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7 회: 7권 -- >
"매직 에로우(Magic Arrow)!!"
아름답고 청초한 이미지가 감도는 여성이 온몸을 휘날리며 자신의 무기인 궁을 치켜들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눈앞에 있는 마인에게 쏘아붙혔다.
매직 에로우였다. 마인은 날아오는 매직에로우를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 버렸다혼신의 힘을 다한 매직에로우가 마인에게 아무런 데미지도 입히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와해되어 버리자 여성의 얼굴에 일말의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녀의 레벨은 자그마치 400에 달하는 고위급 엘프였다.
2계급 고위엘프 베르니아가 바로 그녀의 정체였다.
베르니아는 행방불명이 된 자매 베로아를 찾기위해 엘프의 숲을 헤집고 있다가 우연찮게 마인을 만나게 되었다.
마인의 모습은 무척이나 끔찍했다. 소의 머리를 연상케하는 머리통에선 누러디 누런 애액이 물밀듯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복부에는 인간의 형상을 본떠서 만든것 처럼 인간들의 머리통들이 빼곡히 틀어박혀 있었다.
마인이 죽인 인간들과 엘프들의 시신을 자신의 몸체에다가 융합시켜버려서 나타난 현상들이었다.
척 보기에도 마계에서 새로 등장한 마인이 틀림없어 보였다.
간혹 대마왕과 마왕급 NPC들이 새로운 마인을 탄생시키곤 했는데 눈앞에 있는 마인이 이번에 출현한 새로운 몬스터인듯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2계급 고위엘프인 그녀가 눈앞에 있는 몬스터를 모를리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당하고 말아. 어떻게 해서든 숲으로 도망쳐야해)평지에서 싸우면 무조건 불리하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터전인 숲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마인이 내뿜은 거무튀튀한 촉수에 발이 묶여 버리고 말았다.
마인은 베르니아를 잡아다가 인정사정 없이 땅바닥에 팽겨쳐 버렸다.
퍼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베르니아의 몸체가 바닥에 곤두박질 쳐버렸다.
베르니아의 입가에 붉은 선혈이 토해졌다.
방금 입은 데미지로 인해 장기가 한두군데 파열되어 흘러나온 피였다.
베르니아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마인은 점점더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살기 위해서 어렵게 몸을 이끌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지척까지 다가온 마인이 괴소를 지으며 그녀를 덥석 집어 들었다.
그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인이 복부를 활짝 열어 젖히더니 복부안에서 거무스름한 음영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마인에게 죽은 엘프들과 인간들의 타락한 영혼들이었다.
영혼들은 베르니아를 잡아다가 마인의 몸속으로 이끌었다.
베르니아가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악을 했지만, 크나큰 부상을 당한터라저항을 할수가 없었다. 더욱이 마인이 인정사정없이 베르니아의 복부까지 한방후려친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의식을 잃고 말았고, 마인의 몸속에 융합되고 말았다. 2계급 고위엘프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어디보자아~~"
지강혁의 하루일과는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은뒤, 넘버원 홈페이지를 보는것부터 시작된다. 홈페이지에 이벤트가 올라왔나. 아니면 업데이트 내용이 올라왔나 그것을 먼저 살펴보고 난뒤에 넘버원에 접속하는 것이다.
무릇 정보란 아는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되는 법이다.
지강혁은 그 정보를 캐치해 내기 위해서 매번 넘버원 사이트를 한두번 둘러보곤 했다. 마침 업데이트 관련된 내용이 올라와져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마우스로 클릭해 보았다.
"파이어볼!"
신지가 던진 성인머리통만한 파이어볼 한방에 450레벨의 식인목들이 우수수쓰러졌고 헨리의 경험치 게이지가 조금씩 조금씩 차올랐다.
신지는 다음 몬스터를 물색했다. 마침 근처에서 마계 오우거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계 오우거는 레벨 460에 달하는 고레벨 몬스터로, 마법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서 마법으로는 치명타를 입히기가 힘들다.
이럴때는 헨리 본인이 나서서 백상아리 장검으로 오우거를 처치해야만 한다.
ㅤㅂㅞㄺ구가 오우거의 발에 아이스 빔을 발사해 오우거를 묶었다.
데미지는 입히지 못했지만, 발을 묶는덴 성공한터라 더이상 무서울게 없었다.
헨리는 가까이 다가가서 스킬만 꽂아넣었다. 오우거가 저항하면서 매섭게 몽둥이를 휘둘렀지만,DEX 수치가 워낙 높아서 헨리는 단 한대도 맞이 않고 오우거에게 스킬을 꽂아 넣을수 있었다.
"파워 슬래쉬!
파워 슬래쉬 한방에 오우거의 피가 3분의 1이 빠졌다. 헨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환공격을 퍼부었고, 단 7방의 칼질로 오우거의 숨통을 끊어 놓을수있었다.
"주인 뭔가 떨어졌다."
ㅤㅂㅞㄺ구의 음성이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헨리의 시선이 오우거의 시체쪽으로 향했다. 운이 좋게도 마계의 정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계의 정기란 일종의 강화 주문서와 비슷한 맥락의 아이템이다.
다른점은 강화주문서는 무기를 강화해서 실패하면 일정확률로 무기가 깨지지만 마계의 정기로 무기를 강화하면 무기가 깨질 염려가 전혀 없었다.
때문에 고렙 플레이어들은 마계의 정기로 아이템을 강화했고, 마계의 정기는 제법 고가에 거래가 되곤 했다.
단점은 마계의 정기 강화 성공률이 고작 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기가 깨지지 않는 장점이 있어서 시세는 대략 500만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물론 드랍율이 지랄맞게 낮다는 단점도 있고, 오로지 마계 몬스터들에게만 나온다는 점도 단점으로 손꼽혔다.
헨리는 마계의 정기를 곁에 있던 윤정이와 윤지에게 내밀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드라이언의 권유아래 엘프의 숲으로 쫓겨(?)오게 되었고 그녀들도 이곳으로 와서 행동에 제한이 많이 갔다.
드랍된 아이템이라도 일행들에게 건네줘야 어느정도의 미안함을 달랠수있을것이다. 윤지가 망설이는 빛을 띄었지만, 윤정이가 대뜸 마계의 정기를 받아챙겼다.
"고마워요 오빠!"
"후, 조금 쉬도록 하자."
3시간 동안 사냥만 주구장창 한 덕분에 마나와 기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가져간 물약도 이미 동이난지 오래였다. 그에 반해 신지와 ㅤㅂㅞㄺ구는 매우멀쩡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인간들과는 달리 드래곤과 반신반요라는 태생 덕분에 저렇게 멀쩡할수 있는 것이리라.
헨리가 한창동안 여관에서 기력을 회복하고 있을때였다.
엘프 NPC 하나가 헨리를 찾아왔다.
"제국의 용사님. 엘프의 수호성자님께서 용사님을 찾고 계십니다."
"프란체스카에 이어 베로아와 베르니아마저 행방불명 되었단 말인가!?"
엘프의 수호성자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듯 소리를 빽 질렀다.
센티널 하나가 송구하다는듯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했다.
"그,그렇습니다 수호성자님."
"한녀석도 아니고 고위급 엘프가 셋이나 행방불명이 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소리인가?"
고위급 엘프는 레벨 400이 넘는 엄청난 전력이다. 무력도 강했고, 무엇보다지능도 뛰어나면서 마법도 사용할줄 아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고급 전력원들이 한명도 아니고 세명이나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그들은 전부 정찰을 나갔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실 리프레숲 건너편에는 마족이 설치한 다크포탈이 위치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 포탈을 이용해 마족들이 인간계에 건너왔고, 인간들과 유사인종들에게 공격을 감행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5천년전 엘프와 드래곤이 손을 잡고 마족들을 일거에 퇴치. 다크 포탈을 봉인시켜 버렸고, 작동까지 멈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마기가 계속해서 배어 나왔다.
그로인해 다크 미스트가 생성되어 버렸다.
드래곤들과 엘프의 수호성자가 나서서 다크 미스트를 제거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은 다크 포탈을 철저하게 감시하는것으로 일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 일은 현대에서도 유지되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2계급 고위엘프들을 번갈아 파견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라'
전대 수호성자의 당부아래 지금의 수호성자도 그 당부를 받들고 하루에 한번2계급 고위 엘프를 보내 다크포탈을 감시하라고 일렀다.
만에하나 생길 사태에 미리 대비를 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그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5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족이 강림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일전부터 이상한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고위급 엘프들의 실종사건이었다. 처음에는 근무태만죄로 프란체스카에게 벌을 내리려고 했던 수호성자였다. 프란체스카가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지 못하고 잠시 딴데로 샌줄 알았던 것이다. 2번째로 파견나간 베로나도 사라져버렸고, 세번째로 파견나간 베르니아 마저도 실종되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수호성자는 대대적으로 장로회의를 소집해서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
장로희의에서 나온 해결책은, 고위급 엘프들을 포함해 여러 엘프들을 다크 포탈쪽으로 파견을 보내보자는 것이었다. 수호성자는 장로 둘을 딸려엘프 10여명을 붙혀준뒤 그들을 다크포탈쪽으로 파견 보냈다.
놀랍게도 그들마저도 실종이 되고 말았다.
수호성자는 보통일이 아니라 직감하고 다시금 장로회의를 소집했다.
거기서 도출된 결론이 바로, 제국의 용사에게 도움을 청해보자는 것이었다.
마침 제국의 용사 곁에는 반신반요와 드래곤이 함께하고 있다.
그들의 힘이라면 충분히 이 사건을 해결해줄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수호성자는 재빨리 헨리에게 전령을 띄웠다.