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7 회: 7권 -- >
"뭐라고? 레오가 라덴 영지에 나타났다고!?"
"그,그렇다니까 윤정아!?"
페이의 보고에 집무실에 모여있던 플레이어들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레오.
넘버원내에서 희대의 악마로 소문이 자자한 놈이었다.
레오에게 암살당한 플레이어의 숫자만해도 무려 수만에 달할정도였다.
pk 암살에 있어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레오였다.
그런데 그런 레오가 라덴 영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레오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몇몇 고렙 플레이어들은 겁을 집어 먹고 라덴 영지를 벗어나버렸다.
자칫 레오의 눈에 걸려서 죽임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경험치를 손실할뿐더러최악의 경우 아이템까지 드랍당할수 있기 때문이다.
귀속을 하지 않은 플레이어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레오를 반드시 경계해야했다.
넘버원 간부진들은 부리나케 저택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보고대로 레오가 영주의 저택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레오의 시선이 넘버원 일행들에게 꽂혔다.
리나를 비롯해 윤지와 페이. 그리고 수많은 간부들. ㅤㅂㅞㄺ구와 신지의 모습도 보였다. ㅤㅂㅞㄺ구가 앞으로 나서며 레오에게 스캔을 해보았다.
"레벨 565. 독공 플레이어군. 카오틱 수치가 -9999. 악인중에 악인이로군."
"그런데 저렇게 사악한 인간이 왜 이곳에 모습을 보인걸까요?"
"그만큼 헨리오빠가 라덴 영지를 잘 다스렸기 때문이지."
헨리가 운영을 잘한 덕분에 고렙 플레이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라덴 영지를 찾아왔다.
무엇보다 헨리가 설치한 팻말이 큰 힘을 발휘했다.
사냥터에 설치된 팻말에 몬스터들의 속성과 레벨, 드랍하는 아이템.
그리고 HP까지 적혀 있다보니 사냥이 쉬워졌고, 사람들은 파티를 이루면서 효율적으로 사냥에 임했다.
드랍율도 상당한터라 레벨업과 득템을 동시에 이룰수 있었다.
몇몇 카오틱 플레이어들은 이점을 악용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것을 이용해서 고레벨들의 아이템을 갈취하고자 이곳 라덴 영지에 출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먹이가 많은 만큼 그 뒤를 후려쳐서 아이템을 갈취하려는 속셈이었다.
아마 레오도 그짓을 하려고 모습을 드러낸듯 싶었다.
(그런데 좀 이상한걸?)
다른 이들과는 달리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는 레오를 스캔하면서 의아함을 품고 있었다.
레벨과 닉네임. 그리고 성향이 주인인 헨리와 달랐지만, 어딘가 모르게 풍겨오는 기운이 비슷했다.
마치 헨리에게 느껴지는듯한 기운이랄까??
사실 드래곤 종족원은 캡슐의 IP를 분석할수 있다.
헨리는 하나의 IP로 두개의 아이디. 즉 헨리와 레오를 플레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똑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고룡 반열에 올라선 드라이언이라면 헨리와 레오를 분명히 파악할수 있었겠지만 아직 에인션트급에 올라선터라 이리우스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두고봐야겠군.)
'다른 녀석들은 다 보이는데 아영이 이녀석은 도대체 어딜 간거지?'
레오가 등장함에 따라 간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통같이 그를 감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보니 헨리 또한 어떤 간부가 접속했고 또 어떤 간부가 미접속 상태인지 대번에 알아차릴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아영이만 눈에 보이질 않았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혼자 없다는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보니 요즘따라 자꾸 어딜 싸돌아 다니던데?
업무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말야.'
처음에는 아영의 정보능력을 우수하게 평가헤서 그녀를 라덴 영지의 간부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해이해진 모습을 보였다.
서류작성도 게을리했고, 시간이 날때마다 계속 외출을 감행했다.
어디로 가는지 말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사라져버렸다가 내키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어딜다녀왔냐고 물으면 [정보조사를 했어]라고 말하니 딱히 뭐라고 할수도 없는 입장이라 헨리는 조용히 아영의 일을 넘기려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중요한 순간에도 아영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시각 아영은 오딘 길드에 머물면서 오딘에게 침을 튀겨가며 보고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보고를 들은 오딘은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
3개월동안 잠적한 레오가 재등장했다는 소리에 놀란 것이다.
곁에 있던 제이든과 여러 간부들도 오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놈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뭐라고 짐작되는가?"
"아무래도 그간 모아두었던 자금을 다 써버려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다시 출현한게 아닐까요?"
"제이든 총수의 말대로입니다. 마스터께서도 잘 알다시피 카오틱 플레이어들은 흥청망청 돈을 싸지르기 일쑤입니다.
아마 돈이 다 떨어져서 돈을 벌고자 다시 모습을 드러낸게 틀림없습니다."
"레벨이 몇이라던가?"
"565입니다."
"생각보다 낮군."
드래곤 방어전과 마족 공격전, 엘프와 오크 격전 이벤트, 대마왕 루시퍼 이벤트등을 통해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올라서 레오의 레벨이 낮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565다. 그렇게 낮은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딘의 레벨이 고작 605이니 딱 40차이가 나는 셈이었다.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될 수치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pk에 최적화된 암살자다.
언제 어느때 기습을 감행해서 플레이어들을 죽여버릴지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딘은 모든 길드원들에게 주의하라고 신신당부를 건넨뒤 해산령을 내리고 회의를 끝마쳤다.
아영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라덴 영지로 걸음을 옮겼다.
"윤지야 레오녀석 아직도 안갔어??"
"어? 언니 언제 오셨어요?"
"방금 막왔어. 그런데 어떻게 된거야?"
"그냥 이것저것 둘러만 보고 있는 중이에요.
암살할 생각은 없는것 같아요"
애시당초 플레이어들을 죽이려고 했다면 한마리의 사자마냥 숲속에서 기다렸다가 나오는 플레이어들을 기습해 죽여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레오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라덴 영지에 드러냈다.
그말인즉 지금은 사람을 죽일생각이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방심은 하지마. 저녀석 무척 악날해서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르니까."
"네 언니."
레오는 헨리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살펴가면서 영지민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영지를 더욱더 발전시킬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다행히 영지민들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비병 NPC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세공술을 전담하고 있는 세공사들은 계속해서 몰려오는 손님들 덕분에 구슬땀을 흘려 일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상업술 상황도 양호했고 개발술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뿌듯했다.
한달간 영지를 가꾸고 잘 다스린것이 이토록 뿌듯할수가 없었다.
'3시간이 남았군.'
영지 둘러보는일도 이제 지루함에 극을 달리고 있었다.
마땅히 할게 없었던 레오는 그제서야 라덴 영지를 벗어나 버렸다.
레오가 조용히 물러가자 넘버원 간부들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간부들은 다시금 일에 매진하기 시작했고, 아영은 오딘에게 보고서를 올리기 위해서 기록지에 무언가를 열심히 써내려 가고 있는중이었다.
'저녀석 뭘 저렇게 열심히 쓰는거지?'
한편 레오는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앉으면서 요레이의 망원경으로 아영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행방이 묘연하던 녀석이 갑자기 나타났고, 이제는 또다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아영의 주된 임무는 페이와 마찬가지로 던전을 탐방하고 몬스터들의 특징과 약점, 드랍하는 아이템들을 살피고 기록하는 정보조사다.
그런데 던전 정보조사는 커녕 기록지에 뭔가를 허겁지겁 써내려 가고 있는 것이다.
레오가 요레이의 망원경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녀는 정보요원 하나를 담장안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인적이 매우 드문 곳이라서 개미새끼 한마리 없었다.
레오는 아무런 말없이 아영이 하는 양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