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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정도의 실력으로 나를 쓰러뜨리겠다고 말한 것이오!?"
60대 노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검을 회수하곤 쓰러져 있는 어쌔신 하나를 흘겨보았다. 어쌔신은 노인의 검격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노인은 어쌔신을 죽이진 않고 고개를 팩 돌렸다.
기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습은 보기좋게 실패로 돌아가 버렸고, 눈앞에 있는 노인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결국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어쌔신을 풀썩 쓰러졌다.
중년인의 정체는 바로 [검성]이었다.
이벤트 몬스터를 발견해서 부랴부랴 달려와 공격을 감행했는데 생각보다 이벤트 몬스터(?)가 무척이나 강한 것이다.
어쌔신은 허리춤에서 뿔피리 하나를 꺼내들곤 피리를 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어쌔신의 동료 10여명이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성은 어이가 없었다.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동료를 부르다니…
뿐만아니라 자신을 보면서 검을 겨누기까지 했다.
도저히 용서할수 없는 작태였다.
"죽어라 노인!!"
"내 친구를 해하려 하다니! 너의 목숨을 거두는것으로 죄를 사하겠다!!"
"먼저 공격을 감행한것은 자네 동료일세."
"닥쳐라!!"
"허참…"
10여명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이 기세좋게 검성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검성은 너무나도 쉽게 플레이어들을 제압해 나갔다.
레벨 400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이 TOTAL을 기록하고 있는 검성을 이길수는 없는 노릇.
결국 5분만에 상황이 종료되었고, 십여명의 어쌔신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검성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플레이어들을 죽이지 않고 말로 설득하려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넘버원대륙의 인간들은 자신을 죽이려고만 하고 말을 나눌 생각조차 하질 않았다.
상대가 죽이려고 하니 검성도 어쩔수 없이 상대를 죽일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 목숨을 부지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암담했다.
생판 모르는 낯선 대륙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으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무엇보다 검성이 난감함을 표한것은 버뮤다 삼각해역으로 가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검성은 버뮤다 삼각해역으로 행로를 잡았다.
하지만 배를 구할수가 없었다.
여러 플레이어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배를 얻어 타려했지만 플레이어들은 그때마다 검성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검성도 이제는 플레이어를 마주치기가 두려워졌다.
무서워서가 아니다.
플레이어를 죽이기 싫어서였다.
'버뮤다 삼각해역에 차원이동 마법진이 발동되어 있다.
거기에만 갈수 있다면 충분히 중원으로 돌아갈수 있어!'
하지만 버뮤다 삼각해역을 어떻게 이동할지가 걱정이었다.
검성은 항구에 머물면서 주변을 살폈다.
수영을 해서 갈수도 없고 수상비를 펼치는데에도 한계가 있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배를 얻어타고 이동해야만 한다.
"응?"
"왜그래 ㅤㅂㅞㄺ구야?"
항구로 한창 이동하던 찰나였다.
앞장서 가던 ㅤㅂㅞㄺ구가 뭔가를 탐지한듯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해변숲이 있었다.
"저기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헉! 이,이것은!?"
ㅤㅂㅞㄺ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그럴것이 해변숲 지역에 TOTAL로 표시되는 한 인영이 탐색마법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TOTAL 수치를 가지고 있는건 드래곤과 마족. 그리고 신녀들 뿐이다.
그런데 이 기운은 무척이나 낯선 기운이었다.
"혹시 [검성]이 아닐까?"
NPC 말로는 검성이 매우 강력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말인즉 레벨이 TOTAL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항구쪽에서 보았다고 했다.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어쩔건가 주인? 검성을 만나볼건가?"
"마침 잘됐다. 한번 만나러 가보자."
"검성이 공격을 하진 않을까? 만에 하나 검성이 나쁜마음먹고 신지를 공격해서 죽이기라도 한다면…"
"이벤트에 관련된 사람이라서 그러진 않을거다."
2년동안 플레이하면서 이벤트에 관련된 정보사항을 모조리 숙지하고 있었던 까닭에 헨리는 자신의 생각을 굳게 신뢰했다.
헨리는 ㅤㅂㅞㄺ구가 안내하는대로 천천히 검성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젊은 청년이 보통이 아니군!'
놀랍게도 청년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척보기에도 위치를 꿰뚫어 보는것 같았다.
검성은 상대의 기를 살폈다.
여태까지 봤던 인물들과는 달리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더불어 백발을 하고 있는 한 남성에게는 자신과 필적할 정도의 기운이 전해졌고, 여성에게도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세명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셋을 맞아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수 없을 정도였다.
검성은 최대한 모습을 숨기면서 숲을 활보했다.
하지만 상대는 포기하지 않고 추적을 감행했다.
결국 검성도 더이상의 도주는 백해무익하다고 판단했다.
"나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는것이오?"
헨리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예상했지만 정말로 이벤트 몬스터(?)인 검성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서였다.
헨리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그 뜻밖의 상황에 이번에는 검성이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여지껏 플레이어들은 가타부타없이 공격만 감행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마주친 플레이어는 예의있게 인사를 해오는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건 중원에서 사용하는 포권을 취해서 인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후후후 예상대로 엄청 놀라는군! 낄낄낄!!'
무협소설을 보면 중원사람들이 나타나고, 포권을 취해 인사를 한다고 여러번 들었고 또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장난반 진심반으로 포권으로 취했는데 검성이 놀라움을 표시하는게 아닌가? 일단 1단계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혹 대화를 하실수 있겠습니까??"
헨리가 웃으며 말했지만 검성은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과 필적할만한 힘을 가진 상대가 둘이다.
더군다나 눈앞에 있는 플레이어 또한 여지껏 본 플레이어들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상대가 꾸민 계략이라면 검성도 꼼짝없이 당하고 만다.
눈치빠른 헨리가 검성의 의중을 모를리 없었다.
헨리는 신지와 ㅤㅂㅞㄺ구더러 잠시 물러나 있으라고 한뒤 혼자서 검성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벤트 몬스터(?)이기 때문에 절대로 선공을 취하진 않는다.
그래서 당당하게 걸어나간 것이다.
ㅤㅂㅞㄺ구와 신지는 저 멀리서 헨리가 하는양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헨리가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오자 검성도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적수는 아니다.
1:1로 싸운다면 무조건 이긴다.
그러다보니 경계심이 조금 덜드는게 사실이었다.
"다시한번 인사드립니다 검성어르신. 저는 헨리라고 합니다!"
"나는 검성이라고 하오. 이 세계 인간이 나를 알고 있다니 정말 놀랍구려"
헨리와 검성은 간단하게 인삿말을 주고받은뒤 본격적인 대화에 돌입했다.
검성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헨리에게 전부 말해주었다.
헨리의 머리위에 있는 구세주라는 칭호 덕분에 헨리가 선의의 인간이라는것을 알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에게 퀘스트를 의뢰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중원에서 수련을 하시다가 졸지에 이곳에 오시게 되었다는 말입니까?"
"바로 그렇소. 사실 나는 중원에서 당대 최강의 무림인으로 군림하고 있었다오한창 정사대전이 펼쳐지고 있던 찰나 호숫가 근처에서 숙영을 하고 있는데 찬란한 빛무리들이 느닷없이 호숫가를 덮치는 것이 아니겠소?
빛무리가 너무나도 맹렬하여 눈을 질끈 감았고 의식을 잃어버렸소.
눈을 떴을때는 생판 모르는 버뮤다 삼각해역에 떨어지고 말았지.
거기에서 이무기를 보게 되었고, 이무기가 공격을 하는바람에 궁지에 몰려서 바닷가에 빠졌소.
그리고 또다시 의식을 잃었소이다.
눈을 떠보니 이곳 휴이라트까지 떠내려오고 말았다오."
"그렇다면…"
"버뮤다 삼각해역에 있는 마을에서 나를 이곳으로 보낸 진세가 있다오.
그 진세에 올라탄다면 나는 다시 중원으로 돌아갈수 있을 것이오.
내 이렇게 간청하오. 부디 나를 도와 버뮤다 삼각해역으로 좀 데려다주시오!"
띵!
이벤트 인물 [검성]에게 랜덤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이벤트 인물 [검성]이 중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중입니다이벤트 인물 [검성]을 중원으로 데려다 주려면 먼저 버뮤다 삼각해역을 통과하면서 그를 데리고 버뮤다 삼각해역에 있는 마을로 데려가야 합니다.
이벤틀 인물 [검성]이 개입되면 캐쉬아이템 버뮤다 삼각해역 이동주문서는 사용하실수 없게 되며 배를 만들거나 하늘을 날아서 버뮤다 삼각해역으로 이동해야만 합니다.
퀘스트 난이도는 랜덤입니다.
모든것이 랜덤으로 작용합니다.
보상도 랜덤입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예상했던대로 퀘스트 활성화 창이 떠올랐고 헨리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수락을 선택했다.
그러자 검성이 반색을 하면서 헨리에게 고마움을 전해왔다.
퀘스트 수락이 끝나자 검성과의 피케이 창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동료로써 그를 버뮤다 삼각해역에 있는 마을로 데려다 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