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6 회: 7권 -- >
"윤정이는 최대한 플레이어들 편의를 봐주면서 애로사항 같은게 있으면 나한테 보고좀 해줘."
"네 오빠"
"페이 너는 팻말설치 다 끝냈어?"
팻말설치.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 설치한 것으로, 헨리가 운영하는 라덴 영지는 새로히 등장한 던전이기 때문에 많은 몬스터들이 베일에 쌓여있었다.
페이는 몸놀림이 빠른 어쌔신.
헨리는 페이에게 주변을 먼저 정찰하라 일렀고, 페이는 명령대로 자그마치 3일동안 정찰에 임하면서 지도를 작성. 그것을 헨리에게 내밀었다.
헨리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정도면 500 플레이어들도 힘들지 않고 사냥을 할수 있겠어"
"그런데요 형."
"응?"
"넘버원에서 정보는 곧 돈으로 직결되잖아요?"
"그런데?"
"굳이 정보를 팻말에 붙혀놓으면서까지 플레이어들에게 공유를 해야해요?
그렇게 되면 정보가 너무 돌고 돌텐데요?"
넘버원을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특히나 넘버원을 플레이 하는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일종의 회사이자, 직장직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넘버원의 골드 1이 현실의 돈 1원과 같이 작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정보 하나하나도 남에게 발설하지 않고 그것을 마음속 깊히 새겨둔후정보게시판에 올려 사람들에게 판매하곤 한다.
그런데 헨리를 그같은 정보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있었다.
아주 친절하게 팻말까지 장착시켜 놓으면서 말이다.
"저도 페이와 생각이 같아요 오빠."
"저도요"
"저도 그래요 형"
학과생들 몇몇이 페이와 의견이 같았다.
처음에는 넘버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게 사실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운좋게 여기까지 왔다.
돈도 남부럽지 않게 많이 벌어두었다.
그러다보니 돈에 대한 욕심보다는, 그저 마음 편하게 넘버원을 즐기면서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레오를 했을때의 죄책감이랄까?
레오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권력을 남용하고, 플레이어들을 괴롭히는 카오틱 플레이어들을 대부분 죽여왔지만, 그래도 서민들의 등골도 많이 빼먹었다.
그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하고 싶었다.
지금 헨리의 심정이었다.
"후우. 일단 어느정도 윤곽은 잡힌것 같은데??"
ㅤㅂㅞㄺ구와 더불어 신지가 틈틈히 영지민들을 보살피면서 세공술을 도왔고, 덕분에 영지민들의 세공 숙련도가 부쩍 올랐다.
게다가 학과생들의 도움아래, 영지의 치안도 매우 좋아졌다.
라덴 영지를 찾은 플레이어들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제국의 용사 헨리를 칭찬하면서 그 덕을 추켜세웠다.
팻말에 적혀 있는 몬스터들의 특징과 레벨. 드랍하는 아이템정보를 보고난 뒤였다.
"이봐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제국의 용사 헨리가 라덴 영지의 영주가 되었잖아?"
"그건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났잖아? 뭘 그런걸 가지고 그렇게 호들갑이야?
"이봐 그게 아니고!
글쎄 말야! 라덴 영지 던전 곳곳에 몬스터들의 정보와 드랍하는 아이템.
레벨까지 팻말에 적어서 공유를 해놨더군!
게다가 속성과 몬스터들의 경험치까지 적나라하게 적혀 있더라니까?"
"에이 설마?? 라덴 영지라면 신규 마을인데 그같은 고급정보를 미쳤다고 팻말에 적어놓겠어??"
"나도 설마 했지. 그런데 친구들이 사실이라면서 발광을 떨어대더군.
몇몇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벌써부터 사냥을 하고 난리더라니까?"
"그,그게 정말이야?"
"이럴게 아니지 우리도 얼른 가보자고!"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소문은 기세좋게 플레이어들 사이로 번졌고, 500레벨의 플레이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라덴 영지로 속속히 모습을 드러냈다그중에는 예전에 헨리와 동맹을 맺었던 길드 마스터들도 끼어 있었다.
오딘을 적대할 당시 헨리는 오딘을 상대하기 위해서 오딘과 사이가 나쁜 여타의 길드마스터들과 친목을 다진적이 있었다.
그들은 헨리와의 친밀도가 생각보다 높은 상태였다.
헨리는 그들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윤지야. 아영이 어디있는줄 아니?"
좀전까지만 해도 집무실에서 서류를 뒤적거리던 녀석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윤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 이상하네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흐음."
"그런데 왜요 오빠?"
"잠시 마스터 형님들과 담소좀 나누고 있을테니까 너는 아영이 오면 페이와 함께 영지를 조사해달라고 전해줘.
ㅤㅂㅞㄺ구를 페이에게 딸려 보냈는데 던전이 생각보다 많아서 시간이 좀 지체되나봐"
ㅤㅂㅞㄺ구의 스캔을 십분 활용하면 보다 세밀하게 던전을 파악할수 있고, 플레이어들을 배려할수 있다.
그래서 헨리는 페이와 ㅤㅂㅞㄺ구, 그리고 신지를 함께 딸려 보낸뒤 정보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네 그럴게요"
헨리는 그길로 집무실을 벗어나 마스터들이 묵고 있는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이제부터는 인맥을 다져서 힘을 길러야 한다. 라덴 영지를 지키고 나아가 베르니카 3세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어느정도의 인맥형성은 필수불가결이었다.
한편, 그시각 아영은 본캐릭터인 [아영]을 종료시킨뒤 세컨아이디로 접속하고 라덴 영지 근방을 요리조리 둘러보고 있는중이었다.
"휴우."
그녀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아영을 플레이하면서 카인 길드 마스터와 플레인 길드마스터를 먼발치에서 보게 되었다.
그들은 오딘길드를 적대시 하는 길드의 마스터들이다.
설마했는데 낯이 익은 몇몇 길드마스터들이 이곳 라덴영지에 발을 디딜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엇보다 헨리와 친분이 있었다는게 놀라웠다.
아영은 카인과 플레인을 비롯해 적대시 하고 있는 길드 마스터들과 PK를 하면서 싸운적이 있었다. 그녀또한 오딘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어쌔신이다. 쟁이 벌어지면 무조건 싸움에 임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얼굴이 팔려버렸다.
만약 거기에 계속 있었다가는 정체가 탄로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리를 회피했다.
'그나저나 헨리 저놈도 인맥이 있었네?"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독불장군인줄 알았다.
인맥이라고 해봤자 리나와 윤지, 그리고 페이가 전부인줄 알았던 그녀다.
그런데 예상밖에도 고레벨 마스터들과 알고 지내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속한 오딘길드와 앙숙인 플레이어들이 대다수였다.
'일단 보고를 올려야겠지?'
아영이 눈을 빛내며 무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바로 오딘에게 건넬 보고서였다.
기록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오딘 길드 지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고서를 훑어보던 오딘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곁에 있던 제이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어라고 씌어 있습니까?"
오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보고서를 제이든에게 내밀었다.
제이든이 급히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잠시후, 그의 표정도 오딘과 마찬가지로 벌레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카인길드와 플레인 길드는 넘버원에서 랭킹 2위와 3위에 해당하는 거대길드다.
넘버원 길드에 뒤지고 있다곤 하나 두 길드가 뭉친다면 제 아무리 오딘길드라고 해도 무시못할 전력이 만들어지고 만다.
그런데 그들이 헨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선수를 쳐버린 것이다.
"만에하나 카인과 플레인 놈들이 헨리와 동맹을 맺고 우리를 적대시 한다면 골치 아파진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나?"
"아영이가 보낸 보고서를 제외하고는 카인과 플레인놈들이 준동하는 낌새는 없었습니다. 일단 아영이를 비롯해 라덴 영지에 파견한 첩자들로부터 세밀하게 정보조사를 하라고 명령을 내리십시오. 지금은 그 방법이 최선책으로 사료됩니다."
오딘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는지 제이든의 말을 적극수렴하면서 첩자들을 대거 라덴 영지로 파견했다.
그리고 아영에게도 좀더 세밀하게 정보조사 할것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