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264화 (264/378)

< -- 264 회: 7권 -- >

신도림역 자체가 워낙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신도림역에 학생들이 득시글했다.

벌써 저녁 7시다.

예전과는 달리 자율학습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인지 제법 많은 수의 학생들이 이른시간에 보였다.

우리때만 해도 족히 10시까지는 처박혀 살았고, 그 이후에서야 교문을 빠져나올수 있었다.

세월이 변하면 정책이 변하다던데 그 말이 딱 맞는것 같다.

"오빠아!"

나에게 찰싹 달라붙으며 부비적 거리는 여진이.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걸 보니 뭔가 좋은 일이 있는것 같아보였다.

"여진아 너 혹시 생선 좋아하니?"

"생선요?? 갑자기 그건 왜요?"

한창 저녁시간이다.

밥이라도 먹여서 집에 보낼생각이었다.

표정을 보니 그렇게 싫어하는 눈초리는 아닌듯 하다.

"전 다 잘먹어요. 오늘은 오빠가 먹고 싶은거 먹으러 가요!"

여진이를 데리고 신도림에서 제법 유명한 고등어 조림집으로 갔다.

고등어와 무조림은 한번 맛을 들여놓으면 그 맛을 잊을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맛이 있다.

"고등어집? 오빠 이런거 좋아해요??"

"고등어 싫어하니?"

"아뇨 생선은 좋아하는 편이라서 괜찮은데, 오빠가 이곳에 온게 좀 의외라서요

"다 널 위해서야."

고등어는 오메가 쓰리가 풍부하고 DHA도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지방산인 DHA는 뇌를 형성하는 지방질의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중요한 성분이다그말인즉 고등어를 적당량 먹어주면 머리가 맑아지고 좋아진다는 소리였다.

앞으로 수능까지 3주정도 남았다.

그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테고, 요즘 한창 인스턴트 문화 때문에 아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

뭐, 그 덕분에 여자아이들의 발육이 좋아져서 눈요기 하긴 좋아졌다만, 그래도 여진이에게 만큼은 건강하고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서 이곳으로 데려왔다.

"맛있어요 오빠.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의외로 잘 먹는 녀석.

한편으로는 뿌듯했고 또 한편으론 대견하기 까지 했다.

여진이는 밥을 한그릇 뚝딱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의점에 들려 요거트를 대략 10개정도 사왔다.

"왠 요거트에요?"

"이것도 머리가 좋아지는 음식중 하나래."

"저 수능 때문에 배려하는거 맞죠?

오빠 계속 제생각 하신거죠?"

"평생 한번 보는 수능시험이 코앞에 닥쳤잖아?

그리고 우리는 이미 연인관계 비슷한 그런사이인데, 니생각이 안나면 이상한거지."

"오빠…"

여진이의 눈망울에 눈물이 조금 맺히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사소한거에 감동한다던데 그말이 사실인가보다.

여진이를 집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이젠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고마워요 오빠. 꼭 시험 잘쳐서 S대 갈게요!"

"S대 오면 좋겠다 하하."

수능이 끝나면 여진이와 잘해볼 생각이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괜찮다.

머리도 좋다.

그런 여자를 여자친구로 만들수만 있다면 뿌듯할 것이다.

여진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신도림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니 어언 저녁 9시다.

"집이 개판이네"

늦잠을 자면서 12시에 일어났다.

pc를 통해 넘버원 정보조사를 하느라 집청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진이를 보러 바깥으로 나갔다.

집이 깨끗할리가 없었다.

가볍게 집을 청소하고 쓰레기도 정리하고 샤워를 하면서 하루를 흘려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가볍게 식사를 한뒤 넘버원에 몸을 실었다.

헨리를 하게 되면 이런 저런 일에 치여사느라 하고싶은것을 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레오"가 제격이었다.

-넘버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기 가동 중입니다. 홍채 인식과 더불어 지문 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인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껏 해왔던것처럼 지문 인식란에 손을 얹은후 홍채인식을 완료했다. 그러자 캡슐안에서 다시금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기존에 플레이 하던 캐릭터 <헨리 와 레오>가 있습니다.

어느 캐릭터로 접속을 시도하시겠습니까?

생각할것도 없이 레오를 선택했다.

레오로 플레이하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넘버원을 즐길수 있다.

지금은 누구와 어울리는것 보다 혼자서 놀고 싶었다.

단지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제국의 용사님이 미접속 상태라는 말씀이십니까?"

헨리를 찾아온 인사는 다름아닌 엘프족의 수호성자가 보낸 고위급 여성 엘프였다. 그녀의 이름은 에오스 제 2계급 고위엘프인 그녀가 이곳에 온 까닭은 수호성자의 의뢰를 하달하기 위해서였다.

수호성자가 통솔하고 있는 엘프의 숲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예전 오크-엘프 격전지 이벤트가 발발하면서 넘버원이 오크와 엘프들을 적대하는 시나리오를 그린적이 있었다.

그로인해 오크와 엘프들은 더더욱 원수지간이 되어버렸다.

때를 보아 엘프들을 쳐 없애려 했던 오크들은 호시탐탐 엘프족들을 노렸다.

마침 엘프족들이 제국의 용사 헨리의 파병요청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크족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엘프족을 총공격했다.

철저하게 기습으로 이루어진터라 엘프족은 막대한 타격을 입고 말았다.

다행히 수호성자가 방어에 나서면서 격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피해가 워낙 큰지라 제 2차 공격을 막아낼수 있을지 없을지가 걱정이었다.

이에 엘프족의 수호성자는 제국의 용사 헨리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편지를 열통이나 넘게 보내며 의뢰를 요청했지만 헨리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수호성자는 고위급 엘프 에오스를 이곳에 파견했다.

이것이 바로 에오스가 헨리를 찾아오게 된 경위였다.

그런데 타이밍이 너무나 안좋았다.

하필이면 헨리가 부재중일때 찾아온 것이다.

에오스가 다급한 어조로 윤지에게 말했다.

"연락이 닿질 않겠습니까?"

"저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도통 연락이 되질 않네요."

카톡과 전화를 통해 헨리를 부르려 했지만 역시나 받질 않았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한창 레오를 플레이하면서 놀고 있는중인데 어떻게 전화를 받을수 있겠는가?

한편 그시각 레오는 라덴 영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에 앉아 요레이의 망원경을 이용해 염탐을 하고 있었다.

운이 좋으면 지난번 아영이를 미행한것과 같이 좋은 정보를 캐낼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는 것이다.

'이상하군. 엘프가 왜 라덴영지에 온거지?'

한창 요레이의 망원경으로 라덴 영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엘프가 라덴영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덴 영지에서 리프레 숲까지 최소 삼일 거리다.

이리우스를 타고 날아간다고 해도 하루는 꼬박 소요되는 아주 먼거리였다.

그런데 엘프족이 그 먼거리를 마다하고 라덴 영지로 돌아온 것이다.

엘프의 곁에는 윤지와 여러 간부들이 있었는데, 엘프를 마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궁금증이 감돌았다.

"이렇게 배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곧 2차 침공이 이어질것 같으니 빨리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부탁이니 윤지님께서 용사님에게 잘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엘프님."

에오스는 미련없이 자리를 훌쩍 떠나버렸다.

윤지와 넘버원 간부들도 집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강혁이 이녀석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언니도 연락이 안되세요?"

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넘버원이 질린다면서 잠시 쉬기로 한거잖아?

그렇다면 집에 있거나 어딜 나다녀야 정상이야.

그러면 반드시 핸드폰을 가지고 돌아 다닐텐데 왜 전화를 받지 않는걸까?"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죠.

아무튼 헨리 오빠가 오면 꼭 엘프의 일을 전달해 주도록 해요."

그시각 에오스는 나는듯이 달려 리프레 숲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썩 밝질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국의 용사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되돌아가게 되었으니 수호성자를 뵐 낯이 없어졌다.

그녀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래도 조금은 도와주리라고 생각했는데……'

헨리가 없었지만 헨리가 이끌고 있는 넘버원 세력은 제법 규모가 크고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몇 있었다.

비서직을 맡고 있는 윤지도 그랬고, 어쌔신 페이와 마법사 리나는 엄청난 전력이 된다.

그래서 에오스는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헨리로부터 영지 위임권을 받은이상 함부러 영지를 비울순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레오가 다시 출현하면서 라덴 영지의 치안을 더 증강시키기 위해한창 일을 하고 있는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엘프들의 구원요청을 받아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윤지는 정중히 에오스의 구원요청을 거부했다.

그렇게 해서 에오스는 혼자서 리프레 숲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에오스는 보법을 전력으로 펼치면서 산자락을 넘었고, 앞으로 쭉쭉 달려나갔다.

언제 2차전쟁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급히 귀환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뜻을 이룰수 없었다.

왠 낯선 플레이어 하나가 그녀의 앞길을 떡하니 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어를 살피던 에오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재수가 없게도 카오틱 플레이어를 만나고 말았다.

사람을 많이 죽였는지 플레이어의 닉네임은 완전한 붉은색을 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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