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240화 (240/378)

< -- 240 회: 7권 -- >

"하나 사드릴까요?"

나름대로 생각해서 한말이었는데 카이오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역정까지 냈다.

"이놈시끼야! 내가 돈이 없어서 안사는줄 알아!?"

"돈 없잖아요?"

"크윽. 이눔시끼가!!!"

"에이 생각해서 말한건데 역정내시면 섭하죠!"

"됐다 이눔아! 배고프니 밥상이나 차려라!!"

"쳇!"

카이오가 하는 말이라면 어쩔수 없이 따라야만 한다.

잠재능력을 받기 위해서는 그방법밖에 없었다.

헨리는 어쩔수 없이 요리실력을 십분 발휘했고, 접시에 파전을 세조각 올려놓은뒤 카이오에게 내밀었다.

카이오는 유전이 파전을 좋아라 했다.

그리고 육식을 매우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육식을 하면 오래 살지 못해서 싫어한단다.

이유가 참 가관이었다.

"사실 그건 뻥이다. 내가 육실을 싫어하는 이유는 말이다… 아 아니다 됐다!"

"에이 왜 말을 하다가 말아요?"

"시끄럽고 얼른 밥이나 먹으려무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야?'

헨리는 파전을 냠냠쩝쩝 먹고 있는 카이오를 보며 의심병을 일으켰다.

세공품을 살때도 그랬고, 밥을 먹을때도 그랬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곁에 있던 신지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헨리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뭔가를 그리워하는것 같아요. 추억에 잠겨있달까?? 그런 느낌이 들어요 오빠"

"추억이라…"

식사를 마치고 카이오는 헨리의 집무실로 돌아가서 낮잠을 청했다.

나이가 들다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삭신이 쑤셔왔기에 휴식이 절실했다.

헨리가 잠재능력을 개방시켜 달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으나돌아온것은 카이오가 집어던진 의자 뿐이었다.

의자가 쿠당! 소리를 내면서 와지끈 부러져 버렸다.

애꿎은 의자만 박살이 나고 만것이다.

"잠좀 자자 잠좀!!"

던전 구경도 시켜주었고, 마을 내부도 구경시켜줬다.

세공술에 관심을 보이길래 세공품도 하나 사주려 했고 오랜만에 밥셔틀 까지 하면서 카이오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이정도면 카이오가 한번쯤 잠재능력을 개방시켜 줄줄 알았지만 역시나, 카이오는 매우 짠 늙은이였다.

잠시후, 코를 드르렁 곯아대면서 카이오가 잠을 자기 시작했다.

헨리는 어쩔수 없이 집무실을 빠져 나오고 말았다.

"망할 노친네 같으니라고!

집무실이 제집도 아닌데 저기서 자면 어쩌자는거야?"

"이녀석아 대천사님을 그렇게 욕하면 못쓴다!"

갑작스러운 여자의 음성에 헨리가 고개를 돌렸다.

고위천사 리엔이 라덴영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헨리가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어,언제 오신겁니까?"

"카이오님을 뵙기 위해 잠시 들린것이다.

그런데 카이오님은 주무시고 계시는게냐?"

"어휴 말도 마십쇼. 집무실에서 코를 곯면서 자고 있습니다.

덕분에 업무도 못보게 되었죠."

"흐음."

"카이오님이 방금 막 잠에 드셨습니다.

한 3-4시간 기다려야 할것 같은데 어쩌실겁니까?"

"뭐 별다른 수가 있겠느냐? 기다려야지."

그말에 헨리가 반색을 했다.

마침 리엔에게 물어볼것도 있고해서 헨리는 리엔의 손을 잡고 그녀를 여관으로 질질 끌고 갔다.

친밀도가 워낙 높은 까닭에 헨리가 손을 잡았음에도 리엔은 불쾌함을 표시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갑작스럽게 여관에 끌려온(?)리엔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나를 여관에 데려온거지? 서,설마!?"

리엔이 자신의 풍만한 젖가슴을 가렸다.

헨리가 덮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착각을 단단히 한듯 싶었다.

"게임에서 NPC를 덮쳐봤자 뭐하겠습니까? 현실도 아닌데?"

만약 진짜 모텔이었다면 덮치긴 했을거다.

하지만 이곳은 가상공간.

덮쳐봤자 섹스도 못할뿐더러 NPC와 섹스할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리엔님에게 몇가지 물어보려고 이곳에 데려 온겁니다.

어차피 리엔님도 3-4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시니 저랑 이야기나 나누시죠"

"이야기라고?"

"그렇습니다."

"카이오님이 왜 집무실에서 큰대짜로 뻗어 주무시고 계시는거냐?"

"낸들 알겠냐??"

"그런데 헨리오빠는 왜 안보이지? 어디간거야?"

"ㅤㅂㅞㄺ구야 헨리오빠 어디 계시는줄 알아?"

윤지의 물음에 ㅤㅂㅞㄺ구가 스캔을 펼쳤고, 대번에 헨리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ㅤㅂㅞㄺ구가 말했다.

"리엔님과 여관에서 한창 이야기 중이신것 같다."

"리엔?? 천사 리엔님과?"

"그렇다 윤지."

"음. 그러면 여관으로 직접 가봐야겠다."

마침 결재를 받을것이 있어서 꼭 헨리를 만나봐야만 했기에 넘버원 간부들을 대거 헨리가 위치해 있는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ㅤㅂㅞㄺ구또한 마찬가지였다.

"놀랍군요. 그런일이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서로를 많이 그리워 하시나봐.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루시엘라님의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서야."

루시엘라의 서신.

대천사 카이오를 천계로 불러들인다는 내용의 문서였다.

대천사 루시엘라가 명령을 하면 무조건 받들어야 한다.

하지만 카이오는 이미 오래전에 망명한 대천사다.

굳이 루시엘라의 명령을 받들 필요는 없었다.

이미 대천사 명단에서 카이오의 이름이 제외되었기 때문이었다.

"카이오님의 성정상 절대 천계로 올라가려고 하시지 않을거야.

루시엘라님을 많이 사랑하시기 때문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곳에 온 연유는 루시엘라님의 뜻을 카이오님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야"

"사랑하면 더더욱 올라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리엔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현재 루시엘라님은 천계의 서열 2위셔.

그만큼 막중한 소임을 맡고 계시지.

할일도 태산같이 많으시고 말야.

사랑하는 여인의 일을 방해할만큼 카이오님은 이기적이지 못하거든."

"그랬군요. 그래서 매번 호숫가에 드나들면서 옛날일을 회상했던 거군요."

"나이가 지긋해지면 옛날의 추억이 되살아나거든.

신마대전이 발발하기전 루시엘라님과 연인이셨으니 그일을 추억하면서 옛일을 잊지 않으려고 하시는거야.

카이오님이 육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루시엘라님이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

그리고 세공품에 관심을 보인 까닭은 사랑하는 여인 때문이 아닐까?

루시엘라님도 천상계의 인물이지만 여자거든.

여자들이 세공품을 좋아하는것은 당연하고 말야."

"그랬군요. 그래서 카이오님이 그런 모습을 보인거군요."

"확실한건 몰라. 단지 나의 직감일 뿐이지. 하지만 루시엘라님이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건 천계의 누구나가 다 알아."

아무래도 카이오가 루시엘라를 아직까지 그리워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바보같이 천계에 올라가지 않고 저렇게 고집을 부리는거죠?"

"그야 낸들 알겠니?"

"흠. 이건 써먹을수 있겠는데요?"

"응? 무슨 소리지?"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헨리의 얼굴이 음흉해졌다.

이 사건(?)은 헨리 본인에게도 기회가 될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었다.

카이오는 루시엘라를 그리워하고 있다.

만약 루시엘라와 카이오를 이어주기만 한다면 감격한 카이오가 자신의 잠재능력을 모조리 개방시켜줄수도 있는 거였다.

헨리는 곧바로 구상계획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해야할일은 역시나 리엔이 건넨 서신을 카이오에게 전해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뒤 카이오의 반응을 살피고 그를 살살 달래서 천상계로 보내야 한다.

서로 좋아하고 있다 하니 만나게만 해주면 모든것이 만사 오케이였다.

헨리는 카이오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면서 리엔과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창 리엔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이었다.

바깥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철컥.

낯익은 인영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ㅤㅂㅞㄺ구와 넘버원 간부들이었다.

간부들은 헨리에게 결재서류들을 한움큼씩 내밀었다.

"집무실에 가보니 카이오님이 코를 골면서 주무시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이곳까지 찾아왔어요"

"그랬니??"

"네. 오늘 일은 전부 마무리 지었으니까 전 쉬러 가볼게요"

"형 저는 첩보조사 다 완료했습니다. 이제 사냥하러 갈게요."

"저도요 형"

"오빠 저도요."

일행들은 제 할말만 하고선 서류를 건네고 황급히 사라져버렸다.

헨리 주위에는 결재서류 수십개만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리엔이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역시 영주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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