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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큰일이로군.."
수호성자의 고민이 커졌다.
일렌시아가 살아 돌아온것은 잘된 일이나 그녀가 이끌고 출진한 500여명의 여전사들이 한명도 살아돌아오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인건 오크들이 매복지계 같은 계략을 구사할줄 안다는 소리였다.
매복지계.
적을 유인하여 포위하면서 섬멸하는 전략전술이다.
전술을 구사하는걸 보니 오크족에 지능이 뛰어난 인물이 있는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능한 오크따위가 전략전술을 펼칠리가 없다.
"죄송합니다 수호성자님. 저를 죽여주십시오."
일렌시아가 무릎을 털썩 꿇고 요청했다.
그녀는 검을 빼어들기까지 했다.
수호성자가 얼른 일렌시아를 말리고 나섰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한번 진걸로 목숨을 가벼이 버리려 하지말라."
"수호성자님…"
"그나저나 너에게 궁금한것이 있다.
오크족에게 포위당하고 모든 자매들이 죽었다.
그런데 어떻게 너만 돌아올수 있었느냐?"
오크들의 숫자가 많기 때문에 포위망을 쉽사리 뚫을수도 없었을 뿐더러오크의 이목에 사로잡힐 공산이 매우컸다.
그런데 일렌시아가 아무런 탈도 없이 이곳까지 무사히 귀환한것이다.
수호성자는 그점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사실…"
일렌시아는 우연찮게 고레벨의 카오틱 플레이어를 보았고 그가 살려주었다고 보고했다. 수호성자가 믿을수 없다는듯 고개를 도리질 쳤다.
"동족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해하는 카오틱 플레이어가 너를 살려주었다고??"
"그렇습니다."
"허허 도무지 믿기 어려운 소리로군."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를 살려주었고, 오크들의 눈에 띄지 않게 보호까지 해주었습니다."
"흐음. 좌우지간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할말이 없구나.
아무튼 살아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나가서 좀 쉬도록 해라."
"예 수호성자님."
일렌시아가 나가고 전령 하나가 황급히 수호성자의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희소식입니다! 제국의 용사 헨리가 보낸 넘버원 용사 10인이 막리프레에 당도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이리우스님이 오셨다고!? 그게 정말인가!?"
"예 수호성자님!"
"오오 그렇다면 내가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얼른 마중을 나가야겠다!"
전령의 보고대로 정말로 넘버원 용사들이 찾아왔다.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도 있었다.
수호성자는 반갑게 그들을 맞이하고 이리우스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예의였다.
이리우스는 당연하다는듯이 수호성자의 인사를 받았다.
이리우스가 물었다.
"헨리의 명령으로 이곳에 왔다. 전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이리우스의 질문에 수호성자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전황은 썩 좋지 않다.
무엇보다 방금전 일렌시아의 패퇴로 인해 사기가 말이 아니었고, 엘프들의 피해도 거진 1만에 달할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엘프족은 오크족과는 달리 성장속도가 매우 더디기 때문에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쉽게 전사들을 보충할수 없다.
최대한 병력을 아끼면서 오크들을 일망타진해야 한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되고 개전 5일만에 1만에 달하는 병력을 잃고 말았으니 엘프족의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놈들중에 지능있는 오크가 존재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피해가 컸습니다."
오크.
지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미개한 종족이다.
번식력이 좋고 닥치는대로 먹는 잡식성이다보니 그 수는 헤아릴수 없을정도로 많았다.
넘버원에 배치된 몬스터 분포량만 따져도 오크족이 거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산악오크, 평범한 오크, 강인한 오크, 재빠른 오크, 타락한 오크 등등그 숫자가 가히 절대적이었다.
번식력이 좋아서 그렇다.
그들의 최대 장점은 투지가 드높고 전투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능이 워낙 떨어져 계략만 잘 구사해서 전투를 치른다면 쉽게 물리칠수 있다.
그런데 수호성자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전해졌다.
"지능있는 오크?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건가 수호성자여??"
"하지만 사실입니다. 고위급 엘프들이 오크들의 매복지계에 걸려 낭패를 보았기 때문이죠. 매복지계란 이리우스님도 아시다시피 적을 유인하는 계책입니다. 지능이 없다면 절대 구사할수 없는 계책이지요."
수호성자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오크종족의 수호성자를 좀 만나봐야겠군."
"오크의 수호성자를 만나서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쓸데없이 피를 흘리는것 보단 휴전을 하는게 낫지 않겠나??"
이리우스는 더이상의 전쟁은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크의 수호성자를 만나 그들을 설득하고, 전쟁을 끝마치려 했다.
더이상 피를 흘리는것보단 그것이 훨씬 나아보였다.
숲을 태우고, 터전을 없애버린것이 괘씸했지만, 지금 전력상으론 오크들이 우세했다. 수호성자는 하는수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리우스의 뜻대로 일을 추진했다.
"다녀오겠다."
한편 그시각 오크들은 한바탕의 승리로 사기가 한껏 올라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축제에 쓰인 음식들은 다름아닌 엘프들의 고기였다.
오크는 잡식성이기 때문에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오죽했으면 동족의 고기까지 먹을 정도였다.
우걱우걱
쩝쩝!!
엘프들의 고기는 야들야들했다.
질기고 질긴 오우거의 고기 따위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정도로 부드러워서 오크들은 그야말로 만찬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오크의 수호성자가 한창 축제를 펼치면서 종족원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고 있을때였다.
문득 막사안으로 오크 전령 하나가 들어왔다.
"취익. 수호성자님 보고드립니다. 취익."
"취익. 뭔가?"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님이 수호성자님을 뵙고자 이곳으로 오셨습니다.취익"
"취익! 그게 사실인가 취익!?"
"그렇습니다 취익!"
드래곤.
넘버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생명체다.
오크들은 무능하고 지능이 없다. 게다가 예의를 모르는 하등한 종족이다.
하지만 드래곤에게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드래곤의 마법 한방이면 오크족 전사 수백 수천명이 죽어 나간다.
오크들의 머릿속에서 드래곤은 가장 위대한 존재이고, 가장 강력한 생명체라고 인식되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말이다.
그래서 오크들을 드래곤 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정도였다.
오크의 수호성자는 얼른 드래곤을 맞아들였다.
백발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이트 계열의 드래곤 같았다.
수호성자가 얼른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좀 의외로군?'
오크들은 예의따위는 모르는 건방진 종족이다.
무조건 무기부터 치켜들고 본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오크들과 오크 수호성자는 달랐다.
폴리모프한 자신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오크부족 같았으면 폴리모프한 드래곤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작정덤벼들었을 것이다.
"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다. 어떻게 나의 존재를 알아차린것이냐?"
호기심이 강한 종족답게 화이트 드래곤이 물었고, 수호성자가 고개를 꾸벅숙이며 대꾸했다.
"취익. 마나를 감지했습니다. 취익!"
"오크인 네놈이 마나를 감지할수 있다고!?"
화이트 드래곤이 더더욱 놀랐다.
마나를 감지할수 있는 오크를 살아생전 처음봤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취익!"
사실 눈앞에 있는 오크의 수호성자는 평범한 오크가 아니었다.
생김새도 오크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눈앞에 있는 수호성자 오크는 인간과 오크들 사이에서 태어난돌연변이 오크였다.
한때 인간들과 드래곤이 종족 전쟁을 일으킬 당시, 오크들은 드래곤의 유격대로 활동하면서 인간과 상잔을 벌인적이 있었다.
그때 유격대로 활동한 용감한 오크들이 많은 인간들을 학살하고 생포한 여인들을 취한적이 있었다.
오크들도 엄연히 생명체다.
미의 기준은 달랐지만, 한창 전쟁으로 말미암아 짝짓기를 제대로 가질수없게 되었고, 오크 용사들은 생포한 인간 여인들을 대상으로 욕구를 분출했다.
그 과정에서 수호성자 오크가 태어났다.
수호성자 오크의 어머니는 인간이다.
아버지는 오크다.
생김새는 오크와 인간 모두와 다르게 생겼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오크의 투지와, 인간의 지능을 모조리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식을 활용할줄 알았다.
오크들은 뒤를 생각하지 않는 종족이다.
배가 고프면 그때 사냥하고, 배가 부르면 자면서 체력을 비축한다.
그리고 짝짓기 시기가 되면 짝짓기를 하고 그대로 일상생활을 반복하면서 지내다가 전쟁이 터지면 전쟁을 하다 죽는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인간과 오크의 피가 섞인 수호성자는 그렇지 않았다.
양식을 비축하고, 밭을 갈았으며, 오크들에게 생존법칙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로인해 그는 수호성자가 될수 있는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오크들도 지식있는 오크 수호성자를 잘 따랐다.
이번에도 그의 지식을 활용해 오백명의 달하는 엘프 여인들을 일망타진 하는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러다보니 오크들도 수호성자의 명령을 철썩같이 따르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