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5 회: 7권 -- >
"강혁아~!"
"어이구 이게 누구야!? 넘버원 여신 윤아영씨 아냐??"
지강혁이 웃으면서 장난을 걸자 윤아영이 어이없다는듯 피식 거렸다.
넘버원 여신.
윤아영의 외모가 빼어나고 그녀가 넘버원을 한다는데서 붙혀진 별명이었다.
두 남녀는 공교롭게도 신도림 근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고 어제부터 아침 7시에 만나 1시간 가량을 운동에 할애하면서 급격히 친해져있는 상태였다.
둘다 넘버원을 하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치관이 맞다는것은 친해지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곤 한다.
두 남녀는 가치관도 비슷했고, 넘버원에서 레벨업을 하는것 보다 여행을 하면서 정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걸 좋아라했다. 윤아영도 지강혁과 비슷한 부류였던 것이다.
"강혁이 너는 왜 운동을 하게 된거야?"
잠시 숨을 고르고 윤아영이 질문을 던졌다.
지강혁이 별생각없이 대꾸했다.
"맨날 집에 처박혀서 게임만 하니까 폐인이 되는것 같더라구.
그래서 하루 2시간씩은 꼬박 운동하고 있지.
덕분에 건강도 좋아지고 괜찮더라.
너는 왜 운동을 시작한거야?"
"음. 그냥 예쁜 몸매 만들려고?
이제 남자친구도 만들고 슬슬 연애도 시작해서 시집 가야할거 아냐??"
"뭐야 너? 남자친구 없었어?"
지강혁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쓸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자에게 인기가 많을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2년 사귀다가 1년전에 깨졌어."
"아 그래?"
"응. 권태기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지. 강혁이 너는 여자친구 없는거야??"
고등학교때 깔짝 사귄 경험이 있긴 했지만 얼마 사귀지 않고 깨졌기 때문에 사귀었다고 말하기가 좀 애매했다. 그래서 지강혁은 연애 경험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해주었다.
윤아영이 전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주일 동안 지강혁과 같이 여행을 하고 넘버원을 플레이 해봤지만 성격이 싹싹하고, 무엇보다 친절했다. 얼굴도 꽤나 잘생긴 축에 속해서 왠만한 여자들이라면 그에게 관심을 보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모태쏠로라니??
"뭐야? 그럼 키스도 안해봤겠네!?"
"임마 너무 대놓고 말하지마!"
"풋. 너 그쪽 방면으로는 숙맥이구나? 그렇지?? 내말이 맞지??"
"시끄럽고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 죽겠다!"
말빨이 딸릴때는 얼른 화제전환을 하는게 상책이다.
지강혁은 그녀의 팔목을 잡아채고는 식당으로 이끌었다.
배에서 배꼽시계가 울린지 한참이나 되어 배가고파 미칠 지경이었다.
그 모습에 장난기가 돈 윤아영이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지강혁에게 말했다.
"어머? 이런식으로 팔목 잡으면서 스킨쉽 하는것봐??
은근히 음흉한 구석이 있네??"
지강혁은 그녀의 팔목을 놓아버리곤 저 혼자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윤아영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넘버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초기 가동 중입니다. 홍채 인식과 더불어 지문 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위이이잉!
맞은편에서 인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강혁은 지문 인식란에 손을 얹은후홍채인식까지 완료한뒤 헨리로 접속을 시도했다.
찬란한 빛무리가 걷혀지면서 넘버원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마르셀루 왕국은 마왕의 지배하에 놓였던 왕국이라네 지금은 마족들이 모두 마계로 추방당한 상태라서 인간들이 장악하고 있네만 언제 또 마족들이 습격해 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지."
"마르셀루 왕국 지척에는 마계던전이 자리하고 있다네.
지하 마계 던전을 비롯해, 마족들이 득시글 거리는 곳이 바로 마계 던전이지"
"사람들이 왜 필드에서만 사냥을 하고 마계에서 사냥을 꺼려하냐고??
다 이유가 있지. 마계몬스터들은 일반 몬스터들보다 1.5배정도 강력하다네.
그에 따라 드랍하는 골드의 양이 많기 때문에 돈을 모으려면 마족 던전에서 사냥하는게 용이하지. 하지만 마족 몬스터들이 너무 강력한것이 흠이라네.
무난하게 사냥을 하고 경험치를 축적하려면 일반필드에서 동레벨 몬스터를 잡는것이 가장 나을것이야."
"마족을 잡으려면 최소한 레벨 500 이상이 되어야 한다네.
그래야 무난하게 잡을수 있어."
"마족들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을 선호한다더군. 아무래도 여성들의 음기가 힘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그게 아니라면 뻔하지 않겠나?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나체를 탐하기 위해서 그녀들을 잡아가는거겠지"
"요즘 마족들의 침공이 빈번해지고 있다네. 너무 겁이나서 오줌을 지릴정도지.
최근들어 인간들의 실종사건이 속속히 이어지고 있는바.
아무래도 마족들이 인간들을 납치해서 생명력을 빨아들여 힘을 키우고 있는 모양일세. 마족들을 섬멸해야 하는데 왕국의 기사단은 뭘 하는지 모르겠구먼"
"실종사건 말인가? 후우. 말도 말게나. 하루에 족히 50여명의 인간들이 실종당하고 있다네. 그중 플레이어들이 마족에게 납치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네도 마르셀루 왕국에 온이상 각별히 조심하게.
이곳은 마계와 가까워 밤마다 마족들이 들끓고 인간들을 납치해 가니까 말야"
헨리는 마르셀루 왕국에서 정보조사에 임하며 한창 견문을 넓히고 있는 중이었다. 무릇 정보가 있어야 그 왕국의 장단점을 캐치할수 있고, 놓여진 상황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할수 있는 법이다.
정보들을 파악해보니 인간들의 실종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뭔가가 터져도 단단히 터진듯 싶었다.
헨리가 한동안 중앙광장에서 정보조사에 임하고 있을 때였다.
띵! <<마르셀루 왕국의 국왕 마르코 3세가 플레이어 헨리님에게 편지 한통을
보내왔습니다! >>
간혹 NPC들이 퀘스트를 의뢰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제국의 용사 칭호를 받고, 레벨 500이 되면서 헨리에게도 수많은 편지가 날아왔다. 각종 왕국에서 날아오는 편지였고, 퀘스트를 수행해주면 엄청난 보상을 주겠다고 약속까지 한 국왕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리 위치해 있어서 거기까지 가는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가 된다. ㅤㅂㅞㄺ구의 텔레포트도 무한정 사용할수 없기에, 거리가 먼곳은 최대한 배제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르셀루 왕국이라면 지금 헨리가 있는 이곳이었다.
헨리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편지를 급히 뜯어보았다.
"주인 뭐라고 적혀 있나?"
곁에 있던 ㅤㅂㅞㄺ구도 호기심 강한 드래곤 종족답게 편지의 내용을 묻고 있었다.
헨리가 ㅤㅂㅞㄺ구와 신지를 보며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마르셀루 왕국의 국왕 마르코 3세의 공주.
그러니까 왕녀 하나가 실종되었는데 그녀를 좀 찾아달라고 의뢰를 보내왔어."
"왕녀 찾기 퀘스트인가?"
"아마도 그런모양이야."
"퀘스트 할거에요 오빠??"
사실 이런류의 퀘스트가 좀 짜증이 나는게 문제였다.
차라리 퇴치 퀘스트였다면 ㅤㅂㅞㄺ구와 신지의 힘을빌어 몇마리의 몬스터를 잡아주고 보상만 받으면 끝이다.
하지만 찾기 퀘스트를 하면 운이 나쁘면 며칠, 운이 좋으면 금방 끝낼수있다.
예전에도 용궁 퀘스트 소라장군의 연판장 퀘스트를 할때 며칠을 걸려서 간신히 클리어하지 않았던가?
헨리는 잠시 고민하면서 이해득실을 따져보았다.
마침 일행들도 미접속 상태였고, 견문을 넓히면서 마르셀루 국왕과 친밀도를 올려놓으면 나중에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동안 사냥만 하면서 퀘스트를 등한시 해 NPC들과의 친밀도와 더불어 특수 능력치를 많이 익혀 놓질 못했다.
찾기 퀘스트를 많이 수행하면 특수 능력치 [안목]을 습득할수 있기에 헨리는 이 기회에 안목을 한번 습득해 보고자 퀘스트를 수행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헨리는 그길로 ㅤㅂㅞㄺ구와 신지를 데리고 마르셀루 왕국에 발을 들여놓았다.
근위기사들을 비롯해 총관까지 헨리를 보면서 고개를 조아려왔고, 국왕 또한 버선발로 헨리를 맞이해주었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제국의 용사가 자신의 퀘스트를 수락해 주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경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