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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한창 찌는 무더위속에서 거리를 거닐려니 정말 죽을맛이었다.
더욱이 이곳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보하고 다니는 서울 신도림역이다.
인간이 무척 많았고, 사람들의 땀으로 인해 땀냄새가 무척 진동하고 있었다.
지강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왠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도 인상을 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지강혁은 오랜만에 맞이하는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워터 파크에 놀러를 나왔다. 그동안 마족 공격전 이벤트를 한답시고 집구석에 처박혀 넘버원만 한 탓에 의도치 않게 은둔생활만 하고 있었다.
"오빠 우리 물놀이나 하러 가요."
이윤정의 권유였다. 이번에는 페이와 함께 2:2로 가는게 아니라 넘버원 학과생들을 모집해서 넘버원 학과생들의 단합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이윤정이 과대로 써 마련한 자리였다. 학생들은 반절 이상이 워터파크행에 찬동했고, 지강혁도 그 뜻을 따랐다.
모인 학생의 수는 정확히 15명이었다. 윤지를 비롯해 윤정이는 물론, 넘버원 길드에서 레벨이 제법 높다고 자자한 학과생들도 많이 왔다.
지강혁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쉽게도 페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친한 남자녀석이 페이 하나밖에 없었던터라 내심 와주길 바랬지만, 어젯밤 넘버원에서 페이를 만나 물어봤더니 오늘 스케쥴이 있다고 그랬다.
그래서 못온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러하나보다.
워터파크에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남녀노소 가릴것없이 파도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개중에는 거기서 헌팅을 하는 남자 작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미안해요. 일행이 있어요."
"에이 그러지 말고 우리랑 놀아요."
예쁘장한 이윤지를 보자마자 남성 패거리 몇몇이 그녀에게 달라붙었고, 이윤지는 그때마다 일행이 있다면서 함께하는걸 꺼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철거머리마냥 이윤지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계속함께 하자고 졸라댔다. 마침 저 멀리 지강혁이 오고 있었다.
이윤지는 지강혁에게 쫄래쫄래 걸어가더니 대뜸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남친있다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가세요."
"아.네."
거짓말인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 들이댄건데 정말로 남친이 있었을 줄이야.
결국 남자들은 이윤지의 곁을 떠나버렸고, 다음 사냥감을 물색하기 위해눈동자를 데룩데룩 굴리고 있었다.
남자들이 떠나가자 이윤지가 팔짱을 살며시 풀었다.
지강혁이 피식 거리며 웃었다.
"저것들이 계속 달려들었어?"
"아. 미안해요 오빠."
"미안할건 없지. 다 너의 예쁜외모와 몸매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윤지의 몸매는 가히 패션쇼에 서는 모델과 다름이 없을 정도로 죽여줬다.
무엇보다 가슴이 제대로 업이 되어 있어 C컵인 가슴이 거의 D컵 정도로 보였고 간간히 보이는 가슴골 덕분에 왠만한 남자들은 그녀의 가슴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몸매도 죽여주고, 얼굴까지 예쁜 그녀를 한번따먹어볼 요량으로 접근한 것이다. 운이 좋으면 쭉빵걸과 사귈수도 있으니 들이대서 나쁠건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었고, 남자들은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셔가며 자리를 물러나올 뿐이었다.
강여진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창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젯밤 들려온 안좋은 소식 때문에 표정이 꿍해 있는것이다.
오랜만에 카톡을 했고, 사랑하는 강혁오빠에게 연락이 왔다.
주말에 한번 보자고 용기내어 말했지만, 아쉽게도 오빠는 선약이 잡혀 있었고 그 선약에 대해서 궁금증이 일었던 강여진이 어디를 가냐며 물어왔다.
지강혁은 별생각없이 워터파크에 놀러 간다고 대답해주었다.
여자의 촉이랄까?
문득 안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전에 한번 보았던 이윤지라는 여자도 같이 간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예전처럼 2:2 방식이 아니라 학과생들 반절이상이 가는 단합.
즉 모임 자리에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강여진은 괜시리 걱정이 되었다.
의당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이다.
게다가 이윤지는 지강혁과 맨날 넘버원을 함께 하면서 그와 친분을 쌓고 있다/그에 반해 자신은 고3 신분이라서 카톡만 하며 지강혁의 안부만 물을 뿐 만남을 가지는데 있어 애로사항이 좀 많았다.
가끔 지강혁이 데리러 올때가 있는데 그때를 제외하곤 주말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과감하게 데이트 신청을 한것인데, 뜻밖에도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에이 모르겠다! 공부나 하자."
이미 워터파크에 간 지강혁을 다시 되돌아오게 할순 없는 노릇.
지금 중요한건 이윤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공부였다.
공부를 해서 S대만 간다면 그때가서 지강혁과 사귀면 된다.
어차피 지강혁은 이윤지를 착한 여동생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강여진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자자 마시자!!"
워터파크에서 놀다가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랜만에 마셔서 인지 술이 금방 올랐고, 지강혁은 결국 한병 반을 마시고 대취하고 말았다.
사람들 대부분은 술을 많이 마시면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지강혁도 그 범주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었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이윤지를 보면서 아가리에 모터를 단것마냥 입을 털고 있는 중이었다.
이야기의 주된내용은 예전에 나왔던 소개팅 관련 이야기였다.
친구인 강진영에게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쳐댔는데 이윤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일만 미룬 까닭에 그것을 따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빠 조금 취하신거 같은데, 집에 가는게 어때요?"
남의 속도 모르고 자꾸만 소개팅 이야기를 하는통에 어지간한 이윤지도 기분이 좀 그랬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마음같아선 오빠가 좋다고 소리를 빽 지르고 싶었지만, 곁에 사람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나 안취했어."
"오빠 많이 취하셨어요. 제가 택시로 데려다 드릴테니까 얼른 집에 가요."
"그래 윤지야. 마침 집도 가까우니까 네가 오빠좀 데려다 줘"
여동생을 밀어주기 위해서 이윤정이 재빨리 지강혁과 이윤지를 먼저 귀가시켰다. 이윤지는 술집을 빠져 나오자마자 급히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윤지가 지강혁의 집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강혁이 완전히 뻗어 있어서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택시 좌석에 기대어 잠만 세상모르게 잠만 자고 있을 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여자가 저런 상태에 놓여져 있어야 하고 남자가 정신이 말짱해야한다. 그래야 여자를 모텔에 데려다 맛있게(?) 먹을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상황이 반대가 되고 말았으니 택시 기사도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어쩌지?'
"손님 어디로 갈까요?"
머뭇거리는 이윤지에게 재촉하면서 택시기사가 물어왔다.
이윤지는 고민끝에 자신의 집으로 택시를 이끌어 나갔다.
지금 상태로는 지강혁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는것이 급선무 인것 같아 그렇게 한 것이다.
"어휴 힘들다."
대취한 지강혁을 자신의 침대까지 낑낑대면서 끌고 왔고, 결국 침대에 눕히는데 성공했다. 지강혁은 자신의 집인것 마냥 침대에 큰 대짜로 뻗은후 곤히 자고 있었다. 이윤지는 먼저 이윤정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후후 오히려 잘됐네 윤지야. 이참에 확 저질러 버려]
[무,무슨소리야!? 언니 안올거야?]
[내가 가면 방해가 되지 않겠니? 호호호. 차라리 이참에 확 저질러 버리라니까? 내가 강혁오빠에게 물어봤는데 아직 성경험이 없다더라!]
한창 불타오를 나이인지라 술자리에 모이면 가끔 성 얘기가 나오곤 한다.
그틈에 이윤정이 지강혁에게 물어본 모양이었다.
지강혁이 동정이라는 소리에 이윤지의 얼굴이 잘익은 홍시마냥 붉게 달아올랐다.
[아,아무튼 빨리와 나혼자 있기 좀 그렇단 말야.]
[우린 이미 찜질방 잡아놓고 놀기로 했어. 그러니까 너랑 강혁이 오빠랑단둘이 잘해봐. 나 끊는다!]
[어,언니!!]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중복된게 있으면서 편수가 하나 사라져서 부득이하게 다시 올립니다.
195 196 197 198 한번에 올렸습니다. 이번 편수는 못보셨을텐디이걸 보시며 연달아 보시길 바랍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