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넘버원-196화 (19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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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머리야."

잠에서 깬 지강혁은 평소의 버릇대로 먼저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침대 앞쪽에 놓여져 있던 시계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것이다. 더욱 어이없는건 침대 앞쪽에 왠 인형들이 그렇게 많이 있냐는 거였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놀랍게도 이곳은 자신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집이 아니었다.

지강혁이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오빠 일어나셨어요?"

"응?"

주방에서 이윤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앞치마를 한걸 보니 요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여긴 어디니?"

"아, 저희 원룸이에요."

"에엥!!??내,내가 여기에서 잤단 말야?"

"제가 다 말씀해 드릴테니까 일단 주방으로 오세요. 해장국 끓여 놨으니까"

술집에서 술을 먹었던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윤지의 얼굴도 떠올랐다.

기억은 거기에서 끝이났다.

자고 일어나니 이윤지의 집이었고, 이윤지가 해준 콩나물국으로 해장을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지강혁에게 이윤지가 모든 정황을 전부 말해주었고, 지강혁은 그제서야 자신이 술에 대취해 필름이 끊겼다는걸 깨달았다.

"너,너는 어디에서 잤어?"

"오빠랑 침대에서 잘순 없어서, 밑에 이불깔고 침대 밑에서 잤죠."

마음같아선 오빠의 옆에 다가가 뒤에서 꼭 껴안고 자고 싶었지만 여자 자존심 문제도 있고, 술냄새가 좀 많이 나서 그렇게 하기가 꺼려졌다.

무엇보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그래서 밑에 이불을 깔고 조용히 잠을 청했던 것이다.

지강혁은 헛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윤지와 한지붕아래에서 같이 잠을 잘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일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아무튼 정말 미안하다."

"아녜요. 저도 색다른 경험해봐서 기분이 좀 묘하긴 하지만 나쁘진 않았어요."

"그,그렇담 다행이네."

"머리는 좀 괜찮아요?"

윤지가 해준 해장국을 먹었더니 속까지 말끔해진 기분이었다.

지강혁이 괜찮다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이윤지가 대뜸 소원을 한개 들어달라고 말을 건네왔다.

"어떤 소원?"

지강혁은 이윤지의 집에서 가볍게 세면세족을 하고 이윤지와 함께 집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영화관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이윤지가 소원이랍시며 영화를 한편 같이 보자고 했고, 지강혁은 어제의 일때문에 이윤지의 소원을 무조건 들어줄 요량으로 그녀와 함께 영화 티켓 두매를 끊었다. 영화는 19금이었는데, SF 판타지 형식으로 만들어진 에일리언스 였다.

에일리언 후속영화로, 괴물과 인간이 펼치는 전쟁 판타지였는데 배드신이 있어서 19금 판정을 내린 모양이다.

"하아~ 하으윽~하앙~~"

영화가 중반부에 치닫자 결국 바라고 바라던(?) 배드신 장면이 등장했고, 이윤지와 지강혁은 마치 짠것 마냥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중이었다.

이윤지가 대뜸 고개를 팩 돌렸다. 부끄러운 것이다.

전형적인 SF판타지물 답게 인간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영화는 2시간의 상영끝에 그대로 끝이 났다. 지강혁은 이윤지를 데리고 제법 이름있는 파스타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여진과 마찬가지로 이윤지도 파스타를 무척 좋아해서 그녀에게 답례를 하고자 함이었다.

"어제일은 정말 미안했다. 이제 가볼테니까 너도 얼른 들어가봐."

"호호 너무 미안해 하지 마세요. 저도 색다른 경험해서 좋았으니까요."

"말이라도 고맙다. 하하"

"아무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응."

"축하한다 내 동생아! 드디어 처녀성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바쳤구나!!"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윤정이 이윤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소리를 바락바락질러댔다. 이윤지가 못말리겠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윤정이 대뜸 여동생에게 헤드락을 시도하면서 하나하나 캐묻기 시작했다.

"그래. 몇분했어? 좋았어? 오빠 스킬 죽이던??"

"멍충아 왜그렇게 밝히는건데!?"

"어머 이 기집애가 순진한척 하네? 자고로 여자들은 남자와의 사랑으로 인해성에 눈을 뜨는거야! 너도 한번 맛들이면 절대 못 헤어나온다??"

언니인 이윤정은 어릴때. 그러니까 중3때부터 성에 눈을 떠서인지 남자친구를 사귀면 진도를 금방 나가곤 했다. 그때마다 이윤지는 언니에게 남자를 너무밝히지 말라고 조언을 건넸지만, 이윤정은 되레 여동생더러 남자좀 사귀어보라고 큰소리를 쳐댔다. 그만큼 둘의 성격은 판이했고, 무척이나 색달랐다.

"뭐야? 그럼 아무짓도 안하고 그냥 잠만 잤다는거야?"

"응? 아 응."

"아이고 이것아! 하늘이 주신 기회를 냉큼 걷어차 버렸구나!!"

"그,그게 어째서 하늘이 주신 기회인데??"

"야! 너 강혁오빠 좋아? 안좋아?"

"조,좋지."

"그럼 술에 쩔어 있을때 냉큼 했어야 할게 아냐!?"

"에이 그건 좀 아니다. 사귀고 하던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맨정신에 섹스를 해야지. 술에 취해 잠만 자고 있는 남자랑 어떻게 해?"

여동생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던 터라 이윤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빛을 띄었다.

"하긴 그말도 맞긴한데, 그래도 침대에서 같이 자기라도 하지 그랬어?

왜 땅바닥에서 자?"

"그,그게 조금 그랬어."

"뭐가?"

"아,아직 사귀는 단계도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같이자?"

여동생은 그야말로 보수계의 끝판왕이었다. 연애쪽에는 융통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터라 이윤정은 답답하다는듯 가슴만 팡팡 후려칠 뿐이었다.

"어휴 이답답아! 여고생에게 확 뺏겨 버려라 그냥!"

이윤지와 달리 여고생 강여진은 적극적인 여자다.

만약에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면 강여진은 십중 팔구 침대위에 올라서 지강혁을 껴안고 잠을 청했을 것이다. 물론 섹스를 할지 안할지는 몰랐지만 껴안고는 잠을 잤을것이다. 이윤정은 그렇게 생각했다.

'후, 나도 적극적이고 싶다.'

사랑을 어필하려면 표현을 해야하는데, 이윤지는 그게 좀 서툴렀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제대로 어필했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먼저 보자고 조른것도 그녀였고, 일부러 19금 영화를 보면서 지강혁을 자극시켜 보기도 했다. 서로의 얼굴도 마주치질 않았던가?

19금 장면을 서로가 의식 했다는 소리였다.

그말인즉 성에 대해 기본적인것은 인지하고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아무튼 이제부터라도 좀 적극적으로 나가."

"으응.."

"내가 밀어줄때 잘해! 알겠어?"

"응."

여고생에게 좋아하는 남자를 뺏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이윤지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멍청히 있다가 뺏기는것보단 일단 질러라도 보는게 나을것 같아서였다.

그시각 지강혁은 이미 집에 도착한뒤 한창 샤워에 임하고 있는 중이었다.

샤워를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윤지의 집에서 잘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정신을 잡고 혼자서 집에 도착했겠거니 생각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 침대가 윤지의 침대였다니.

계속해서 이윤지의 생각이 머릿속에 감돌았고, 워터파크에서의 비키니 차림과 영화를 보면서 야한장면을 볼때의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윤지 녀석. 보면 볼수록 예쁘고 귀엽네.'

처음에는 그저 아는 여동생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뭐랄까?

조금씩 조금씩 여자로 느껴지는 정도랄까?

물론 아직까지 여동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했지만,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와 더불어 마음씨 좋은 성격 때문에 조금씩 마음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는 상태였다.

"넘버원이나 하자."

아직 이른 초저녁 시간때라서 넘버원을 하기엔 매우 적당한 시간대였다.

지강혁은 샤워를 마치고 가볍게 저녁을 먹고 난뒤 넘버원에 접속했다.

넘버원에 접속하자마자 ㅤㅂㅞㄺ구와 신지가 반갑게 헨리를 맞이해 주었다.

띵!

[마족 공격전 이벤트가 활성화 됩니다. 리프레 숲의 마왕 케루빔 퇴치작전이 시행되니 서둘러 마족 공격전 이벤트에 참여하세요!]

칼타이밍이었다. 정말 운좋게 들어가자마자 이벤트 활성이 된 것이다.

마족 공격전 이벤트도 드래곤 방어전과 마찬가지로 랜덤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단 한번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강혁은 운이 매우 좋은 남자였다.

"자 가자 ㅤㅂㅞㄺ구야! 신지야!"

"알겠다 주인!"

"응!"

ㅤㅂㅞㄺ구와 신지가 있으면 절대 죽을일 없다. 게다가 많은 마족 몬스터를 학살할수있기 때문에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일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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