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2 회: 7권 -- >
"사람 엄청 많네?"
불금이라 그런지 호프집 안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거의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윤아영이 빈자리를 발견하곤 지강혁의 손을 덥석잡은후 그쪽으로 이끌었다.
윤아영과 지강혁이 테이블에 앉자 알바생 하나가 황급히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손님이 무척이나 많아서 알바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물건 치우랴 서빙하랴, 정리하랴.
"이슬이 2개랑 부대찌개 하나요."
"네 손님 바로 갖다드릴게요"
넘버원에서 암나이트를 잡으며 레벨업을 하고 있을때였다.
윤아영이 술이나 한잔 하자면서 지강혁을 바깥으로 불러냈다.
처음에는 한사코 거절했다.
술보다는 레벨업이 급했고, 레벨업을 해서 좀더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윤아영의 설득과, 상담 드립으로 인해 결국 신도림 술집으로 나오고 말았다.
한잔이 또 한잔을 부르고, 그 한잔이 또 한잔을 불렀다.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술기운을 해소하려 했지만 윤아영은 금새 술을 비워댔고, 결국 그녀는 혼자 두병에 가까운 술을 마시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술을 먹으면 말이 많아지는법이다.
윤아영도 그 범주를 벗어나진 못했다.
급기야 그녀는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다큰 처자가 술을 먹으면서 우니 지강혁은 한없이 난감해졌다.
더욱이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참고 참았지만 여리딘 여린 그녀가 슬픔을 전부 숨길순 없는 노릇이었다.
"어흐흑.."
지강혁은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토닥여 주기만 했다.
그 또한 부모님을 일찍이 야윈터라 윤아영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더욱이 사랑하는 할머니까지 여윈 지강혁이 아니던가?
그때에는 참 많이 울었다. 그게 계기가 되서 강여진과 헤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공부를 해두었던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인해서 지금 넘버원 학과에 입학할수 있었던 거니까.
"하아. 미안…"
실컷 울었는지 윤아영의 흐느낌이 잦아들었다지강혁은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강여진에게 선물 받은건데 윤아영에게 건네주니 느낌이 좀 묘하긴 했다.
"아영아? 아영아??"
"흐음…"
혼자서 술을 두병 반이나 비운 덕분에 윤아영은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다.
지강혁의 얼굴에 난감함이 서렸다.
윤아영의 집을 안다면 데려다주면 그만이다하지만 그녀의 집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에 이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지강혁이 윤아영의 뺨을 톡톡 건드리면서 그녀를 깨우기 위해 안간힘을 ㅤㅆㅓㅅ지만 완전히 뻗어버린지 오래였다.
술을 못먹게 말렸어야 했는데, 큰일이었다.
'젠장 어쩌면 좋지?'
다른 남자였다면 얼씨구나 좋다 하면서 모텔에 데려가 그녀를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술에 뻗어있는 아리따운 여자들을 늑대들이 가만히 내버려둘리가 없을테니까.
하지만 지강혁은 달랐다.
그는 최소한 양측이 허락할때 섹스를 하자는 마인드였다.
이처럼 술에 뻗어 있는 여자를 먹을만큼 본능에 충실한 인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데리고 나가야겠다.'
술집에 계속 있는것보다는
편안한 침대에서 재우는것이 낫다고 생각한 지강혁은 술값을 계산하고 자신의 집으로 방향을 옮겼다. 술집에서 집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윤아영을 업고 10분간 걸어가는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결국 지강혁은 택시를 잡아 집에 도착했고, 그녀를 침대에 뉘였다.
생각보다 가벼워서 망정이지 엄청나게 무거웠다면 팔다리가 후들후들 거렸을 것이리라.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집까지 데려오긴 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지강혁은 슬그머니 그녀의 가슴과 몸매 라인을 살짝 쳐다보았다.
제 아무리 천연기념물 이라곤 하나 그 또한 혈기왕성한 수컷이다.
예쁘장한 숙녀가 술에 취해 골뱅이가 되었으니 꼴리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본능이 이끄는대로 몸매를 쭉 훑어보았다.
아랫도리가 점점 팽팽해져왔다. 지강혁은 살며시 고개를 내저으면서 상념을 떨쳐냈다.
지금 중요한건 그녀를 편히 재우고 내일 아침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지강혁은 그녀를 침대에 뉘인후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은 캡슐이 위치하고 있는 다른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일찍 일어난 지강혁은 침대에 누워있는 윤아영을 살펴보았다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는데 더워서인지 마이를 벗어 던진 상태였고, 하얀티에 발해서 하늘색의 브래지어가 모습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완전히 날 잡아 잡수라는 식이었다.
지강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다 큰 처자가 술에 완전히 취해서 저러고 있으니 왠지 모를 측은한 감정마저 떠올랐다.
"으으…여,여긴?"
아침 9시가 되어서야 윤아영이 눈을 떴다.
PC를 통해 넘버원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해보던 지강혁은 신음소리가 나자 고갤 돌려 침대를 바라보았다. 윤아영이 어렵사리 몸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지강혁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며 이불을 덮었다.
방어를 하는것이다.
"뭐,뭐야?"
"내가 물어볼 말이다 이것아. 술도 약한 녀석이 왜그렇게 술을 마셔?"
"여,여긴?"
"내집이다 멍충아. 얼른 해장하고 집에 돌아가라."
아침에 북어국을 끓여놓았다.
해장하는데 으뜸이기 때문이다.
지강혁 본인도 어제 1병 넘게 마셨기 때문에 해장이 간절한 상황이었다.
지강혁이 부엌으로 들어가자 윤아영의 심사가 복잡해졌다.
설마하니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줄은 꿈에도 몰라서였다.
윤아영이 뚜벅뚜벅 걸어오자 지강혁이 북어국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자,잘먹을게."
"얼른 먹구 가. 그리고 집에서 푹 쉬고."
"으응."
'지강혁 그녀석. 정말 남자 맞아??'
집에 돌아온 윤아영은 한창 샤워를 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만약 지강혁이 자신의 몸을 탐하고 섹스를 했다면 아랫도리가 아파와야 정상이다. 첫경험이 있었지만 거진 2년동안 섹스를 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했다면 통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래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은 일체 없었고, 옷을 벗긴 흔적조차 없었다.
말인즉 그대로 방치해 두면서 재워주었다는 말이 된다.
윤아영은 당최 믿을수가 없었다.
여지껏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몸을 탐닉하면서 접근해왔다.
첫사랑이었던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해서 몸을 주긴 했지만 몸을 주고 난뒤에는 돌변했다. 그리곤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버렸다.
그 이후 윤아영도 변했다. 마음을 주기는 커녕 잘대해주는 남자들에게 오히려 건방지게 굴면서 톡톡 쏘아대기 일쑤였다.
놀라운건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남성들이 그녀의 톡톡거림을 다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성격에 변화가 찾아왔다.
총수 제이든과 오딘이 그녀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오딘길드에서도 많은 길드 남성들이 그녀에게 대시해왔다.
전부다 자신의 몸뚱아리를 탐한 인사들이였다.
만약 그들이 어제의 상황에 놓여졌다면 100퍼센트 섹스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강혁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윤아영은 놀라울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정말 별난새끼야. 애새끼가 착한건지. 아니면 진짜 또라이인건지.
하아…그나저나 괜시리 미안해지네. 그간 신지랑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리나와 윤지와는 달리 신지는 이상하게 윤아영을 잘 따랐다.
그리고 그녀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를 걸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의 일로 인해서 신지는 이제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50여명의 500 레벨 플레이어. 더욱이 각성의 비약까지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바로 그들이다. 제 아무리 신지가 강하다고 해도 그들을 상대로 위기를 벗어날순 없을 것이다.
'잘한짓인지 모르겠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