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252화 (252/378)

< -- 252 회: 7권 -- >

'호호 이녀석. 술 약속 있다고 하더니 금세 깨진모양인가봐~?'

윤아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술약속이 있다면서 자리를 피하던 지강혁이 밤 11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걸어오면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부른 까닭이었다.

윤아영은 짧은 미니스커트를 가려입고 최대한 예쁘장하게 꾸민뒤 지강혁이 말한 호프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강혁은 이미 호프집에 앉아 윤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여기야"

"우와~ 지강혁씨가 나를 다 불러주고 별일이네!??"

지강혁의 시선이 윤아영의 허벅지에 닿았다.

"옷차림이 왜그러냐?"

"너 눈요기 시켜줄려고 이렇게 나온거야 바부야!"

"음 그래??"

"호호 그런데 왠일이야?? 나한테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거야?"

"우리 어여쁜 윤아영씨랑 술한잔 하며 진지한 대화나 나눌까해서 불렀지."

"이야~ 우리 나잇대에 진지한 대화라면 몸으로 나누는게 더 좋을것 같긴한데~"

지강혁이 숙맥이라는점을 사전에 파악해둔터라 장난으로 그렇게 말한거였다.

그런데 놀라운건 지강혁의 반응이었다.

"그럼 호프집에서 먹지 말고 모텔잡고 술한잔 할래?"

"……"

"야 지강혁. 너, 너말야 정말 모텔 가려고?"

당황한 윤아영이 더듬더듬 물었다.

편의점에서 술 너댓병을 사더니 정말로 모텔로 걸어가고 있는중이었다.

지강혁은 아무런 말없이, 마치 따라올려면 따라오라는 식으로 방 하나를 잡고 들어갔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방 하나가 남아 있었다.

307호실이었다.

윤아영은 갈팡질팡했다.

들어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하는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지강혁은 술을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이다.

술만 먹인다면 고급정보를 빼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아직 여자경험이 없는 숙맥이다보니 자신을 건드리지 않고 그냥 보내줄 공산이 매우컸다.

결국 윤아영은 모텔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지강혁이 맥주캔을 하나 따고 그녀에게 내밀었다.

윤아영이 조심스럽게 맥주캔을 받았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하아앙! 하응! 아아!오빠앙!!"

"……"

"……"

술을 먹고 마땅히 할게 없어서 TV를 틀었는데 이게 왠걸?

하필이면 성인채널이 나와버렸고, 공교롭게도 한창 삽입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여배우가 교성을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당황한 아영이 재빨리 TV를 다른채널로 돌려버렸다.

술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강혁은 아무런 말없이 침묵만 일삼고 있었다.

윤아영이 분위기를 추스려 보고자 질문도 던지고 농담도 던져봤지만 뭐가 불만인지 지강혁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벌써 새벽 한시가 되었다. 이제는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기에 윤아영이 얼른 몸을 일으켰다.

잠자코 있던 지강혁이 윤아영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너 말야. 혹시 오딘의 첩자냐?"

"!!?"

그녀의 몸은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정곡을 찔린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지강혁의 말을 받아 넘겼다.

"호호 그게 무슨소리야 강혁아?"

지강혁이 그녀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를 힘주어 쳐다본뒤 재차 물음을 던졌다.

"오딘 첩자 아니냐고 묻잖아?"

"오,오딘의 첩자라니? 내가? 내가 오딘의 첩자라는거니?"

"우연찮게 외곽지역을 순찰하다가 너와 프로이스 라는 어쌔신 유저가 같이 있는걸 보게 되었어. 랭킹 사이트에서 프로이스를 검색해보니 레벨 500의 어쌔신이던데? 오딘 길드가 운영하고 있는 부길드.

즉 창천 길드의 길드원으로 활동하고 있더라??

그말은 오딘과 관련이 있다는 소리인데, 어떻게 된건지 해명좀 해볼래?"

예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페이가 소집에 응하기 위해서 우연찮게 이동하던중 아영과 대화를 나누는 어쌔신 프로이스를 보게 되었다.

그때 당시 프로이스는 잽싸게 담장을 넘어 종적을 감춰 버렸다.

그 모습을 페이가 보게 되었다.

페이가 아영에게 물음을 던졌다.

아영은 친한 친구라고 대답했다.

페이는 그 사실을 윤지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윤지는 지강혁과 식사를 하면서 그 사실을 전부 지강혁에게 일러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강혁은 이처럼 시나리오를 완벽하게 구상할수 있게 되었다.

아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보아하니 페이 녀석이 헨리에게 보고를 올린듯 싶었다.

눈앞에 있는 지강혁은 단호한 표정이었다.

해명을 한다 하더라도 들어줄것 같지도 않았다.

"오딘은 너를 엄청 경계하고 있어. 부디 조심하도록해.

놈이 베푸는 호의는 호의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아영은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지강혁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정체가 탄로나니 부끄러워서 같이 있을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지강혁이 윤아영의 손목을 잡아챘다.

"너한테 한가지 제안을 할게. 내 제안을 받아주면 우리 길드에 있어도 좋아.

물론 영지에서 나오는 세금과 한달 정산금도 꼬박꼬박 너에게 줄거야.

어때?"

"나한테 제안이라고? 너를 속이고 배신한 나에게??"

지강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투자한 5억의 돈을 모조리 날렸다고??"

제이든의 물음에 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5억을 잃은 충격 때문에 멘탈이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죠.

뿐만 아니라 주화를 얻기 위해서 제법 돈이 될만한 아이템들을 모조리팔아 치웠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레전드리 아이템도 고작 2개에 불과하죠아마도 모두 합산해본다면 최소 15억은 투자했을거라 생각해요"

"크핫핫핫핫!! 그럼 그렇지! 멍청한 녀석! 주화를 얻기 위해서 벼래별개수작을 다 떨더니 결국 파산을 맞고 말았어!! 핫핫핫!"

제이든도 오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긴 그럴수밖에 없겠지. 마검 카이오를 손수 부셔버린데다잠재능력도 전혀 개방시키지 못했으니까."

"……"

"좌우지간 정말 잘되었습니다 마스터. 이참에 던전을 도시면서 사냥에 열을 올리도록 하시지요."

"아니야 굳이 그럴필요는 없겠어."

"그,그러시면??"

"제이든 자네도 알다시피 넘버원은 돈 싸움이야.

돈이 없다면 제 아무리 제국의 용사라고 해도 레벨업은 꿈도 못꾸지.

더군다나 드래곤과 반신반요에게 들어가는 물약 비용도 어마어마할터!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게야.

나는 이참에 헨리가 클리어했던 퀘스트들을 클리어하면서 헨리가 이룬것들을 모조리 이룰 참일세. 그렇게만 할수 있다면 엄청난 공적과 명성을 쌓아 올리고 베르니카 3세에게도 칭호를 받을수 있겠지.

뿐만 아니라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과 신녀들과의 친밀도를 쉽게 쌓는다면 제 아무리 이리우스라고 할지라도 우리를 절대 적대시 하지 못할터.

나는 최대한 친밀도를 쌓으면서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라네"

"하지만 헨리정도라면 돈을 쉽게 긁어모으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정적들이 레벨을 추격하기라도 한다면…"

영주직을 맡고 있고 수하에 드래곤이 있으니 보스레이드만 한다면 쉽게 돈을 긁어 모을수 있을것이다.

아니면 아이템을 하나 팔아서 물약값으로 충당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아이템이었다. 끼고 있는 아이템이 고작 2-3개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템을 파는것도 무리가 있었다.

잠자코 있던 아영이 끼어들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것 같아요.

헨리는 주화를 얻기 위해 15억에 달하는 금액을 손실했고 중독서린 장검도 1억에 주고 샀지만, 사냥을 통해서 드랍 당해버렸거든요"

"그게 사실이야?"

"네. 주화를 하나 획득하긴 했지만 뱃사공 퀘스트를 수행하려면 두개가 필요한 법이죠. 제이든 님도 아시다시피 뱃사공에게 죽임을 당하면 아이템이 랜덤하게 드랍당하고 말아요.

헨리는 뱃사공 NPC에게 죽으면서 귀환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중독서린 장검을 드랍당하고 말았죠. 지금쯤 검을 사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을 거에요.

그 때문에 사냥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그리고 정적들은 크게 신경 안쓰셔도 될것 같아요.

무엇보다 오딘 마스터의 레벨이 610이고, 정적들은 고작 500 후반대니까요.

최소 보름정도는 여유있게 퀘스트를 즐기셔도 될것 같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흐음 그으래??"

제국의 용사 헨리가 가뜩이나 돈이 없는 상황에서 무기까지 잃어버렸고 물약값도 충당하기 힘들다는 보고였다.

영지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수의 간부들에게 정산금을 나눠주면 남는것도 별로 없었다.

더욱 헨리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레오의 출현 문제였다.

"레오가 종종 출몰하면서 라덴 영지의 플레이어들을 노리고 있는 까닭에 라덴 영지의 플레이어들이 많이 줄어 들었어요.

아마도 정산금을 지급하느라 빠듯할 거에요.

헨리가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친밀도를 이용해 퀘스트를 하거나, 아니면 드래곤과 반신반요를 이용해서 보스레이드를 하는것이 전부죠.

하지만 물약값이 만만치 않아서 그 또한 제대로된 사냥에 임하려면 최소 일주일간은 돈을 끌어모아야 할 거에요그러니 지금이 기회에요. 오딘 마스터께서 고위급 NPC들과 친밀도를 올리시고 베르니카 3세에게 칭호를 받게 되면 제 아무리 헨리라고 해도 오딘 마스터를 얕볼수 없게 되죠.

더군다나 친밀도가 오르면 획득하는 명성치도 많아지게 되니 사냥을 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거에요."

"그러고보니 내일 패치가 이루어지는군?

명성치를 통해서 던전으로 들어갈수 있는 시스템도 나온다지?"

"그래요. 그렇기 때문에 명성치가 대두되는 것이죠.

이참에 명성치를 쌓아 올리세요. 그렇게 한다면 명성치가 부족한 헨리는 오딘 마스터를 끝끝내 따라잡을수 없게 될거에요"

"좋았어. 그렇다면 정보에 대해 조사를 좀 해야겠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