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8 회: 7권 -- >
'마나를 감지하고 인간의 지식을 사용할수 있는 변종오크라. 정말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겠군.'
돌연변이로 태어나면서 오히려 오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게된 케이스였다.
화이트 드래곤은 쓴웃음을 지은뒤 자신이 온 용건을 오크 수호성자에게 털어놓았다.
"취익? 휴전을 제의하시는겁니까 취익!?"
"그렇다."
"그럴순 없습니다 취익!"
"…네놈이 내말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화이트 드래곤이 짐짓 언성을 높혔다.
수호성자는 다시한번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간신히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취익.
지금 상태라면 엘프족을 완전히 궁지에 몰수 있습니다. 취익!
바라옵건대 위대한 존재께서는 전투에 참여하지 말아주십시오 취익!"
지능이 높은 오크답게 수호성자는 전쟁의 판세를 잘 읽고 있었다.
현재 오크들이 동원한 병력수는 자그마치 백만에 달한다.
그에 비해 엘프들은 고작 5만명만 진을 치고 있을 뿐이다.
숫적인 열세와 더불어 숲이 계속 붙타고 있기 때문에 터전이 조금씩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리해지는건 엘프들이다.
수호성자는 엘프들의 터전을 야금야금 짓밟은뒤 그들의 보급로 부터 철저하게 차단했다.
오크들이야 죽인엘프를 식량으로 삼으면 군량 문제는 절로 해결 된다.
식량이 모자라면 여타의 종족을 죽여서 그것으로 메우면 간단하다.
하지만 엘프들은 과일을 먹고 사는 종족.
숲이 없어지고 열매들이 불타버리면 엘프들의 군량은 충원되지 않는다.
더욱이 오크고기를 먹을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유격전을 펼친다고 해도, 수가 많은 오크들을 상대로 하기엔 역부족이다.
자칫 잘못했다가 일렌시아처럼 엘프 여인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할수도 있는 판국이었다.
싸움이 진행되면 진행 될수록 불리해지는것은 엘프족이었다.
"놀랍군. 정말 인간같이 행동하고 있어."
오크의 수호성자가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으며 다시한번 고개를 조아렸다.
"부탁드립니다 취익. 전쟁에 개입하지 말아주십시오 취익!"
"그것은 무리다."
"취.취익! 그,그러시다면?"
"네놈도 알다시피 나는 인간과 함께 살고 있고 그 인간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드래곤이다. 그 인간은 나에게 명령했다.
엘프족을 도와 전쟁을 마무리 지으라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전쟁에 참전할수 밖에 없다."
"취,취익! 하오시면?"
"네놈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나는 네놈들을 전부 때려 눕힐수 밖에 없다.
나는 전쟁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네놈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먼저 휴전협상을 제의하는 것이지.
휴전협상이 깨어지면 어쩔수 없이 공격을 해야한다.
주인의 명령이니 난 거기에 따라야해"
오크 수호성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당장 화이트드래곤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화이트 드래곤은 자신을 먼저죽이려 들것이다.
지능있는 오크가 죽어버린다면 오크는 대혼란에 빠져들것이고, 지휘체계가 단숨에 무너지고 만다.
하지만 후퇴를 하려니 천금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어떻게 하지? 취익!'
물러나자니 기회가 아까웠고, 전쟁을 하자니 눈앞에 있는 드래곤이 너무무서웠다. 게다가 상대는 에인션트급 드래곤이다.
'놈은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다 취익!
제국의 용사 헨리의 수호룡!
제국의 용사 헨리는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님과 친밀도가 높다.
신녀들도 그렇다. 취익! 그,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까지 전쟁에 개입할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크종족은 종말이다.
'지금은 오크종족의 안녕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 취익!
아쉽지만 전쟁을 포기하는 수밖에! 취익!'
지능이 뛰어난 오크답게 그는 대번에 판세를 읽었고, 이리우스에게 전쟁을 그만두겠다고 선포했다.
이리우스가 환하게 웃으며 오크 수호성자에게 말했다.
"너희 부족에 대해서만큼은 호의적으로 대할것을 약속하마.
단 네놈이 나를 배신하지 않는 조건에서 비롯된다는점. 명심하거라."
"아,알겠습니다 취익!"
'어라? 오크놈들이 갑자기 왜 후퇴를 하는거지?'
산등성이에 높히 앉아 요레이의 망원경으로 오크진지를 살펴보고 있던 레오는 갑자기 오크들이 진지를 물리고 돌아가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전황으로 보면 오크종족이 매우 유리하다.
물량전을 감행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공산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진지를 물리는 것이다.
'설마 이리우스 때문에 그런건가?'
윤지에게 부탁해서 넘버원 용사와 이리우스를 파견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오크종족과의 전쟁은 계속 이어질거라 생각했다.
오크족은 미개한 종족이다.
무조건 물량전만 일삼는 하찮은 존재.
지능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그놈들은 제 아무리 드래곤이 전쟁에 개입한다고 한들 무작정 돌격을 일삼을 것이다.
놈들에겐 뒤를 생각하는 지능따윈 없기 때문이다.
레오는 ㅤㅂㅞㄺ구와 넘버원 간부들의 레벨과 경험을 쌓게 해주려고 일부러파견보냈다.
그런데 전쟁이 너무나 쉽게 와해되어 버린 것이다.
오크족 백만대군은 질서정연하게 퇴각해 버렸고, 초입지역은 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일단좀 알아봐야겠군.'
레오는 조심스럽게 엘프족의 진지로 몸을 날렸다.
그시각 엘프족은 환희에 찬 얼굴로 하나같이 이리우스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있는 중이었다.
최후의 전쟁이라 속단하고 오크들의 공습을 대비하고 있었던 찰나, 이리우스의 협상으로 오크들이 전부 물러간 까닭이었다.
엘프들은 이리우스를 대접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몇몇 엘프들은 이리우스의 강함에 반해서 손수 시중을 들기까지 했다.
아리따운 여인들이 시중을 들어주니 이리우스도 헤벌레 하며 술잔을 들기에 바빴다.
'응?'
한창 술을 마시고 있던 찰나, 갑자기 무언의 기운이 느껴졌다.
예전에 라덴 영지에서 느꼈던 낯이 익은 기운이었다.
이리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호성자가 알수 없다는 눈길로 물었다.
"왜 그러시는지?"
"탐색마법에 이상한 기운이 잡혔다."
"이상한 기운이라 하시면??"
"라덴영지에서 봤던 기운인데, 이곳까지 전해져오는군."
전에도 느껴본 기운이 엘프의 숲에서 느껴지자 갑자기 호기심이 감돌았다.
이리우스는 재빨리 몸을 날려 기운이 느껴지는곳으로 향했다.
'어? 저자식이 왜 이쪽으로 날아오는거지?'
요레이의 망원경으로 엘프족의 진지를 쳐다보고 있던 찰나였다.
술을 먹으면서 왁자지껄 떠들던 녀석이 갑자기 레오가 있는 산자락으로 급히 날아오고 있었다.
'일단 자리를 좀 피해야겠군.'
이리우스와 맞닥뜨리게 된다면 골치아프다.
최악의 경우 저녀석에게 죽을수도 있다.
자신이 키운 소환수에게 죽는다면 여간 개쪽이 아닌터라레오는 재빨리 접속을 종료하려 했다.
지금은 이곳을 피하는게 상책이다.
피유웅!!
'이런 씨발!'
넘버우너 접속종료 시간은 10초가 걸린다.
막 1초가 남겨진 시점에서 이리우스가 날린 매직 미사일들이 레오에게 쏘아졌다.
맞으면 치명타를 입을수 있기 때문에 레오는 재빨리 몸을 날렸고 종료시간이 초기화 되어버리고 말았다.
레오가 이를 갈았다.
'저 미친새끼가 도대체 왜이러는거야?'
놈은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호기심이 강하다는것은 누구나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호기심 때문에 인기척을 파악하고 이곳까지 달려온듯 싶었다.
레오는 보법을 극성으로 발휘해서 도망쳤다.
제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드래곤과 싸워서 이길수는 없기 때문에 자리를 뜨는게 상책이다.
하지만 한번 탐색 마법에 걸린이상 쉽사리 도망치기 어려운게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저녀석은 마법의 조종 드래곤.
애시당초 도주 따위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쉬유우웅!!
'이,이자식 엄청 빠르잖아!?'
엄청난 스피드로 레오의 앞길을 떡하니 막아버리는 인간 이리우스.
폴리모프한 상태로도 손쉽게 레오를 따라잡았다.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었다.
레오는 더이상 도주하지 않고 이리우스를 흘겨 보았다.
이리우스 또한 레오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뭔가를 살피는 표정이다.
잠시후, 이리우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전에 라덴영지에서 봤을때와 똑같은 기운이야.
그런데 좀 이상하군. 내가 잘 알고 있는 그 영악한 녀석과 풍겨지는 기운이 비슷해."
"영악한 녀석??"
"아 뭐, 그런게 좀 있어."
(이녀석 설마 감지기능을 지니고 있나?)감지기능이란 플레이어들의 고유 IP를 감지하는것으로, 두개의 캐릭터를 IP로 분별해서 똑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는걸 말한다.
즉 레오와 헨리를 동일 인물로 분석할수 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이리우스가 확신을 가지고 있진 않은듯 했다.
'젠장 말을해 ? 말어?'
헨리라고 말한다면 녀석이 믿어줄것 같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정체가 탄로나버린다.
레오가 헨리라는건 절대 발설되면 안된다.
발설되는 순간 곤란에 처하고 말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거지?"
"니놈이 상관할바는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바쁘니 길을 열어라"
"길을 열어라?? 좀 건방진 인간이로군.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내 스피드를 따라올 정도라면 인간은 아닐테고.
머리색깔을 보아하니 백발이군. 도마뱀 종족인가?"
"도마뱀!?"
"발끈 하는걸 보니 맞나보군??"
"이놈이 감히.위대한 드래곤 종족원을 뭘로보고!"
발끈한 이리우스가 손에서 검푸른 화염구를 생성해냈다.
바로 헬파이어였다.
레오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제 아무리 pVP에 강하다고는 하나 상대는 드래곤이다.
게다가 파이어볼을 맞는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것이다.
'젠장 괜히 자극했나?'
레오를 할때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투가 몸에 배어버렸다.
그래서 드래곤에게 그런 말투를 쓰고 말았다.
화이트 드래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헬파이어를 레오에게 쏘아붙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사냥을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 거리던 판국이었다.
눈앞에 있는 인간이 무시했다.
도마뱀이라고 했다.
그 발언은 도저히 용서못할 대역죄였기 때문에 죽음으로 씻어야만 한다!
'크악!!'
몸놀림이 빠르다고 하지만 이리우스의 헬파이어는 타겟팅 마법이라서 한번 지정당하면 무조건 맞고 만다.
결국 헬파이어의 격중당한 레오는 그 자리에서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에게 헬파이어를 맞았습니다.]
[HP가 전부 소진됩니다.]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에게 [격살] 당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퍼센트 잃으셨습니다.]
[사망패널티로 인해 12시간 동안 <레오>를 플레이 하지 못합니다.]
[카오틱 패널티가 추가적으로 부여됩니다.]
[12시간이 더 지속됩니다.]
[24시간후에 접속이 가능해 집니다!]
[아이템 신비한 화살<레전드리>를 드랍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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