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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239화 (239/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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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을 맞이하고 세월을 돌이켜 살펴보니 어느덧 5천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간 뒤였다. 사랑하던 그녀도 이미 혼인을 했을 것이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보니 대천사 직책을 수여중이라고 했다.

대천사는 천계에서 가장 윗자리에 해당한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 부담과 짐을 덜어주고 싶진 않았다.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이 살아봤자 100년을 살지 못할것이다.

그녀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눈을 감고 싶었다.

"꺄르르! 오빠 너무 재밌엉!"

"하하 그랬어!?"

"웅 내가 뽀뽀해줄게 이리와바!"

쪽!

그리웠다.

5천년전 루시엘라와 함께 사랑을 속삭이던 카이오.

넘버원을 즐기는 커플들을 보면서 그는 옛날을 회상하며 그리움을 달래는데 여념이 없었다.

'허허. 역시 젊음이란 좋은것이지 암. 그렇고 말고.'

"할배!! 도대체 어딜갔다가 지금 돌아오시는 겁니까!??"

헨리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카이오가 귀를 틀어막으며 짐짓 인상을 썼다.

"이놈아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느냐!? 무슨 목소리가 그렇게 큰게야!!?"

"젊어서 그럽니다 젊어서!!"

"이눔시끼야! 기분이 울적해서 호숫가좀 둘러보고 왔다! 됐느냐!!?"

"앞으론 혼자 다니지좀 마십쇼! 알겠슴까!?"

"알았다 이녀석아!"

헨리와 카이오는 마치 친 손자와 할아버지마냥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놀라운것은 헨리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대도 친밀도가 유지된다는 점이었다.

다른 NPC들에게 소리를 질렀다면 아마 친밀도가 하락 했을것이다.

소리 지르는 플레이어를 좋아할리 없을테니까.

친밀도가 하락되지 않은 이유는 헨리가 카이오의 봉인을 푸는시점에서 친밀도가 MAX로 지정이 된 까닭이었다.

헨리와 카이오는 이제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신지와 ㅤㅂㅞㄺ구처럼 말이다.

"할배 나 이 검 샀는데 어때요??"

헨리가 자랑스럽게 검을 내밀었다.

헨리가 구입한 장검은 [중독서린 장검]으로 레전드리 아이템이었다.

중독서린 장검은 몬스터 피격시 초당 1퍼센트의 데미지를 가하면서 최대 중첩량이 7번까지 가능하다.

마검 카이오에 비해서 데미지가 3퍼센트 낮지만 이정도면 매우 쓸만한 장검에 속해서 헨리는 지체없이 검을 사들였다.

"괜찮긴 하구먼. 이제 검을 샀으니 사냥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시장도 둘러봤고, 경치도 구경했으니 이제 사냥을 한번 해 보도록 하자꾸나"

"좋죠."

5천년만에 세상을 접한터라 카이오는 모든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제일먼저 헨리가 다스리고 있는 라덴영지의 모든것을 보고 싶었다.

헨리는 카이오와 ㅤㅂㅞㄺ구, 신지를 데리고 던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째 일이 이처럼 꼬여만 간단 말인가?"

오딘은 아영이 올린 보고서를 훑어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마검 카이오를 깨부수면서 대천사 카이오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는 헨리와 일심동체가 되어 그를 따르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중이었다.

마검 카이오는 천계의 인물과 빛, 그리고 전격 속성에 강력한 모습을 지닌다사실 오딘은 마검 카이오를 이용해 헨리와 천계 인물들의 친밀도를 하락 시키려고 모종의 계략을 꾸몄었다.

하지만 그 일은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고, 오히려 마검 카이오를 깨부수면서 대천사 NPC가 모습을 드러내 버렸다.

오딘으로써는 실로 기가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제이든이 그런 오딘을 달래려고 했으나 너무나 충격이 큰터라오딘은 계속해서 괴로워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큰일이야 정말 큰일이야! 대천사 카이오가 잠재능력을 개방시켜 준다면 헨리의 능력을 상상을 초월하고 말것이야!"

아이템빨로 능력치를 올리는것도 한계다.

강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헨리는 그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1000의 보너스 스탯을 얻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보다 더 강해질수도 있다.

오딘이 다급히 물었다.

"현재 헨리의 잠재스탯이 얼마정도 남았다던가?"

"그것까진 모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대천사 카이오가 헨리에게 딱 한번 술법을 펼쳐 주었다는 것입니다."

"술법을 펼쳤다면 1000의 스탯이 전부 상승했다는 말이 아닌가?"

"다행히 그건 아닌듯 싶습니다.

아영이의 보고에 따르면 헨리가 카이오를 졸졸 따라다니며 술법을 펼쳐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합니다. 그러한 점을 미루어 봤을때아직까지 1000의 잠재스탯을 모조리 개방하진 못한듯 싶습니다."

"그래봤자 어차피 카이오와 동료가 된 헨리가 아니던가?

언젠가는 1천의 스탯을 다 해방시키지 않겠나?"

"그,그건…"

"헨리 그놈은 정말 운이 좋은 녀석이군!

반신 반요를 비롯해 드래곤과 천상계의 인물까지 거두다니!!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놈인지 모르겠군!"

오딘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렀다.

열이 받을만도 했다.

드래곤을 구하기 위해서 정령석을 수만개나 개봉했지만 드래곤은 커녕제대로된 소환수 하나 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헨리는 단 한방에 드래곤이 나와버렸다.

게다가 무슨 퀘스트를 했는지 반신반요까지 수중에 넣었고, 이번에는 마검 카이오의 봉인을 풀어 대천사 카이오를 자기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오딘은 사냥을 때려치우고 헨리처럼 퀘스트만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령석은 몇개나 구했나?"

"요즘따라 정령석의 물가가 치솟아 가격이 대폭 올라버렸습니다.

50만원은 커녕 백만원을 준다고 해도 잘 팔질 않더군요.

그래서 현재 수중에 있는것은 딱 300개가 전부입니다."

"정령석의 시세가 그렇게 올랐단 말인가?"

"마스터께서 정령석을 급히 사신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떠돌아플레이어들이 머리를 쓴것이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사들일까요?"

"수중에 300개가 남아 있다고?"

"그렇습니다."

"일단 300개를 개봉해 보도록 하겠네.

당분간 정령석은 사들이지 말도록."

"그말씀은 드래곤 소환수를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아닐세. 다만 시일을 좀 두고 차차 해결해야 할것 같아.

너무 급박하게 일을 처리하니까 모든게 꼬이는것 같아서 말이지."

시세가 오르면 내려갈때까지 기다렸다가 대량으로 사들이면 된다.

오딘은 시세가 안정될때까지 잠시 정령석을 사들이는걸 뒤로 미뤘다.

"후, 정말 골치아프군. 카이오가 그놈의 잠재능력을 전부 개방시켜주면 안되는데 말야…"

"할배 잠재능력좀 개방시켜 줘요~!"

"일없다 이눔아!"

"아 진짜 쪼잔하시네!!

"시끄럽고! 얼른 다음 던전으로 날 안내시켜라!"

인간계에 관심이 많은 카이오는 헨리의 요구도 무시한채 다음 던전으로 안내하라고 소리만 꽥꽥 지를 뿐이었다.

신기했다.

던전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도 생전 처음보는 것들 뿐이었고, 몬스터들의 파괴력도 무지막지했다.

대천사 카이오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몬스터들이지만 5천년전과는 사뭇 다른 배경과 강함에 카이오는 연신 놀라운 표정이었다.

헨리는 어쩔수 없이 카이오의 요구대로 행동했다.

지금 중요한건 망할 노인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해달라는것을 전부 해줘야한다.

그래야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게 아닌가?

운좋으면 잠재능력을 개방시킬수도 있었다.

헨리는 페이가 건넨 지도대로 던전 곳곳을 돌아다녔다.

예전에 치안을 관리한답시고 던전과 마을 내부의 요소요소들을 살펴둔 덕분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던전이 보이면 잠시 던전을 살피면서 몬스터 한두마리를 처리했고 카이오에게 몬스터에 대한 설명을 부가적으로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을에서 가장 많이 발달한 세공장소에 데려가 세공술에 대해서도 카이오에게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무언가 생각난듯 카이오가 말했다.

"너 드라이언에게 광석들을 많이 받질 않았더냐?"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드라이언이 그러더군. 이곳 라덴 영지는 세공술이 발달해 있어서 헨리 니놈에게 각종 광석을 보상품으로 줬다고 말이지."

"그랬군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음.음. 아니다. 됐다."

마음같아선 세공술을 익혀보고 싶었지만, 꼬부랑 할배가 된 마당에 기술을 익히면 뭐하나 싶었다.

카이오는 세공된 보석들을 이리저리 훑어만 보았다.

헨리는 조심스럽게 카이오를 살폈다.

척보기에도 세공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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