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2 회: 7권 -- >
청명하던 날씨가 급변하면서 먹구름이 사방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후, 우레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허공에 불그스름한 방전현상이 일어났다. 조그맣던 하전 덩어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자라났고, 그 하전 덩어리 안에서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계 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계 생물의 모습은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커다랗게 자라난 두개의 뿔은 그 크기가 자그마치 5미터에 달했으며, 양쪽 날개의 크기도 드래곤과 맞먹을 정도로 매우 컸다.
꼬리의 길이또한 거진 10미터에 달했는데, 전체적인 형상을 본다면 블랙드래곤과 마계의 발록을 섞어 놓은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괴물의 정체는 바로 마계의 마왕 케루빔이었다.
지난날 드래곤과의 전쟁에서 패퇴한후 마계로 강제 송환된 그가 다시금 부활했고, 대마왕 루시퍼의 명을 받들어 이곳 인간계에 강림한 것이다.
쿵!!
마왕 케루빔이 대지에 안착하면서 자욱한 먼지 자락들이 흩날렸다.
케루빔은 단 한번의 날갯짓으로 먼지들을 거둬낸뒤 곧바로 인간으로 폴리모프를 시도했다. 거대한 동체는 인간들에게 들키기 쉽기 때문에 정체를 숨기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케루빔은 폴리모프를 마친뒤 엘프의숲에 위치하고 있는 다크포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간계의 강림한 이유는 단 하나.
다크 포탈을 작동시킨후, 인간계에 대대적은 공습을 취하려는 의도에서였다.
마왕 케루빔이 다크포탈에 모습을 드러내자 마인 다크 미스틱이 공손히 그에게 부복을 취했다. 다크 미스틱은 마왕 케루빔이 만들어낸 마인이다.
형체가 없기 때문에 절대로 죽일수 없는 존재가 바로 다크 미스틱이었다.
다크 미스틱은 마계의 안개와 마기로 만들어진 존재인만큼, 마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무한한 재생이 가능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헨리일행이 다크 미스틱을 죽이지 못한 이유는 다크포탈에서 흘러나오는 마기 때문이었다. 마기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면 다크 미스틱은 무적상태가 지속된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다크 미스틱을 절대로 죽일수 없었던 것이었다.
'무사히 도착한것 같군.'
차원이동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무사히 다크포탈이 있는곳에 당도할수 있었다.
이제는 다크포탈을 가동시키고 마왕군단을 이곳 리프레 숲에 소환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작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
케루빔은 다크 포탈 주위에 결계를 펼친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곧장 다크포탈 작동에 돌입했다.
그시각 헨리 일행은 엘프숲의 수호성자를 만나고 있는 중이었다.
헨리는 수호성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함과 동시에 다크 미스틱의 존재를 알린 후, 그가 불사의 몸이라는것을 말해주었다. 수호성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수 없군요.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듯 싶습니다."
"드래곤 로드에게 말입니까?"
"마인이 등장했다는것은 인간계에 또다른 변화가 찾아올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악의 경우 마족이 다시 전쟁을 일으켜 인간계 모든 생명체들을 죽일수도 있지요. 제 짧은 소견으로는 인간과 드래곤이 상잔을 일으키고 있는 이때를 노려 대마왕 루시퍼가 강림을 하려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보통일이 아니라서 헨리 또한 드래곤 로드에게 소식을 전하는게 옳다고 판단했다.
"그럼 내가 드라이언님에게 가보겠다. 날아서 라이올라로 이동한다면 한시간안에 도착할수 있을것이다."
인간들과 엘프들이 가는것 보단 이리우스를 보내는게 나을것 같았다.
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선선히 허락하자 이리우스는 본체로 화한뒤라이올라 섬으로 날아갔다.
이리우스가 떠나자 수호성자가 헨리를 보며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다크 포탈이 걱정입니다. 그곳에 경비병을 배치 해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까 하는데, 용사님께서도 일행들과 경비를 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헨리의 레벨은 자그마치 465에 달한다. 고위급 엘프보다 레벨이 높기 때문에 그가 도와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번 사건사고로 인해 궁금해진게 많았다. 무엇보다 다크 포탈에 대해 호기심이 돈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전쟁이라니? 한창 인간들과 상잔을 거듭하고 있는 드래곤이 아니던가? 싸우고 있는 도중 마족들이 침공을 가해온다면 일은 겉잡을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것믈 막고 방지하는것이 제국의 용사가 할 일이었다.
그시각 이리우스는 드라이언의 레어에 도착해 드라이언과 여러 드래곤들을 만나보고 있는중이었다. 예전에 한번 겨뤄봤던 레드 드래곤 프시케와, 일라익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눈빛으로 이리우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인간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인간의 편을 들고 있으니 그러한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리우스 네가 왠일이냐?"
조금 뜻밖이라는듯 드라이언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레어를 찾아와서였다.
이리우스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리프레 숲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일목묘연 하게 설명했다. 물론 다크 미스틱의 존재도 빼놓지 않았다.
"그,그게 정말이냐 이리우스?"
얼마나 놀랐는지 드라이언이 말을 더듬고 있었다.
다른 드래곤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족의 등장은 그만큼 드래곤들에게도 크나큰충격으로 다가왔다. 더욱이 에인션트급 드래곤으로 성장한 이리우스의 헬파이어를 수십방이나 맞고도 멀쩡했다는 것은 결코 있을수가 없는 일이었다.
"허허 그게 사실이라면 보통일이 아니구나. 그래, 엘프의 수호성자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더냐?"
"경비병을 구축해 다크 포탈에 배치시켜 두겠다고 했습니다."
엘프들의 힘만으로는 다크 포탈에 존재하고 있는 다크 미스틱을 죽일순없을것이다. 에인션트급 드래곤도 당해내지 못한 다크 미스틱을 한낱엘프따위가 어찌 죽일수 있단 말인가?
"그것으로는 무리일듯 하다. 내가 워러와 에레니아를 파견보낼테니이리우스 너는 철저하게 다크포탈을 조사해 보도록 해라."
지금 중요한건 인간들과의 전쟁보다 마족에 관한 정보였다.
마족이 강림한다면 드래곤들도 한껏 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들과의 휴전협정이 필요했다. 때문에 지금은 정보가 매우 중요했다.
정보가 맞다면 마족을 저지해야하고, 정보가 틀리다면 다시 인간에게 징벌을 내리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드라이언은 먼저 두명의 드래곤을 다크 포탈이 있는곳으로 파견보내고 이리우스와 함께 대동시켰다.
"이게 도대체 뭘까요?"
다크 포탈 지척에 도착한 엘프들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자줏빛 광채가 다크 포탈 주변을 전부 둘러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헨리가 길을 뚫어보기 위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자줏빛 광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헨리는 일행들과 함께 마법공격을 가해도 보고 플라이로 날아서 다크 포탈 위쪽으로 이동을 해보기도 했다. 자줏빛 광채로 인해 다크 포탈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고, 계속 자줏빛 광채를 공격해도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결계 같군요. "
"결계?"
"네 용사님. 누군가가 쳐놓은 결계가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무언가가 친 결계죠.
그렇지 않고서야 저항력이 이렇게 강할리 없을테니까요."
"이상하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결계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는데."
헨리의 말대로 어제는 분명 결계가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결계가 생겨난 것이다. 헨리와 엘프들은 결계를 뚫어보기 위해서 장장 1시간동안 공격을 감행해봤지만 결국 결계를 뚫지 못했다.
마왕 케루빔이 친 결계는 그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리우스가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소환수가 와준다면 각종 마법을 구사해서 결계를 깨줄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헨리는 잠시 공격을 멈추고 휴식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결계를 깨느라 기력을 많이 소진시켰기에 지금은 기력회복이 무척이나 시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