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8 회: 7권 -- >
'제발!'
쟈딘의 형상으로 탈바꿈한 헨리가 네크로맨서에게 다가갔다.
네크로맨서가 멀뚱멀뚱한 표정을 짓더니 쟈딘을 한번 뚫어져라 쳐다만 볼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헨리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설마해서 써본 작전이었는데 이게 정통으로 먹혀 들어간 것이다.
헨리가 네크로맨서의 이목을 벗어나자 동시에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 멘트가 흘러나왔다.
띵! <네크로맨서들이 헨리님을 동족으로 인지하였습니다! >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간수 NPC로 부터 열쇠를 넘겨 받은후 아르웬 왕녀를 구출해 내십시오. >
퀘스트가 갱신되었다는것은 실로 엄청난 낭보였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간수 NPC로 부터 어떻게 열쇠를 넘겨 받느냐는 것이다.
지금 헨리는 아이템을 모조리 마법배낭에 넣어둔 상태였고, 쟈딘의 능력치 없는 방어구 4세트만 들고 있는 입장이었다.
스탯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고, 오로지 기본적으로 올린 스탯만이 스탯창에 나타났다.
'젠장 이럴줄 알았으면 기본스탯좀 올려놓을걸'
한창 사냥한다고 이리뛰고 저리뛰느라 레벨업만 한게 화근이었다.
퀘스트를 통해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스탯을 받았다면 지금보다 조금더 스탯을 올릴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봤자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일단 간수 NPC를 찾아보자.'
주변을 살펴보니 네크로맨서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외곽처소 지역이었다.
제일 먼저 아르웬 왕녀의 위치파악과 더불어 지하감옥을 찾아야만 한다.
헨리는 조심스럽고, 그리고 연기를 십분 발휘하면서 네크로맨서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얄라비! 뽕따루!! 후루루디야!!
대마왕 루시퍼시여!! 제물을 받으시고 부디 인간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소서!!"
"얄라비!얄라비!! 얄라비이이!!!"
'넘버원은 참 신기해. 어떻게 이런걸 만들생각을 다한거지?'
네크로맨서의 우두머리를 보며 헨리는 저놈이 사이비교주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고 말았다.
교주를 비롯해 대략 100여명의 네크로맨서들이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고, 루시퍼의 동상을 우러러 보면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대마왕 소환은 막중한 소임이자 임무였다.
이제 200여명의 제물만 있다면 대마왕 소환도 꿈만은 아니게 된다.
헨리의 표정이 별안간 어두워졌다.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대마왕 소환 의식을 보게 되었으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마왕 소환.
대마왕 루시퍼가 소환된다면 인간계에 막대한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벤트 대마왕 루시퍼와는 사뭇 다른 존재가 바로 대마왕 루시퍼라는 존재다.
우연찮게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마왕 소환의식을 보게 되었다.
헨리는 아르웬 왕녀를 구하면서 대마왕 소환 정보를 낱낱히 밝힐 생각이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대마왕 소환의식을 저지할수 있고, 인간계로부터 평화를 찾을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빨리 아르웬 왕녀를 구하고 돌아가야한다."
헨리는 소환장을 빠져나오면서 주변을 샅샅히 둘러보았다.
하지만 네크로맨서들의 진영이 너무나 넓어 지하감옥을 쉬이 찾아낼순 없는 노릇이었다.
'젠장 ㅤㅂㅞㄺ구가 있었다면 금방 찾았을텐데'
스캔을 펼쳐 아르웬 왕녀와 900여명의 NPC들이 모여있는곳을 찾아가기만 하면된다. 그렇게만 한다면 금방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대마왕 소환의식도 저지할수있을 것이다.
막 헨리가 걸음을 옮기고 다른 지역을 둘러보려던 찰나였다.
언제 왔는지 레벨이 제법 높아 보이는 네크로맨서 하나가 헨리를 뚫어져라쳐다보고 있는중이었다. 갑작스러운 네크로맨서의 등장에 헨리는 그만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야이새꺄! 깜짝 놀랬잖아!!
"흐흐흐 그래도 내가 와줘서 반갑지 않은가 주인?"
처음에는 네크로맨서의 등장에 깜짝 놀라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설마하니 정체가 탄로난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네크로맨서는 진짜 네크로맨서가 아니었다.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가 바로 그의 정체였다.
이리우스는 헨리가 걱정이 되어 곧바로 네크로맨서로 폴리모프를 시도했고, 가볍게 네크로맨서들의 이목을 속인후 이곳에 발을 디뎌놓았다.
그리고 스캔을 통해 헨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를 찾아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놀랬지만 한편으로는 ㅤㅂㅞㄺ구의 등장이 너무나도 기뻤다.
"뭐라고? 대마왕 소환의식이 진행되고 있다고? 그게 사실인가 주인?"
"빨리 아르웬 왕녀를 구하고 이 사실을 마르코 3세에게 전해야해.
그래야 대마왕 소환의식을 저지할수 있어!"
"알겠다! 빨리 아르웬 왕녀를 구출하도록 하자!"
ㅤㅂㅞㄺ구가 스캔을 펼쳤다. 잠시후 대략 900여명의 인파가 스캔에 감지되었고, 헨리와 ㅤㅂㅞㄺ구는 그곳에 인질들이 갇혀 있을거라 지레짐작하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인질들과 함께 수많은 네크로맨서들이 철통경계에 임하고 있었다.
다행인건 네크로맨서들이 NPC상태가 아니라 몬스터 상태로 탈바꿈 되었다는 것이다. 몬스터로 변한이상 굳이 쟈딘의 모습으로 있을 필요가 없었다.
헨리는 쟈딘의 보호구를 모조리 마법배낭속에 넣어두고 방어구를 착용하면서 백상아리 장검을 장착시켰다.
퀘스트 갱신창에서 간수 NPC로 부터 열쇠를 넘겨받으라고 했지만 그건 헨리가 쟈딘의 모습으로 있었을때 가능한 소리다.
지금은 헨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퀘스트 창이 다시금 갱신되어 버렸다.
띵! < 아르웬 왕녀를 구출하고 그녀를 신속히 탈출 시키십시오!
시간을 지체하면 네크로맨서들이 속속 몰려들어 낭패를 불러 일으킬수
있습니다 >
이리우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공간이동 마법진을 구축하면서 퇴로를 확보해 두었고, 스캔을 펼치면서 헨리와 함께 지하감옥으로 들이닥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전개에 네크로맨서들은 대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25미터에 달하는 화이트 드래곤이 기습을 가한 까닭이었다.
"제물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상부에 빨리 보고를 올려라!!"
"ㅤㅂㅞㄺ구야 아르웬 왕녀는!?"
"내가 구출했다 주인!"
아르웬 왕녀는 화이트 드래곤을 보자마자 그대로 까무라쳐 버리고 말았다.
생전 처음보는 25미터의 괴물이 자신을 덥석 움켜쥐었으니 그 충격의 여파가 상당 했을 것이리라.
"젠장 이일을 어쩌지?"
눈앞에 있는 인질들은 정확히 900명이었다.
ㅤㅂㅞㄺ구가 마법진을 구축하긴 했지만 900명 전부를 모조리 마법진에 올려세울순 없는 노릇이었다.
"주인 뭐하나! 빨리와라!"
"하,하지만!"
"지금은 마르셀루 국왕에게 보고를 올리는것이 급선무다.
인질은 다음에 다시 구하면 된다!"
결국 헨리는 ㅤㅂㅞㄺ구의 말을 옳게 여겼고, 900명의 인질을 모조리 놓아둔채ㅤㅂㅞㄺ구와 함께 마법진에 올라섰다. ㅤㅂㅞㄺ구는 주인이 올라서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워프를 시전했고, ㅤㅂㅞㄺ구와 헨리 그리고 아르웬 왕녀의 모습은 그곳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신지가 한창 마법진을 둘러보고 있을때였다.
찬란한 빛무리와 함께 마법진에서 빛의 파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마법진이 발동하고 있다는 증거였기에 신지의 눈빛이 대번에 밝아졌다.
잠시후, 신지가 있는곳에 헨리와 ㅤㅂㅞㄺ구, 그리고 아르웬 왕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사하지? 어디 다친덴 없지?"
ㅤㅂㅞㄺ구는 신지의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하며 다시금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좌표는 마르셀루 왕국의 궁전 포탈지역이었다.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마르코 3세에게 좌표를 물어본터라 그곳으로 이동하는데 애로사항은 전혀 없었다.
잠시후 마법진을 그려낸 ㅤㅂㅞㄺ구가 일행들을 마법진으로 이끌었고 워프를 시전했다. 지금 중요한건 시간이다. 잠시후면 대마왕 소환의식이 발발할테고, 최악의 경우 대마왕이 소환될수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대마왕 강림만은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전쟁의 여파가 인간계에 휘몰아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