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3 회: 7권 -- >
아영이라는 여성 플레이어는 한창 나이트메어 퀘스트를 수행중이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지하 마계던전]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마계 던전에서 퀘스트를 받고 나서, 그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지만 지하 마계던전으로 향할수 있는 것이다. 마족 공격전 이벤트가 아니라면 지하마계던전에 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녀는 무슨수를 써서라도 마계던전 퀘스트를 깨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퀘스트의 내용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어려웠고 난해했다.
무엇보다 그녀는 어쌔신이다. 어쌔신은 어그로를 끌고 몬스터에게 크리티컬데미지를 가하면서 몬스터들을 1:1 로 잡아야 한다.
직업 자체가 1:1에 특화되어 있는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수행중인 퀘스트는 나이트메어 퇴치 퀘스트.
100마리의 나이트 메어를 잡아야지만 퀘스트가 완료되기 때문에 나이트 메어를 잡으려고 이곳 파헤쳐진 지하던전으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트 메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악몽 스킬을 계속해서 걸어오다보니 DEX를 비롯해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그로인해 나이트매어 한마리를 상대하는것도 벅찼다.
길드라도 있다면 길드원들에게 협조라도 요청했겠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길드가 없는 홀몸이 아니던가? 친구 추가한 몇몇 인사들도 전부 넘버원에 미접속 상태였다. 게다가 이곳은 인적이 매우 드문곳이라 딱히 도움을 청할만한곳도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어려움에 처해있던 찰나.
그녀의 눈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공교롭게도 제국의 용사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녀는 염치 불문하고 헨리에게 다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자초지종을 말해주었고,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사례금을 주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페이와 ㅤㅂㅞㄺ구가 당치도 않다는듯 아영의 손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흐흐 이토록 아리따운 여인의 부탁이라면 무엇…."
"마침 나이트 매어를 잡으려고 했는데 잘되었군요. 저희가 도와드…"
페이와 ㅤㅂㅞㄺ구의 말은 채 이어지질 못했다. 화가난 윤정이가 페이와 ㅤㅂㅞㄺ구의 옷깃을 집어당겼고 그로인해 목이 턱 막혀버린 까닭이었다.
"저희가 바빠서 그쪽의 부탁을 들어주긴 어려울것 같아요.
게다가 헨리 오빠는 이틀동안 일이 있어서 제대로된 사냥도 하지 못했답니다.
저희는 사냥이 시급하니까 혼자서 일을 보셔야 할것 같네요."
그러자 아영이 다급한 어조로 헨리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제국의 용사님도 레벨이 500이 넘으시니까 앞으로 마계던전에 가야할 일이 많으실거에요. 그러니까…"
"천상계도 던전입니다만? 거긴 왜 빼놓는거죠?"
리나가 자꾸만 끼어들자 아영도 괜시리 짜증이 났는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배시시 웃으면서 리나에게 대꾸했다.
"제국의 용사님은 천상계의 신녀 신드라와 관련이 있다고 들었어요.
옆에 계시는분이 신지님이고, 오른쪽에 계시는 백발의 잘생긴분이 화이트 드래곤 이리우스 님이시죠?? 위대한 드래곤 종족과 천상계의 인물들은 마족을 적으로 여기고 있답니다. 그러니 제국의 용사님도 천상계의 몬스터를 잡을순 없는거지요"
놀랍게도 아영은 맥점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헨리는 천상계 던전을 쉽사리 가지 못하는 처지였다.
무엇보다 신드라와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의 친밀도 때문에 몬스터들이 NPC로 탈바꿈 되어 있었고, 그들은 공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밀도가 하락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곳으로 걸음을 옮긴 그가 아니던가?
헨리가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의 정보력이 가히 자신을 뛰어넘고 있었다.
"지하 던전의 레벨이 가장 높으니 언젠가는 용사님께서도 그곳을 사냥터로 삼으셔야 할거에요. 지금 미리 깨놓으시면 손해볼건 없게 되는셈이죠.
이 기회에 저와 같이 나이트 매어 퀘스트를 클리어 하고 미리 길을 뚫어놓는게 어떠세요?"
생각을 해보니 그게 좋을것 같아서 헨리는 일행들을 전부 이끌고 아영이 이끄는대로 마계던전 초입지역으로 가서 퀘스트를 받았다.
헨리가 가자는데 계속 빼기도 뭐했던지라 리나도 어쩔수 없이 그들과 함께 걸어갔고, 아영이 이끄는대로 퀘스트를 받았다.
일행들은 아영과 마찬가지로 나이트 매어 100마리 퇴치 퀘스트를 받게 되었고, 모두 파티를 이룬뒤 힘을 합쳐서 사냥을 시작했다.
나이트 매어들이 악몽을 시전하면서 저항을 해왔지만 곁에 있던 드래곤과 반신반요. 나아가 일행들의 다구리에 결국 제대로된 저항을 하지 못하고 대지에 몸을 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0마리의 나이트매어들을 전부 처리할수 있었다.
"덕분에 지하세계로 가는 길을 뚫게 되었군요 감사합니다 아영님."
헨리가 진심을 다해서 고마움을 전하자 아영이 배시시 웃으며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헨리에게 제안을 하나 해왔다.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친구추가좀 가능할까요?"
"친구추가요??"
"네. 평소부터 헨리님 팬이었거든요. 가끔 같이 사냥이라도 하면서 어울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꼭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이트매어를 사냥하면서 컨트롤을 지켜봤는데 페이보다 한수위의 컨트롤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나이트매어의 약점도 무척 잘 알고 있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지식이 일행들을 월등히 뛰어넘고 있었기에 헨리는 그녀에게 계속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릇 게임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넘버원의 돈과 직결되는 문제로 작용한다.
정보에 능통하면 레벨이 낮아도 별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여인은 레벨도 높고 사냥에도 능했으며 컨트롤도 무척이나 뛰어났다. 가히 만능 플레이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좋습니다. 친추하죠."
"꺄아! 고마워요 용사님!!"
아영이 대뜸 헨리의 손을 잡으면서 고마움을 전해왔다.
그 모습에 윤지의 얼굴이 대번에 벌레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사모하는 남자의 손을 덥석 잡으니 괜시리 기분이 안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터 뭐하실 겁니까??"
예상외로 제국의 용사 헨리가 아영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영이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헨리에게 대꾸했다.
"음. 퀘스트를 클리어 해서 딱히 할건 없네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같이 파티 사냥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사실 저희가 이곳 지리를 잘 몰라서 헤매고 있었는데, 만약 아영님이 저희들을 도와주신다면 적당한 사례비는 물론이거니와 드랍하는 아이템도 아영님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를테면 거래를 하자는 건가요?"
"뭐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럴수도 있지요."
아영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마음을 정한듯 생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용사님과 일행분들에게 은혜를 입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거래를 할수있겠어요? 그냥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에스코트 해드릴게요."
말인즉 공짜로 탐방을 시켜주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헨리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돈도 아끼고 길도 알아낼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이쪽은 지하던전 2층으로 향하는 길인데 레벨 570대의 몬스터가 즐비해요.
좀더 강력한 나이트 매어가 나오고 마법을 구사하는 리치와 리치킹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조심해야 하죠.
아 그리고 이쪽은 지하던전 3층으로 향하는데요. 레벨 600대의 몬스터가 즐비하고 있어요. 오딘길드의 마스터 오딘도 이곳에서는 혼자 사냥을 못할 정도로 강력한 몬스터들이 들끓고 있죠. 특히 마법공격이 무척 강해서 일반 방어구 보다는 대 마법 방어구를 착용하고 이곳에 와야해요.
지금 용사님의 몸으로는 무리니까 지하던전 1층에서 사냥하는게 좋을것 같네요."
화이트 드래곤과 반신반요가 동행하고 있다곤 하나 마계던전의 몬스터들은 매우 강력하다. 다구리를 당한다면 신지의 목숨도 장담할수 없을 정도였고, 무엇보다 마법을 많이 구사해서 마법 저항력 아이템이 꼭 필요했다.
헨리는 사냥을 잠시 미뤄두고 아영에게 길을 안내 받은후 길을 모조리숙지하고, 그다음 마을에서 마법 저항력 아이템을 구매하고 본격적으로 마계사냥에 임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