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8 회: 7권 -- >
헨리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벌써 3시간동안 주변을 배회했지만 섬을 커녕 몬스터 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헨리가 검성을 쳐다보며 물었다.
"확실히 이곳이 맞습니까?"
"정확한 장소는 모르나, 이쪽 방면이 맞는것은 확신하오."
몇몇 플레이어들이 남쪽 방면으로 이동하는것을 똑똑히 본터라 검성은 확신했다. 그래서 남쪽방면으로만 3시간을 고공비행하며 이동했다.
벌써 4시간째였지만,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았다.
그저 망망대해만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ㅤㅂㅞㄺ구 또한 4시간동안 비행만 하다보니 조금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본체로 화하면서 3명을 엎고 이동하는건 생각보다 중노동이다.
ㅤㅂㅞㄺ구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착지할만한 곳을 살폈다.
다행히 아주 자그마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ㅤㅂㅞㄺ구야 안힘드냐?"
"힘들다기 보다는 오랜만에 비행을 해서인지 삭신이 좀 쑤신다.
조금만 쉬면 다시 비행할수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라."
대략 30분정도 쉬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마침 배도 고프겠다.
헨리는 들고온 몇가지 음식들을 입에 털어 넣으면서 포만감을 채웠다.
신지와 ㅤㅂㅞㄺ구도 마찬가지였다.
헨리가 검성에게 음식을 내밀었다.
빵과 음료였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힘을 쓰려면 뭐라도 먹어둬야 하는법이다.
검성은 헨리가 내민 빵과 음료를 입안에 밀어넣었다.
식사를 마친 헨리가 검성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쪽 방면은 아닌듯 하군요.
장작 4시간이나 왔는데도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질 않으니 원…"
"미안하게 되었소이다."
본 드래곤에게 공격 당하면서 기절한채 떠내려왔다.
그러다보니 정확한 위치가 파악이 되질 않았다.
한동안 뭔가를 가만히 헤아리고 있던 신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오빠."
"응?"
"검성 어르신이 해역에서 휴이라트까지 떠내려 왔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렇게 멀리까지 떠내려 올수 있는거야?"
"응? 그게 무슨소리야?"
"생각을 해봐. 휴이라트에는 지척에 몬스터들이 널리고 널렸어.
검성 어르신이 기절을 했다면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혔을수도 있을거야.
그런데 너무 멀쩡하게 떠내려 오셨잖아?"
"나도 그것이 좀 의문이다 주인.
나는 화이트 드래곤이다. 비행속도라면 모든 드래곤중 화이트 드래곤의 비행속도가 가장 빠른법이지. 그런 내가 3시간동안 전력을 다해서 날았다.
그 거리를 헤아려 본다면 수백킬로, 수천킬로나 된다.
그런데 검성이 그 많은 시간동안 떠내려 왔다고 생각하나?"
"흐음."
그러고보니 조금 의아한게 사실이었다.
ㅤㅂㅞㄺ구의 비행속도로 3시간을 비행한다면 검성이 무수한 거리를 떠내려왔다는 말이 되는데, 그만한 시간동안 떠내려 왔다면 저체온증으로 죽고 말았을 것이다. 뭔가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것 같다.
아니면 지척에 해역이 있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럼 우리는 여태까지 뻘짓 했다 이거야?"
"그건 확실히 모른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우리는 해역을 이미벗어났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해역 근처에는 섬이 없다고 했지만 우리가 섬에 당도해 있질 않은가?"
"젠장 이일을 어쩌면 좋지?"
"내가 스캔을 한번 펼쳐 보겠다. 스캔에 감지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한번 날아가보도록 하자."
"그래 그게 좋겠다."
"공격해라! 쫄지 말고 공격해라!!!"
"으으으."
마스터들의 명령이 떨어졌지만 플레이어들은 다리만 떨고 있을뿐좀처럼 나서려는 이가 없었다.
눈앞에 있는 마왕 군단에게 그만 겁을 집어먹고 만 것이다.
눈앞에는 대략 20여미터에 달하는 본드래곤이 있었다.
본드래곤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뼈만 앙상한 모습이라 무척이나 약할줄 알았는데 겉모습과는 달리 꼬리에 실린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
인간들을 박살내는데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본 드래곤은 커다란 아가리를 좌악 벌리면서 냉기 계열인 프로스트 브레스를 마구 뿜어냈고, 냉기에 격중당한 인간들은 하나같이 빙결상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후에 벌어진 것은 본드래곤의 꼬리치기였다.
꼬리치기 한방에 인간들은 목숨을 잃고 말았고, 몇몇 인간들이 분투하며 본드래곤에게 달려들었지만, 곁에는 데스나이트 수백기가 본드래곤을 호위하고 있어 본드래곤에게 접근조차 용이치 않았다.
전투는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버뮤다 해역을 찾은 플레이어들의 평균레벨은 540.
해역 이동주문서가 천만원이나 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아무나 쓰지 못하는 초고급 아이템이다.
따라서 레벨이 높고 돈벌이가 좋은 고레벨 플레이어만이 이곳에 왔다.
하지만 그들도 마왕군단을 상대로 제대로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들의 평균레벨은 자그마치 550이다.
숫적 열세도 한몫했고, 본 드래곤의 개입으로 인해 전력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마왕군단의 손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아이템을 드랍 당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잠재능력 아이템을 취하러 왔다가 졸지에 마왕군단에게 당해버리고 만 것이다.
미리 버뮤다 삼각해역에 와있던 카인과 플레인도 본드래곤의 무차별 공격에 격중 당해서 비명에 횡사해 버리고 말았다.
헨리가 삼각해역에 도착한것은 전투가 끝나고 한시간이 지난 후였다.
4시간동안 망망대해를 둘러보면서 버뮤다를 찾았지만 보이는건 개미새끼한마리 없었다.
ㅤㅂㅞㄺ구는 스캔을 사용하면서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네크로맨서가 펼쳐둔 환영 마법진은 인간들의 시야를 가리는 중요한 장치다.
하지만 드래곤의 탐색마법까진 방해할수 없었다.
결국 ㅤㅂㅞㄺ구의 생각대로 스캔을 펼치면서 이동한 덕분에 손쉽게 버뮤다 지역을 찾아낼수 있었다.
거대한 동체의 화이트 드래곤이 버뮤다에 착지하면서 세명의 인간을 내려주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헨리 일행이었다.
헨리는 버뮤다에 도착하자마자 인상을 팍 구겼다.
30분이면 도착하는 지역을 4시간동안 뻘짓만 하면서 배회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즉에 스캔 펼치면서 이동할걸 그랬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그말이 딱 맞군.
좌우지간 버뮤다에 도착한것 같으니 차원이동 마법진을 살펴보자고."
"조심해라 주인. 스캔을 펼쳐본 결과 엄청난 고렙 몬스터들이 득시글 거리고있다."
스캔을 펼치면서 이동한 덕분에 몬스터들의 레벨은 이미 진즉에 파악했다.
TOTAL 레벨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도 있었고 550에 달하는 몬스터들의 숫자도 매우 많았다.
하지만 헨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ㅤㅂㅞㄺ구의 레벨도 TOTAL이다.
검성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헨리 본인은 레벨만 600일뿐이지 스탯의 양만 따지면 거의 900에 가까운 대전사다.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뭐라고? 검성이 버뮤다에 당도하였다고??"
"들려온 보고에 따르면 검성뿐만 아니라 제국의 용사 헨리라는 작자와 그가 데리고 있는 화이트 드래곤. 그리고 반신반요까지 이곳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스터 다이오스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제국의 용사 헨리라면 그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대마왕 루시퍼와의 전쟁에서 헨리로 인해 인간종족은 엄청난 버프를 받았고 결국 대마왕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했다.
만약 제국의 용사의 버프가 없었다면 대마왕이 그토록 쉽게 쓰러지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화이트 드래곤과 반신반요를 데리고 있는 상황!
본드래곤이 있다지만 화이트 드래곤의 덩치는 자그마치 25미터에 육박하는 에인션트 드래곤!
본드래곤은 웜급을 죽여 만든 드래곤이라서 1:1 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반신반요까지 개입한 마당이다.
믿을건 데스나이트 500여구 뿐이다.
하지만 상대는 검성이고, 네크로맨서들은 검성을 생포하는것이 주 목적이다.
자고로 죽이는것도 어려운것이 생포하는것이다.
검성을 생포해서 마계로 끌고가 실험체로 삼으려 했다.
그의 힘을 마기로 둔갑시켜 뛰어난 마족 전사로 만들려는것이 다이오스의 속셈이었다.
하지만 검성이 하필 제국의 용사 헨리를 이곳으로 끌고왔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