.
'어쩔수 없군.'
잠시 접속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안방으로 들어가서 PC를 켜고 넘버원 사이트 접속했다.
한가닥 희망을 걸고 고급정보란에 [묘목]을 치면서 엔터키를 누르고 기다렸다.
역시나……
묘목에 관련된 정보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빠 어떻게 되었어요?"
"주인 뭔가좀 찾았나?"
"없어. 아무것도 업성. 묘목이라는 단어조차 없어."
윤지와 ㅤㅂㅞㄺ구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잠시후, 윤지가 뭔가 생각난듯 헨리에게 말했다.
"오빠 새로운 스킬을 받으셨다고 했잖아요.
혹시 그게 단서가 되지 않을까요?"
"새로운 스킬? 아!! 속삭임말이야??"
"네 오빠. 넘버원이 아무런 연관성도 없이 그 스킬을 주진 않았을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번 써보는게 어때요?"
"그렇군. 내가 왜 그생각을 못했지!?"
생각해보니 방금전 새로 전수받은 [속삭임] 스킬이 떠올랐다.
넘버원이 아무런 이유없이 그런 특수능력을 전수할리 없다고 생각한 헨리는 윤지의 말대로 가장 지척에 있는 나무에 대고 속삭임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자 놀라운일이 벌어졌다.
나무가 갑자기 NPC 엔트로 변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곁에 있던 ㅤㅂㅞㄺ구와 윤지는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흐아암. 나를 깨운것이 그대인가 인간이여??"
엔트가 말했다. 헨리는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히 엔트에게 궁금한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엔트는 헨리가 원하는것들을 잘 알고 있는 눈초리였다.
"묘목을 구하는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다크 포탈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식인목을 잡으면 그녀석들이 드랍한다.
그놈들을 죽이고 드랍하는 [죽은 묘목]을 회수해 [살아있는 묘목]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5만개의 묘목도 금방 만들어낼수 있을 것이다."
"죽은 묘목을 어떻게 살아있는 묘목으로 만듭니까?"
"죽은 묘목을 살아있는 묘목으로 만들기 위……"
스르르륵.
엔트 NPC가 갑자기 나무로 화하면서 본래의 나무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24시간에 한번 주어지는 속삭임의 제한시간 1분이 끝나 버리고 만것이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끝나 버리고 말았다.
헨리가 나무에게 다가가 몇마디를 더 던졌지만, 역시나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무또한 아무런 기척없이 나뭇잎만을 펄럭이고 있을 뿐이었다.
'불행중 다행이군'
한가지 단서를 발견 했다.
식인목을 잡아서 죽은 묘목을 구하면 된다.
ㅤㅂㅞㄺ구와 윤지또한 곁에서 그 말을 들었다.
망설일게 없어졌다.
헨리는 둘을 데리고 재빨리 다크포탈이 위치하고 있는 엘프의 숲 남서지점으로 달려갔다.
'죽은 묘목을 구하고 내일을 기다리자.'
24시간에 한번이니까. 내일이면 좀더 정확한 정보를 알수 있을것이다.
식인목의 레벨은 업그레이드가 된 탓에 거진 500에 달하고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강력해졌지만,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식인목들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 같았다.
다크 포탈 지역에는 사람들은 커녕 생명체가 거의 전무하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인간들이었다.
식인목들은 오랜만에 만난 먹이들을 향해 뿌리를 뻗으며 공격을 시작했다.
놓치지 않겠다는듯 사방에서 뿌리가 뻗어져 나왔다.
뿌리로 인간들을 잡고 촉수를 꽂아 생명체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나빠도 너무 나빴다.
넘버원내에서 랭킹 11위를 달리고 있는 강력한 용사와 그를 보좌하고 있는 레벨 520짜리 서포터. 그리고 최강의 종족 화이트 드래곤이 공격을 감행하자 식인목들은 제대로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처참히 당하고만 있었다.
식인목들을 학살(?)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다름아닌 헨리 일행들이었다.
묘목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불로 공격하지말고 뿌리를 그냥 잘라버려. 알겠지?"
"네 오빠."
"알겠다 주인."
지금은 죽은 묘목을 구하는것이 시급하다.
불로 공격하면 타기 때문에 절대 구할수 없다.
그래서 헨리는 카이오의 장검을 이용해 뿌리를 잘라내기만 할뿐마법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윤지와 이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묘목의 드랍율은 생각보다 매우 높았다.
한그루의 식인목에게 거진 10개정도는 나오는것 같았다.
"흐음. 헨리가 엘프의 숲에서 묘목을 구하고 있다고??"
집무실에 앉아 보고서를 읽어보던 오딘이 곁에 있던 제이든에게 물었고,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묘목이라… 넘버원에 그런 아이템도 있었던가?"
"저도 보고를 받고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로 판명이 났습니다.
정확한 보고이니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전의 사건 때문에 쉽게 믿을수가 있어야지 원…"
그말에 제이든의 얼굴이 급격하게 달아올았다.
예전의 사건.
바로 아영의 관련된 일이었다.
첩자가 되어 정보를 빼오라고 시켰더니, 이년이 배신을 하고 이중간첩질을 하면서 상대방 넘버원 길드원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배신도 용서못하는데 상대 길드에 몸을 헌신하기까지 했으니 오딘은 분노를 머금고 말았다.
복수를 하려고 계획을 짰지만, 지금은 아영이에게 복수하는것 보단어떻게 해서든 제국의 용사 헨리를 막는게 더 시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그일은 잠시 보류를 한상태다.
좌우지간 이중간첩 문제 때문에 오딘은 보고서를 읽어보면서도 매번불신의 빛을 띄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제이든이 진땀을 뻘뻘 흘리며 대꾸했다.
"여러명의 정보요원들이 조사한것이니 틀림없습니다 마스터."
"그런데 녀석이 왜 묘목을 구하고 있는거지? 그것도 무려 5만개나 말이야."
"마스터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국의 용사 헨리가 버뮤다의 네크로맨서들을 퇴치한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일과 관련이 있는건가?"
"공교롭게도 네크로맨서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헨리가 엘프족에게 구원을 요청했는데, 그틈에 오크들이 엘프족을 과감히 들이쳤다고 합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헨리가 엘프들을 돕고자 현재 엘프의 숲에 머물러 있는 중입니다."
"오크들이 엘프들의 뒤를 노려쳤다고??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마스터."
"허허 조금 놀라운걸? 무식하기 짝이없는 오크따위가 그정도의 지능이 있었다니??"
"자세한건 잘 모르겠지만, 정보요원들이 올린 보고서에는 그렇게 씌여 있었습니다 마스터."
"흐음. 그랬군. 그래서 엘프의 숲에 있는거였어.
우리에겐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