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0 회: 7권 -- >
"배 많이 고팠나봐?"
파스타 한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디저트까지 몽땅 먹어 치우고 있는 강여진의 모습에 지강혁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실 강여진은 오늘 학교에서 주는 점심을 굶은 상태였다.
친구녀석들이 계속해서 지강혁과의 썸씽에 대해 캐물어왔고, 강여진은 대답을 철저히 회피하면서 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강여진을 쉽사리 놔주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화장실까지 따라와서 질문을 퍼부어댔다.
그때문에 강여진은 공부하는데 엄청난 애로사항을 겪어야만 했고, 아침 자습시간에 하지 못했던 공부를 메우기 위해서 점심까지 굶고 말았다.
"후아. 배부르다. 오빠 정말 잘먹었어요!"
"잘 먹었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밤에 많이 먹으면 살찌는데 괜찮겠어?
생각보다 엄청 먹은거 같은데?"
"집에가서 운동하고 자면되요. 정 안되면 내일 굶죠 뭐. 히히히"
"녀석. 아무튼 밥 먹었으니까 이제 집에 데려다 줄게. 얼른 가자."
"에이~ 벌써 집에 가시게요?"
"넘버원에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얼른 가봐야해."
"칫. 조금만 놀다 가시지."
"수능 끝나고 나서 놀아줄게. 그러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얼른 대학에 입학해. 알겠지?"
"알겠어요 오빠. 그럼 일어나도록 해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생하고 있는 첫사랑을 위해서 지강혁은 시간이 날때마다 강여진을 데리러 S여고에 발걸음을 옮겼고, 그녀를 집까지 손수 바래다 주었다어두운 밤길을 여자아이 혼자 거닐게 하는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그렇게 한 것이다. 물론 매일 데려다주진 못한다. 넘버원을 하면서 간혹 시간이 남을때만 이렇게 데려다줄 뿐이었다.
지강혁은 넘버원에서 한가지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는중이었다.
고위급 엘프 찾기 퀘스트인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클리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도 엘프를 찾기 위해 무려 5시간동안 다크 포탈 필드를 샅샅히 뒤졌지만 끝끝내 엘프를 찾지 못했고, 괜시리 짜증이 난 그는 기분전환이라도 할겸해서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지강혁은 얼떨결에 그 이야기를 강여진에게 하고 말았다. 너무나 답답해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소리였다.
"엘프 찾기가 그렇게 힘들어요?"
"일주일동안 수색 했는데 안보이더라구. 문제는 그뿐만이 아냐.
엘프들이 수색을 하면 엘프들이 없어지는데, 내가 수색을 하면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구.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에이. 생각보다 엄청 간단한 문제인데 고작 그걸로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응? 엄청 간단한 문제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엘프들이 가면 실종되고, 오빠가 가면 아무런일이 없다고요."
"그,그랬지.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한번 해봐요 오빠. 그러면 잘 해결될거에요."
"어,어떻게?"
지강혁은 한껏 기대하면서 강여진에게 귀를 내밀었고, 강여진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면서 지강혁에게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곤 말이 끝나자마자 지강혁의 볼에 살짝 뽀뽀를 한뒤 한마디를 건네곤집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데려다 줘서 고마워요 오빠!"
헨리는 넘버원에 들어오자 마자 일행들을 모조리 이끌고 수호성자를 찾아갔다.
그리곤 수호성자를 보자마자 파견나간 엘프들의 특징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수호성자의 얼굴에 의아함이 감돌았다.
"엘프들의 특징이라고 하셨습니까 용사님?"
"그렇습니다 수호성자님."
"흠 특징이라… 일단 레벨이 무조건 400이 넘어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욱이 검과 궁을 잘 다루고, 전부 여성으로 구성된 NPC 들이지요.
그런데 이런것을 왜 여쭤보시는 겁니까?"
"퀘스트를 수행하고, 수색작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입니다."
헨리가 자신있게 소리치자 수호성자도 믿음이 갔다.
지금 중요한건 수색을 끝마치고 행방불명된 엘프 구성원들을 찾는것이다.
헨리에게 협조만 잘해준다면 어떻게 해서든 퀘스트를 클리어 해줄것 같아서 수호성자도 두 팔을 걷어부치고 협조에 응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적극적으로 협조해 드려야지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용사님의 질의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용사에게 무슨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뜬금없이 질문을 던질 까닭이 없었다. 헨리는 수호성자가 말한 파견나간 엘프들의 특징을 메모한뒤 그것들을 전부 일행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윤지와 윤정이가 알수 없다는 눈빛으로 헨리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걸로 뭘 하려는지 심히 궁금했다.
헨리는 수호성자가 직접 구해다준 물건. 즉 메모지에 적혀 있는 물건을 일행들에게 하나하나씩 나눠주었다. 곁에 있던 일렌시아가 뭔가를 깨달은듯헨리를 보며 말을 걸어왔다.
"고위급 엘프들이 파견나갈때 사용했던 장비를 가지고 다크포탈로 이동하시려는 거군요?"
"바로 보셨습니다 일렌시아님."
처음에는 헨리가 왜 파견 나간 엘프들의 특징을 캐묻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뭔가를 알것 같았다.
파견 나간 엘프들이 뭔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무언가가 실종사건과 개입이 되어 있을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척보기에도 그게 확실해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이 나타났을때는 다크포탈이 매우 썰렁했고, 고위급 엘프가 파견 나갔을때는 그녀들이 행방불명 되어버렸다. 그말인즉 고위급 엘프가 들고간 장비. 아니면 그녀의 특징이나 레벨이 단서가 된다는 소리였다. 일렌시아는 수호성자에게 건네받은 마기탐지 봉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공교롭게도 네명의 고위급 엘프들은 마기 탐지봉을 소지한채 탐문근무에 임했고, 일렌시아를 비롯한 3명의 엘프들은 오로지 횃불만 가지고 다크 포탈로 걸어 들어갔다. 그말인즉 마기 탐지봉이 핵심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는 소리였다.
마기 탐지봉은 엘프족의 수호성자와 드래곤 로드 드라이언이 개발한 탐지봉으로, 마기를 전문적으로 찾아낼수 있는 뛰어난 효과를 지닌 마법 지팡이다.
그 증거로 탐지봉에서 빨간 빛이 감돌며 신지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대번에 마인을 찾아낸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 윤지와 윤정이도 비로소뭔가를 깨달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그랬구나. 저 탐지봉이 수색작전에 중요한 단서가 된거야."
"오빠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알게 된거에요?"
"아직 확실한건 몰라. 저 탐지봉이 단서가 될수도, 안될수도 있어.
일단 저 탐지봉을 비롯해서 파견 나갔던 엘프들이 착용한 아이템. 그리고 물건들을 전부 챙겨서 다크 포탈에 가보자. 그렇다면 반드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거야. 상황이 좋게 흘러가면 엘프들의 위치도 알아낼수 있겠지."
"알겠어요 오빠."
헨리는 일행들과 함께 마기 탐지봉을 비롯해 여러가지 물건을 챙긴뒤다크 포탈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벌써 4번째 이동이기 때문에 이제는 눈을 감고 가도 다크 포탈의 위치를 파악할수 있을 정도였다.
장장 30분의 여정끝에 저 멀리 다크 미스트가 보였고, 다크 미스트 사이를 조금더 지나가자 저 멀리 다크 포탈이 눈에 들어왔다. 헨리는 ㅤㅂㅞㄺ구에게 명령해 본체로 변신시킨뒤 ㅤㅂㅞㄺ구를 방어막 삼아 슬금 슬금 포탈 근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막 헨리가 포탈앞에 당도했을 때였다.
마기 탐지봉이 요란하게 울리더니 다크 포탈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그순간 갑자기 넘버원 내부에서 알림멘트가 흘러나왔다.
띵!
[다크 미스트를 뚫고 다크 포탈 경계에 도착하셨습니다.]
[마법 탐지봉에서 마기가 검출되고 있습니다.]
[다크 포탈에서 마기가 무수하게 흘러나옵니다.]
[흘러나온 마기가 서서히 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흘러나온 마기가 융합하여 하나의 형체를 만들어 냈습니다!]
띵!!
[다크 포탈의 보스 몬스터 <다크 미스틱>이 출현했습니다!]
[다크 미스틱은 현재 네명의 고위 엘프를 흡수한 상태입니다.]
[레벨이 1000에 달하는 만큼 공격력이 실로 막강하니 주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