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7 회: 7권 -- >
"크윽."
인간으로 폴리모프 한 덕분에 더이상 대괴수 루시퍼의 이목에 닿진 않았다.
루시퍼는 다음 타겟을 물색한뒤 드래곤들에게 데스빔만 쏘아낼 뿐이었다.
헨리는 이리우스에게 치유와 활력 스킬을 퍼부으면서 기력을 돋아주었다.
잠시후, 기력이 차오른 이리우스가 피를 왈칵 쏟아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HP가 50퍼센트에 육박해 빈사상태에서 탈출한 것이다.
"괜찮냐?"
"크윽. 저토록 강한 괴수는 생전 처음이다 주인."
"그렇겠지. 넘버원에서 작정을 하고 대괴수를 만들었으니까."
"주인은 이곳을 빠져나가라.
이번 싸움은 우리들 드래곤 일족과 마인들의 싸움이다."
"무,무슨소리야 임마!?"
"3차각성을 마친 대괴수에게 공격 당하면 주인은 한방에 사망하고 말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템을 드랍당하고 여러모로 잃는게 많다.
주인은 신지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라. 지금은 그것이 최선책이다."
"그,그래도."
ㅤㅂㅞㄺ구의 말이 사실이라서 헨리는 아무런 반발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꼬리치기 한방에 HP가 12만이 빠졌는데 도대체 어떻게 대괴수를 상대한단말인가? 게다가 놈의 몸집은 무려 70미터에 달한다.
꼬리 길이만 해도 족히 100미터를 상회하고 있을 정도였다.
꼬리를 한번 휘두르기만 해도 수만명의 인간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거대화로 변신한 드래곤 일족 말고는 대마왕 루시퍼에게 공격할 수단은 없었다.
아니 공격을 한다고 해도 데미지가 박힌다는 보장이 없었다.
170만명이라는 숫적 우세만 믿고 인간 NPC들은 겁도 없이 대괴수로 각성한 루시퍼에게 달려들었다. 1만명에 달하는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하니 이토록 많은 인원을 다 죽일수 있을까 싶어서 무모하게 덤벼든 것이다. 죽을수도 있지만 죽이게 되면 엄청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덤벼들었지만, 용기만 가상할뿐 애시당초 3차 각성을 끝마친루시퍼를 죽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죽이기는 커녕 접근하기조차 힘이 들 지경이었다.
루시퍼는 벌레들이 달려들자마자 손을 들어 올려 범위를 구현시켰다.
그와 동시에 루시퍼의 입에서 시동어가 튀어나왔다.
"다크 호리드 윌팅!!"
다크 호리드 윌팅.
생명력의 수분을 일시에 증발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기술로 원래는 1:1개인 마법으로 통용되었지만 3차각성을 끝마친 루시퍼는 범위마법으로 다크 호리드 윌팅을 구현할수 있었다.
루시퍼가 지정한 범위속에는 대략 10만에 달하는 인간NPC들과 1천명에 달하는 플레이어들이 밀집해 있었다.
그들은 한마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고, 1천개의 아이템을 드랍했다.
놀랍게도 드랍한 아이템은 전부 루시퍼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루시퍼는 엄청난 마법을 구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숨결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데스빔을 이용해 드래곤 두마리를 더 격중시키면서 전장에서 완전히 이탈시켰다.
일이 이지경에 이르자 인간들은 공포를 집어먹게 되었다.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말이 흘러나왔다.
띵!
< 3차각성을 끝마친 대괴수 루시퍼의 힘에 압도 되었습니다!
루시퍼를 제외한 모든 종족원들이 공포를 집어먹었습니다!
올스탯 10퍼센트 하락합니다! >
< 대마왕 루시퍼의 공포 지속시간은 5분입니다>
1초가 아쉬운 마당에 1분이라는 시간은 천금과도 같다.
그런데 무려 5분이나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들이야 원래 루시퍼에게 데미지를 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패널티가 별반 상관 없겠지만 드래곤은 다르다.
유일하게 대마왕과 맞서 싸울수 있는 존재인만큼 스탯이 10퍼센트하락한다면 루시퍼를 격살하는데 있어 엄청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만다.
그 증거로 드래곤의 공격이 무뎌졌고, 루시퍼는 20여발의 홀리애로우를 맞았음에도 끄떡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뭐야 이거? 이게 말이돼!?"
놀라웠다.
대마왕 루시퍼의 힘이 이정도 일줄을 몰랐다.
무엇보다 드래곤 30마리가 합공하는데도 끄떡도 안한다.
고룡 반열에 올라선 드래곤들을 거의 가지고 놀다 시피하는 대마왕의 힘에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다.
마음같아선 검을 치켜들고 대마왕 루시퍼에게 공격을 감행해보고 싶었지만 데미지를 1조차 주지 못하고, 한방맞으면 1천명이 죽었던것처럼 루시퍼에게 아이템 한개를 빼앗기고 만다.
그럴바엔 뒤에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는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이 전투가 승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170만에 달하는 인간 NPC는 어느덧 100만 가까이 줄어 들었고 플레이어 들도 겁을 집어먹고 전장을 이탈하기 바빴다.
오딘 길드원들도 전의를 상실한지 오래였다.
오딘이 나서서 매직 애로우를 구사하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가해지는 데미지의 양은 불과 1천밖에 되질 않았다.
"시,신드라님? 리,리엔님?"
가만히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신드라와 리엔이 신지를 내려놓고 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마왕 케루빔과의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어 쉬고 있었다.
그런데 천상계 여인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는게 아닌가?
"서,설마 그 몸으로 싸우겠다는 말입니까?"
"전투에서 지면 인간계는 종말입니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대마왕 루시퍼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그,그렇지만 신녀님의 몸상태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는건 드래곤 로드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군요. 나를 회복시켜주고, 나를 도와준 드래곤 로드를 돕고 싶습니다. 설사 이몸이 죽는다고 해도 말이죠.
부디 신지를 잘 부탁합니다. 제국의 용사님."
"시,신녀님!?"
"호호. 우리 만난진 얼마 안ㅤㄷㅚㅆ지만 꽤나 정들었는데 그치??"
"리,리엔님?"
"막상 헤어지려니까 조금 아쉽네~ 아무튼 신지를 잘 부탁해."
"공격! 총공격!!"
인간 플레이어들과는 달리 인간 NPC들은 루시퍼를 격살하라는 명령을 받은만큼 절대로 퇴각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인간 플레이어들은 지성이 있는 존재이자 플레이어들이다.
손해와 이익을 따지고 계산할줄 알기에 쉽사리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고군분투하는 이가 오딘이랄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딘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딘 길드원들도 하나같이 대마왕 루시퍼에게 싸움을 걸었고 그로인해 벌써 300여명에 달하는 오딘길드원들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마왕 루시퍼의 HP상태는 아직도 70퍼센를 유지하고 있었다.
신녀 신드라와 리엔의 가세로 조금씩 승기가 기울어지나 싶었지만 역시나 대마왕 루시퍼는 강력했다.
시간이 지나자 인간계 종족원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페이가 다급한 어조로 헨리에게 물어왔다.
"드래곤이 다 죽으면 그 다음은 우리차례에요.
지금 퇴각하려면 빨리 퇴각해야 되요. 어쩔거에요 형?"
일행의 리더는 엄연히 헨리다.
헨리가 싸우자고 하면 싸우고, 퇴각하자고 하면 퇴각하는게 맞다.
헨리는 조용히 전투를 지켜보기만 할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루시퍼의 공격 패턴과 움직임. 그리고 사용하는 스킬들을 파악하고 있는중이다대략 20여분끝에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헨리에게만 보이는 자그마한 헛점도 있었다.
'놈의 약점은 움직임이 매우 굼뜨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격할때 딜레이가 매우 길다.'
데스빔 스킬을 제외하고는 꼬리치기가 거의 1분에 한번씩 들어왔고, 움직임 없이 제자리에서 스킬만 퍼부을 뿐이었다.
간혹 다크 호리드 윌팅을 사용할때 오른손을 드는게 전부였다.
드래곤과 다른 플레이어들은 한창 전투에 임하면서 싸우느라 그같은 약점을 파악하진 못한듯 싶었다.
"신지야. 너 여기 가만히 있어. 절대로 움직이면 안돼."
"오,오빠는 어쩌려고?"
헨리가 전장을 그윽히 바라보았다.
눈치 빠른 신지가 헨리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서,설마?"
"루시퍼를 죽일 생각이다."
도망갈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싸우겠다고 말하는 헨리였다.
페이와 윤지. 그리고 윤정이. 곁에 있던 아영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정말 싸우게 강혁아?"
"오,오빠 우리는 한방이에요. 가서 개죽음 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냥 퇴각하는게 낫지 않아요?"
"그럼 너희들끼리 퇴각해. 난 싸울테니까."
"지,진짜에요? 진짜 싸울거에요?"
헨리는 윤정이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곤 신지에게 절대로 따라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건넨뒤 총알같은 스피드로 대마왕 루시퍼에게 돌진해 들어갔다.
헨리는 제국의 용사다. 아니 넘버원의 용사다.
용사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빠지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넘버원을 구하고 라이올라 섬을 구해 인간계의 평화를 가져와야한다.
그래야 제국의 용사라는 닉네임이 빛을 발할게 아닌가?
이판사판 합이 육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