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1 회: 7권 -- >
헨리는 어떻게 해서든 잠재성향을 깨우치고 싶었다.
잠재성향 1000을 깨우치기만 하면 보너스 스탯을 1000이나 얻기 때문이다.
인간은 레벨업당 3의 스탯을 얻을수 있다.
1000을 얻게 된다면 거진 333업을 한것과 진배 없었다.
'사냥을 해서 레벨 800을 만드는것 보다 잠재성향을 깨우치는게 더 나을거야'
그렇게 생각한 헨리는 그날부로 사냥을 잠시 미뤄두고 잠재성향 파헤치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정보료를 지불하면서 잠재성향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았고, 플레인 길드와 카인길드의 정보요원들에게 물어 잠재성향에 대해서 아는것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잠재성향에 대한 의문점을 단 하나도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토요일이 찾아왔다.
"엄마 나 오늘 윤정이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올게."
"윤정이네서 자고 온다구?"
"응 엄마. 오늘 윤정이랑 밤새도록 공부하기로 했거든!"
최윤정.
강여진의 절친이자, S여고에서 유일하게 공부를 잘하는 여고생으로 장학퀴즈대회에 나가 1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매우 똑똑한 여학생이었다.
처음에는 안된다고 만류했지만, 강여진이 계속 공부를 들먹거리자 어쩔수 없이 하루동안 외박을 허락하고 말았다.
어렵지 않게 엄마를 설득했지만, 이번에는 아버지가 문제였다.
강여진은 온갖 애교를 부려가면서 아버지를 설득했고, 결국 아버지에게마저 허락을 받아낼수 있었다.
"오빠아!!"
저 멀리 강여진의 모습이 보이자 지강혁이 급히 그쪽으로 달려갔다.
강여진의 모습은 평범했다.
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조금 기대하고 나왔는데 청바지에 흰티 차림으로만 나왔다. 뭐, 그래도 가슴이 크다보니까 볼륨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는 좋았다.
"9월인데 중순인데도 엄청 덥네요 그쵸 오빠??"
"응 무지 덥다. 그런데 여진아?"
"네?"
"가방은 뭐하러 들고 온…어라? 가방에 문제집도 들어있네?"
뿐만 아니라 교과서까지 들어있었다.
데이트를 한답시고 약속을 잡은 녀석이 문제집과 교과서를 들고 나온것이다.
"아~ 좀 사정이 있었거든요.
이런거 신경쓰지 말고 우리 얼른 오빠네 집에 가요!"
"여,여진아. 너 진짜로 우리집가서 놀게?"
처음에는 장난을 치는줄 알았다.
막말로 열아홉살짜리 여고생이라면 알건 다 아는 나이다.
남녀가 단둘이 있으면 무슨일이 벌어지는지도 잘 알것이다.
그냥 농담을 하나 싶어서 웃어넘겼다.
그런데 이게 왠걸?
정말로 집에가자면서 팔짱을 꽉 껴오는것이 아닌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집청소를 하고 나오긴 했는데 정말로 집에 가자고 조를줄은 몰랐다.
지강혁의 얼굴에 난감함이 서렸다.
'젠장 어쩌지?'
"우와. 여기가 오빠네 집이군요??"
결국 오고 말았다.
장을 본답시고 양손에 든 과일이며 채소며, 한 가득이었다.
여진이가 밥을 해달라고 조른 탓이다.
예전에 도움을 받은것도 있고 해서 여진이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했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장을 봐온 채소들을 가지런히 내려놓은뒤 여진이에게 윗도리 하나를 건넸다.
오다가 뜬금없이 비를 맞은 덕분에 윗옷이 살짝 젖어버렸다.
하얀티를 입고 있어서 하늘색의 브래지어가 살짝 살짝 모습을 보였다.
계속 보면 왠지 여진이를 덮칠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똘똘이를 진정시킨후, 옷을 건네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
일단 밥을 먹인뒤 우산을 줘서 보내야겠다.
"잘먹었습니다!!"
"그래 이제 다 먹었으니까 집에 가자??"
"에이 뭐에요 오빠? 이제부터가 시작이죠!"
"응? 뭐를?"
강여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방 이곳저곳을 훑어보는중이다.
이제는 PC를 켜더니 뭔가를 검색까지 하고 있다.
"호홋 찾았어요 찾았어!!"
"응? 뭐를?"
가까이 다가가 p2p 사이트를 둘러보니 이게 왠걸!?
어젯밤 보았던 ㅤㅇㅑㄷ옹이 ㅤㄸㅘㅎ!!
"이,이녀석이!?"
"호호 남자들은 다 똑같군요. 우리 오빠도 p2p파일-내가 받은 자료 목록에 가면 야동 목록이 다 있던데~~ 오빠도 안지우시나보네요? 호호호"
"시,시끄러워 이녀석아!"
당황한 지강혁이 얼른 PC를 꺼버렸다.
강여진은 한마리의 햄스터마냥 방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지강혁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무려 2시간동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고, 강여진은 그제서야 진정이 된듯 침대에 가만히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공부를 해야 한다나 뭐라나?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한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제발좀 가줬으면 했다.
계속 같이 있으니 자꾸만 야한생각이 났고, 여진이를 덮치고 싶다는 발칙한 상상이 떠올라서 였다.
아직 고3이다.
최소 스무살은 되어야 뭐라도 해볼텐데, 미성년자이니 뭘 어떻게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강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여진은 저녁 7시까지 지강혁의 집에서 먹고 마시며 공부했다.
지강혁은 강여진에게 저녁까지 조공(?)해준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집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했다.
이제는 정말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오빠."
뭔가를 생각하는듯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다가 슬며시 입을 여는 녀석.
"응?"
"저 있잖아요."
"응 뭔데?"
"오빠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면 안돼요?"
"……"
[뭐어? 경쟁자가 두명이나 있다고??]
[으응…]
[너 그 오빠가 첫사랑이라면서? 그 오빠도 네가 첫사랑이고 말야.
그리고 4년만에 다시 만났다며?]
[그래.]
[이 바보야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다가는 언젠간 뺏기고 만다니까 그러네?
특히 남자들은 예쁜여자가 달려들면 사족을 못써!
니가 말했잖아? 두명의 여자가 전부 예쁜 여자들이라고!]
[응 그랬지.]
[이참에 확 저질러 버려.]
[뭐,뭐를?]
[남자들은 처음으로 살을 섞은 여자를 절대 잊지 못해.
그러니까 이참에 확 해버려. 너도 그 오빠도 서로 첫사랑이라면서?
충분히 할수 있잖아?]
[그,그래도 아직까지 섹스하기엔 좀 그렇지 않아?]
[바보야 다 널 위해서 해주는 말이라고! 정 그러면 다른 여자에게 뺏기던지!]
[그,그건…]
[여진아 생각 잘해야돼. 니가 정말 좋아하는 남자라면 처녀성을 줘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로 처녀성을 주면 안되는거야.]
[난 그오빠를 너무 좋아해. 아니 사랑해. 그래서 너희에게 조언을 구하는거구]
[그러면 은정이가 말한대로 네가 용기를 내서 저질러 버려.
그리고 당당히 고백해봐. 아마도 나였다면 그렇게 했을 거야]
[아,아프지 않을까?]
[한번 아프고 끝이야. 다음에는 오히려 기분 좋다니까?
그냥 눈감고 한번 저질러 버려. 그리고 당당하게 고백하고!
군대도 다녀왔다면서?]
[응]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대부분 철든다더라.
게다 속앓이 할 필요도 없을테니 이참에 저질러서 고백해]
[섹스를 하면 나를 많이 좋아해줄까??]
[적어도 하기 전보단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줄거야.
그 남자가 진심으로 널 좋아한다면 말야.
아무튼 우리가 해줄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야.
판단은 네몫이니 잘해봐라 강여진]
서먹하다.
공기가 턱턱 막히는것이 뭔가가 목을 강하게 죄어오는 느낌이었다.
지강혁은 침대 밑에 앉아서 그저 멍하니 TV만 바라보고 있었고, 강여진은 침대위에 걸터 앉아서 지강혁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강혁이 힐끔 강여진을 쳐다보았다.
"너, 정말로 집에 안가려고?"
"이미 부모님한테 다 말해놨거든요. 그리고 지금 가는것도 좀 그래요."
시침이 1을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새벽 한시가 된것이다.
지하철도 끊겼고, 지금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부모님이 자고 있을 공산이 매우 컸다.
"친구가 협조해준거야? 그래서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한거고?"
"네… 죄송해요"
"죄송할것 까진 없어. 하지만 너도 참 대단하다 여진아."
하룻밤 같이 있고 싶다는말은 오늘 너에게 모든것을 주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지강혁이 숙맥이고 여자를 잘 모른다곤 하나 그정도 눈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